준비는 금년1월1일 강화 마니산 참성단에서 붉게 타 오르는 일출과 함께 시작 되었다.
우리 마라톤 회원들이 마니산에 올라 일출을 보고 내려와 할매가 운영하는 연백식당 골방에서 금년도 소원을 각자 돌아가며 이야기 하던 중 나는 "열심히 연습해서 강화의32.195km를 뛰겠노라"고 하였다.
한해 동안 꾸준히 연습을 한 다음, 출발 1주일 전에 문제가 발생했다,마라톤에 장애가 되는 2가지 유혹의 덫에 걸리고 만 것이다. 수요일 날의 술좌석과, 금요일날 옛 친구끼리 새벽3시까지 이어진 고스톱,마음 약한 나도 문제지만 잡고 안 놔준 그 놈들도 나쁘다.
그렇지만 나만의 방식대로 토요일날 연안부두에 가서 먹을 것은 먹고, 충분한 수면을 하니 몸도 마음도 개운하였다.각자의 체질에 따라 다르겠지만 난 많이 먹어야 뛰는 촌놈이다. 아마 배의 힘으로 뛰나 보다.어느 주부대학 회장님에게 그런 말씀을 드렸더니 "어릴 때 잘 못 먹어서 그런 것이니 늙어서 잘 얻어 먹으려면 부인한테 잘 하라"고 하신다.
7시 주안역 부근 신사장님 공장에서 만나 신사장님이 제공해 주신 차량을 은영씨가 직접 운전해 상쾌한 기분으로 권 소장님네 일행과 함께 강화에 도착했다.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강화읍이 차량으로 꽉 막혀 있었다. 우리 일행도 여유있게 인천에서 출발은 했지만 10시 까지는 도착 할 수 가 없을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일부는 강화 시내가 차량으로 꽉 막히다 보니 차에서 내려 행사장으로 뛰어가는 사람도 보였다.
주최측인 강화군이나 인천일보 모두가 우리가 사는 인천과 관계가 있어 우리가 주최측 같은 생각이 들어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어렵게 행사장인 고인돌 광장에 도착해보니 다행히 30분 늦게 출발한다 하여 간단히 몸을 풀고 10시40분에 우렁찬 함성과 함께 출발했다.
출발 하면서 마음 먹기를 반환 지점 까지는 우리팀과 함께 뛰기로 하고 김계장님,총무님,윤박사님,그리고 나와 함께 천천히 뛰었다.윤박사님은 뛰면서 날 보고 "뭘 생각하며 뛰느냐"고 묻길래 "아무 생각없이 경치만 구경한다" 했더니 그 분은 "북한 땅을 바라보며 조국통일을 생각한다"고 하였다.처음 마라톤에 출전 하면서 32km도전과 함께 상당히 여유가 있었다.반환 점에 다 올 즈음 속도를 좀 줄여 김계장님과 같이 뛰려 하니 "힘이 있을 때 좀 뛰어 놓아야지요" 하시면서 먼저 뛸 것을 주문한다.
반환 점을 돌고 부터는 힘껏 뛰어 보고자 마음먹고 35분대 페이스 메이커와 보조를 맞추기 시작했다.같이 뛰니까 좋은점이 물 먹을 때는 가끔 함께 스트레칭도 한 번씩 해 주고, "이정도 속도로는 100km도 뛰지요" 하면서 용기를 주기도 하고,언덕을 내려 갈 때엔 손을 흔들어 풀어 주라고 지도도 해주니, 좀 쉽게 뛸 수가 있었다. 24km지점을 지나는 순간 부터는 나에게 새로운 역사가 탄생되는 순간이다.
처음 뛰는 거리이기 때문에 한발 한발 움직일 때마다 마음 속으로 "너 권준복이는 위대해" 하면서 스스로 힘을 심어 주면서 뛰니 새로운 느낌을 느낄 수가 있었다. 30km지점 즈음에 권소장님을 만나 함께 뛰다가 약1km남겨 놓고는 우측 무릎 위 근육이 경련을 일으켜 3분 정도 근육을 풀어 주느라 천천히 뛰었다.
기록은 3시간39분, 처음에서 반환 지점까지와 반환 이후 골인 지점까지의 시간은 똑같았다.
일단 작전은 성공한 것 같다.처음에 천천히 뛴 것이 즐거운 마음으로 걷지 않고 완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잔디에 앉아 휴식을 하면서 박과장님은 "조상의 산소가 강화 송해면에 있어 조상이 봐 준 것 같다" 하기에 나는 속으로 "마니산의 정기가 봐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인돌의 푸른 광장에 둥글게 모여 몸을 푸는 우리 회원들에 모습을 보니 모두 멋과 함께 자랑스러워 보였다.처음 출전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신 회원님들과 함께 청명한 가을 하늘의 햇살을 촉촉히 받아 가며 열심히 뛰신 RUN2002회원님들께 아낌없는 찬사를 보냅니다.
열심히 뛴 그대들은 행복한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