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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상 저 | 문학동네
정가 : 11,000원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통해 본 한국문화의 고풍스러움
영국의 유명한 역사학자 홉스봄은 전통이란 근대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산업혁명과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이중혁명이 가져온 근대는 인류 문명에 충격으로 다가왔고, 그 와중에 예전의 일상적 삶이 전통으로 규정되기에 이른다. 전통과 근대의 괴리는 정체성의 균열을 일으켰고 이는 주체적인 근대화에 성공하지 못한 한국의 상황에서 더 심각했다. 특히 세계화가 진전되고 있는 이 시점에 전통을 재해석하고 발굴하는 일은 올바른 주체를 정립하기 위해 요청되는 과제라고 하겠다.
'키워드 한국문화' 시리즈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재발견하는 작업이다. 즉, 한국문화의 정수를 찾아 그 의미와 가치를 정리하는 일이다. 이 시리즈는 한 장의 그림 또는 하나의 역사적 장면을 키워드로 삼아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분석하고 소개한다. 이 책은 시리즈의 제 1권으로 「세한도」를 다룬다. 추사 김정희가 오랜 유배 생활에 지쳤을 때, 그를 위로해 준 충실한 심복이자 친구인 이상적이 존재했다.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가 그린 것으로 이 그림에는 역관 이상적과 추사가 나눈 우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의 저자에 따르면,「세한도」는 단순한 그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선시대의 학예일치의 경치가 구현된 작품이다. 기존의 「세한도」연구가 미술사학 쪽에서 서술된 것이라면 이 책은 고문헌 연구가의 시선으로 분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즉, 이 책에서 추사의 그림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당대의 문화를 나타내주는 역사적 사료이자, 문화적 산물이며, 세계관을 담보한 작품인 것이다.
실제로 추사의 그림을 분석하면 여러 결을 느낄 수 있다. 우선 이 그림에는 추사의 개인적인 감정이 표출되어 있다. 추사는 「세한도」에서 물기 없는 붓으로 겹쳐 칠하는 묵법을 통해 쓸쓸한 마음을 표현했다. 다음으로 당대에 유행했던 표현 기법을 알 수 있다. 청나라에서도 유명했던 추사의 솜씨는 「세한도」를 통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김정희는 당시 청대 화가들의 기법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설명된 그림의 다양한 결을 읽으며 독자는 한국 문화의 실체에 대해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저 : 박철상
1967년 전북 완주에서 태어났고, 한학자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려서부터 우리의 고전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이후 조선시대 장서인藏書印에 대한 일련의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또한 조선후기 추사 김정희의 학문에 대해서도 심층적인 연구를 수행했다. 이 밖에도 옛 간찰, 금석문, 조선후기 장서문화, 연행, 여항인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 '추사 김정희-학예일치의 경지' 특별전 자문위원 등을 담당하였으며, 그림과 책 연구자들의 모임 '포럼 그림과 책'의 공동대표이다. 논문으로 「『완당평전』, 무엇이 문제인가?」「조선후기 목활자 ‘장혼자張混字’ 명칭의 재검토」「추사 김정희의 저작 현황 및 시문집 편간에 대하여」 등 20여 편이 있다. 역서로 『서림청화書林淸話』가 있고, 공저로 『19세기 조선 지식인의 문화지형도』가 있다.
머리말
1. 역관 이상적, 운명을 만나다 2. 끝없는 고난, 유배객이 되다 3. 「세한도」의 탄생 4. 「세한도」, 그 황량함의 정체 5. 「세한도」감상하기 6. 「세한도」를 그린 사연 7. 오디세이 「세한도」 8. 「세한도」 이야기를 마치며
세한도 제명 부록 주 키워드 속 키워드
학예일치의 경지, 조선 예술의 진수 「세한도」를 만나다! 세상 모두 등 돌릴 때 끝까지 신의를 지킨 우선 이상적 그 한 사람에게 바치는 추사 김정희의 연서戀書
「세한도」에 담긴 조선시대 학예일치 문인화의 정수를 추사 김정희의 일생과 함께 보여준다. 추사가 「세한도」를 그리기까지 역관 이상적과 나눈 변함없는 우정, 그리고 그림 속에 녹여낸 학문의 경지를 따라가며 깊이 있는 그림 독법을 제시했다.
추사 김정희와 우선 이상적이 나눈 가슴 시린 우정 「세한도」가 오늘날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것은 그 안에 추사 김정희와 역관 이상적의 가슴 시린 우정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집안이 화를 당해 먼 제주도까지 유배됐을 때, 추사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아내도, 절친했던 친구도 세상을 떠나고, 권세 있는 자들은 발길을 끊었다. 그런데 오직 한 사람, 변함없이 추사에게 먼 곳에서 구해온 책을 가져다주며 우정을 더욱 굳건히 지킨 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우선 이상적이다.
고문헌연구가가 ‘읽은’ 「세한도」 지금까지 「세한도」를 이야기한 책은 많았다. 주로 미술사학계에서 이야기했다. 하지만 「세한도」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조선시대 학예일치의 경지가 구현된 하나의 정신으로 봐야 한다. 그렇기에 고문헌연구가 박철상 선생이 쓴 「세한도」는 그 의미가 더욱 깊다. 이 책은 박철상 선생이 평생을 바쳐 연구한 추사 김정희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2003년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책 『완당평전』에서 200여 군데에 이르는 오류를 발견한 바 있는 박철상 선생은 『세한도』에서 추사 김정희와 관련된 새 자료를 공개하며 기존의 연구를 바로잡고, 새로운 연구 성과를 더했다. 김정희가 편지 한 통 한 통을 보낸 날짜까지 치밀하게 고증했으며, 김정희가 제주도로 유배되기까지 어떻게 심문을 받았는지, 그날의 현장까지 모두 되살려냈다. 이런 고증이 바탕이 되어 기존의 연구 중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고, 새로운 해석을 더했다. 그렇기 때문에 「세한도」의 내용은 기존의 연구 성과를 훌쩍 뛰어넘는다. 특히 말미에 부록으로 실린 청대 문사들의 제영이 모두 완역돼 실렸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이는 추사가 청나라 문인들과 교유하며 학문을 습득하고 그들과 깊은 친분을 나눴다는 점을 보여줄 뿐 아니라, 추사의 글씨와 그림이 한국 뿐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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