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에 있는 대산고등학교에 부임한 지 어언 3년이 흘렀다. 부임 4년차인 지금까지 학교 경영자로서 일과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출근과 동시에 교장실에서 성경말씀을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는 것이다. 말씀의 양식과 기도 없이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그리고 대산고등학교가 지금의 위상을 갖추게 된 것 역시 주님의 은혜라고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내고 있다.
주님의 은혜가 아니었다면 미달학교가 3년 만에 경쟁력 있는 학교로 탈바꿈하는 역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신설학교가 불과 3년 만에 ‘대한민국 좋은학교’,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 ‘교육인적자원부 창의경영 선진학교’로 선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대산에 있는 삼성토탈 등의 대기업에서 다양한 종류의 지원과 졸업생의 취업을 보장받는 등 대외적으로 인정을 받아 이제는 명문학교의 반열에 들어서고 있다.
언제나 주님의 말씀에 의지하면서 살기에 웬만한 일에 대해선 걱정과 두려움이 없지만, 3년 전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설렘, ‘지역교육공동체가 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고등학교로 만들기를 원하는 것일까?’와 같은 고민,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모두 짊어진 채 대산고등학교에 초대교장으로 부임을 했었다. 그리고 2011년 1회 졸업생을 원하는 대학교에 입학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나는 성공한 학교 경영자라는 외부의 평가에 만족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현재의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이다. 교육이 지금 모습대로 지속된다면 장차 우리 사회의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창의적인 인재를 중시하는 스마트 사회의 요구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공교육은 능동적이고 과감한 변화를 꾀하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이고 개혁적인 변화보다는 지엽적이고 현실 타협적인 변화를 시도하는데 그치고 있다. 그렇기에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들이 너무도 많다. 학생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신장되었지만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직도 미흡한 것이 대표적이다. 교육수요자들의 요구에 상응하기 위해 변화의 노력을 기울이지만 단기적이고 근시안적인 교육 정책 중심으로 운영되다보니 효과보다는 문제점이 더 많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학생들이 행복한 삶을 살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마음껏 꿈을 꾸고, 그 꿈을 키울 수 있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학부모들의 인식이 바꿔야 한다. 아직도 부모 세대의 공부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자녀들에게도 그런 방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얀 도화지 위에 자녀의 꿈을 그리라고 말하면서 부모들의 꿈을 그리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
정작 삶의 주인공인 자신의 꿈을 그릴 여백이 없는 현실 때문에 학생들은 체념하고 절망하며 때로는 정상 궤도에서 이탈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세상을 긍정의 눈으로 바라보며, 자기의 꿈을 하얀 도화지에 주체적으로 그리는 자녀로 키우려면 학부모의 기다림과 지원, 격려가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학교가 학생들에게 긍정의 눈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학교 안에서 학생들의 요구가 존중되고 그들의 선택이 반영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아울러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 꿈을 키우는 학생, ‘긍정의 눈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긍정적인 자세, 이 세 가지를 모두 얻기 위해서는 학교장의 개방적인 마인드와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또한 우리 아이들이 하얀 도화지에 자기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교육을 통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해야 한다. 나도 역시 매일 우리 학생들이 행복하길 기도한다.
3년 동안 철없게만 보이던 학생들이 졸업하고 나서 스승의 날에 예쁜 꽃을 보내왔다. 함께 동봉된 편지에는 “긍정의 힘은 세상을 바꾼다. 저희들 열심히 살겠습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이것을 보면서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느끼면서 나의 부족한 점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우리 어른들은 너무 일찍 학생들을 포기하고 무시하지 않았는가. 그들에게는 미지의 세계처럼 아직 세상에 드러내지 않은 모습이 있을 텐데,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 지도 아직 모르는데, 우리는 아이들의 겉모습만을 보고 그 아이들이 우리의 뜻대로 움직이기를 원했던 것은 아닌가!
이제는 남은 시간만큼이라도 긍정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그렇게 할 때 우리에게 좋은 일만 일어나는 ‘끌어당김의 법칙’도 성립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교육도 그러하다. 우리가 교육을 긍정의 눈으로 바라볼 때 긍정의 힘이 생겨, 교육을 통해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창의적인 사람을 길러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