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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라함을 느낄 때> 나 자신이 몹시 초라하고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것은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있는 사람 앞에 섰을 때는 결코 아니다. 나보다 훨씬 적게 가졌어도 그 단순함과 간소함 속에서 삶의 기쁨과 순수성을 잃지 않는 사람 앞에 섰을 때이다. 그때 나 자신이 몹시도 초라하고 가난하게 느껴져 되돌아보게 된다. - 법정 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 중에서 - <또 다른 침묵> 그런데 마땅히 입을 벌려 말을 해야 할 경우에도 침묵만을 고수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미덕이 아니라 비겁한 회피인 것이다. 그와 같은 침묵은 때로 범죄의 성질을 띈다. 옳고 그름을 가려 보여야 할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침묵은 비겁한 침묵인 것이다. 비겁한 침묵이 우리시대를 얼룩지게 한다. 침묵의 의미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 대신 당당하고 참된 말을 하기 위해서이지 비겁한 침묵을 고수하기 위해서가 아닌 것이다. 어디에도 거리낄 게 없는 사람만이 당당한 말을 할 수 있다. 당당한 말이 흩어진 인간을 결합시키고 밝은 통로를 뚫을 수 있는 것이다. 수도자가 침묵을 익힌 그 의미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 법정 스님의 침묵 중에서 -
<오해> 그러고 보면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가 아니라 상상의 날개에 편승한 찬란한 오해다. "나는 당신을 죽도록 사랑합니다"라는 말의 정체는 "나는 당신을 죽도록 오해합니다"일 것이다. ~ 중 략 ~ 누가 나를 추켜세운다고 해서 우쭐댈 것도 없고 헐뜯는다고 해서 화를 낼 일도 못된다. 그건 모두가 한 쪽 만을 보고 성급하게 판단한 오해이기 때문에. 오해란 이해 이전의 상태 아닌가? 문제는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느냐에 달린 것이다. 실상(實相)은 언외(言外)에 있는 것이고 진리는 누가 뭐라 하건 흔들리지 않는 법. 온전한 이해는 그 어떤 관념에서가 아니라 지혜의 눈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그 이전에는 모두가 오해일 뿐.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제기랄, 그건 말짱 오해라니까... - 법정 스님의 글 중에서 -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버리고 떠나기 에서- 내 소망은 단순하게 사는 일이다. 그리고 평범하게 사는 일이다. 느낌과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그 누구도, 내 삶을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기 때문에 나는 나답게 살고 싶다 -오두막 편지 에서- 빈마음, 그것을 무심이라고 한다. 빈마음이 곧 우리들의 본 마음이다. 무엇인가 채워져 있으면 본 마음이 아니다. 텅 비우고 있어야 거기 울림이 있다. 울림이 있어야 삶이 신선하고 활기 있는 것이다. -물소리 바람소리 에서- 사람은 본질적으로 홀로일 수밖에 없는 존재다. 홀로 사는 사람들은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살려고 한다. 홀로 있다는 것은 물들지 않고 순진무구하고 자유롭고 전체적이고 부서지지 않음을 뜻한다. -홀로 사는 즐거움 에서-
우리 곁에서 꽃이 피어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생명의 신비인가. 곱고 향기로운 우주가 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잠잠하던 숲에서 새들이 맑은 목청으로 노래하는 것은 우리들 삶에 물기를 보태주는 가락이다. -산방한담 에서- 행복은 결코 많고 큰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작은 것을 가지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여백과 공간의 아름다움은 단순함과 간소함에 있다. -홀로 사는 즐거움에서-
가슴은 존재의 핵심이고 중심이다. 가슴 없이는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다. 생명의 신비인 사람도, 다정한 눈빛도, 정겨운 음성도 가슴에서 싹이 튼다. 가슴은 이렇듯 생명의 중심이다. -오두막 편지 에서-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 물으라. 자신의 속얼굴이 드러나 보일 때까지 묻고, 묻고 물어야 한다. 건성으로 묻지 말고 목소리 속의 목소리로 귀 속의 귀에 대고 간절하게 물어야 한다. 해답은 그 물음 속에 있다. -산에는 꽃이 피네 에서-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산에는 꽃이피네 에서-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전 존재를 기울여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이 다음에는 더욱 많은 이웃들을 사랑할 수 있다. 다음 순간은 지금 이 순간에서 태어나기 때문이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지 시절이 달로 있는 것이 아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에서-
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는 새것이 들어설 수 없다. 공간이나 여백은 그저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과 여백이 본질과 실상을 떠받쳐주고 있다. -버리고 떠나기 에서-
나 자신의 인간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내가 얼마나 높은 사회적 지위나 명예 또는 얼마나 많은 재산을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나 자신의 영혼과 얼마나 일치되어 있는가이다. -홀로 사는 즐거움] 에서-
<서로 사랑하십시오> 우리 안의 벽, 우리 밖의 벽, 그 벽을 그토록 허물고 싶어 하던 당신.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이 땅엔 아직도 싸움과 폭력, 미움이 가득 차 있건만 봄이 오는 이 대지에 속삭이는 당신의 귓속말 사랑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그리고 용서하라 - 법정스님, '김수환 추기경을 떠나보내며' 에서 - '법정스님' 프로필 이름 : 법정 (박재철) 출생 : 1932년 10월 8일 직업 : 승려,수필가 학력 : 해인사 대교과 경력 : 1997년 대한불교조계종 길상사 스님 1994년 1월~2003년 11월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기 운동 회주 수상 : 2004년 제2회 대원상 대상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셨다. 입산 출가는 1955년에 통영 미래사로 하셨다. 은사는 효봉스님이시며 1956년 7월에 사미계 수지하셨고 1959년 3월에 통도사 금강계단에서 자운율사를 계사로 비구계 수지하셨다. 그리고 1959년 4월 15일 해인사 전문강원에서 명봉화상을 강주로 대교과 졸업하였으며 이후 지리산 쌍계사와 가야산 해인사, 조계산 송광사 등 선원에서 수선안거(修禪安居)하셨다. 이외에도 대한불교 조계종의 기관지인 불교신문 편집국장, 송광사 수련원장, 보조사상연구원장 등을 역임하였고 1994년에는 순수 시민운동인 “맑고 향기롭게” 발의하시어 이끌고 계시다. 또한 1997년 12월 길상사를 창건하시어 회주 로 주석하시다. 2003년 12월 회주직을 스스로 사양하시고 현재는 길상사의 어른으로 주석 중이시다. 스님의 저서로는 무소유, 영혼의 모음, 서 있는 사람들, 말과 침묵, 산방한담, 텅빈 충만, 물소리 바람소리, 버리고 떠나기, 인도 기행,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산에는 꽃이 피네, 오두막 편지 등이 있고, 역서로는 깨달음의 거울(禪家龜鑑), 진리의 말씀(法句經), 불타 석가모니, 숫타니파타, 因緣이야기, 신역 화엄경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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