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눈으로 말하고 돌아서면 홀로 입술 부르트는 연모의 질긴 뿌리 쑥물처럼 쓰디쓴 사랑의 지병을
아는가 그대 머언 사람아 (이수익·시인, 1942-)
+ 천 개의 그리움
이름이 하나이어도 그리움은 천 개나 되듯이
마음이 하나이어도 눈물은 천 개가 넘습니다
온 들판을 가르는 푸른 잔디처럼 잔디에 맺힌 천천 개의 이슬방울처럼
보십시오 내게 당신은 너무 많습니다 (김영천·시인, 1948-)
+ 짧은 해
당신이 이 세상 어딘가에 있기에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갈대가 하얗게 피고 바람 부는 강변에 서면
해는 짧고 당신이 그립습니다. (김용택·시인, 1948-)
+ 내 청춘의 영원한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갖고 싶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내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앵글 (최승자·시인, 1952-)
+ 그리움
우리가 서로 그리워하면 그리워할수록 우린 더욱 사람으로 빛나리라
우리가 서로 그리워하면 그리워할수록 우리는 짐승들 속에서도 더욱 사람으로 빛나리라 나부끼는 갈대밭 님이여 (김준태·시인, 1948-)
+ 짝사랑
반딧불은 얼마나 별을 사모하였기에 저리 별빛에 사무쳐 저리 별빛이 되어 스-윽,스-윽, 어둠 속을 나는가 (함민복·시인, 1962-)
+ 순간
찰랑이는 햇살처럼 사랑은 늘 곁에 있었지만 나는 그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못했다
쳐다보면 숨이 막히는 어쩌지 못하는 순간처럼 그렇게 눈부시게 보내 버리고 그리고 오래오래 그리워했다 (문정희·시인, 1947-)
+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
보고 싶다, 너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에 차고 가득 차면 문득 너는 내 앞에 나타나고
어둠 속에 촛불 켜지듯 너는 내 앞에 나와서 웃고 보고 싶었다 너를 보고 싶었다는 말이 입에 차고 가득 차면 문득
너는 나무 아래서 나를 기다린다. 내가 지나는 길목에서 풀잎 되어 햇빛 되어 나를 기다린다. (나태주·시인, 1945-)
+ 사람을 그리워하는 일
하필 이 저물녘 긴 그림자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한 그루 나무처럼 우두커니 서서 사람을 그리워하다.
사람을 그리워하는 일, 홀로 선 나무처럼 고독한 일이다. 제 그림자만 마냥 우두커니 내려다보고 있는 나무처럼 참 쓸쓸한 일이다 (오인태·시인, 1962-)
+ 짧은 시간을 길게 만드는 그리움
내 마음속의 그리움을 살짝 꺼내서 길게 늘어뜨리면 어디까지 가 닿을까 은하수에라도 가 닿으면 작은 배를 띄우고 목청껏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한 사람의 생애는 가슴 떨리는 그리움의 길이만큼 행복하다고 하는데
짧은 시간 속에서 만드는 우리의 그리움 그리움으로 얻을 수 있는 영원한 생애
내 마음속에 숨어있는 그리움의 길이는 도대체 어느 만큼일까
한 사람의 생애는 가슴 떨리는 그리움의 길이만큼 행복하다고 하는데.. (윤수천·시인, 1942-)
+ 기다림
날 버리시면 어쩌나 생각진 않지만 이제나저제나 당신 오는 곳만 바라봅니다 나는 팔도 다리도 없어 당신에게 가지 못하고 당신에게 드릴 말씀 전해 줄 친구도 없으니 오다가다 당신은 나를 잊으셨겠지요 당신을 보고 싶어도 나는 갈 수 없지만 당신이 원하시면 언제라도 오셔요 당신이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물다 가셔요 나는 팔도 다리도 없으니 당신을 잡을 수 없고 잡을 힘도 마음도 내겐 없답니다 날 버리시면 어쩌나 생각진 않지만 이제나저제나 당신 오는 곳만 바라보니 첩첩 가로누운 산들이 눈사태처럼 쏟아집니다 (이성복·시인, 1952-)
+ 그리움의 풍경
나의 그리움에도 풍경은 있다
며칠 새 주룩주룩 그리움의 눈물이더니 오늘은 온 세상이 환한 그리움의 햇살
나의 그리움은 불변이지만 그리움의 모습은 시시각각 변화한다
고운 햇살 아래 나의 그리움은 따스하다 햇살 같은 미소를 빙그레 지으시는 님
지저귀는 새소리 들으며 나의 그리움은 명랑하다 발랄한 재잘거림으로 나를 다정히 위로하시는 님
라일락꽃 그늘 아래 나의 그리움은 향기롭다 실바람 타고 오는 내 님의 향긋한 내음
지는 꽃잎을 보며 나의 그리움은 눈물겹다 우리의 사랑도 세월 가면 그렇게 질까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 들으며 나의 그리움은 슬픔에 잠긴다 이 밤도 수없이 피고 지는 보고픈 님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