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음악을 들을 겨를도 없이 곧바로 토마스 베른하르트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어느 비평가가 말했듯이 그의 세계는 한번 접하고 나면 도저히 피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1교시 『옛 거장들』을 처음부터 찬찬히 살펴 보았습니다.
베른하르트 작품은 음악성이 있다고 하지요. 반복되며 맴도는 맛이 있잖아요.
작가 자신도 마치 라벨의 <볼레로>처럼 썼다고 했으므로
우리는 그의 리듬에 맞춰 읽어나갔지요.
미술관에 있는 "그림은 모두 아주 훌륭합니다만 어느 그림도 완벽하지는 못합니다."(13쪽)
레거의 이 표현이 이 작품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답니다.
만일 완벽한 그림이 있다면 다른 그림이 왜 필요하겠습니까?
보르헤스가 말하는 도서관의 한권의 책처럼 그런 건 없답니다. (휴~ 다행이지요.)
그러므로 그 어떤 그림도 숭배하거나 경탄하지 말라고 하지요.
레거는 경탄하는 사람들도 싫어했습니다.
경탄은 멍청한 사람들의 특징이라나요?
저는 수업이 끝날 때마다 우리 피노키오반에 대해 경탄해 마지 않는데 그냥 멍청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모차르트 오페라를 감상했습니다.
비록 레거는 모차르트를 완전히 저속한 속치마 속바지 음악이라고 평했지만 아무도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피가로의 결혼>가운데 아리아
'그리운 시절은 가고'를 들었습니다.
이탈리어 가사를 따라 두 귀를 쫑긋했더랍니다.
이반석씨는 누구의 목소리가 저리도 아름답냐고 물었지요.
Dove sono i bei momenti
Di dolcezza e di piacer,
Dove andaro i giuramenti
Di quel labbro menzogner?
Perché mai, se in pianti e in pene
Per me tutto si cangiò,
La memoria di quel bene
Dal mio sen non trapassò?
달콤하고 즐거웠던
아름다운 그 시절은 어디에 있나?
거짓된 그 입술의 맹세는 어디로 갔나?
나를 위한 모든 것들이 눈물과 고통으로 변하였다면
왜 그토록 행복했던 기억들은
내 가슴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아. 언제나 사랑을 갈망하는 내 변함없는 의지가
그의 무정한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내게 전해 준다면.
이어서 전승덕 목사님이 영화 <쇼생크 탈출>에 나오는 아리아를 주문했으므로
'편지 이중창-저녁 바람이 부드럽게'를 들었고요.
백작 부인과 하녀 수잔나가 몇줄 안되는 가사를 반복하는데
가사에 비해 음악은 얼마나 대단한지요......
모차르트 솜씨에 경탄을 거두지 못한 채
'더 이상 그대는 날지 못하리'와
'사랑의 괴로움 그대는 아는가'까지 연달아 듣고 말았습니다.
2교시 레거의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그는 예술만 비평하는 것이 아니었지요.
비엔나 도시를 깎아 내리고 오스트리아를 비난하며
오스트리아의 정치와 정치가 신문에 대해서도 험담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런 레거가 한 번도 욕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으니
몽테뉴, 파스칼, 볼테르, 노발리스, 쉔베르크, 베베른, 베르크 그리고 쇼펜하우어 정도 입니다.
작품은 주루룩 훑어 보았지만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있으므로 다음 시간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다음주 교재는 『옛 거장들』과 『몰락하는 자』이고
토마스 베른하르트는 하나의 대륙이라 한 번 빠지면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기 마련이라는군요.
그의 또다른 작품 『모자』와『소멸』도 다룰 예정이랍니다.
첫댓글 수업을 들은 자와 듣지 아니한 자의 차별성을 위해
에센스 내지 엑기스는 쏙 뺐습니다. 참고 하시길 바래요.
이번 수업엔 아무것도 안 먹었나요?
먹거리 후기라 없어 허전합니다.
먹는 거에 워낙 관심이 많아서리...
그러게요.
전승덕 목사님이 치과에 다니며 치료를 받으신답니다.
낭독하는 재능도 양보하신 채 말씀도 잘 못하시는
그분에 대한 예우로 우리는 금식을 해야 했어요.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은 권지현양이 배를 가지런히 깎는 솜씨를 보였는데
우리끼리 먹느라 어찌나 미안하던지요.
하루 빨리 쾌유를 빕니다.
ㅎㅎㅎ
배려에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사실 그렇게 큰 치료는 아닌데....
베른하르트! 대륙과도 같아서 한번 들어가면 '
출구를 찾지 못한다는 그 말이 허언이 아닐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드는 수업이었습니다.
우연히 들어 와 봤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좋은 곳이 있구나
라는 생각에 놀랐습니다.
(그냥 놀라기만 했습니다.)
그냥 놀라지만 마시구 함 빠져보세요!!!!!!!
아무나 가는 데가 아닌가봐요.
신기하고 별천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