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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작 시 특 집
한 봉 균
새 생명력 외 4편
겨우내
적막(寂寞)이 깃들었던
수리산 등산로 숲속
앙상한 나무와 풀들이
추위를 견디도록
가랑잎들은 이불 되고 거름되어
뿌리를 덮어 주었다
대한 지나고 1월 하순
정적(靜寂)에 잠긴 산속
새 생명력 약동하는 소리 들린다
땅 위는
아직도 냉기 가득하지만
다가오는 입춘 지나면
새잎과 꽃을 움틔우려고
흙속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기운
숲속 여기저기에 감돌고 있다
헤어짐과 만남
11월의 중순에 들어선 수리산등산로
낙엽 한 잎이 팔랑거리며 땅 위에 떨어진다
이파리들이 무성하여
짙은 녹음을 드리우던 숲속은 어느새
휑하니 파아란 하늘이 쳐다보인다
봄부터 여름 내내
광합성작용(光合成作用)으로
나무의 양분제공에 일역(一役)을 해오던
잎사귀의 짧은 생애를 마치고
조락(凋落)의 길로 가면서
나무에게 속삭이듯 작별인사를 고하고는
땅으로 사뿐히 내려앉는다
이별의 슬픔을 안고
그렇게 정들었던 나무에서
먼저 떨어져 내려앉은 동료들과 다시 만나
또 다른 여정을 가야한다
말라 부서져서 부엽토(腐葉土)되어
수풀에 영양을 공급하자고
자기들끼리의 밀어를 주고받는다
친구 김지도(金智道)
내게는 오래된 친구가
하나 있다
시골 중학에서 우리는 만났다
둘 사이는
한 70년의 지기(知己)로 본다
지금도 만나면
그에게서는
받을 지혜와 길이 있음을 본다
내 부족한 것이
하나 더 채워진다
K군의 향수(鄕愁)
실향민(失鄕民)으로
북한의 평북(平北) 정주(定州)가 고향인 K군은
살아 있을 때
가끔 함께
산행(山行)을 하다가도
북쪽으로 날고 있는 비행기를 보게 되면
아련히 떠오르는 유년 시절을 보내던
해안과 평야가 펼쳐진 고향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했다
남북이 가로막혀
갈 수 없는 고향을
무시로
그리워했다
그 소망 이루지 못하고
지금은
고향보다 더 먼 천국에 가 있다
거기서는
어린 시절을 살던 고향에
가 볼 수 있게 되었을까?
고향집 소고(小考)
태어나서 자라던
그립고 정든 곳
마음속 깊이 깃들어 있다
때때로
고향의 풍광(風光)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면
가슴 한구석에 고향집이 보인다
앞산 바라보며
뒷산 밑 양지 녘에
자리 잡은 우리 집
거기에 내가 머문다
5남매 양육하시던 양친의 모습 되살아나고
집 마당 앞 텃밭에 감자, 옥수수 여물어 가고
골목길, 이웃집,
5일장 서던 장터, 신작로가 있다
학교 운동장 뛰놀던 죽마고우의 우정이
가슴속에 여울물처럼 설렌다
세월 흐르고 산업화의 진행으로
고향의 산과 들은 의구(依舊)하지 않으나
유년의 정겨운 추억은
이렇듯 이따금
아스라이 떠올라 맴돌다 사라진다
* 한봉균
· 강원 삼척 출생
· 연세대학교 상학과 졸업
· 한국은행 창원지점장
· 강원은행 상무이사
· (주)대양상호신용금고 상임감사
· 창조문학 수필부문 등단
신 작 시 특 집
김 용 국
그 누군가 이 세상을 외 4편
그 누군가 이 세상을
한 치 빈틈없이
맞물려 돌아가게 해놓고서
해와 달뜨고 기울게 하며
그렇게 살아 온 한해두해가
억겁세월 흘렀다
햇님달님은 금슬 좋은 부부
광활한 이 우주를
조신조신 정성스레 가꾸는 살림꾼
반복되는 이 세상
지루하고 단조롭다고
싫증낸 적 없다
이 하늘과 땅은
옛적부터 묵묵히 지켜온 터전
평범한 진리만이
살아갈 수 있었던 오롯한 길
그 누군가 이 세상을
찬란한 빛으로 씻어 내리고
마르지 않는 영원한 샘물로
적셔주신 그날부터
이 세상 가는 길 꼬옥 붙들고
순리대로 살아간다
노부부
일가친척 자식 없는 혈혈단신이지만
자손만대 잇지 못함을
원망하진 않았다
사는 게 힘든 집 자손들
양아들 수양딸 삼아
평생을 부모노릇 했다
노부부 아끼고 되돌려 주려고
무던히도 애써 오신 삶의 얼굴
어느 날 할아버지 저 세상 가시고
며칠 후 거짓말처럼
할머니도 따라가신 하늘나라
노부부 사시던 뒤안길에 피어난
사랑 흠뻑 담은 하얀 이야기꽃
이사람 저사람
모르는 이 없다
갯벌
멀어져 가는 갯벌
미끌미끌 미끄러워 나뒹굴고
발가락 사이로
찍찍 소리 내며 삐져나오던 개흙
여기저기 뚫린 구멍으로
숨어들던 게 친구들
발가락 간질이던 조개무리
살아 숨 쉬는 갯벌 따라
무작정 걷다가
온몸에 개흙 처바르고
벌렁 누웠다
하늘이 돌고 있다
하늘이 웃고 있다
거기서 나뒹군 하루
까맣게 그을린 하루
온몸에 뭍은 개흙
하얀 마음으로 씻었다
사는 게 뭔지
하늘 내려앉은
담 모퉁이 끝자락
알량한 살림 비틀어
쪼개고 나누며 살았다
돈푼깨나 있는데도
신평 피면 갚으라던 이웃
아궁이 불 지펴
수제비 한 솥 끓여
이집 저집 퍼 날랐다
사는 게 뭔지
동네 가로지르는 신작로 땜에
대번에 흩어진 모퉁이 삶
깜깜이 멀어져간 이들
언제나 그 때 이고만 싶어
신작로 주변 머뭇거릴 때면
시리고 매찬 바람만
장날
잠 설쳐가며 가져온 작물
장바닥에 늘어놓으니
볼품없고 허술하여
머뭇머뭇 망설일 때
아낙네들 다가와
반나절 만에 떨이 했다
비릿한 생선 냄새
달라붙는 파리 쫓아
부채질 일삼을 때
산골 아낙들 다가와
말린 생선 너 댓속씩
집어 들고 가버렸다
푸줏간에 걸렸던
먹음직스런 고깃덩이
잔손질 하고 있을 때
어르신들 다가와
국거리랑 고깃덩이
새끼줄로 동여매어
날 저무는 산속 길 향해 가벼렸다
· 김용국 · 인천 출생
· 1970년 단편소설 차석상 수상(경기문인협회)
· 2011년 교원 정년퇴임(김포교육청 교육장)
· 2016년 창조문학 신인문학상 수상(시 부문 등단)
· 수필 흐르는 강물처럼
· 동화 흰구름 속의 얘기
· 주소: 인천광역시 남동구 도림로8 106동 1003호(도림동, 벽산 블루밍아파트) · 전화 010-3156-90381948년
신 작 시 특 집
최 규 학
백록담 외 4편
한라산 백록담에
물 한 사발 담기 위해
바다는 수도 없이
구름이 되어야 했다
바람은 수도 없이
구름을 밀어 올려야 했다
구름은 수도 없이
산꼭대기에 앉아
울어야 했다
정말 놀랍다
물 한 사발 담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나그네
진정한 나그네는
길 위에서 길을 묻지 않는다
다만 길이 있는 대로
길을 갈 뿐이다
길을 가다가 꽃을 만나면
농익은 꽃향기를 술처럼 마시고
길모퉁이 작은 식당을 찾아
커피 값 보다 싼 백반 한 그릇을
꿀처럼 먹는다
허기진 나그네에게
밥 퍼주는 아줌마는
꽃보다 아름답다
바람 걱정 비 걱정 다 벗어 던지고
이 마을 저 마을
길 따라 돌아다니다가
길 위에서 길을 잃어도
노래 부르며 돌아온다
걔
걔
그리워
진달래 피는 봄이면
진달래처럼 수줍던
걔 그리워
나는 바람 되어 불었습니다
걔
그리워
소나기 오는 여름이면
소나기처럼 퍼붓던
걔 그리워
나는 바람 되어 불었습니다
걔
그리워
단풍드는 가을이면
단풍잎처럼 붉었던
걔 그리워
나는 바람 되어 불었습니다
걔
그리워
눈 오는 겨울이면
함박눈처럼 왔다 간
걔 그리워
나는 바람 되어 불었습니다
눈빛
나비가 꽃에게 끌리는 것은
꽃이 나비를 바라보는 눈빛 때문이다
소나기가 나무에 쏟아지는 것은
나무가 구름을 바라보는 눈빛 때문이다
갈매기가 바다를 떠나지 못하는 것은
바다가 갈매기를 바라보는 눈빛 때문이다
내가 고추잠자리처럼 세상을 맴돌다가도
결국 너에게 돌아가는 것은
나를 바라보는 너의 눈빛 때문이다
소요사
놋쇠 심장 하나 가진
늙은 절
절은 늙었지만
심장은 푸르딩딩
마음이 공(空)한 사람
심장을 때리면
심장은 천둥소리를 내며 운다
욕심도 사라지고
성냄도 사라지고
어리석음도 사라지고
백팔번뇌가 사라진다
홍시처럼 늙은 중
귀가 어두워
날마다 심장을 더 세게 때린다
사천왕처럼 서있는 큰 바위
귀가 아픈 듯
노승을 째려본다
* 최 규 학
· 창조문학 시 등단(2016)
· 시집: 『꽃의 노래』
· (전)부여고 교장
· 공주대 겸임교수
· 한국문협 부여지부 사무국장, 충남문협 이사, 한국 문협 문학생활화위원회 위원
· 서천신문, 21c부여신문, 공주금강뉴스 칼럼위원
강 철 원
신 작 시 특 집
선암사의 가을 외 4편
깊어가는 가을
산마루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소리를 벗 삼아
조계산 자락 아래
선암사를 찾는다.
수백 년 간 풍상이 스며든
낡아 퇴색된 목조대웅전 너머로
횃불처럼 타오르다 떠난 넋을
달래주는 양,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들.
이따금
노승의 목탁소리가
깊이 메아리 되어서
떠나간 원혼들을 달래주고
처마 밑 녹이 슨 풍경들.
바람에 들려오는 소리가
오랜 역사의 슬픔이 되어
가슴에 다가온다.
늘 늦가을 이맘때만 되면
찾아오는 선암사길.
산 정상에 걸려있는 석양.
검붉게 산자락을 태우는
단풍들의 아우성들
생로병사를 알리는
소풍떠나온 그 길이어라.
정반합(正反合)
시작이 있기에 끝이 있고
그리움이 있기에 바램도 있다.
기다림이 있기에 만남이 있고
만남이 있기에 헤어짐도 있다.
얻는 것이 있기에 잃는 것도 있고
새로운 것이 있기에 버리는 것도 있다.
사랑이 있기에 아픔도 있고
아픔이 있기에 망각도 있다.
기대가 있기에 실망도 있고
실망이 있기에 애절함도 있다.
희망이 있기에 바램도 있고
흐름이 있기에 세월도 있다.
시작은 늘상 끝과 만나지만
시작처럼 가슴 설렘으로 사는 인생
아침 잎 새에 맺혀있는
이슬이어라.
마음속의 그림
전시장에서 가면
“작품에 손대지 마세요”
팻말이 아쉽다.
좀 더 가까이 하고 싶은데~~
내친김에
내 품안에 소유하였다.
세월이 흘러
당시 구입한 나의 선택에
박수를 지금도 보낸다.
주름져간 나의 캔버스
수십 년 지난 지금에도
그 느낌과 만족함이
그대로다.
나의 영원한 사랑.
정물화 속에
웃고 있는 베로니카.
본향을 향하여
되돌아보면,
한 겹 한 겹씩 쌓인 욕망들을
내려 놓다보니
이리도 가벼워 지는것을
이젠
뇌세포들도 환호 한다.
얽히고 설퀸 실타래.
교차된 묵은 오해도 풀려가니
한편으로
공허함 마져 든다.
나
이제 홀가분한 몸으로
어디로 향하던 두려울 것 있나
마음에 담아 두었던 고백도
이제야 풀어 놓아,
호숫가 향해
청아한 목소리로 그대를 부르노라.
구원의 샘에서 솟아 오른 맑은 물
호숫가에 채워 놓고서
영원히 함께 하는 본향을 향하여
겨울비
겨울비가
가슴 아리도록 소리내듯
창문을 두드린다.
형형색색의 옷을 다 날리고
앙상한 가지만을 무장한채
무성했던 나무는
찬비에 덜덜 떨고 있다.
길잃은 철새들도
추운비에 온통 젖어
울어 헤메고,
얼었던 창밖의 유리창에
타악기 소리내고 있다.
보금자리 잃은 철새 보육원을
베란다 밑에 장만하니
아우러 살아가는 배려가 필요한
겨울비 내리는
아침의 낙수 이다,
* 강 철 원
· 성균관대학 행정학과 졸업
· 고대 경영대학원 석사과정 · (주)신동 수출부장
· (주)에스지엠코 대표
· 주소: 서울 송파구 중대로24 220동 706호
· 메일 :cwkang30@hanmail.net
· 핸드폰 :010-3347-0706
신 작 시 특 집
노 영 숙
피라미드의 합창 외 4편
흑암 속 안개 걷히자
해룡의 깊은 입속에서
붉은 용암이 쏟아져 내린다
아침마다
떠오르는 저 붉은 핏덩이 속에서
인류 문명 육천 년이
쉬지 않고 꽃을 피웠다
이집트에서 파라오가 바라보았던 저 빛
시공을 초월하여 지금 내가 바라본다
붉은빛 뒤로 보이는 신기루 속
꽃잠 자던 피라미드 공주와 왕자들 줄지어 깨어
형태만 남은 머리 위로 태양을 올리고 있다
민들레꽃
외로움이 찾아올 때
전봇대 틈바구니에 낀
민들레꽃까지도
그립다
어스름한 저녁 빛을 머금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달빛 비치는 풍경 속
마음을 의지해야 하는
너이기에
유수 같은 세월에 실려 온
매미 허물을 보고
가슴속에 잠겨있던 외로움이
폭포수 되어
시멘트 바닥을 적신다
야간작업 마친 빛바랜 가로등
긴 하품할 때
민들레 홀씨 하나
이슬 타고 하늘을 난다
단풍
한여름의 햇살
온몸으로 삼키고는
주체할 수 없는 뜨거움
천둥으로 외치던 너
갈바람에
잔뜩 메마른 가슴 보고
번갯불 한 조각으로
오색 불을 지핀다
이성 잃은
산불
온 산을 휘젓더니
소리도 없이
암벽 타고 계곡 타고
산 아래로 달려와
한 평도 안 되는
차가운 내 작은 가슴에
불을 지른다
이름 석 자
이제 너를 다시는 만날 수 없다
네가 떠난 가로등 아래로
너의 체취만 남아
어둔 골목을 비춘다
무심히 흘린 웃음 한 조각
그대 이름 덮는다
차마 다 잊지 못해
늑대의 울음으로 밤공기를 가르면
강 너머 안개를 뚫고
하얀 돛단배 되어
그리움으로 피어난다
나를 기다리며
텅 빈 공간 속에서
온종일 쭈그리고 앉아
나를 기다린다
창살 넘어
이따금 들리는 사자의 소리에
섬찟 놀라 주위를 살펴보지만
나는 아직 오지 않았다
뜨거웠던 지난 여름
벌거벗은 등허리에 남은
기억의 편린들
하나 둘 뜯어내어 세어 본다
쌓였던 편린들 밟으며
급히 뛰어온 그림자 하나가
이마에 땀을 닦으며 묻는다
누굴 기다리세요
* 아정 노영숙
· 창조문학 시 부문 등단
· 충북대학교 행정학박사
· 백석대학교 겸임교수
· (재)운초문화재단 이사
· (사)이재민사랑본부 운영이사
· 충청북도시인협회 이사
· (주)나주성 총무이사
· 충청북도 아동부연합회 선임부회장
· 시집『옹이도 꽃이다』
· 28611 청주시 서원구 신율로13(개신동, 푸르지오아파트 404-2201)
· 이메일: summer3386119@hanmail.net
신 작 동 시 특 집
류 영 철
세수 외 4편
아침마다 우리 얼굴
씻겨주던 할머니
어느 봄날
알록달록 꽃가마 타고
하늘나라 가셨다
그날 이후
우리 얼굴은 먼지가 쌓이고 때가 끼어
서로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그 모습이 안타까워
하늘나라 할머니는
이따금 소나기로
우리 얼굴을 깨끗이 씻어주신다
지구가 아파요
사람들이 지구 배꼽에 긴 관을 박고 있어요
지구는 배가 아파 밤새
꾸루룩 꾸루룩
지구 위에 서 있는 긴 다리
흔들흔들
높은 건물도
흔들흔들
지진이 났다고 난리가 났어요
사람들이 지구의 수많은 초록 머리털을
싹뚝 싹뚝 자르고 있어요
지구는 온종일 태양 볕으로 땀방울이
주루룩 주루룩
지구 위에 서 있는 긴 다리
흔들흔들
높은 건물도
흔들흔들
장마가 졌다고 난리가 났어요
옥수수 밭
옥수수 밭에 가면
하얀 수염의 산타할아버지가 많이 계셔요
등에는 커다란 선물 보따리 메고 있어요
옥수수 밭에 가면
초록치마 입은 누나가 많이 있어요
등에는 어린 동생을 업고 있어요
옥수수 밭에 가면
온종일 뻥튀기 할아버지 큰 소리가 들려요
뻥이요 뻥, 뻥이요 뻥
옥수수 밭에 가면
온종일 하모니카 소리가 들려요
도레미파 솔라시도 도시라 솔파미레도
알았지
너희들
바다에 떠다니는
콜라병 먹으면 안 돼
알았지
너희들
바다색이 까맣게 보이면
들어가면 안 돼
알았지
너희들
사람들이 낚시하는 곳에서
놀면 안 돼
알았지
파도는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고래, 물개, 갈매기를 모아 놓고
커다란 소리로 외치고 있다
너희들, 그러면 안 돼
알았지
고마워
“영차 영차”
오늘도 뿌리는
깜깜한 땅속을 향하여
힘차게 내려갑니다
“영차 영차”
오늘도 새싹은
파란 하늘을 향하여
힘차게 올라갑니다
뿌리야
물을 보내줘서 고마워
새싹아
공기를 보내줘서 고마워
· 류 영 철
·「창조문학」(2016) 시 등단 한국수필(2018년)
· 청주시1인1책 지도강사, 스토리텔링 작가, 경제학박사
· 동시집:『참 잘했어요』 수필집:『현의 울림 속에서』
『떨림과 울림』 · 사슴동인회 활동 등단연도 2016년
· 충북대학교 연구원, 겸임교수
· 청주시 흥덕구 경산로 43번길 30-1(가경동) 404호
· 핸드폰 : 010-6250ー7174 · 이메일:zero7171@hanmail,net
이 양 복
▪「창조문학」시(1995) 등단
▪창조문학대상 수상 ▪한국창조문학가협회 운영이사
▪시집『그 선명한 구름꽃들』『그대를 기다리며』『어떤 일월』
▪이메일: lyblyb@hanmail.net
봄 시단
주마간산 -일본기행 3
날이 밝아 창문을 연다
꽃나무 몇 그루 연두빛 이파리를 내민다
6층 창가에 작은 화단이네요
이층관광버스를 타고 시내를 지나간다
그야말로 산뜻한 거리
뒷골목도 절대 청결이다
빌딩은 즐비해도 고층아파트는 없네요
어떤 신사를 방문했다
사찰 같은 느낌이다
내부가 완전 오픈되어 있고
고전복장으로 남녀 여러 사람이
뒤섞여 앉아서 기도중인 듯
전체 분위기는 공원이다
눈쌓인 규우슈우
산길과 들길을 아득히 달린다
경지정리가 잘된 넓은 들녘
비닐하우스가 전혀 없네요
가끔 다랭이 논도 보인다
시골 주택은
거의 검은 기와지붕 흰 벽
이층집이 대세다
유황온천 지대를 가보았다
여기저기서 새하얀 김이 솟아오른다
거리에는 상점이 별로 없네요
족욕하는 곳이 있어 들려보니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혼란스럽다
저녘식사시간
매우 정결한 다다미방이다
각각의 나무쟁반에 작은 사기그릇에
적은 양의 음식이 참 인상적이네요
카메노이 호텔 칠층에 여장을 푼다
오늘 내가 받은 일본사람들의 인사성과
친절함과 겸손함을 생각하며
기분 좋게 잠들 수 있는 밤이다
.
봄 시단
· 1975년 주부 백일장 “시” 입상 (한국)
· 2001년 제 32회 한민족 통일 문예제전 일반부
· 외교부 통상부 장관 상 동화 ( 순이와 매워새 )
· 동시로 등단 2002년 (이진호 선생님 추천 )
· 2004년 문예 창조 8월호 동시 등단
· 시집 『내안에 자리 잡은 사랑』외 7권
· 동화 집 『수자의 하늘』외 7권
· 수필집 『행복은 별건가요』외 6권
주소 47-757 HUI KELU ST,#801
KANEOHE, Hawaii 96744 (C)(808) 990-1365)
김 사 빈
아침산책 외 2편
햇볕 한 줌 ,하늘 한 조각
바람 한 점 등에 지고
아침을 걷는다
노래 한 움큼 사고의
끝자락을 달고
흥얼거리면 말 없는 숨결이 밀어준다
오는 하루를 올리면
받으시는 손길이
가만 가만 속삭임
그래 다 안다
미소 한 조각
새소리 한소끔
이슬 한 방울을 밟고 건너가며
가슴으로 감지해 오는
그리움이 자리 잡는다
심연 속에 끄집어낸
아픔과 옹이가
사랑으로 황홀하게 피어나기도
아침마다 일상이 된 걷는 길
그대가 깃들 수 있는
둥지를 만들고 있다
동행 해 준시간이
만나자는 절규가
바쁘게 다가왔다
묶었던 정을 털고 찾아갔다
오래 숙성된 갈증으로
갈잎처럼 빛이
바래어져 있었다.
잘못 먹은 게
가슴을 시리어 와
비움으로 하루를 보냈다한다
보채듯 젖은 눈빛은
절망에서 건너온 이웃이다
그를 태우고
산책 갔다, 산과 들로 바다로
한 바퀴 돌며
가두어 두었던 고인 그리움을 쏟아 놓았다
피지 못한 저녁노을처럼
얼굴엔 박꽃이 피어나더니
잘 놀았다 한다
하루가 너 무얼 하니 물어온다
내 모습이려니 하고
놀아 주었다 말하니
잘 했다 말해준다
바람이 그래 맞다 끄덕여 준다
의식의 끝
의식의 끝은 붙잡으면
그 끝자락에는 발견되는 것
자아의 시간이다
하루를 붙들고 일어서는
의식의 구조는 항상 신비를 동반한다.
같은 것을 반복하지만
매일 새로워지는 것은 생각의 차이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는 것
아름다움의 극치를 추구하지만
거기엔 유년이 있었다는 것.
그 곳에 자라고 있는 것은
그리움이나 추억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집착하는 것
의식의 끝을 달리는 것은 사명이기도
잠시 기억으로 남겨질 흔적이다
이 세상에 왔다 가는 길이기도
한 번도 남을 위해 살아 본 적 없던 날
포장된 삶이었다는 것을 발견될 때
늦어 버린 삶이라는 알았을 때
한바탕 굿을 벌였다는 것뿐
의식의 끝은 종말이다.
봄 시단
․ 창조문학 2014년 가을호 92호로 평론등단
․ king-202@hanmail.net
․경희사이버대학원 문예창작학과
․1981~1983년 연극대본 「탈출」, 「감자」,
․「창조문학」시(2012), 「예술세계」(2000) 희곡 등단
․대구문화재단 전국작가공모전 희곡부문(2012) 당선
․장막희곡- 「아내의 손님」,「독도영웅 안용복」,
「영영 별신」「녹색겨울」 등.
서 영 칠
경자 년의 해오름
잡귀를 쫓는다고
공공 짖어대는 겨울의 깊은 밤
침묵은 빈 절구에 잠들고
눈멀고 귀 먼 새댁이 맞이한 새벽
초산의 고통은 눈물로 다가오고
멍든 검은 파도를 껴안으며
핏덩이를 수평선에 낳는다
탄생의 비명을
온 천지에 남기려고
치열한 생명의 바다에서
늘어진 푸른 탯줄을 자른다
검붉은 어둠에
날갯짓하는 갈매기 떼
잠든 대지에 입을 맞춘다
오, 오! 그대여!
수십 년 만에 만난 자식 비비듯
낮과 밤의 깊은 상처를
노래로 곱씹어 나누며
춤으로 여울지지 않는가
거친 손을 모아서
지친 영혼을 위해 기도할 때면
어느새 겨울 산들바람은
여명에 풀잎으로 드러눕고
담금질하는 저 붉은 시련은
분절된 시간 속에
영광과 환희의 꽃으로
영일만에 새롭게 피어난다
임 형 선
· 충남 금산 출생(1947)
· 중앙대학교 사범대학 가정교육과 졸업
· 문예창작교육: 대전 동구문화원 수강(강사: 빈명숙)
· 한남대 평생교육원 수강(강사: 손미)
· 한밭 문학아카데미 동인
· 전화: 010-2311-8251
· 34424 대전시 대덕구 한밭대로 1297번길 339
봄 시단
매몰찬 이별1 외 2편
두 손 잡고 겨우 몇 발자국 남긴 모국
환송해 주는 이 없이 떠나는 비행기
낯선 파란 눈동자
그를 품안은 눈빛이 사랑으로 넘쳐흐른다
울음은 그의 품을 박차고 탈출을 시도한다.
“영수야, 영수야”를 부르지만
태어난 곳을 향해 발버둥 친다
노르웨이 양부모에게 빌려준 내 품
“영수야, 영수야” 몇 마디에
된장 냄새 김치 냄새 찌든 익숙한 냄새에
그 어린 생명은 잠이 든다
씩씩하게 자라라
다시 돌아오라는 심장의 언어
무언의 약속
그를 이국땅에 내려놓는다
그가 박아 놓은 못 자국
함몰된 상처가 지금도 아프다
매몰찬 이별2
발자국도 남기지 못하고
손자국만 남긴 어린 새싹
저승사자처럼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듯
눈물 흘리는 저 화분에서 뽑아 들었다
항거할 수 없는 유일한 수단 눈물도
비행기 소리가 잠을 재운다
이름만 아는 12시간의 짧은 인연
내 심장에 딱 달라붙어 새끈거린다
그를 돌돌 말아
노르웨이 양부모에게 공 던지듯 던지고는
매몰차게 돌아서는데
그 어린 핏줄이
내 목덜미를 잡아 당긴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이것이 동족인가 자꾸만 내 발등이 젖는다
까치
2020년 0시부터 내리는 눈
소복소복 쌓이는 축복
설피 댄 까치발로 총총대는 매신저
발 시려 웅크린 전깃불
소조히 앉아 있는 눈을 지그시 밟고
이집 저집 기웃대더니
당신 집 소슬 추녀 끝에 앉아
소악한 손으로 카톡과 SNS를 보낸다
무사히 지내 온 2019년을 감사하고
2020년 다복하라고 축원을 한다
봄 시단
․「말씀과 문학」시(2001)로 등단
․ 창조문학 대상
․한국 외국어대 불문학․ 연세대행정대학원 행정학
․시집:『수진원의 시편들』『님」「녹시』
『아버지의 원대로』․『하늘이 주신 땅』
․http://www.jeongsomoon.com ․ ․somoon@jeongsomoon.com
․주소: 서울 중랑구 동일로 130길 71(중화동)
정 연 홍
염원 외 1편
쇠를 갈아서 바늘로 바꾸는 정성과
삼백 육십오일 하루 같은 마음으로
생명의 말씀 받아 수를 놓게 하소서
-사랑하는 자들아 주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다는 이 한가지를 잊지 말라(벧후3:8)
아버지의 유언
비바람이 손님이었고
그림자가 절친이었던
아버지의 오랜 유언은
당신이 죽으면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고
아껴 입었던 감색양복을 입혀
당신의 분신이었던 손수레에 싣고 가서
당신의 손이었던 삽과 곡괭이로
땅을 파서 선산 가묘에 묻어주고
혹 소문 듣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극진히 대접해서 보내고
절대로 조의금은 받지 말라는 것이었고
“수진원은 하늘이 내게 주신 땅”이므로
정직한 후계자를 세워
誠地로서 지켜야 하며
그 열매는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유언은
산을 두르고
농장을 안고 흐르는
하늘빛 강의 마음이다
-물에 비치면 얼굴이 서로 같은 것 같이 사람의 마음도 서로 비치느니라(잠27:19)
봄 시단
·「창조문학」시(2012) 등단
· 비단 산 문화축제 백일장 심사
· 백제 서각 체험교실 운영 · 한국서화 협회 초대작가
· 『은평문예』 작품수록
· 동인지『한여울의 맑은 꽃』『대지의 한여울』
· 전화: 010-9077-8681
· 이메일: cookie910@hanmail.net
최 국 희
그대는 별의 씨앗1 외 1편
어둠을 향해
보석을 확 뿌렸나봐
저토록 빛나고 아름다운 걸 보면
수정처럼 맑은 빛을
온 몸으로 뿜어
맑은 어둠을 비추고
정釘으로 돌을 쪼아 내 듯
공들여 그대 몸을 다듬고 있다
멀고도 긴 고독의 세월
스스로 빛이 되어가는
가슴 시린 사연
그대는 별의 씨앗2
회상의 바람을 타고 왔나봐
내 안의 웅덩이에서
한 바탕 요동치는 걸 보면
밤 이슥하여 고요해지면
마을의 젖줄인 우물
그 쉼터에서
어둠을 걸러 내던 별
그대는 풋별이다
내 안에 살아있는 희망이다
별 하나
나 하나
내 가슴에 이어지는 긴 사연
봄 시단
· 창조문학 등단
· 건국대 화학과
· 총신대신대원
· 말씀교회 담임(현)
유 화 선
아름다운 근원 외 1편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글은 성경이고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찬송가이고
가장 아름다운 마음은 기도다.
이 모든 것을
예수 안에서 찾은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리움
"하나님은 사랑이시라"는 말씀보다
더 아름다운 시구를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일곱 번을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여
몸을 찢어 심장을 빼어 준 神을 본 적이 없습니다
"주님의 말씀은 순결함"이여
순금보다 더 당신을 그리워하나이다
봄 시단
구 연 민
· 국립 공주사범대학 수학교육 학사
·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육행정학 석사
· 한국연합신학대학 사회복지학 석사
· 사단법인 대한노인회 강남지회 부설 강남노인대학 부학장
· 『나는 돌뱅이다』 수상집 출간.
· 동문 동호회에서 시작활동 중.
· 전화:010-3368-0035
· e-mail: san415@hanmail.net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여일지승(如日之升)이고
(솟아오르는 태양과 같고 )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 내 가슴 안에
여산여부(如山如阜)이며
(산 같고 언덕 같으며)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세월이 지나도
여천지방지(如川之方至)하듯
(냇물이 바야흐로 흘러 이르듯이)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여월지긍(如月之恆) 하리라.
(영원히 변함없는 달과 같다.)
봄 시단
· 1960년 6월 26일생(양력8월18일생)
· 한국국보문학회원, 조협문학회 회원, 함덕문학회 회원
· 정부모범공무원 선정, 함덕초 자랑스런 동문상 수상 등
· 제주도 공무원 1981~2017(36년 근속) 조천읍 주민자 치위원, 조천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 주소 : 제주시 신설로 55 한일베라체 103동405호
· 연락처 : 010-6650-0338
· 이메일 : msb338@naver.com
문 석 부
만추 연가 외 1편
여름 내내 불꽃이 번졌는가
산길 구비 구비 들꽃 천지로구나
풀벌레 울음소리에 지친 더위가
치장 미덕에 쫓겨나 멀어질 때부터 시작된 갈바람
단풍을 흔들고 깨워
고통으로 빚은 상처만 뒹군다
시샘하는 가을비에 낭만을 잃은 낙엽
빗물이 고인 숲길은 눈물 뿐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삼세번 외쳐도
허수아비에게는 메아리가 없다
누더기를 걸친 네 어깨 죽지에
쉬고 가는 한 마리 고추잠자리 평화로운 잠과
아! 나를 외면하는 양떼구름
밤이 깊으면 창가의 귀뚜라미도
짝을 찾아 울어대는데
옛적 내 짝 생각에 흐르는 눈물
달빛 구름에 가려진 추억의 연가
잡초처럼
인생이란 뭐가 그리 대단 한가
점 같은 흔적 하나 남기는 거
하늘에서 보면 모두 하찮은 일인데
물 흐르는 순리대로
잡초처럼 살다 갈 일이다
가뭄, 폭풍우, 추위를 견디며
꿋꿋하게 사는 나무의 인내를 배울 일이다
영정 사진보다
먼저 잊어지는 게 인생이라
길가에서 자란 들풀처럼 채이며 살 일이다
잊혀지고, 지워지고, 막물처럼 흘러가는 인생
침묵 깊은 노래처럼, 묵상하는 기도처럼
흐르는 대로 갈 일이다
흙먼지 바람에 쓰러지고, 지나가는 발에 밟혀도
다시 일어서는 잡초처럼
모질게 살다 갈일이다
봄 동 시단
▪「창조문학」동시(1996) 등단 ▪본 협회 운영이사
▪한국창조문학대상, 전국 교육체험수기 교육부장관상, 전국 주부백일장 수필부문 우수상 수상 ▪예원 동인 ▪동시집 『정말 모르지』외 ▪이메일: chang-gang@hanmail.net
진
배 진 희
할미꽃
할미할미
할미꽃
아장 아장
재롱둥이 손주
업어주다
등이 굽은
우리할미
할미할미
할미꽃
개구쟁이 손주
부르다
목이쉬어
목이 굽은
우리할미
할미 할미
할미꽃
새벽이면
사랑둥이 손주
잘되라
고개 숙여
기도하는
할미할미
할미꽃
봄 시조단
· 강원시조문학회원 / 강원여성문학회원/
· 춘천여성문학 회원 / 춘천수향시낭송회 회원
· 신사임당상 대상 수상 /춘천시민상 수상
· 목향한글서예연구소 소장
· 한국예술문화원 캘리그라피 춘천센터소장
· (사)강원여성서예협회 이사장
· 전화: 033-253-2992 / 핸드폰: 010-2339-4179
· 이메일 cko1023@hanmail.net
· 주소: 춘천시 방송길70.103동 1101호(온의 롯데캐슬 스카이 클래스)
정 광 옥
60대의 부부이야기 외 1편
음력 삼월 하늘에는 제비 한 쌍 날아와
농촌의 곡우 날에 가래질 할 쯤에는
찰흙과 지푸라기를 물어 집을 짓는다.
전깃줄 앉은 제비 무슨 얘기 하는 건지
뿌지직 똥 갈기면 지지배배 거리며
작년에 주인을 찾나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제비 한 쌍 추녀 끝에 둥지를 틀어놓고
자식들 수북이 낳아 멀리 떠나보내고
남루한 집한 채 속에 노부부만 남아있다.
어머니 그리며
동짓달 긴 밤의 파고드는 뼈가 시리고
허기진 어제 꿈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문풍지 서럽게 울면 어머니가 그립다.
호수에 겨울이 드니 철새소리 들리고
한기寒氣에 못 이긴 까마귀 노목老木에 앉아있고
설중에 한 송이의 꽃 어머니 등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