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편지로 부산하던 자식들이 정월대보름에 모두 모였다. 오늘은 과거 앞산공원에서 재탄생된 ‘성불산 대공원’에 모시겠단다. 마침 스크린 룸에서 손자들이 응석을 부려 함께 떠났다. 대구의 광역전철망은 시·도를 가리지 않아 2032년 말엔 경북 포항시와 경남 밀양시와 창녕까지 개통될 예정이란다.
나는 대구광역시 경산구에 거주한다. 대중교통에 익숙한 터라 5년 전에 구입한 수소연료전지(Fuel Cell Vehicle) 자동차를 놔두고 전철에 올라 범어역에서 다시 비슬산순환급행버스로 환승했다. 앞산순환도로는 들안길까지 고가도로로 연결돼 상동교 신천회전 나들목에서 내렸다. 고산골이 ‘공원타운’으로 변신했다. ‘성불산 대공원 관광센터’를 중심으로 어린이 놀이시설과 동물원 그리고 송현동의 청소년수련원을 이설한 유스호스텔이 대성황이고, 고산골 계곡 전체가 생태하천으로 바뀌어 신천의 물고기가 법장사까지 박차 올랐다.
옛 남구구민운동장을 포함해 새로 만든 거대 주차장엔 전국 관광버스와 승용차가 오와 열을 맞췄다. 앞산순환도로 가로수는 이팝나무 사이에 가시나무를 한 그루씩 갱신해 겨울에도 완벽한 녹색도로다. 강당골의 ‘숲속 호텔’에는 외국인이 대부분이었다. 큰골의 버스 종점도 복개를 헐었고, 거기 생태연못엔 청둥오리가 노닌다. 케이블카는 옛 앞산수영장으로 옮겨 정상부 성곽의 동문 구간까지여서 대만원을 이루고, ‘성불산성’을 복원하면서 관기 안산인 성불산 산 이름과 문화재 명칭도 되찾았다. 최고봉은 기념촬영장이 됐고, 달맞이 인파는 낮부터 보루와 산정누각에서 방패연 등 갖가지 연날리기가 한창이었다.
왕굴을 비롯한 여러 풍화동굴과 주상절리는 모두 역사지리교육 코스로 바뀌어 문화재해설사가 바쁘다. 도시재생으로 뚜렷하게 보이는 ‘연귀산 도심공원’은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연상케 했다. 그게 기린산·석빙고·수도산에서 생태교량을 건너 건들바위·대구향교를 포함해 연귀산까지다. 달서천은 1918년 측량도를 따라 신천에서 다시 도심을 관통한다. 아미산·동산·달성·비봉산을 거치고, 거기 ‘비슬산지맥 하식애 걷기길’도 이미 명소란다. 달서천이 도심을 관통한다는 점에서 서울의 청계천과 유사하다. 하지만 하천을 끼고 산자락의 하식애가 남아 있어서 걷기 길은 청계천을 능가하고도 남음이 있다.
매자골엔 캠핑카와 텐트족이 겨울에도 붐볐다. 옛 청소년수련원은 워터파크로 재건축해 야외물놀이장이 더 인기다. 월곡지의 음악분수도 제법이고, 새로 닦은 ‘성불산 중턱 길’도 인산인해다. 그게 달비골서 성 북문과 편백숲, 마애불상을 거쳐 가창까지다. 일보일경 마지막에 보름달은 솟았고, 마침 산양인가 했는데 힐끗 돌아보는 놈은 고라니였다. 야호! 금지 덕택이리라.
(시인·전 대구시 앞산공원관리사무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