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금성산성과 함께 호남 3대 산성중 하나라는 장성 입암산성을 가고자 마음 먹고 날짜를 보던 중 일전에 함께 가자고 약속한
서현희형제와 함께 가기로 하고 월요일이 쉬는 날이라 하여, 내 사정 제쳐두고 이 날로 잡아 길을 나선다.
인터넷 지도찾기나 블로거들의 글을 잠시 봐서는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알아볼 수 없어서 작전계획 없이 그냥 나섰다.
첨단에서 국도1번을 타고 장성을 지나 도로공사 현장을 스쳐가며 북하면소재지를 지나 장성호를 왼쪽에 두고 조금 더 전진하니 마침내 입암산성 8.4km 입간판이 반갑게 서있다. 그러나 그대로 직진만 한다면 백양사 I.C까지 가게 될뻔 하였는데, 남창계곡이라는 이정표가 오른쪽을 가리켜서 들어가니 그곳이 바로 내장산 국립공원 남창계곡이요, 입암산성으로 가는 제대로 된 길이었다. 간혹 목적지를 찾아가면서 당황스러운 것은 이정표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남창계곡으로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높은 산봉우리들이 손짓한다. 서형제는 아무데고 주차하고 그냥 길 만들면서 저 산을 오르자는데... 아직 입암산성이 어디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 또한 여긴들 어떠하리... 하며 장단을 맞추었으나 없는 길을 개척해서 가자는 말에는 답이 안나와서 한참을 웃었다. 그렇게 운전대 잡은 내 감대로 직진하니 국립공원 입구 안내소가 있고 또 안내도가 세워져 있어 차에서 내려 살펴보니, 우리가 제대로 들어왔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된 것이다.
전체 내장산 국립공원 안내도 가운데 입암산성부분만 카메라에 담아봤다.
남창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등산화를 착용하여 베낭을 메고 나서면서 다시 협의하길, 오면서 보았던 그 산봉우리는 다음 기회에 도전하기로 하고 여기 입암산성을 둘러 보기로 하였다. 아직 산에 접어들기 전에 가게에 들러 라면과 과자, 초코렛 등등 서형제는 먹지 않으면 재미가 없다면서 이것 저것 산다. 나는 몇가지는 필요없다고 빼고... 나는 제 끼니 외에는 별로 먹지 않는 타입인데...하지만 먹는 것이 재미고 또 먹어야지 힘이나고 뭐든 할 수 있다는 서형제의 지론에 나도 기꺼이 참여해 본다.
늘 혼자만 다니다가 둘이서 이렇게 산행을 하니 이런 저런 이야깃 거리도 많고 심심치 않지만, 자연을 내밀하게 들여다 볼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어 아쉽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이렇게 사진을 서로 찍어줄 수 있고, 나만의 시각이 아닌 타인의 시각도 존재하며 상호 지식을 나누는 상황이 전반적으로 즐거운 산행이 되었다.
위 안내도상 은선동 삼거리지점에서 오른쪽으로 향하였다. 금성산성 일주하듯 이번 입암산성도 시계 반대방향으로 족적을 남겨보고지 한다. 여기는 남문인데 이 산성에서 성곽이 유일하게 남아있는 흔적이란다. 이 마저도 기단 하부 1단계만이 이끼가 낀 흔적으로 보아 옛 모습을 가늠해볼 수 있고 그 이상의 석축은 근대 이후에 복원하였으리라 짐작된다. 이 남문이 바로 수로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비가 올 때는 이곳을 통과하기 어렵고 왼쪽으로 돌아서 옛 산성의 내부로 들어가야 한단다.
남문을 지나 산성의 내부로 들어가면서 적잖이 놀랐다. 지도상 남문에서 북분 사이 내부가 펑퍼짐하고 물이 풍부하여 적어도 기천명은 상주할 만한 자연조건을 취하였고, 식물자원이 다양하고 아름답게 분포하여 이곳 저곳을 뒤져보았다. 빠알간 꽃잎속에 감춰진 작은 열매가 그 자체로 꽃 송이가 되어 서형제를 유혹하고, 이토록 높은 곳 입암평전에서 시냇물이 졸졸졸 그치잖고 흘러다니니 그 옛날 숲과 인간의 조화가 어렴풋하게 상상이 된다.
정유재란당시 형제가 의병으로 출진하여 장렬히 전사하였다는 추도비문을 읽고, 또 동학농민혁명당시 전봉준의 행적이 기록된 글을 읽으며 역시나 산성은 평화를 추구하는 전쟁터였구나.
수풀에 감싸인채 입암평전을 거슬러 북문터에 이르는데, 우측으로 입암산(700m고지)으로 이르는 길과 갈라져, 좌측으로 갓바위로 향하는 이정표에서 우린 왼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여기서 북쪽은 전라북도 정읍이다. 군데군데 가파른 지형에 어울리게 석축의 흔적이 보였지만 옛 산성의 용모는 일부러 찾으려 애쓰지 않는다면 그냥 등산로 일 뿐. 능선을 따라 바위 봉 두어 개 지나가니 험 한 봉우리에 얼키설키 메어놓은 사다리 등산로를 지나니 마침내 최고의 전망, View point가 스르르르 열린다.
호남고속도로 노령산맥 관통구간이 바로 앞에 펼쳐지고, 국도 1번 눈 쌓인 비포장길 추억속의 그 길도 방장산 허리춤에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갓바위 정상에서 동쪽으로 입암평전을 잡아보려 서형제에게 포즈를 요청하였다. 아래 갓바위에서 내려다 보는 전라북도 정읍지역과 멀리 선암산과 변산반도 그리고 새만금간척지도 보인다.
다시 입암평전을 뒷배경으로 삼아 앉아서 방장산을 전망하며.... 혼자서는 이런 사진을 담을 수 없다.
고속도로로 가든 국도로 가든 임암저수지를 스쳐 지나게 된다.
갓바위에서 바라보는 국도 1번, 고속도로 25번, 호남선 철길 그리고 바로 아랫편에 새로 닦고 있는 고속도로, 저것은 아마 순창으로 향할것 같고 전주-순천간 고속도로와 만날것 같다.
발 목이 부어오른 서형제에 맞춰 산행을 여기서 마무리 하고 귀가길에 올랐다. 우리가 첨단에서 출발하여 이곳에 이르는 길이 빙 돌아서 왔다는 서형제의 말에 갸웃하며 짧은 길이라는 병풍산 한재골로 향했는데, 과연 한재골이 바로 코앞이었다. 우린 한재골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며, 어느새 늦가을로 치달아 버린 계절의 아쉬움을 달래본다. 거기서 첨단까지는 "ㄱ" 자와 "ㄴ"자의 길이가 그렇듯 엇비슷 하다는... 하지만 도로가 한가하니 훨씬 여유롭게 귀가할 수 있었다.
우리 첨단의 장로정원회 회장인 서현희형제님은 내가 광주로 이사 오던 날 집을 방문해 온 첫번 째 형제였다. 축구를 좋아하고, 최근 세 딸에 이은 네번 째 자녀로 아들을 보았다. 성장배경이 시골출신으로서 나와 비슷하여 상호 교감하는 바가 편하다.
Ha ha ha 산에 다녀와서 이렇게 배부른적은 처음이다.
첫댓글 잘 어울립니다~~~~ 전라도지역 산은 몇군데(지리산.덕유산.마이산..)말고는 못가보았는데...산 정말 많은거 같네..... 코펠이 김이 모락 모락 나는게 맛있겠네~~
하하 전라도 산이 밋밋하고 푹신할 듯하지만 의외로 뾰족솟은 바위산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요즘와서 느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