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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차후기) 미시령 옛길 라이딩 [46번 미시령 옛길, 만해마을, 미시령 업힐, 속초 내리막길 풍경]
“맑은 계곡을 따라 난 한적한 길은 산 속으로 파고들며 사라질 듯 하다가 이내 다시 나타나고, 이어지는 6~7km 구간을 풍경에 취한 자전거는 술 취한 듯 비틀거리며 달린다.”
[출발]
성남에서 07:20분 원통행 버스는 설악산 단풍 마지막 피크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이른 시간부터 만원이다, 버스 터미널에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마지막 남아있는 한자리 표를 얻는 행운을 얻었다. 기분 좋은 징조다. 서울~ 춘천간 고속도로에는 안개가 잔뜩 깔리고 차량들의 행렬이 꼬리를 문다. 주말의 이런저런 도로 사정을 예상 못한바 는 아니지만 금년이 가기 전에 미시령을 넘어야겠다는 마음에 갑자기 계획한 자전거 라이딩, 출발이다. 10:00 원통에 도착하였다.
[미시령 고게]
미시령의 해발고도는 826m이며 북쪽에는 신선봉(神仙峰, 1,204m), 남쪽으로는 황철봉(黃鐵峰, 1,381m) 사이의 안부(鞍部)에 해당한다. 이곳을 오르는 미시령 옛길은 수려한 백담계곡과 십이 선녀탕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줄기 ‘북천’ 을 따라 이어지며 고개를 넘어 속초까지 내리막길에서는 우편으로 펼쳐지는 웅장한 설악봉우리들 이 병풍처럼 펼쳐진 광경을 볼 수 있다. 미시령은 자전거 라이딩 하는 분들에게는 최대 난코스로 알려져있다. 별도의 자전거도로는 없기때문에 간간히 국도를 이용하고 미시령 옛길과 지방도를 최대한 이용하였다. 원통 버스 터미널에서 오전 10시에 출발한 자전거는 한계교차로까지 국도를 이용하고 그곳에서 ‘북천’을 따라 그림처럼 이어지는 46호 미시령 옛길을 지나 십이선녀교 와 만해마을을 통과하였다. 본격적인 미시령 업힐 이 시작되는 용대 삼거리부터는 국도를 따라 미시령 길을 오르다가 터널 입구에서 갈라지는 미시령 옛길로 들어서서 정상을 오른 후에 속초까지 내리막길을 달리고 오후에 귀경하였다.
미시령 오르막길 풍경
[46호선 미시령 옛길]
한계교차로에서 속초, 미시령 방향으로 국도를 따라 약 100미터쯤 오르다가 오른쪽으로 내리막길 46호선 미시령옛길로 진입하여야 한다. 그 길을 놓치게 되면 국도를 따라 터널로 진입하게 된다. 이곳 옛길로 들어서면 다리를 건너 주유소가 나타나고 국도 교각 아래로 46호 미시령 옛길이 북천을 따라 그림같이 이어진다. ▶옛길 도착시간 : 10시 40분.
46호선 미시령 옛길 초입 다리건너
북천을따라 그림같이 펼쳐지는 한적한 옛길
이 길이 미시령 자전거길 에서 가장 아름다운길이며 이 길을 놓쳐서는 안 된다. 맑은 계곡을 따라 난 한적한 길은 산 속으로 파고들며 사라질 듯 하다가 이내 다시 나타나고, 이어지는 6~7km 구간을 풍경에 취한 자전거는 술 취한 듯 비틀거리며 달린다.
쌍다리 쉼터
이 구간의 절정은 쌍다리 쉼터 구간이다, 찾는 이가 없는 쉼터에는 고요한 정적만이 흐른다. 붉게 타는 산, 나무들 사이로 맑은 햇살이 속속들이 스며들어 작은 조각들이 비늘처럼 반짝거린다. 크게 드리운 산 그림자들은 어둠과 빛의 경계를 갈라 곱게 물든 단풍들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온몸에 쏱아지는 따스한 햇살에 마음이 평온하다. 잠시 이곳에서 그냥 쉬다가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곱게 물든 단풍
쌍다리 쉼터 부근 맑은 햇살
자전거를 팽개치고 물가로…….
이 길이 끝나는 즈음에 ‘높은 산 농수산물 직판장’ 부근에서 약간 혼선을 일으키기 쉽다. 이 지점에서 국도 오른쪽으로 아래로 난 길을 따라가면 십이선녀교 까지 도로사정이 약간 좋지 않으며 일부구간은 현재 포장공사가 진행 중으로 향후에는 이 길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십이선녀교는 건너지 않고 [이 다리를 건너면 십이 선녀 계곡으로 들어간다.] 위로 만박촌을 지나면 만해 문학 박물관으로 가는 길이다. 만해교를 지나 이정표를 따라 올라가면 약 1km전방에 만해마을이 나타난다. ▶만해마을에 도착시간 : 11:40분
[만해 마을]
‘만해’ 한용운 그는 한국문학사의 대표적 시인이자 불교의 대선사, 민족운동가로 일제 강점기에 불교계를 대표한 민족대표 33인중 한사람이다. 충남 홍성에서 출생하였고 약관 18세 때 향리의 글방에서 가르치다가 홀연히 입산하여 보은 속리사와 강원도 월정사를 거처 20세에 이곳 백담사에 이전되었다. 25세에 시베리아와 만주등지를 여행하고 26세에 고향 홍성에 잠시 귀향하였다가 이듬해에 백담사로 다시 돌아가서 정식으로 승려가 되었다. 불교개혁에 앞장선 그는 32세에 불교 개혁을 역설한「조선불교유신론」을 탈고하였으며 그의 대표적 시 ‘님의 침묵’ 은 1925년 그의 나이 47세에 이곳 백담사에서 쓰여진 글이다. 1944년 그의 나이 66세에 광복을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였다. 그를 기리는 이곳 만해마을은 2003년 에 건립되었다.
승려로서 시인으로 그리고 독립운동가로 파란만장의 생을 살다간 그는 한 인간으로서의 아품을 안고 살아간 사람이었다. 14세에 고향에서 결혼하여 출생한 아들이 있었으나 아버지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자라난 그는 어머니의 손에서 자라며 가난으로 인해 엿장수, 거지노릇을 전전해야 했다. 이 무렵 만해는 이미 사회적 명성을 얻어 새로운 가정을 차리고 있었는데 이때 아버지의 소식을 알게 된 아들이 서울로 만해를 찾아가자 호통을 치며 그를 매정하게 뿌리쳤다고 한다. 그러나 그날 밤 이후 만해는 며칠 동안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두문불출 하였다는 일화가 있다.(발췌:[법보신문] 이재형 기자 2010.08.09 |) 그의 아들은 뒤늦게나마 만해의 주선으로 홍성지역 신간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항일운동과 그 후 남로당 원으로 활동하다가 1950년 가족과 함께 월북하였고 김일성은 그에게 특별한 대우를 하였다고 한다. 1977년 73세로 북한 땅에서 유명을 달리한 그는 자손들에게 통일이 되면 선친의 묘소를 찾아보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관내를 잠시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 바닥 가장자리에 놓인 시비가 눈에 들어온다. 황동규 시인이 쓴 글이다.
황 동 규 시비
초겨울 날 황동규
바싹 마른 개망초의 꽃자리에 씨들이 달려 있다 붙잡은 손 그만 놓을 기회 놓친 자들 간 밤 하늘에 무리 잃은 외기러기 날고 사방에 하얗게 된서리 쳤는데 어쩌다 모여 굳어진 벌레들처럼 붙어 있어 조심히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아린 씨앗들 어쩌다 그토록 오랜 동안에 마른 삶에 매달렸던 다신 못 만나게 된 친구의 이 시린 느낌 속 쓰린 그의 뒷모습이 비친다. 느끼니? 얼은 침방울인지 눈물방울인지 얼음 한 점이 네 뒤통수에 올라 세상 빛을 되쏘았다 들리니?
[만해마을을 지나 백담교차로까지]
만해마을에서 백담교차로까지는 비교적 순탄하다, 민박, 펜션 들이 있는 숲길은 백담 교차로까지 이어진다. 백담교차로 즈음에 멀리 산자락에 거대한 풍펵 발전기의 풍차가 보인다. 백담사로 들어가는 길은 수많은 차량행렬로 완전주차장이다.
만해마을에서 백담교차로까지 한적한 길
백담교차로 산 비탈에 설치된 풍펵발전기 풍차
[백담교차로에서 용대교차로]
백담교차로에서 백담사길로 들어서면 자그만 다리 외가평교 가 있고 그곳 오른쪽으로 난 소로를 따라 약 100m진입하면 최근에 새로 개통된 2차선 포장도로가 한적하게 이어진다. 이 길은 그리 멀지 않지만 이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국도로 진입하여 약간 올라가면 진부령 과 미시령 의 갈림길 용대교차로가 있다.
백담교차로에서 용대교차로간 우회도로
최근에 개통된 우회도로 한적한 길
[용대교차로]
용대교차로는 미시령과 진부령의 갈림길이다. 미시령을 넘기 위해서는 굳이 이 교차로를 들르지 않고 국도를 따라 올라가면 되지만 본격적인 미시령 길을 오르는 마지막 쉼터로 이곳에 잠시 들려서 채비를 준비 하는 것이 좋다. 인공폭포도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자전거 타이어도 한번 더 점검하고 12시 30분 출발하였다. ▶출발시간 : 12시30분
용대삼거리 인공폭포
[미시령 옛길 업힐]
용대 삼거리에서 미시령 정상까지는 약 7km 오르막 길이다. 이곳에서 미시령 터널 입구까지의 옛길은 폐쇄되어 이용할수 없으며 차량의 왕래가 많은 국도를 이용한다. 이곳 구간의 길이는 3.5km 에 경사도 완만하여 그다지 어렵지 않았고 소요시간은 약 20분 정도 였다. 본격적인 업힐은 미시령 터널입구에서 정상까지 옛길을 오르는 3.5km 정도 구간이다. 거리상으로는 얼마되지 않지만 경사가 만만하지 않다.
미시령 터널입구 옛길 진입
옛길로 들어서자 마자 급 경사에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차분한 마음으로 기어를 조절하며 패달을 밟았다. 쉬었다 출발하기를 반복하며 얼마나 올랐을까? 정상기점 3km 이정표가 보인다.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오르는 그 길을 외롭게 패달을 돌리며 오르는 자신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어찌 보여질까? 신경이 쓰인다. 간혹 산행하는 사람들이 지나가며 박수로 성원할때는 기분이 우쭐해진다.
올라온 길
오르막길에서 내려다 본 풍경
어느덧 정상기점 1km 이정표가 보인다. 시간을 보니 오후 1시 30분이다. 약 2km 남짓 오르는데 40분정도 소요된 것이다. 그래도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면 자신이 해냈다는 대견함이 느껴지고 다시 힘이 내본다. 마지막 1km 구간은 경사가 더 급하다. 자전거는 27단 기어의 마지막 단계까지 자신의 몸을 잘게 부수어 안간힘을 쓰는데 경사진 언덕길은 누구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윗쪽으로 얼마남지 않은 정상의 모습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13:50분 정상에 도착하였다. 짧은 구간을 오르는 도중에 모두 다섯번 정도 쉬었으나 그래도 끌 바 없이 올라왔으니 성공한 셈이다.
[미시령 정상]
정상에는 바람이 세다. 자전거를 기대어 놓았는데도 흔들려 넘어질 지경이다. 휴게소까지 폐쇄되어 출입할 수 없으니 정상의 좁은 공간에 많이 복잡하다. 어지럽게 늘어진 전신주 앞으로 미시령 767m 입간판이 초라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며 별것 아닌데 왜 그리 허둥데냐고 비웃는듯 서있다. 그래 별것 아닌데 공연한 호들갑인가?
미시령 정상
정상 표시탑
정상에서 바라본 속초시내
[미시령 출발 하산 길]
14시10분 정상을 출발하여 내리막길 오른쪽으로 보이는 설악의 울산바위와 곱게 물든 단풍이 아름답다. 자전거는 무서운 속도로 내달린다. 잠시라도 브레이크에서 손을 놓으면 뛰는 말처럼 엉덩이 쪽이 들썩거린다. 조심! 조심! 또 조심! 내리막길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 반드시 양 손 브레이크를 동시에 잡아야 하며 자칫 속도를 내다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잡으면 그대로 뒤집혀버린다. 그러기에 긴 하산 길에는 브레이크 과열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하산길에서 본 울산바위
내려오는 도중에 울산바위가 보이는 지점에서 갓길에 자전거를 세우고 한참을 앉아 쉬었다. 막 미시령 터널을 빠져나오는 자동차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산 등에는 10월의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린다. 울산바위 의 장엄한 풍경을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사진 한 장 찍어 메시지를 전송 했다. “여기 참 좋다!”
아래로 보이는 길은 미시령터널을 나오는 국도
갑자기 온몸에 한기를 느끼고 정신을 차려 자리에서 일어서니 두 발이 후둘 거린다. 너무 오래 쉬어서 근육이 풀린 모양이다. 다시 자전거를 몰아 계속 내리막길 속초 시내로 진입하여 영랑호 앞에서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인증 샷 한 컷 찍은 후 해변으로 내 달렸다. ▶속초해변 도착시간 : 15: 30분
속초 영랑호
속초 해변
가까이에 있는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오후15:50 이다. 18:10 마지막 귀경버스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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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제가 오를 때는 남쪽에서 불어닥친 태풍의 끝자락이 힘을 보태 주었어요.ㅎㅎ 수고하셨읍니다^^
부럽습니다~ 꼼꼼하게 잘 정리해 주신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