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풍교 ~ 안동댐 자전거 주행기
1. 2013. 10.3(목)
2. 도다리, 문수, 상국
3. 점촌터미널 출발(09:50) ~ 삼강주막 ~ 하회마을 ~ 안동 물문화센터(18:25) ~ 안동터미널(19:35) 총 122Km
얼마 전에 북한강 종주를 끝냈겠다, 이제 안동댐코스만 다녀오면 문수랑 나는 자전거인증수첩의 모든 곳을 다녀오는 셈이다. 막상 떠나려니 도다리도 콜~을 외친다. 하여 점촌터미널에서 9시경 만나기로 하고 미리 짐을 챙겨두고 일찍 잠을 청한다. 오전 5시에 일어나 고양이 세수하고 다 챙겨둔 짐이지만 나이가 들어 그런지 왠지 왔다갔다하며 허둥댄다.
죽전역에서 5시 30분의 첫차를 타고 수원 망포역에 하차, 4번 출구로 나와서 수원터미널을 향해 계속 직진, 순복음교회 맞은편에서 문수와 합류, 수원터미널에서 김밥 한 줄 급히 먹고 7시에 떠나는 첫차를 탄다. 라이딩 손님들이 많아 걱정이다. 다행히 제일 먼저 줄을 섰기에 쉽게 실을 수 있었지만 앞바퀴를 빼고도 몇몇은 자전거를 싣지 못했다. (4.1Km)
9시 조금 넘어 점촌에 닿았다. 서울 강남에서 먼저 와 기다리고 있던 도다리가 내어주는 고구마, 옥수수로 길가에서 아침을 때운다.
자, 출발이다. 이때가 9시 50분경. 상풍교까지 22Km 정도 된다고 했다. 길에 밝은 문수가 앞장을 서고 우린 문수 뒤를 쫓아간다. 얼만큼 갔을까, 눈에 익은 가게가 보인다. 지난 여름, 수박을 사먹으며 잠시 쉬어갔던 가게다.
- 얼떨결에 '태봉숲쉼터'를 '태봉술쉼터'로 잘못읽고선 도다리에게 한 소리 듣고..
그렇게 뜨겁기만 하던 길이 이젠 한 쪽엔 누런 가을 들녘을 펼쳐보여줘 자전거 페달 젓는 게 즐겁기만 하다. 태봉숲 쉼터에서 숨을 돌리고, 낙동강 칠백리 비석에서도 잠시 쉬었지만 나중에 집으로 돌아올 막차 시간을 생각하면 노닥거릴 시간이 없어 다시 길을 재촉한다.
드디어 상풍교, 여기서부터 안동댐이 약 70Km라지만 아마 좀은 더 될 것 이란 것은 우리의 경험. (아니나 다를까 아까 수원 망포역에서 0으로 세팅한 속도계상 총 거리는 나중에 집으로 돌아오려고 안동터미널에서 보니까 126Km였다. 점촌에서 안동댐 인증센터까지는 122Km. 물론 알바를 제법 한 까닭)
가을 길이 좋아 사진을 찍어가며 삼강주막을 찾아간다. 안동댐까지의 종주코스에서 약 3.5Km 벗어난다. 왕복으로 7Km, 하지만 꼭 보고가야하고 거기서 점심까지 먹고 가야 한다는 게 세상을 재미나게 사는 친구 문수의 주장이다. 우리도 그런 곳을 안내해주는 친구가 고맙기만하지, 불평할 이유가 없다.
찾아가는 길이 좀 언덕이다. 하이고... 하지만 이 길 역시 돌아올 땐 내리막이 될 거고, 앗 고개가 끝나고 또 내리막, 신나게 달리지만 이것 역시 좀 있으면 오르막이 될 것,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진리. 순간순간 브레이크를 잡았어도 내리막 속도가 최고 54.9Km로 찍힌다. 조심조심, 속도감을 즐기다간 이 나이에 큰일 나는 수가.
드디어 삼강주막, 나룻터가 있고 뗏꾼들과 보부상들이 다녀갔던 곳이라 그런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너르다. 쇠고기국밥 5,000원, 도토리묵 3,000원. 가격이 적당하다. 국밥에 묵 하나, 막걸리 한잔하고 일어선다.
아, 아까의 내리막을 오르막으로, 오르막을 내리막으로 한 바퀴 거꾸로 세상을 살고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내려오던 탄력을 붙여 쌩하니 앞으로 너무 빼버렸나? 문수가 저 강 건너편 풍경이 좋은 곳 사진 찍는다고 서있던 걸 지나쳤는데, 그게 자전거길을 지나친 모양. 한 참을 가도 문수가 안 따라온다.
한참 후 문수가 오고, 다들 ‘이 길 맞겠지’하고 계속 갔는데 아무래도 도로 표지판이 이상하다. 거기서부터 길을 헤맨 것이 30분 넘게 돌아다녔다. 스마트폰으로 길을 찾아봤으나 좀 어렵다. 너무 시골이라 길에 사람이 없고 어디 물어볼 가게 하나 보이지 않고, 나중에 제 길을 찾았어도 길바닥에 그려둔 자전거 그림이 지워져 희미하다. 다른 곳처럼 파란색으로 금을 그어두었으면 좋으련만, 이곳은 아마 사람들이 좀 덜 찾는 곳이라 이런 모양이다 하며 우리가 계속 정신 바짝 차릴 수밖에.
역시 자전거 종주에서 옆으로 벗어나지만 빼놓을 수 없는 하회마을을 찾아들었다. 야트막한 언덕길이 몇 개 있다. 윽, 입장료가 개인당 3,000원이라니. 얼마나 사람이 많은지, 3,000원짜리 종이돈이 걸어다니는 풍경을 생각하니 참 대단한 수입이란 생각.
부용대를 배경으로 사진 하나 찍고, 슬슬 걸어가는 정도의 속도로 충효당 앞에 주차, 잠시 들러보고는 좁은 골목에 많은 인파로 자전거를 끌고 다닐 수밖에 없다. 여기서 시간을 제법 잡아먹었다.
하회마을 나와서 아까오던 방향 생각하고 무조건 좌회전 했는데, 아, 그게 아니었다. 여기서 또 알바 4~5Km. 잠시 계산을 한다. 분당행 막차는 18:30분, 수원 막차는 19:05분... 좀 애매하다. 안 되면 서울행 차를 탈 생각. 그도 3시간 걸리니까 20시 정도에 타야지 21시까지 가버리면 서울에서 수원방향 전철이 끊어진다. 18시 정도에 인증센터에 닿을 순 있겠는데 터미널까지가 변수다. 어떻게 하든 마지노선을 안동터미널 도착 20시로 맞췄다.
여기서부터는 길을 잃지 않고 잘 달렸다. 가다가 나중을 생각해서 터미널 가는 길을 물었더니 산보 나온 중년 부부께서 땅바닥에 그림을 그려가며 어찌나 친절히 가르쳐주시는지 감동을 받고. 드디어 18:25 안동댐 물 문화센터 도착. 도장찍으며 문수가 ‘53개, 이제 마감’이란다. 수첩에 있는 인증센터 그걸 다 세어두었단 말씀? ‘나도 나중에 한 번 세어봐야지’ 캔 맥주 한잔하고 숨을 돌린다.
아침에 버스가 점촌에 거의 다 왔을 때 백곰님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냈었다. 안동까지 자전거를 타고 갈 일이 생겼는데 요즘 안동에 계시냐고? 화들짝 놀라신 백곰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안동에 오시면 그냥 가지말고 꼭 한 번 만나뵙자고, 마침 오늘 전시회가 있다며 장소를 가르쳐주신다.
터미널 가는 길 우측에 있는 안동문화예술의 전당에 들렀다. 십여 년전 내가 다음(daum.net)에서 칼럼을 이어갈 때 지면으로 알게 된 안동의 백곰님, 나랑은 갑장이고 알고 보니 내 군대 친구 고병장과 초등 동기동창사이로 서예작가 월사 박영숙님이다. 전시시간이 18:30분까지라 찾아주신 손님들과 저녁을 같이하러 식당으로 이동중이라던데, 여기까지 오셨는데 얼굴 한 번 뵙는 게 도리아니겠냐며 손님들을 식당에 모셔두고 잠시 전시관에 와서 기다리겠단다.
안동탈춤페스티발이 있어 그런지 가는 길이 인파로 너무 복잡해 마지막 일부구간은 자전거를 끌고갔다. 18:40분 전시관 도착, 아이구, 나는 백곰님이 서예전시회에 작품 몇 점 출품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개인전이었다. 정말 놀랍고 축하해드릴 일이었다. 주부에, 만학도에, 언제 저런 열정과 끼를 화선지에 붓글을 쓰고, 또 새로운 시도까지.... 가는 길에 꽃가게가 없어 빈손으로 간 게 너무 미안했다. 식당에 손님들 앉혀두고 오신 백곰님이나 막차시간 마지노선 지켜야할 우리들이나 바쁘긴 매한가지, 하지만 최대한 시간을 절약해서 한 작품 한 작품, 뜻과 작업과정을 설명해 주신다. 다시 한 번 백곰님의 뜨거운 정열에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르게 사는지 부끄러웠다.
백곰님을 처음 뵌 것은 중 2 학생들을 데리고 수학여행 갔을 때 하회마을에서 잠시, 똑 이날처럼 10여분 얘기하고 헤어지고는 12년 만에 처음이다. 오늘도 그렇다. 바람에 스치듯 하는 인연이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작품, 마음에 드는 작품, 주위를 환하게 밝혀주는 그런 작품 많이 만드시길 기원드린다.
자, 이젠 터미널을 향해 출발이다. 금새 어둠이 내린다. 내비로 확인하고 계속 강변의 자전거길로 직진이다. 코스모스가 얼마나 컸는지 지나가는 우리 어깨를 툭툭 친다. 낮에 보았으면 장관이었을 것이다. 마음이 바빠서 예상보다 길이 멀다. 마지막 자동차 도로로 나서니, 길은 오르막이 한참인데 가로등은 없어 어둡고, 다니는 차는 많고 그도 대부분 트럭이나 버스라 위험했다. 표지판도 없어 터미널을 바로 지척에 두고도 못 찾아, 도다리가 내비를 확인하는 사이에 내가 저 앞 주유소까지 가서 물어보고야 알았다.
안동터미널 도착 19:35, 제일 빠른 표가 서울행 20:10. 그걸 기계로 표를 끊고 개찰구 나가니 차가 대기중이다. 아예 자전거를 실어둔다. 30분 정도 남았으니 식사 가능하다. 도다리는 안동 간고등어가 꼭 먹고 싶었지만 식당 아줌마는 시간이 좀 걸린다고 비빔밥을 권한다. 비빔밥 먹고 버스타고 졸다가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에 내리니 11시. 도다리와 헤어지고 문수랑 둘이 전철을 타고 돌아온다. 문수는 오늘 엉덩이 부분이 쓸려서 컨디션이 계속 안 좋았단다. 때문에 내일 아침 나랑 같이 움직이기로 한 영축산산행 선발대로 떠나기가 힘든 상황. 아쉽다. 죽전역에서 문수랑 헤어지고 집에 오니 12시가 훌쩍 넘었다.
아, 올해 시작한 자전거 여행. 국토종주에, 4대강 종주에, 섬진강 종주, 북한강 종주, 충주댐 인증, 안동댐 인증까지... 현재 아직 개통하지 않은 제주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모든 자전거도로 인증센터는 다 돈 셈이다. 올해 목표는 초과 달성이다. 내년엔 또 어디 신나는 길이 기다리고 있을지, 문수는 아까 정지용 시인의 시(詩) ‘향수’와 관계되는 ‘옥천 향수길’을 얘기해주며 같이 가보자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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