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병 선생님은 스스로가 좋은 스승을 많이 만나셨다고 하셔요.
대학에서 철학과를 다닐 때 만난 박홍규 선생님은 세계에 내놓을 한국 사람 가운데 서양 철학을 한 큰 어른이라고 해요. 골똘히 생각하기를 좋아했던 젊은 윤구병은 박홍규 선생을 만나 존재론(있음과 없음)을 다룬 서양 철학에 깊숙이 빠져들었어요. 그때 비롯된 '있음과 없음'에 대한 생각이 평생 이어졌고 이 책에도 곳곳에 걸쭉하게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존재론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윤구병 선생님이 쓰신 <철학을 다시 쓴다>를 펼쳐보시기를 권합니다.) 가장 작은 것과 가장 큰 것에 대한 관심은, 물질과 정신, 생명과 우주, 부처님과 하나님에게 까지 이어져요.
대학을 마친 젊은 윤구병은 <뿌리 깊은 나무> 잡지 회사에 편집장으로 들어가요. 이 잡지는 한국 잡지 역사에 여러 획을 그었는데요. 이 회사를 만든 한창기 선생이 아주 우리 말에 대한 생각이 깊고 또렷한 분이셨답니다. 타고나기를 언어 천재로 태어난 한창기 선생은 독학으로 AFKN 방송을 들어 그 시대에 가장 고급진 영어를 쓸 줄 아는 사람으로 인정받았다고 해요. 그이가 그 뛰어난 감각으로 우리말에도 관심을 가졌고, 우리말을 잘 부리는 잡지를 만들어 낸 것이죠. 거기에 우리 윤구병 선생님이 편집장으로 간 겁니다. 윤구병 선생님은 이 한창기 선생님도 스승으로 모신답니다.
물론 윤구병 선생님의 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한창기 선생님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에요. 대학에서 서양 철학을 공부할 때, 여러 서양 나라에서 나온 철학 원서를 읽을 만큼 언어에 재능이 있었지요. 또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한국어 사전들을 뒤져서 토박이 말을 싹 골라내 손글씨로 된 두꺼운 토박이 말 사전을 만들 정도로 말에 대해, 우리 말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으셨지요.
윤구병 선생님은 '나무 한 그루 베어낼 가치가 있는 책을 만들자'는 말을 내건 보리 출판사를 만들어 운영하셨어요. 보리 출판사에 유달리 좋은 교육 책들이 많고, 돈도 되지 않는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를 내는 까닭은, 윤구병 선생님이 이오덕 선생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그리고 이렇게 이름난 여러 스승보다 더 큰 스승,
자연을 윤구병 선생님의 스승이자, 모든 뭇산이(생명체)의 스승으로 모시고 있어요.
이렇게나 좋은 스승을 많이 모시고 있는 윤구병 선생님을
스승으로, 선배로, 같은 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으로 모실 수 있어 참 좋아요!
이 윤구병 선생님이 이 책에서
우리 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쓰는 우리 말 백 가지 낱말을 풀이하셨어요.
그 풀이에,
윤구병 선생님의 실천해내고 마는 사상이
평생을 품어온 있음과 없음에 대한 철학이
우리 말에 대한 사랑과 애틋함이
자연의 품에 안긴 사람이 뿜어내는 편안함이
모두 담겨있답니다.
※윤구병 선생님에 대한 기록은 기억에 기대어 글을 썼어요. 고칠 것, 보탤 것 있으면 댓글로 달아주시기를!! 부탁드려요.
첫댓글 이번 방학에 열심히 찾아보고 싶네요! 소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