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이나 녹아버린 세월 속에
이 아름다운 사람들을 모르시나요! (제1부)
~ 아련하게도 옛 생각들이 부표처럼 떠오르는 밤에 이 글은 재현의 시대로 서서히
달려갈 것입니다 ~
달빛에 그을린 생각마냥 당시 초등학생으로 최대한 묘사하여 떠오르는 대로 서술
해보겠습니다
그 시절은 아무런 생각이 없던 소년기로 제가 15세경 머릿속이 확 깨어나기 전까지는
어쩌면 얕은 인생의 언저리에서 그저 애잔한 삶을 잔잔히 둘러보는 시각으로 살아왔던
시기인지도 모릅니다
우선 1970년대 중후반에 이어 1980년까지 초등학교 동기생의 실명을 기재함에 추호도
나쁜 의도가 전혀 없음을 명확하게 밝히며 혹여 삭제를 요청하신다면 적극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천명이 가까워진 이 가을에 30여년이 지나버린 세월은 우리들에게 추억이란 이름을
남겨두고 생전에 잔잔한 향기를 흐르게 합니다
오늘따라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에 어렴풋이 유년기의 기억들이 하나하나 묵직하게
생각이 납니다
제 나름 희미한 기억의 연기가 피어오르는 대로 이 지면을 통해 약소하게나마
밑그림을 그려 보겠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늘어만 나는 나이가 부담스러워서 세세히 기록해두는 게 당시의 소소한
흔적들과 사랑하는 동기생들 그리고 시인 최 마루의 평온한 삶에 아늑한 향기로움이
될 것이라 사료됩니다
당시는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라 칭했지요
일제시대 때 황국신민을 골자로 국자와 민자를 합쳐서 한국인을 이등국민으로 양성
하려든 일본의 간악한 패악을 우리는 잠시 망각을 하고서 그 치욕스러웠던 역사의
잔재에 어린 시절을 무지로 보내어왔습니다
1975년 대구 대명 초등학교 1학년으로 입학하여 2학년 1학기 때 잠시 남부 초등
학교를 다니다가 ( 당시 대명 초등학교 건물 안에 2개 학교가 존재 ) 2학년 2학기부터
5학년까지 대명 초등학교 재학 중 대명동의 고압선 도로를 기점으로 승마장 밑에
위치한 대구 대덕 초등학교를 제 1회로 졸업하면서 6학년 당시 오전 수업 외
오후에는 거의 운동장 등지로 최상의 선배위치에서 누구나 할 것 없이 청소로 한해를
군말없이 보내왔습니다
그러니까 인구 밀도상 대형 학교였던 대명 초등학교에서 남부 초등학교와 대덕 초등
학교로 나뉘어지게 되었지요
제가 예닐곱 살 즈음 관문시장 위의 경북 부화장 근처에 거주하였는데 그 윗쪽에
위치한 대덕 초등학교는 쓰레기 야적장으로 그야말로 볼품이 없었던 황량한 땅이었지요
그때 바로 이웃한 승마장에서는 전국 체전으로 승마대회가 열렸었고 어느 기수가
말에서 떨어져 크게 다치는 사고를 목격한 적도 있었습니다
여러 외국인들도 그때 처음으로 보았는데 모두 똑같아 보였습니다
중 2학년 때는 공휴일에 우연히 88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김재엽 선수와 대덕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단 둘이서 야구게임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웃에 살고 있더군요
* 당시 1975년부터 담임 선생님과 학반을 생각에 괴인대로 기록해보겠습니다
대구 대명 초등학교 1 - 6
담임 : 이모 여선생님 현재 73세 추정 - 성정이 매서웠음
대구 남부 초등학교 2 - 2
담임 : 당시 30대 초반 윤모 여선생님 - 깐깐하면서도 당참
대구 대명 초등학교 2 - 3
담임 : 당시 30대 후반 김모 남선생님 - 가끔 장난을 좋아하셨음
대구 대명 초등학교 3 - 6
담임 : 이종섭 남선생님 당시 50대 초중반 추정 붓글씨를 잘 썼음
대구 대명 초등학교 4 - 13
담임 : 이현숙 당시 22세 여선생님 교육대 수석 졸업
2학기 때 경북 모 지역 국민학교로 전근
새로 부임한 2학기 담임은
안경을 쓴 30대 초반 남선생님으로 강압적이고 매우 폭력주의였음
대구 대명 초등학교 5 - 3
담임 : 당시 40대초 김모 남선생님
점심시간은 무조건 배달 자장면으로 불사하시던 분
대구 대덕 초등학교 6 - 3
담임 : 이동섭 남선생님 40대 초중반 - 거의 무표정이셨음
최마루 시인이 28세쯤 선생님을 찾았었고 대구 공산초등학교 교감 선생님으로 퇴직 후
2014년 현재 파티마병원 건너편에 사모님과 살고 계심
당시 선생님 자택 전화번호가 90 - 3**4번이었으며 바뀐 자택 전화번호와 휴대폰
번호는 신용상의 이유로 밝히지 않겠음
또한 대명 초등학교 재학 시절 어느 월요일 아침 전체 조회시간에 교장 선생님께서
박정희 대통령과 학교도 함께 다녔던 친구사이라고 자랑이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 이제 특별난 기억의 짝꿍을 소개할까 합니다
대구 대명 초등학교 1 - 6
스타일이 화려했던 김유진 양으로 어머니와 여동생을 제외한 내 인생에 첫 여자로
바로 첫사랑의 존재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철없던 어린 마음에 반대 급부로 이 친구를 너무 괴롭혀서 유진 양의
어머니까지 학교에 찾아오셔서 저에게 친하게 지내라고 따스하게 어루만져 주시던
일이 생각이 납니다
유진 양은 상당히 귀엽고 예뻤으며 경북예고와 모 대학교 음대를 졸업한 후 해외로
유학 중에 음악 계통의 재원으로 바순을 다루는 비중있는 음악가로 활약한다고 들은
바 있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본의 아니게 유진 양에게 못살게 굴어서 죄송했다는 말을 진심으로
전하고 싶습니다
대구 남부 초등학교 2 - 2
김미란 양은 매우 명랑 발랄했으며 나만 보면 매일 웃어주던 친구였는데 제가 대명
초등으로 전학 갈 때 살짝 울어주던 친구였습니다
더구나 어쩌다 저의 어머니를 길에서 우연히 뵙고는 너무 예쁘다며 부러워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그녀의 빨간 캔디 가방이 어제 본 것처럼 막 떠오릅니다
대구 대명 초등학교 2 - 3
전학 이후 2학기 짝이었던 조종숙 양은 집안이 굉장히 부자였던 걸로 기억하며 자주
가방에서 소시지를 꺼내어서 우걱 거리며 과자처럼 즐겨먹었지요
평범했지만 참으로 피부가 고왔던 친구였습니다
말이 거의 없었던 친구이기도 했지요
대구 대명 초등학교 3 - 6
백숙희 양은 참으로 인정이 많았고 저와 대화가 잘 통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수업 도중에 화나는 일로 때려버렸는데 큰소리로 울어버려서 선생님께
혼이 났었지요
그날 내가 미쳤지 왜 그랬을까요!
이후 또 잘 지냈습니다
지우개가 없으면 자신의 지우개를 칼로 절반을 듬뿍 잘라주던 고마운 친구였습니다
대구 대명 초등학교 4 - 13
박정희 양은 1학기 때 짝이었는데 눈망울이 상당히 굵고 이목구비가 서구적이었습니다
역시 단아했으며 조용했고 무척이나 순수한 친구였습니다
잘 웃는 게 특징이었고 등하교 중에 저를 길에서 만나면 유일하게 손을 힘차게
흔들어 주던 깜찍한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노란색 바지와 검정색 구두를 즐겨 착용했던 친구였습니다
두 살 위였던 잘생긴 오빠도 있었지요
김주연 양은 2학기 때 짝으로 반에서 가장 뛰어난 미인으로 뭇 남학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지만 그녀의 남자로 한 학기를 제 옆에 붙여두었습니다
어느 미술시간에 문방구에서 잘못 사버린 저의 검은 찰흙을 주연 양의 노란 찰흙으로
조건없이 바꾸어 주었으며 5학년 때도 같은 반이었는데 서로 눈길이 부딪히면 빙그레
웃어주는 사이였습니다
대구 대명 초등학교 5 - 3
김종미 양은 1학기 때 짝으로 자그마한 체구에 상당히 조용했습니다
솔직히 옆에 앉아있는지 조차 몰랐지요
그러나 그녀는 항상 은은한 향기를 풍기더군요
좋은 비누를 사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천주교 신자 같아 보였고 상당히 예의가 바른 친구로 기억합니다
김은경 양은 2학기 때 짝으로 자그마했지만 상당히 당찼습니다
성격이 깔끔했으며 졸업식 때 저축왕 상을 받았던 친구였습니다
당시 육성회비 300원 국방비 100원 저축만은 자율이었는데 당시 백 원짜리 동전을
매달 만 원 이상씩 저축하더군요
동전이 너무 많아서 조금 놀랐지만 그저 장사하는 집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저와는 막역하게 보낸 사이였지요
대구 대덕 초등학교 6 - 3
동명이인의 김은경은 주근깨 얼굴에 스타일이 완전 말 그대로 말광량이 삐삐였습니다
거의 매일을 능금 향기가 물씬 풍기는 껌을 씹어대는 통에 이후 몇 년 동안 사과
향기가 싫어지더군요
저는 조금 내성적으로 생각이 많은 편이었는데 옆에 앉아서 항상 흥얼거리는데다가
분다워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1학년 때 유진 양과 달리 이 여학생에게 제대로 밀리는 추세였지요
솔직히 조금 버거웠습니다
드디어 은경 양의 몸살에 탈출하고 권영경 양을 2학기 때 짝으로 맞아 초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즈음하여 부부가 왜 이혼하는지 약간 알듯한 시기였습니다
2학기 때 짝이었던 권영경 양에게 지금 생각하면 미안하지만 어쩌다가 이 친구의
일기장을 훔쳐보았는데 다정한 아버지와 주말에 자장면을 맛있게 먹었다고 기록된 걸
보고 무척 부러웠습니다
조용하고 예쁘장했으며 성격이 온화하여 항상 너그러웠습니다
어쩌다 내가 웃기는 이야기를 해주어도 마냥 빙그레 웃기만하여 가끔 무안도 했었지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10명의 여학생 짝 중에 대덕 초등학교에서 졸업한 이는
3학년 때 백숙희 양 5학년 때 김종미 양 김은경 양이며 동명이인의 김은경 양과
권영경 양은 대덕 초등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 제1부 >
대한민국 시인 文明 최 마루의 유년기 추억 하나
시인 최 마루의 ~
이채로운 추억 속을 따라 꽃잎처럼 아려버린 아름다운 생각들 중에 ~
이제 이승의 끝에서 한 자락의 꽃바람이 되어 날아가는 날
또 다시 그대들과 함께 걸어가는 고혹한 시각들을 찾아봅니다
☆ 글쓴이 소개 ☆
*대한민국 시인 文明 최마루님의 글입니다.<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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