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시
정 순 란
맹방 해수욕장
오랜 세월
모래가 만들어낸 언덕을
텐트치며 바라볼 수 있는
깨끗한 백사장
슬프도록 아름다운
낭만의 바다
사연의 바다
캠프파이어, 해변의 축제
일망무제의 푸르름 앞에
맹방 바다1)에 들어가서
손과 발가락에 힘주어 모래를 헤집어
조개를 건지는 재미에
때론 탄성을 지르면서
조개잡이에 푹 빠진다
요즘은
BTS(방탄소년단) 앨범 재킷
촬영지로 알려져 더 많은 관심을 받고
관광객들이 부쩍 많이 다녀간다
들꽃이 바람결에 휘날리며
여름을 물고온 갈매기와
포효하는 맹방 해수욕장
그 속으로
여름잔치 준비한다
1) 맹방바다 : 삼척시 근덕면 맹방 해변로
작고 문인시
정 순 란
남겨진 기억
-故 김진광 시인
사람의 몸에서 경련이 일 때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잿빛으로 변하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참 마음이 아프다
숨이 막히도록
삶은 그렇게 뜨거운 꽃으로
타들어 갔을까
온 몸이 꽃잎 지듯이
실바람은 잎새 사이에서 햇살과 놀고
풀꽃은 산자락에 환한 꽃등을 밝힌다
귓속에 갇힌 소리들
흔들리는 세상과 이야기 하는 소리
꽃 속의 알 수 없는 울림을 듣고
아픈 티를 내지 않으려한다
시인의 문학은 살아온 세월만큼
여러 권의 동⦁시집은
역사가 흐르는 두타문학에 남길 것이다
이제 푸른 자연은
바람과 다투지 않을 것이다
그리움의 장소
추억의 장소
다 어디로 갔을까
아픈 상처의 흔적은
수 십 년 동안 각인 될 것이며
누군가를 위로하는 대신
홀로 향기로운 꽃그늘 속을 서성이겠지
정 순 란
흔들리는 봄
비오는 날엔
위험과 운치가 공유한다
살다보니 내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가 될 줄이야
어제와 같은 일상이지만
또 다른 하루
인간의 슬픈 내력을 읽는다
천천히 눈을 감고
시간에 물든 석양을 등지고
한 번 쯤 멈출 수 밖에...
지친어제 불안한 오늘
다들 좀비처럼 살고자 맞은
백신은 그늘로 이동하는데
봄비를 품은 바이러스가 대지를 위협한다
수채화처럼 번진
전염병속에서도 봄은 왔다
오미크론은 공복의 식욕을
목젖아래 약으로 때우며
염증이 번지듯 아픈 물음이 멈추길 바라면서
현실은 늘 차가운
새벽길 같다
허기감과 추위에 밀려든
내 마음의 무게는 전혀 가벼워지지 않고
머리위로 구름을 만드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내 곁에서 멀리하고 싶다
바다를 걸어놓은 찻집에서
-배나들 카페1)
파도와 밤의 대화를 나눈다
겨울 바다를 눈에 넣고
바다는 계절마다 다른 그림으로 선물이 되고
문학을 하는 사람과 함께
서로를 바라보면서
우리의 담소는 높이높이
파도타기를 한다
무거웠던 하루 토닥이며
겨울바다의 파도가 나를 안고
널뛰기를 한다
온 몸이 찌르르 떨려온다
밤바다의 유혹적인 파도는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데
푸른 물결 담은
바다내음에 입 맞추는
레몬차 한 잔
난, 너에게 묻는다
너의 웃음소리
무한대로 즐겨도 되는지...
1) 배나들 카페 : 배가 드나드는 포구
근산의 미소
지긋지긋하게 내렸던 비에도
꼿꼿하게 버터온 앞산이
빨간 치마를 입었다
산 밑동이 바싹 드러나
몸 사르는 단풍
가지가 째지도록 익어가는 이팝나무
가까이 다가서기가 미안하구나
아픔을 먹고 피어나
핏물처럼 배어드는 단풍색
팔랑개비처럼 핑그르르 되살아난다
아, 눈이 부시다
언덕배기 구절초
함초롬히 자라 불꽃 되어 나부낀다
쓸쓸함을 쌓아둔 절망 느끼며
세월 닳아 하늘 보며
푸른 잎 그리워 붉게 타는 맘
가을산에 취해 꽃동산 만들고
자연과 함께 걷는 즐거움
마음의 이랑마다 희망을 세운다
카페 게시글
45집(2022)
맹방 해수욕장외 / 정순란
늘푸른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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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4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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