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2 / 민선영
한줄 한줄 느는 주름에
꽃이 피고 꽃이 진다
하늘엔 흰 구름 떠돌아 흐르는 동안
물이 흐르고 시간이 가네
무심한 세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득달같이 달러 가는구나
나는 그 세월에 질질 끌려가고 있다
기어이 너를 먹고
너는 나를 기어코 주름치마 입히는구나
무정한 세월아
너는 어이해 우리 곁에
둥지 틀지 않고 내 작은 가슴속에
훌쩍 떠나 가는구나
서러운 이별로 가는 세월아
이리 와 보렴
나랑 차 한잔 마시고
쉬었다가 천천히 가자
겨울나무 / 민 선영
그대로가 좋아
속이 훤히 보이면 어때
연초록으로 생명 움트고
초록으로 시원하게 입은 옷
온각 색깔로 입든 옷이
찬 바람에 휘 둘러 떨어지는
너를 나는 알아
앙상한 가지만 보이면 어때
그대로가 좋은걸
말하지 않아도
나도 당신처럼 시린 기억에
진저리 치며 떨어진 너를 알아
눈 속에 수북이 잠들어 있는
너를 가슴으로 사랑하지
앙상한 가지로 옷을 벗고
있어도 괜찮아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대로가 예쁜걸
사모곡 / 민선영
눈을 감으면 아득한 당신의 향기
아련히 내 가슴속에 사무친 이름
거룩하신 당신의 은혜
그 사랑 갚기도 전에 연약한 꽃잎처럼
퇴색되어 눈을 감으시고 명주 치마 저고리 입고
매화 꽃 달고 소풍 가시든 날
구십 평생 살아온 어머니 생애를
내 어찌 기록 하오리까
오월의 햇살같이 따뜻한 향기
그리운 당신의 발자취를 내 어찌 잊져버리이까
어머니 떠난 그 자리 언제나 이름 모를 꽃들
풀벌레 산새들 가슴을이 가슴을 파고 울리나이다
한가위 반달처럼 송편를 비져 만드신
그 고운 손 오늘도 잡고 싶어이다
어머니 그 음성 그 생애을 그리움으로
사모곡 부르나이다
작가 프로필
한국문인협회 정회원
한국문인협회 시 낭송가
서울중구문인협회 이사
미술작품으로 풍경화,십자가의길,등 다수
첫댓글 즐감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