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12. 존자 아난, 좋은 향기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 선인(仙人)의 산중에 계셨다.
당시 존자 아난(阿難)은 조용한 곳에 있으면서 혼자 말없이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예전에 세 가지 향을 말씀하셨는데,
이른바 뿌리의 향ㆍ줄기의 향ㆍ꽃의 향으로서 모든 향이 이 세 가지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세 가지 향은 바람을 따르면 향기가 풍기지만 바람을 거스르면 풍기지 않는다.’
아난 존자는 이렇게 생각한 후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아까 조용한 곳에 혼자 있으면서 말없이 이렇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뿌리ㆍ줄기ㆍ꽃의 향은 온갖 향 중에서 최상이지만, 그 향기는 바람을 따르면 풍기고 바람을 거스르면 풍기지 않는다.’
세존이시여! 바람을 따르든 바람을 거스르든 모두 향기를 풍길 수 있는 향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물론 있다. 세상에는 바람을 따르든 거스르든 좋은 향기를 풍기는 향이 있다.
무엇이 그런 향인가?
가령 마을과 성읍의 남자나 여인이 죽이지 않고, 도둑질 않고, 음행하지 않고, 거짓말 하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는 수행을 닦으면 천자나 천안(天眼)을 얻은 이가 모두 그를 칭찬하는 것이니, 저 성읍이나 마을에 있는 남자나 여인이 5계(戒)를 잘 지닌다면, 이러한 계율의 향은 바람을 따르든 거스르든 모두 향기를 풍긴다.”
그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전단향과 침수향 등의
뿌리ㆍ줄기ㆍ꽃ㆍ잎의 향들은
바람을 따르면 향기가 풍기고
바람을 거스르면 풍기지 않지만
계(戒)의 향을 지닌 장부야말로
그 꽃다운 향이 세계에 두루하고
그 이름이 시방에 가득 퍼져서
따르고 거스름에 상관 없이 향기를 풍기네.
전단향과 그리고 침수향
우발라(優鉢羅)와 발사(拔師)와 같은
그러한 향들은 아주 열등하여서
계를 지닌 향만 못하니
이러한 가지가지 향들은
그 향기가 멀리 가지 못하네.
그러나 계의 향은 시방에 퍼져서
모든 하늘의 향보다 뛰어나니
이와 같은 청정한 계의 향은
방일하지 않는 것을 근본으로 삼네.
무루법(無漏法)에 편히 머물러서
바른 지혜로 해탈을 얻었기 때문에
뭇 악마가 비록 노리려고 하나
그 방향이나 처소를 알 수가 없다네.
이를 안일(安逸)의 도라고 말하니
이 도야말로 가장 청정하여서
온갖 취향(趣向)을 영원히 여의어
6취(趣)를 모두 벗어났네.
부처님께서 이 게송을 말씀하시니,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