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보리심경론 하권
12. 공덕지품(功德持品)
보살은 무상(無相)을 닦는 마음을 구족했을지라도 마음은 일찍이 그러한 지은 업[作業]에 머무는 일이 없으며, 보살은 모든 업의 상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고의로 업을 짓는다.
즉, 선근을 닦고 보리를 구하고자 하였기 때문에 유위(有爲)를 버리지 않으며,
모든 중생들을 위해 대비를 닦고자 하였기 때문에 무위(無爲)에 머물지 않는다.
또한 일체의 모든 부처님의 참되고 미묘한 지혜를 구하고자 하였기 때문에 생사를 버리지 않으며,
가없는 중생을 남김없이 제도하려고 하였기 때문에 열반에 머물지 않으니,
이를 일컬어 ‘보살마하살이 깊은 마음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모든 불자들이여, 보살은 열 가지의 법을 성취하여 위없이 높은 보리에서 끝내 물러나지 않는다.
무엇을 일컬어 열 가지 법이라고 하는 것인가?
첫 번째는 보살이 위없이 높은 보리의 마음을 깊이 일으켜서 중생도 발심(發心)하도록 교화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항상 즐거이 부처님을 친견하고 자신이 가진 진귀한 것으로써 보시하고 공양하여 선근을 깊이 심는 것이고,
세 번째는 법을 구하기 위해 존경하는 마음으로 법사(法師)에게 공양하고 법을 듣는 일을 싫어하지 않는 것이며,
네 번째는 만약 비구의 승단이 둘로 깨어져서 서로 쟁송(諍訟)을 일으키고 서로가 서로에게 과오를 범하는 것을 볼 경우 부지런히 방편을 구하여 그들을 화합하게 하는 것이고,
다섯 번째는 만약 국토의 사악함이 두드러져 불법(佛法)을 허물어뜨리려고 하는 것을 보게 될 경우 부처님의 설(說)을 독송하거나 나아가 한 가지 게송이라도 독송하여 법이 끊어지지 않게 함으로서 신명(身命)을 아끼지 않고 오로지 마음으로 법을 지키는 것이며,
여섯 번째는 온갖 중생들이 두려워하고 고뇌하는 것을 보게 되면 그들을 구호하기 위해 무외(無畏)로써 보시하는 것이고,
일곱 번째는 부지런히 수행을 일으킬 때 이와 같은 따위의 방등(方等) 대승의 매우 깊고도 심오한 경법(經法)인 온갖 보살장(菩薩藏)을 구하는 것이며,
여덟 번째는 이러한 법을 획득하고 나서 수지ㆍ독송하여 거기서 설한 바대로 행하고 설한 바대로 머무는 것이고,
아홉 번째는 스스로 법에 머물고 또한 능히 권유하고 인도해서 많은 중생들로 하여금 이러한 법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며,
열 번째는 법 가운데 들어간 후에 능히 해설해서 가르침의 이익과 즐거움을 보여 중생들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보살은 바로 이러한 열 가지 법을 성취하므로 위없이 높은 보리에서 끝내 물러나는 일이 없는 것이다.
보살은 마땅히 이와 같이 이 경전(발보리심경)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전은 참으로 불가사의하니, 이른바 일체 대자비의 종자를 능히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 경전은 속박되어 있는 중생을 능히 깨달음으로 인도해서 그들로 하여금 발심하게 하는 것이며,
또한 이 경전은 능히 보리로 향하려고 하는 자들을 위해서 생인(生因)을 짓는 것이며,
또한 이 경전은 일체 보살의 무동(無動)의 행을 능히 성취하고 있는 것이며,
또한 이 경전은 능히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부처님들께서 호념(護念)하시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선남자ㆍ선여인으로서 위없이 높은 보리를 부지런히 닦아 쌓으려는 자라면 마땅히 이와 같은 경전을 널리 유포하여 염부제(閻浮提)에서 단절되지 않게 함으로서 헤아릴 수 없고 가없는 중생들로 하여금 이 경전을 들을 수 있게 하여야 한다.
그리고 만약 선남자ㆍ선여인으로서 이러한 경을 듣는 자가 있다면,
그러한 모든 이들은 모두 다 커다란 불가사의 대지혜취(大智慧聚)를 증득할 것인데, 그것의 복덕과 과보는 참으로 칭하여 헤아릴 수 없다.
어째서 그러한가?
이 경전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청정한 혜안(慧眼)을 능히 열어 주는 것이며,
부처님의 종자[佛種]를 상속하여 능히 끊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고,
헤아릴 수 없는 고뇌의 중생을 능히 구제하는 것이며,
일체의 무명의 어리석음[癡闇]을 능히 비추는 것이고,
네 가지 마(魔)와 마에 의한 온갖 업[魔業]을 능히 깨뜨리는 것이며,
일체 외도의 사견을 능히 허무는 것이고,
일체 번뇌의 크나큰 불을 능히 소멸하는 것이며, 인연에 의해 생기한 온갖 행을 능히 소진시키는 것이고,
간탐(慳貪)ㆍ파괴ㆍ진에ㆍ해태ㆍ난의(亂意)ㆍ우치 등의 여섯 가지 극히 위중한 병을 능히 단절하는 것이며, 업장(業障)ㆍ보장(報障)ㆍ법장(法障)ㆍ번뇌장ㆍ제견장(諸見障)ㆍ무명장(無明障)ㆍ지장(智障)ㆍ습장(習障)을 능히 제거하는 것이기 때문이니,
요점을 간추려 말하자면 이 경전은 능히 일체의 악법을 소멸하여 남김이 없게 하는 것이며, 능히 일체의 선법을 타오르게 하여 더욱 증장하게 하는 것이다.
만약 선남자ㆍ선여인으로서 이러한 경을 듣고 나서 기뻐하고 사랑하고 즐기면서 희유(稀有)의 마음을 일으키는 이가 있다면,
이러한 이는 이미 일찍이 헤아릴 수 없는 온갖 부처님들께 공양하여 깊이 선근을 심은 자임을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이 경은 바로 삼세의 모든 부처님들께서 이행하셨던 바이니, 그렇기 때문에 수행자들은 이러한 경을 듣고서 마땅히 스스로 즐거워하며 크나큰 좋은 이익[善利]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이 경을 베끼고 독송하는 자가 있다면,
이러한 이가 획득하는 복의 과보는 헤아릴 수 없고 가없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이 경의 소연(所緣)이 가없기 때문이며,
헤아릴 수 없는 대서원을 일으키기 때문이고,
일체의 중생을 섭수하기 때문이며,
위없이 높은 보리를 장엄하기 때문이니,
획득된 복의 과보도 또한 마찬가지라서 한량이 없다.
그러므로 만약 능히 그 뜻[義趣]을 알아서 설한 대로 수행한다면, 그 복의 과보는 일체의 모든 부처님께서 아승기겁 동안 다함없는 지혜로 설한다 해도 역시 능히 다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어떤 법사가 이 경을 설하였다면,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이 경을 설한 곳에 탑을 세워야 한다. 왜냐하면 진실한 정법이 출생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 경이 국토ㆍ성읍(城邑)ㆍ취락ㆍ사묘(寺廟)ㆍ정사(精舍)에 따라 존재하는 경우,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그 속에 바로 법신이 있으리라.
혹은 어떤 사람이 향화ㆍ기락(伎樂)ㆍ현회(懸繪, 그림을 내거는 것)ㆍ번기[幡]ㆍ일산ㆍ가패(歌唄:노래)로써 공양하고 찬탄하고 합장하고 공경하였다면,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그 사람은 이미 부처님의 종자를 이어받았을 터인데 하물며 경을 구족하게 수지한 자이겠는가?
이 모든 이들은 공덕과 지혜의 장엄을 성취하여 미래세에 마땅히 수기를 획득할 것이며,
결정코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