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밀해탈경 제5권
10. 성자관세자재보살문품 ②, 바라밀의 행과 과보
성자 관세자재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까닭으로 모든 보살은 모든 바라밀의 과보를 즐기지 않고 모든 바라밀의 행을 즐깁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관세자재여, 다섯 가지 법이 있으니,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이른바 가장 높은[增上] 기쁨을 즐기는 까닭이며,
자기의 이익과 다른 이의 이익을 섭취(攝取)하는 까닭이며,
미래세의 즐거운 은혜 갚음[報恩]을 즐기는 까닭이며,
모든 법에 물들지 않는 까닭이며,
그 법을 잃지 않는 까닭이니,
마땅히 알아야 한다.”
“세존이시여, 이 모든 바라밀은 각각 몇 가지 수승하고 묘한 힘이 있습니까?”
“관세자재여, 이 모든 바라밀에 각각 네 가지 묘한 힘이 있으니, 마땅히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이른바 보살이 모든 바라밀을 수행하여 아끼고 질투하는 마음을 멀리하였으며, 파계하는 마음을 멀리하였으며, 성내는 마음을 멀리하였으며, 게으른 마음을 멀리하였으며, 산란한 마음을 멀리하였으며, 모든 소견의 마음을 멀리한 까닭이며,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모든 공덕을 성취하는 까닭이며,
현재의 몸에 자기의 몸과 남의 몸을 섭취하는 까닭이며,
미래 세상에 능히 광대하고 다함없는 과보를 얻는 까닭이다.”
“세존이시여, 이 모든 바라밀은 어떤 것이 인이 되며, 어떤 것이 과가 되며, 어떤 것이 힘이 됩니까?”
“관세자재여, 큰 자비로 인을 삼고,
사랑스런 중생 섭취하는 것으로 과를 삼고,
능히 보리를 만족하게 하는 것으로 힘을 삼으니 마땅히 알아야 한다.”
“세존이시여, 만일 모든 보살이 온갖 재물을 마음대로 쓰되 다함이 없고, 보살은 또 큰 자비심이 있는데,
무슨 까닭으로 세간의 빈궁한 중생은 가지가지 괴로움을 받습니까?”
“관세자재여, 이는 모든 중생 자신의 허물이다.
보살은 큰 자비로 항상 일체 중생에게 다함없는 부귀와 즐거움을 주려 하여 항상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견고하여 움직임이 없다.
관세자재여, 만일 모든 중생이 스스로의 죄장(罪障)이 없으면 세간에는 빈궁한 중생이 없다.
관세자재여, 비유하자면 일체 아귀들이 목마름에 쫓겨 모든 강이나 큰 바다에 가서 보면 모두가 말랐음을 보니,
이는 모든 강과 바다의 허물이 아니며, 이 아귀들 자신의 죄업이다.
모든 보살들이 모든 중생에게 일체 재물을 보시하되 큰 바다와 같아서 허물이 없지만,
모든 중생들은 빈궁한 괴로움을 받되 저 아귀들이 자기가 지은 악업으로 그러한 과보가 있는 것과 같으니, 보살의 허물이 아니다.”
“세존이시여, 보살은 어떠한 바라밀로 모든 법의 자체와 모습 없음을 취합니까?”
“관세자재여, 반야바라밀로 모든 법의 모습 없음을 취하는 것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보살이 반야바라밀로 모든 법의 모습 없음을 취한다면,
무슨 까닭으로 세존은 반야바라밀로 모든 법의 자체와 모습 없음을 취하지 않습니까?”
“관세자재여, 나는 자체와 모습 없음을 취한다고 말하였지만, 자체와 모습이 없다는 말에 그대는 집착하지 말라.
왜냐하면, 모습 없는 법은 일체 명자나 언어를 여의었으니, 안 몸[內身]으로 증득할 법이며, 명자나 글귀로 설명할 수 없다.
나는 명자에 의지하여 반야를 말하며, 모든 법의 모습 없음을 취한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모든 바라밀과 가까이 따르는[隨近] 바라밀과 큰 바라밀을 말씀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이 바라밀이며, 어떤 것이 가까운 바라밀이며, 어떤 것이 큰 바라밀입니까?”
“관세자재여, 보살이 무량한 겁으로부터 보시 따위의 모든 바라밀을 수행하여 필경에는 능히 일체 착한 법을 얻었거니와 그 보살은 번뇌의 성품이 갖추어져서 마음에 나타난다.
그러나 그 번뇌는 보살을 물들이지 못하고 보살이 능히 그 번뇌를 항복받는다.
이른바 신행지(信行地)의 아래 동네와 중간 동네에서 모든 행을 닦는 것이니,
이것이 바라밀이다.
관세자재여, 다시 어떤 이가 무량겁에 끝끝내 뛰어난 선법(善法)을 수행하여도 마음에 번뇌가 움직인다.
그러나 그 보살은 능히 번뇌를 항복시키고 번뇌는 능히 보살을 항복시키지 못하니, 이른바 초지(初地)에 들기 이전이다.
관세자재여, 이것이 가까운 바라밀이다.
또 관세자재여, 보살이 무량한 겁에 끝끝내 가장 높은 선법(善法)을 수행하여 그 보살은 번뇌가 마음에서 움직이지 않으니,
이른바 초지에서 8지, 제10지에 이르기까지이다.
관세자재여, 이것이 큰 바라밀이니 마땅히 알아야 한다.”
“세존이시여, 이 모든 지위에는 몇 가지의 부림의 번뇌[使煩惱]가 있습니까?”
“관세자재여, 세 가지의 부림의 번뇌가 있으니,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이른바 짝이 없는 부림의 번뇌[害伴使煩惱]와 엷은[薄] 부림의 번뇌와 미세(微細)한 부림의 번뇌이다.
어떤 것이 짝이 없는 부림의 번뇌인가?
이른바 첫 지위로부터 제5지까지의 함께 나지 않는[不俱生] 번뇌는 함께 나는[俱生] 번뇌의 짝이나 그 보살은 짝이 없는 부림의 번뇌를 해치고 마음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짝이 없는 부림의 번뇌라고 한다.
관세자재여, 어떤 것이 엷은 부림의 번뇌인가?
이른바 6지와 7지의 미세한 무명의 부림의 번뇌이니, 보살이 수행하여 그 무명의 번뇌를 엷게 하므로 이것을 엷은 부림의 번뇌라고 한다.
관세자재여, 어떤 것이 미세하고 극히 미세한 번뇌라 하는가?
이른바 8지와 보다 높은 지위에는 일체 무명의 부림의 번뇌가 마음에 움직이지 않고, 오직 일체 경계의 미세한 장애만이 있다.
관세자재여, 이것을 세 가지 부림의 번뇌라고 한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보살이 일체 허물을 끊으면 모든 부림[使]을 끊는다고 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몇 가지 허물을 끊으면 모든 부림을 끊었다고 하겠습니까?”
“관세자재여, 보살이 세 가지 허물을 끊으면 모든 부림을 끊었다고 하니,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이른바 가죽과 살과 뼈이다.
관세자재여, 처음에 가죽의 장애[皮障]를 끊고 제일의 허물을 여의며,
다음은 살갗의 장애[膚障]를 끊고 제2의 허물을 여의며,
다음은 뼈의 장애[骨障]를 끊고 제3의 허물을 여의니,
나는 일체 부림이 다했다고 하며, 이를 불지(佛地)라고 한다.”
“세존이시여, 몇 아승기겁에 그 모든 허물을 끊습니까?”
“관세자재여, 3대아승기겁의 무량한 때[時], 무량한 달[月], 무량한 반달[半月], 무량한 밤[夜], 무량한 낮[晝日], 무량한 생각[念], 무량한 찰나, 무량한 무후다(無候多), 무량한 나바겁(羅婆劫)에 저 모든 허물을 끊는다.”
“세존이시여, 이 모든 지위의 보살들의 번뇌는 어떠한 모습이 있으며, 어떠한 공덕이 있습니까?
원컨대 저에게 말씀하시어 제가 알도록 하여 주십시오.”
“관세자재여, 물든 모습[染相]이 모든 번뇌를 내지 않고 무량한 공덕이 모든 번뇌를 내니 마땅히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보살이 초지(初地) 가운데 자성(自性)에서 일체 법계를 증득하고 일체 법계를 잘 깨달아 안다.
그러므로 보살이 능히 여실히 알면서 번뇌를 낼지언정 알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몸 안에는 물든 모습이 없으니, 모든 괴로운 허물을 일으키지 못하는 까닭이다.
모든 허물이 없지만 중생의 인과를 끊기 위한 까닭에 보살은 무량한 공덕으로 번뇌를 낸다.”
“희유(希有)합니다. 세존이시여, 이 큰 보리는 능히 크게 이익되게 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보살은 모든 번뇌를 내어서도 일체 성문ㆍ연각을 항복받아 일체 선근을 이룩하는데 하물며 나머지 모든 공덕이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말씀하시기를 성문승과 대승은 하나라고 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어떠한 뜻으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까?”
“관세자재여, 나는 성문승 가운데서 가지가지 법을 말하였으니,
이른바 5음(陰)과 안의 6입(入)과 밖의 6입이다.
이런 것들은 내가 법계의 한맛[一味]이라 하였는데, 그 성문들은 능히 깨닫지 못하므로 나는 가지가지 승(乘)이 있다고 하였다.
관세자재여, 만일 어떤 중생이 이렇게 말함을 듣고 분별하거나 집착하면 그 사람은 1승의 체를 알지 못하고 가지가지 법을 위하여 그 법을 깨치려 하되, 다르게 취하여 서로서로 다툰다.
나의 뜻이 이러하니, 마땅히 잘 알아야 한다.”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가지가지 모든 법의 모습을
한 이치[一理]에 의지하여 말하였으니
못났다는 생각을 내는 사람
나는 그를 2승이라 하노라.
들은 대로 소리를 분별하지만
도리어 그의 뜻 알지 못하니
그러므로 모든 승(乘) 서로 어기어
교만한 중생들 싸움을 하네.
모든 지위의 미묘한 모습과
태어나기 원하는[願生] 곳을 아는 것
이것은 훌륭히 대치함이니
나는 이를 대승(大乘)이라 하노라.
그때 관세자재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심밀해탈수다라 가운데 이 법문은 무엇이라 하며, 저희들이 어떻게 받들어 지녀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관세자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관세자재여, 이 수다라의 이름은 ‘지바라밀요의법문(地波羅蜜了義法門)’이니, 그대들은 마땅히 이렇게 받아 지녀야 한다.”
이 『지바라밀요의경(地波羅蜜了義經)』을 말씀하실 적에 7만 5천 보살이 대승의 광명 삼매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