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운경 제2권
[지(智) 바라밀]
선남자야, 보살에게 다시 열 가지 법이 있으면 지(智)를 다 갖췄다고 한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실체로서의 나[我]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지혜를 다 갖추는 것,
모든 법은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지혜를 다 갖추는 것,
모든 곳을 두루 아는 지혜를 다 갖추는 것,
선정과 경계의 처소를 잘 아는 지혜를 다 갖추는 것,
지지(智持)를 다 갖추는 것,
무등지(無等智)를 다 갖추는 것,
중생의 근(根)과 행(行)을 잘 아는 지혜를 다 갖추는 것,
무작지(無作智)를 다 갖추는 것,
모든 법상(法相)을 잘 아는 지혜가 충분히 갖추어져 있는 것,
세간을 벗어날 줄을 아는 지혜를 다 갖추는 것이다.
[실체로서의 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보살이 실체로서의 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5음(陰)은 단단하지 않아 견고함이 없고 허망하여 진실함이 없으며, 멸해 사라질 때 역시 그 허물어지는 것을 볼 수 없다고 관찰하는 것이다.
보살은 이렇게 생각한다.
‘이 5음에는 나[我]도 없고 중생(衆生)도 없으며 수명(壽命)도 없고 양육(養育)도 없고 남[人]도 없다.
그러나 범부나 어리석은 이들은 실제로 나라는 존재가 있다고 생각해 망령되이 참다운 나가 있다는 생각에 집착한다.
마치 도깨비나 귀신에게 붙들린 것처럼 중생의 잘못된 생각 역시 그러하여
혹은 음이 곧 나이고 내가 곧 이 음이라고 하고,
혹은 음이 곧 나의 것이고 나의 것이 이 음이라고 한다.
허망한 나에게 집착해 진실을 보지 못하고 생사 중에 유전하니,
마치 불을 돌려 바퀴모양이 되는 것처럼 허망해 실재가 없다.’
보살이 이렇게 여실하게 아는 것을,
보살이 실체로서의 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지혜를 갖춘 것이라 한다.
[모든 법은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관찰한다]
보살이 모든 법은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관찰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실상(實相)대로 아는 것이다.
생기는 것을 보고 멸하는 것을 보아 모든 물체가 마치 빌려 온 것처럼 단지 이름뿐이고,
거짓으로 시설해서 생긴 것이므로 실체가 없고 거짓으로 시설된 법이며,
또 아주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영원한 것도 아니고,
단지 연(緣)을 좇아 생기고 연을 좇아 없어질 뿐이라는 사실을 안다.
보살이 이와 같이 모든 법의 진실을 여실하게 알면,
이를 모든 법은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관찰하는 것을 갖췄다고 한다.
[모든 곳을 두루 안다]
보살이 모든 곳을 두루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모든 곳을 두루 안다는 것은
한 찰나 중에만 아는 것도 아니고, 한 찰나 중에만 알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이곳은 알면서 저곳은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능히 시방에 두루하여 무애지(無碍智)를 얻는 것이다.
이를 보살이 모든 곳을 두루 아는 것이라 한다.
[선정(禪定)과 경계(境界)의 처소를 잘 안다]
보살이 선정(禪定)과 경계(境界)의 처소를 잘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성문의 선정을 알고 벽지불의 선정을 알며 보살의 선정을 알고 모든 부처님의 선정을 알며, 이와 같이 모든 선정을 모두 다 깨달아 아는 것이다.
성문 2승은 단지 자신의 경계만 알 뿐 나머지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보살의 선정이란 자기의 경계를 알고 겸해 2승과 여래의 선정도 아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힘으로 인해 구경(究竟)의 선정의 모습도 모두 알 수 있다.
이를 보살이 선정과 경계의 처소를 잘 아는 것이라 한다.
[지지(智持)를 다 갖춘다]
보살이 지지(智持)를 다 갖춘다는 것은 무엇인가?
보살은 성문이 지키는 것과 벽지불이 지키는 것과 보살이 지키는 것을 잘 아는데,
하물며 나머지 중생이 지키는 것을 어찌 알지 못하겠는가?
이를 보살이 지지를 다 갖추는 것이라 한다.
[무등지(無等智)를 다 갖춘다]
보살이 무등지(無等智)를 다 갖춘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외도나 2승이건 어떤 지혜로운 사람이건 간에,
오직 여래의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제외하고 보살의 지혜에 미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를 보살이 무등지를 다 갖추는 것이라 한다.
[중생의 근(根)과 행(行)을 잘 아는 지혜를 갖춘다]
보살이 중생의 근(根)과 행(行)을 잘 아는 지혜를 갖춘다는 것은 무엇인가?
보살은 깨끗하고 장애가 없는 지혜로 세계를 두루 관찰하여,
어떤 중생이 보리를 일으키고 어떤 중생이 보리를 일으키지 못하며,
어떤 중생이 보리를 만족하고 어떤 중생이 보리를 만족하지 못하며,
어떤 중생이 초지(初地)에 머물고 나아가 10지에 머물기까지 하며,
어떤 중생이 도량에 앉아 정각을 이뤄 법륜을 굴리고 나아가 반열반(般涅槃)에 들어가며,
어떤 중생이 성문승 열반에 들며, 어떤 중생이 벽지불승 열반에 들며,
어떤 중생이 선취(善趣)에 태어나며, 어떤 중생이 악취(惡趣)에 태어날 것인지 안다.
이를 보살이 중생의 근과 행을 잘 아는 지혜를 갖추는 것이라 한다.
[무작지(無作智)를 다 갖춘다]
보살이 무작지(無作智)를 다 갖춘다는 것은 무엇인가?
가고 머물고 앉고 눕는 네 가지 위의에 있어서 생각생각마다 무엇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이 항상 성취하는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거나 잠자거나 할 때 무엇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살도 이와 같은 마음으로 생각함이 없고 또 조작(造作)함이 없이 무애지(無碍智)로써 자연히 성취한다.
이를 보살이 무작지를 다 갖추는 것이라 한다.
[모든 법상(法相)을 잘 아는 지혜를 다 갖춘다]
보살이 모든 법상(法相)을 잘 아는 지혜를 다 갖춘다는 것은 무엇인가?
모든 법이 다 같아 한 모습이라는 것을 분명히 깨닫는 것이다.
무엇이 한 모습인가?
모두가 다 공(空)한 모습이고 환(幻)과 같은 모습이며 허망한 모습이다.
이를 보살이 모든 법상을 잘 아는 지혜를 다 갖추는 것이라 한다.
[세간을 뛰어넘는 지혜를 잘 아는 지혜를 다 갖춘다]
보살이 세간을 뛰어넘는 지혜를 잘 아는 지혜를 다 갖춘다는 것은 무엇인가?
보살은 무루지(無漏智)를 아는 까닭에 모든 세상의 모든 지혜를 뛰어넘는다.
이를 보살이 세간을 뛰어넘는 지혜를 다 갖추는 것이라 한다.
선남자야, 이 열 가지를 갖추면, 이를 보살이 일체지를 만족한 것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