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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무언동자경 하권
[금강도량삼매]
무언보살이 말을 마치고 곧 금강도량(金剛道場)삼매에 들어가자마자 이 삼천대천세계는 자연히 매우 견고하게 변해 무너뜨릴 수 없는 금강이 되었다.
이때 금강제보살은 큰 위신력을 일으키고 신통한 변화를 나타내어 매우 견고하고도 성실한 공덕의 갑옷을 입고서 이 국토의 티끌 하나를 들려고 하였으나 마음대로 하지 못하였다.
그러자 마음속으로
‘괴이하고도 처음 보는 일이로다. 이것이 큰 성인께서 건립하신 거룩하고 거룩한 신통변화인가? 이는 무언보살의 감응(感應)으로 그러한 것인가?’고 생각하였다.
금강제보살이 부처님께 나아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제가 과거에 발심했을 때에는 철위산과 대철위산을 통과하고 항하사와 같은 모든 불국토를 넘어 다녔는데, 지금 이 국토에서 티끌 하나를 들려고 해도 마음대로 되질 않습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이것이 누구의 위신력으로 그러한 것입니까?
혹시 무언보살이 변화로 그렇게 한 것이 아닙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는 무언보살이 건립한 것이니라. 왜냐 하면 무언보살이 금강도량삼매에 들어 이 삼천대천세계를 매우 견고하게 하고 파괴할 수 없도록 금강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니라.
만약 어떤 보살이 이 삼매에 머문다면, 그는 자기가 마음먹은 대로 그 불국토가 얼마이든 모두 금강으로 변화시키려면 곧 뜻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니라.
지혜롭고 성스러운 마음을 갖추고 불도의 공덕을 일으키는 이는 누구라도 이 삼매로서 모든 불국토를 다 금강으로 변화시켜 파괴하지 못하게 할 것이니, 이는 모두 삼매의 위신력으로 나타나는 경계이니라.”
이에 금강제보살을 비롯한 그를 따르는 60억 해 보살들이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말씀드렸다.
“보살이 어떠한 법을 행하여야 이 금강도량삼매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금강도량삼매를 얻게 되는 네 가지 법]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족성자들아, 보살이 이 금강도량삼매를 얻게 되는 데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무엇이 그 네 가지인가?
첫째 금강 같은 견고한 의지를 갖고 항상 불도를 향한 마음을 품어서 일체 모든 공덕의 뿌리를 뛰어넘음이요,
둘째 성품과 행동을 구족하여 그 헤아릴 수 없는 겁에 걸쳐 방편을 닦아 대승을 장엄함이오.
셋째 깊은 법에 들어가 12연기의 근원을 분별함이요,
넷째 성스러운 지혜를 다 갖추어 조금도 빠뜨리거나 흘리지 않는 것이니라.
[스스로 즐거워하는 네 가지 법]
또 스스로가 즐거워하는 네 가지 법이 있으니
무엇이 그 네 가지인가?
첫째는 뛰어난 지혜의 덕으로 다섯 가지 신통을 구족함이요,
둘째는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의 3해탈문으로 삼매에 들되 그 마음에 희롱이나 게으름 없이 스스로 즐거워함이오.
셋째는 계율을 세워 법계에 머물면서 처하는 곳에서 근원 없는 밝은 지혜를 성취함이요,
넷째는 구경이고 지극하고 심오한 경전의 뜻을 훤히 깨닫고 적멸한 모든 법을 다 통달하는 것이니라.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무엇이 그 네 가지인가?
첫째는 크게 자비로운 마음으로 네 가지 청정한 행을 닦음이요,
둘째는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을 비롯한 6도무극(度無極)을 받들어 행함이요,
셋째는 훌륭한 방편으로 37도품의 법을 행함이요,
넷째는 중생들을 위해 모든 해탈문과 4성제를 닦음이니라.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무엇이 그 네 가지인가?
첫째는 몸으로 지은 업을 금강처럼 튼튼하게 함이요,
둘째는 입으로 한 말을 금강처럼 맑고 미묘하고 부드럽게 함이요,
셋째는 마음 다잡기를 견고하게 하여 금강처럼 흔들리지 않게 함이요,
넷째는 굳센 의지를 세워 다잡기를 굳세게 하여 금강처럼 파괴할 수 없게 함이니라.
보살이 이러한 네 가지 법을 행한다면 빠르게 금강도량삼매를 얻을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하셨을 때, 그 여러 보살들은 모두다 금강도량삼매를 얻었다.
이에 무언보살이 그의 아버지인 사자(師子) 장군에게 말하였다.
“대인(大人)께서는 여러 부처님께서 출현하시는 것을 보셨습니까?
그 덕의 향기로움에 다들 찬탄하니 위대하고 성스럽기가 이루 헤아릴 수 없으며,
그 도의 지혜는 높고 원대해 누구보다도 뛰어나 짝할 이가 없으며,
이제까지 없었던 일이어서 진정으로 미치기 어렵고도 어려우며,
이러한 모습은 비유할 수도 없습니다.
그 자비하신 마음을 이제 모두 다 나타내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중생 무리들을 열반의 경지로 이끌어 매우 안락하게 하셨으니,
원하옵건대 대인께서도 이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향한 마음을 일으키소서.”
사자 장군이 무언보살에게 말하였다.
“아들아 너는 기억하느냐?
네가 태어난 지 7일째 되던 날 허공에서 말하기를
‘그 마음으로 큰 도에 발심하라’ 하였고,
하늘 가운데 하늘이신 부처님께서도 도안(道眼)으로 보시고서
‘밤낮 불도에 뜻을 두라’ 하셨으니,
너에겐 다시 다른 스승이 없으므로 발심하여 귀의해야 할 것이니라.
우리들도 모두 같이 위없는 큰 성인께 목숨을 바쳐 귀의해야 할 것이니라.”
그리고서 사자 장군은 그의 부인을 비롯한 남녀 내외의 친속 500명의 군중들과 함께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향한 마음을 일으켰다.
무언보살이 그의 부모ㆍ형제ㆍ자매ㆍ친속과 그 밖의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은 오늘부터 큰마음을 내었으니 마땅히 정진하여 그 불도를 향한 마음을 장엄해야 할 것입니다.”
[불도를 향한 마음을 장엄하는 마흔 가지 법]
그들은 곧 무언보살에게 물었다.
“무엇이 ‘마음을 내어 불도를 향한 마음을 장엄한다’는 것입니까?”
무언보살이 대답하였다.
“불도를 향한 마음을 장엄하는 마흔 가지 법이 있으니,
무엇이 그 마흔 가지인가?
지극히 불도를 믿음으로서 의심하거나 헐뜯지 않는 것이 그 첫째이고,
법을 기쁘고 즐겁게 여겨 그 법을 영구히 존속하게 하는 것이 둘째이며,
성인들에게 교만을 부리지 않고 공경하여 겸손하게 대하는 것이 그 셋째이고,
항상 착한 벗을 가까이 하는 것이 그 넷째입니다.
모든 보살을 마치 부처님처럼 보는 것이 그 다섯째이고,
조금이라도 해칠 생각으로 중생들을 대하지 않는 것이 그 여섯째이며,
어른과 여러 도움 주는 이들[衆祐]을 공경히 받들어 섬기는 것이 그 일곱째이고,
사랑하건 미워하건 마음을 평등하게 하는 것이 그 여덟째입니다.
법에 들어가기를 싫어하지 않는 것이 그 아홉째이고,
부지런히 경전을 듣는 것이 그 열째입니다.
존귀한 이의 말씀을 듣고서 그대로 따르는 것이 열한째이고,
그 말씀을 다른 사람을 위해 선설하는 것이 열두째입니다.
남에게 도움을 바라지 않는 것이 그 열셋째이고,
법에 일정한 스승을 두지 않는 것이 그 열넷째이며,
응하는 대로 올바르게 생각하는 것이 그 열다섯째이고,
근본 없음을 받들어 행하는 것이 그 열여섯째입니다.
일체의 사랑하는 것과 값진 보배를 아끼지 않는 것이 그 열일곱째이고,
계율을 받들고 수순하여 조금도 빠뜨리거나 샘이 없는 것이 그 열여덟째이며,
인욕하는 힘을 선창하고 널리 펼치는 것이 그 열아홉째이고,
모든 정진을 행하는데 두루하지 않음이 없는 것이 그 스무째입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선정을 닦는 것이 그 스물한째이고,
지혜의 법품을 따라서 기억하는 것이 그 스물둘째이며,
권도 방편으로 중생의 마음을 열어서 교화하는 것이 그 스물셋째이고,
언제나 중생들에게 힘써 도울 것을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 그 스물넷째입니다.
여러 백성들을 근기에 따라 보호하는 것이 그 스물다섯째이고,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그 스물여섯째이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항복시키는 것이 그 스물일곱째이고,
중생들을 가르치려 함에 있어서 번뇌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그 스물여덟째입니다.
항상 시끄러움을 버리고 고요한 곳을 좋아하는 것이 그 스물아홉째이고,
한적한 곳에 처하되 공덕 닦을 것을 생각하는 것이 그 서른째입니다.
현성(賢聖)의 행을 닦으면서 그것을 아는 것이 그 서른한째이고,
항상 만족한 데에 그칠 줄을 알아 변동하지 않는 것이 그 서른둘째입니다.
속세에 있으면서도 속세의 법에 같이 더럽혀지지 않는 것이 그 서른셋째이고,
6견법[堅法]에 순종하는 것이 그 서른넷째이며,
네 가지 은혜를 갚는 수행을 잊거나 버리지 않는 것이 그 서른다섯째이고,
항상 견고한 의지의 원을 받들고 따르는 것이 그 서른여섯째입니다.
착한 공덕의 뿌리를 무너뜨리거나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그 서른일곱째이고,
학업을 닦는데 있어서 게으르지 않는 것이 그 서른여덟째이며,
소승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그 서른아홉째이고,
불도를 향한 마음이 동요하지 않는 것이 그 마흔째입니다.
이 마흔 가지 미묘한 법을 독실히 믿어 겁내거나 약한 마음을 품지 않는다면 일체 나쁜 일을 범하지 않고 모든 공훈을 구족하여 그 명칭이 한량없는 복의 모임에 맞아떨어질 것입니다.
또 도법을 굳게 지니고 도량에 처하여 물러나지 않게 될 것이니,
이것이 바로 장부가 행하는 마흔 가지 일로서 일체 모든 신통한 지혜를 드러내 일으키는 것입니다.
그 불도를 향한 마음을 보배로 삼아 이 공덕으로 스스로 장엄한다면 마음을 일으키는 순간에 삼천대천의 부처님의 경계에서 일으킨 공덕의 뿌리가 모두 곧 눈앞에 다 나타나 멀리서 구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마치 태양의 궁전이 허공에서 두루 비추지 않는 곳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사자 장군은 그 아들에게 말하였다.
“너는 정사(正士)로서 앞으로 이 어버이를 생각하여 자주 찾아와서 보고, 이러한 가르침을 일러주어 끝내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에서 물러나지 않도록 구제하고 지켜주어야 할 것이니라.”
[보살이 행하는 열 가지 법]
무언보살이 대답하였다.
“대인께서 알고자 하신다면, 또 보살이 행하는 법에 열 가지가 있습니다.
이는 모든 부처님과ㆍ대사(大士)들이 항상 보고 기억하는 법입니다.
무엇이 그 열 가지인가?
첫째 중생을 안락하게 하려고 항상 정진을 행할 뿐 자기 혼자만 편안하게 지키려는 것을 생각하지 않음이요,
둘째 자신의 힘을 굳세고 강하게 하여 많은 사람을 깨우쳐 전진하게 하되 약한 사람을 볼 때 더욱 위로하여 깨우쳐줌이요,
셋째 자신이 지은 공덕의 뿌리를 모두 놓아버려 모든 사람들에게 보시하되 일찍이 마음에 근심을 품지 않음이요,
넷째 교화해야 할 사람들에게 불도를 향한 마음을 일으키도록 권유하되 스스로가 위대한 공덕의 갑옷을 입고서
‘이 중생들 가운데 만약 불도를 얻고 바른 법을 받아들이는 이가 있다면, 나는 마땅히 그를 공양하고 받들어 섬긴 연후에 비로소 최고의 올바른 깨달음을 이룩할 것입니다’라고 서원을 세움이요,
다섯째 바른 법을 위해서는 몸과 목숨을 버릴지라도 바른 경전을 버리지 않고 그 한 품(品)의 이치라도 분별하고 선창하여 백천 겁 동안이라도 그 모든 중생들에게 널리 유포함이요,
여섯째 위대한 공덕의 갑옷을 입고서 게으르지 않고 겁내거나 약한 마음을 품지 않음이요,
일곱째 설령 ‘일체 모든 법이 모두 다 본래 청정하다’는 그러한 말을 듣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큰 도를 한계 지우지 않으며, 불법을 버리지 않고 공하다고 여기지도 않음이요,
여덟째 보는 것이 지혜에 맞아 헛되지 않고 내가 평등하게 여기고 중생에게도 평등하며,
이미 중생에게 평등하였다면 법에도 평등하여 그 평등한 모든 경전의 법을 믿어 즐거워함이요,
아홉째 허공이 평등하다해서 그 지관(止觀)에 떨어지지 않고 또 생로병사와 고뇌와 우환의 온갖 갈래에 떨어지지도 않으며,
모든 세간의 소견에 흔들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중생들의 고통과 번뇌를 구제함이요,
열째 마왕 파순(波旬)이 온갖 장애를 일으키기 위해 일부러 와서 말하기를
‘부처님의 도는 얻기 어렵고 경전의 법도 만나기 어려우니, 어서 성문의 가르침을 구하여 빨리 득도하는 것만 못하리라’고 비방하더라도,
보살이 이 말을 듣고는 더욱 한결같은 마음을 굳게 지켜서, 끝없는 의지를 일으켜 게으르거나 싫어하지 않고 물러서지 않으며,
대승을 버리지 않고 참되고 바른 길을 진리의 법에 머물러서 말과 행동이 서로 걸맞아 조금도 허망하지 않고,
몸으로 지극하고 정성 어린 수행을 다하여 자신을 비롯한 모든 하늘ㆍ중생과 시방의 부처님을 속이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대인께서 알아 두셔야 할 열 가지 법이오니, 보살이 행하고 모든 부처님과 보살들이 항상 보고 기억하여 행하는 일입니다.”
무언보살이 이 법을 말했을 때에 사자 장군과 그의 권속들은 곧 유순법인(柔順法忍)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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