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녀소문경 제4권
9. 삼십이상품(三十二相品)
[32상]
이때 보녀가 다시 세존께 여쭈었다.
“큰 성인이시여, 이른바 여래ㆍ지진의 서른두 가지 대인(大人)의 모습이란 어떤 것이며, 전생에 얼마나 많은 공덕을 쌓았기에 이 서른두 가지 대인의 모습을 얻어 두루 몸매를 장엄하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보녀에게 대답하였다.
“나의 과거세에 한량없는 공덕을 행하고 뭇 행을 모았으므로 이 서른두 가지 대인의 모습을 얻어 온몸에 두루한 것이니라.
이제 그 여래의 특징을 요약하여 말하자면,
여래는 발꿈치가 평평하여 편안히 설 수 있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공덕을 견고히 권하되 스스로가 퇴전하지 않고 또 다른 사람의 공덕을 덮거나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래는 손과 발에 법 바퀴의 무늬가 있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갖가지 보시를 베풀었기 때문이요,
여래는 손가락이 가늘면서 길고 좋은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경전의 이치를 설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환란을 벗어나게 구제하였기 때문이다.
여래는 손과 발에 비단결 같은 막(膜)이 있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다른 사람의 권속을 파괴한 일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요,
여래는 손과 발이 매우 보드랍고 미묘한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뭇 궁핍한 사람을 위해 널리 보시를 베풀었기 때문이다.
여래는 무릎이 평평하고 반듯하여 튀어나오지 않았고 장딴지가 사슴과 같은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경전을 받들어 잃어버리거나 어긋나지 않았기 때문이요,
여래는 남근(男根)이 말[馬]의 음장(陰藏)과 같은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몸을 삼가하여 애욕을 멀리하였기 때문이다.
여래는 뺨이 충만하여 사자와 같은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청정한 업을 널리 닦아 그 수행을 모두 갖추었기 때문이요,
여래는 가슴에 항상 자연스럽게 ‘만(卍)’자 형체가 나타나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더럽고 불선한 행을 깨끗이 제거하였기 때문이다.
여래는 팔과 다리와 온 몸매가 결함이 없이 모두 충족된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두려움 없이 뭇 사람들을 편안하게 안심시켰기 때문이요,
여래는 팔 길이가 무릎까지 내려가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많이 권하였기 때문이다.
여래는 온 몸매가 깨끗하여 아무런 결함이 없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열 가지 착한 일을 행하면서도 만족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래는 뇌호(腦戶)가 충만하여 널리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갖가지 약으로 질병에 허덕이는 자들을 돌보아 치료하였기 때문이며,
여래는 걸음걸이가 사자와 같은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뭇 공덕의 뿌리를 심어 구족하였기 때문이다.
여래는 이[齒]가 마흔 개인데 그 이가 희고도 가지런한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그 평등하고 인자한 성품을 중생들에게 베풀었기 때문이요,
여래는 어금니가 촘촘하여 틈이 벌어지지 않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싸우는 사람들을 화합하게끔 교화하였기 때문이다.
여래는 턱 어금니에서 맛 좋은 진액이 나오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뜻에 맞는 미묘한 물건을 보시하였기 때문이요,
여래는 눈썹은 털이 청백하여 아름답고 보기 좋은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몸ㆍ입ㆍ마음을 스스로 잘 옹호하여 길렀기 때문이다.
여래는 혀가 길고도 넓은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지극히 성실한 말씀으로 입을 허물로부터 옹호하였기 때문이요,
여래는 두 어깨가 둥글고 두둑한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한량없는 공양의 복을 짓고 어질고 온화한 마음으로 중생들을 덮어 주었기 때문이다.
여래는 범성(梵聲)이 난새[鸞]의 음성과 같은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부드럽고 온화한 말로 뭇 사람들을 교화하되 알맞은 언사를 사용하여 그 무수한 사람들이 듣고 다 기뻐하였기 때문이다.
여래는 눈동자가 검푸른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항상 인자한 눈으로 뭇 사람들을 살펴주었기 때문이요,
여래는 눈이 초생달과 같은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심성(心性)이 순하고 부드러워 거칠거나 난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래는 눈썹 사이에 흰 털이 있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한가하게 살아가는 이의 공덕과 뭇 사람들의 행을 노래하고 외워 찬탄하였기 때문이며,
여래는 정수리 위에 살상투[肉髻]가 자연스럽게 솟아오른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성현을 받들고 어른을 공경하였기 때문이다.
여래는 살결이 매끄럽고 미묘한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마음껏 법의 품장(品藏)을 기억하여 모았기 때문이요,
여래는 온몸이 자마금(紫磨金)의 빛깔을 내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의복ㆍ침구ㆍ상좌를 많이 보시하였기 때문이다.
여래는 몸 구멍마다 하나씩 털이 나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뭇 모임의 시끄러움을 여의었기 때문이요,
여래는 몸의 털이 위를 향하면서 오른편으로 쏠리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스승을 존경하고 착한 벗의 가르침을 받아 머리 조아려 추종하였기 때문이다.
여래는 머리털이 검푸른 빛깔을 띠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중생들을 가엾이 여겨 칼이나 몽둥이로써 가해하지 않았기 때문이요,
여래는 온 몸매가 반듯하고 평평하고 원만하며 굽어지지 않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몸소 중생들을 권유하고 교화하여 그들의 마음을 다 안정시켰기 때문이다.
여래는 등마루가 큰 갈고리[鉤鎖] 같아서 빛나는 위의와 거룩한 덕을 나타내는 대인의 특징을 갖추었으니 과거세에 많은 불상을 세우고 파괴된 사찰을 중수하는 동시에 흩어진 승가를 스님들을 화합시켜 두려움을 벗어나게 하고 그 밖의 싸우는 자들을 서로 순종하게끔 교화하였기 때문이다.
너는 이것을 알고 하였느냐?
나는 과거세에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뭇 공덕의 근본을 수행하였으니, 여래는 전생에 이러한 공덕을 받들어 행하였기에 바로 이 서른두 가지 대인의 특징을 이룬 것이다.”
그때에 보녀가 다시 세존께 아뢰었다.
“전에 없던 일이옵니다. 하늘의 하늘이시여, 여래께서 과거세에 쌓으신 그 공덕의 근본은 참으로 미칠 수 없는 것이요, 이것이 바로 모든 부처님의 법을 분별하여 해설하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보녀에게 대답하셨다.
“그러니라, 그러니라. 너의 말과 같으니라.
이는 여래가 모든 부처님의 법을 분별하여 해설한 것이니, 어떤 보살이라도 여래가 과거세에 심은 이 공덕의 근본과 부처님의 강설한 모든 법을 듣는다면 훌륭한 이익과 끝없는 경사를 얻음은 물론 곧 진리의 행에 나아가 모든 부처님의 법을 모두 갖출 수 있으리라.”
부처님께서 이 여래의 열 가지 힘과, 네 가지 두려움 없음과, 열여덟 가지 공통되지 않은 법과, 서른두 가지 대인의 특징과, 모든 법문의 품을 말씀하실 때, 시방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큰 광명이 널리 그 불토를 비추었다.
헤아릴 수 없는 중생들이 모두 다 더 없는 바른 진리의 도에 발심하고 2만 5천의 보살들은 생사 없는 법의 지혜를 얻었으며,
허공에서는 백천의 하늘 무리들이 꽃을 뿌리고, 거문고ㆍ퉁소ㆍ피리ㆍ비파와 같은 하늘의 음악을 울리면서 큰 소리로
“그 어떤 사람이라도 이 여래의 열 가지 힘과 네 가지 두려움 없음과 열 여덟 가지 공통되지 않은 법과 서른 두 가지 대인의 특징을 듣는다면 그는 공덕을 모두 갖추어 아무런 허물이 없을 것이요,
이와 같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어 즐겨 하여 의심하지 않음으로써 천상과 세간의 모든 대중 앞에서 지금의 여래ㆍ지진ㆍ등정각처럼 사자후(師子吼)를 외칠 수 있으리니,
왜냐 하면 이 바른 경전을 들었기 때문에 끝내 낮고 천한 자리에 떨어지지 않고 소승(小乘)과 뭇 사람보다 뛰어나 청정한 법을 닦으리라”라고 찬탄하였다.
이와 같이 그 하늘 사람들은 이 경전의 이치를 얻어 들음에 따라 마음이 흐뭇해지고 사랑과 공경심이 크게 일어나 기쁨에 겨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