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고경 하권
[여래의 법신을 보는 보살의 여덟 가지 공덕과 네 가지 일]
가섭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몇 가지 공덕을 성취하면 여래의 상주하며 파괴되지 않는 법신을 볼 수 있으며, 임종의 때에 큰 신력을 나타내겠습니까?”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의 8가지 공덕을 성취한 사람은 현전(現前)에 여래의 상주하시고 파괴되지 않는 몸을 볼 수 있다.
무엇이 8가지 공덕인가?
첫째는 이 심오한 경을 말하되 마음에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는 3승의 3가지 법[說]을 말하되 또한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다.
셋째는 마땅히 교화하여야 할 사람을 끝내 버리지 않는 것이다.
넷째는 만일 승단(僧團)이 무너지면 화합케 하여 한 맛[一味]을 이루는 것이다.
다섯째는 끝내 비구니ㆍ여인ㆍ황문(黃門)을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다.
여섯째는 국왕과 큰 힘이 있는 이에게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다.
일곱째는 항상 선정(禪定)을 즐기는 것이다.
여덟째는 부정(不淨)함과 무아를 생각하고 관찰하는 것이다.
이것이 성취해야 할 8가지 공덕이다.
다시 4가지 일이 있으니, 무엇이 4가지 일인가?
첫째는 법을 잘 간직하는 것이다.
둘째는 항상 스스로, ‘좋구나! 내가 지금 행한 기분 좋은 큰 선행이여’라고 기뻐하는 것이다.
셋째는 스스로가 귀의하고, ‘내가 좋은 이익을 얻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넷째는 여래의 상주에 대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굳게 믿어 의심이 없으며, 밤낮으로 항상 여래의 공덕을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연으로써 현전에 상주하는 법신을 보고, 큰 신력을 나타낸 뒤에 목숨이 다할 것이다.
가섭아, 이러한 선남자ㆍ선여인이 사는 성(城)ㆍ읍(邑)ㆍ취락(聚落)마다 내가 이들을 위하여 법신을 나타내고 그들에게 말하기를,
‘선남자여, 선여인이여, 여래는 상주하신다.
그대들은 오늘부터 항상 이 경을 받아 간직하여 독송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해설하시오’라고 하며,
또 말하기를,
‘여래는 안락 상주하니, 바른 마음으로 희망하고, 다른 사람에게 아첨하고 자기 마음을 굽히지 마시오.
꼭 알아두시오. 세존은 이와 같이 상주하는 것을 청정하게 희망하면 내가 몸을 나타낼 것이오’라고 하였다.
너 대가섭아, 마땅히 믿고 마땅히 살펴야 한다.
만일 이와 같이 법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나를 보겠는가? 어떻게 신통으로 나타내 보이겠는가?
마치 내가 성문승에게,
‘비구가 한 법을 버릴 수 있다면 나는 그를 보증하여 아나함[阿那舍]의 지위를 얻을 것이다’라고 한 것과 같으니,
그가 행한 공덕으로 성취한 것도 또한 이와 같다.
또 내가 이전에
‘계행을 지니는 비구는 종신토록 천신이 항상 따르면서 돌보아준다’라고 말한 것과 같다.
그러므로 그대들은 제 한 몸 챙기기에 골몰하지 말고, 세속을 버리는 마음을 닦아 신념처(身念處)에 머물러야 할 것이다.
또 가섭아, 내 이름을 지니는 비구는 항상 승가를 청정케 해야 한다.“
가섭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것은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중생을 제도(濟度)할 때에, 실컷 계를 범하는 탐욕스런 까마귀와 같은 무리에게는 저 교묘한 방편으로 4법을 수호하는 것처럼 해야 한다.
현호 등 5백 보살은 앞서 감당할 수 없다 하였고, 지금도 여전히 감당하지 못한다.
내가 멸도한 뒤에 최후까지 법을 보호하고, 내 이름을 지니는 비구가 제도하는 법을 행할 때에, 맡은 일을 소홀히 하고 게으른 비구들을 제도하되, 가까이하여 공양하고 그에게 경전을 주며 호흡[消息]을 돕고 지켜준다.
소를 기르는 법과 같으니, 복종시킬 때를 안 뒤에 조복(調伏)시킨다.
만일 제도하고 조복시켜도 고치지 않으면 곧 그를 버려서, 독화살이 착하고 청정한 사람을 상하지 못하게 한다.
그는 또 이와 같이 생각해야 한다.
‘청정한 행을 하는 비구가 저 사람 때문에 계를 범하지 않게 해야 한다.
저 그릇된 법을 말하고 악행을 저지르는 자는 당연히 공경하지 않아야 한다.
함께 법으로 모이는 포살(布薩)ㆍ자자(自恣)ㆍ갈마(羯摩)ㆍ승사(僧事)들을 일체 함께하지 말아야 한다.’
마치 왕이 적국을 무찌르는 것과 같이 그도 또한 이와 같이 해야 한다.
이와 같은 방편으로 저들을 조복시킨 뒤, 백 년 동안 항상 법우(法雨)를 내리며, 대법고를 치고 대법라를 불며, 대법회를 베풀고 대법당을 건립할 것이다.
큰 신력을 보이고, 목숨이 다하면 열반에 들 것이다.
일천 부처님을 지나고 다시 62겁 동안 백천의 연각과 8여래가 열반에 드심을 지나고 난 뒤에 불도를 이루니, 이름이 지적광명(智積光明) 여래ㆍ응공ㆍ등정각이다.
그때에 내 이름을 지니고 있을 비구는 곧 일체세간락견리차 동자이니 이 땅에서 등정각을 이룰 것이다.
가섭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위 없는 보리는 이와 같이 얻기 어렵다.
가섭아, 이것을 범인(凡人)들이 얻을 수 있겠느냐?”
가섭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얻지 못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한 불국토에 한 부처님이 불사를 베푸신다.
제2, 제3의 불국토 또한 이와 같다.
마치 한 겨자씨 안에 많은 세계가 있는 것과 같다.
돌아다니고 왔다 갔다 하면서 누가 가지고 왔는지, 누가 나를 여기에 두었는지 스스로 알지 못한다.
마땅히 아는 것을 따라서 순서대로 불사를 지어도 이와 같이 나를 아는 이가 있기도 하고 모르는 이도 있다.
이 하나의 세계에도 기도굴산(耆闍崛山)에 석가모니불이 있다.
곧 이 가운데 미륵불이 계신다.
이 세계에서 혹은 겁이 불타는 것을 나타내며, 혹은 설법하는 것을 나타내니, 이와 같이 기이하고 특별한 것은 매우 드문 것이다.
다시 어떠한 ‘최고로 기이하고 특별한 것’이 있는가?
일체세간락견리차 동자는 범속(凡俗)한 집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 그가 태어나는 집은 모두가 보살이라고 이르는 일이다.
가섭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저 공양하고 모시는 사람들은 모두 기뻐하며, 종친(宗親)이 사랑스럽게 생각하여 말하기를,
‘우리 집안[種姓]에도 이와 같은 사람이 태어났다’라고 할 것이다.
이 모든 사람들을 전부 내가 보낸 것이다.
가섭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저 보살마하살에게 만일 남은 4중이 권속이 되면, 모두가 『대법고경』을 듣고 전부 위 없는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가섭아, 내가 옛날 먼 옛날에 비사리(毘舍離) 성에서 전륜왕이 되었고, 이름은 난제사나(難提斯那)였다.
그때에 비사리성은 4천왕(天王)이 염부제에 내려온 것 같았고, 사바(娑婆)세계와 같았으며, 그 나머지 천하도 또한 이와 같았다.
이와 같이 삼천 대천 세계에서 나의 수명은 헤아릴 수 없었다.
내가 이와 같이 전륜성왕이 되어, 아승지의 매우 훌륭한 보시와 여러 공덕을 행하였고, 계행을 청정히 지니고 모든 선행을 닦으며, 이와 같은 한량없는 공덕을 모았다.
그러나 만일 어떤 선남자ㆍ선여인이 1승인 대법고경을 말하는 것을 듣고 웃으며 지나가거나 한 번 생각하기만 해도, 그 얻은 공덕이 앞의 복덕보다 훨씬 더 나으니, 이루 기록할 수 없을 정도이며, 셈하거나 비유하여 헤아리지 못할 정도이다.
마치 이름이 염소[焰炤]라는 주문의 왕[呪王]이 있었는데, 이 주문을 한 번 외우면 넉 달을 잘 호지한 것과 같다.
가섭아, 마땅히 알아두어라. 세간의 범속한 주문의 위세도 이와 같은데, 대법고경을 한 번 읽으면 그 힘으로 능히 수명이 다하도록 호지하지 못하겠느냐?
그러므로 어떤 이가 능히 이 경을 공양(供養)하면, 이 모든 중생에게 위 없는 깨달음의 결정된 인(因)을 지어 줄 것이며, 궁극적인 깨달음에 이르러 이 경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때에 모든 대중들이 같은 소리로 외쳤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매우 뛰어나신 세존이시여, 이제 이 동자는 부처님의 명호를 지니는 비구가 되어야 할 것이니, 만일 열반에 든다면 기타 숲의 신(神)이 의지할 곳이 없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가 남방에서 와서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렀다가 열반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그가 올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그에게 가서 몸을 나타낼 것이다.
먼저 이 경을 보낸 다음에야 갈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만일 이 경이 그의 수중에 들어가지 않으면, 그가 곧 물러나려 마음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그에게 조복시킬 중생이 있으면, 나는 대중과 함께 그 앞에 가서 머물 것이고, 그는 나를 볼 것이니, 즉시 돌아가 그를 맞이하면 이미 열반에 들 것이다.
그가 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 중생을 제도하는 곳마다 열반에 들 것이다.”
그때에 하늘 제석의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이 아비만유(阿毘曼儒)였는데, 신통을 타고 이곳에 이르렀다. 그는 나이는 어리나 참된 마음이 청정하고 대승을 믿고 즐기었다.
오직 한 사람뿐이어서 아무도 대적할 사람이 없었으니, 천인(天人) 가운데서 대승의 매우 심오한 경전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그는 해탈의 인연을 해설하고 부처님의 수기를 얻었다.
때에 모든 대중이 같은 소리로 게송으로 말하였다.
기이하구나
일체세간락견이여
비구의 형상을 하고
대법고를 두드리며
불법을 호지(護持)하여
오래도록 머물게 하는구나.
열반에 든 뒤에
세간은 허공이 되고
그가 멸도한 뒤에
그와 같은 사람이 없구나.
이와 같은 비구는
세간에서 얻기 어려우니
세간을 위하여
궁극의 도를 말씀하셨네.
그때에 가섭과 아난과 현호보살 등 한량없는 대중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봉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