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보살본행경 하권
9. 바라문이 부처님을 찬탄한 공덕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는데, 부처님께서 1천2백50명의 사문들과 함께 계셨다.
성에 들어가서 걸식[分衛]하고자 하여 부처님께서 성에 들어가시려고 할 때 5백 명의 하늘 사람이 먼저 향기로운 바람을 놓아서 길을 쓸고, 나아가 모든 동네까지도 다 청정하게 하니 부정하고 더러운 것이 없어지고 냄새나는 곳은 저절로 땅으로 들어가서 도로가 모두 정결하게 되었다.
5백 명의 하늘 사람이 향기로운 즙을 비처럼 내리어 도로와 거리와 마을을 모두 윤택하게 하고, 또 하늘 꽃을 뿌리니, 국왕과 신하와 백성들이 그 상서로운 감응을 보고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임을 알고, 모두 좋아하는 것과 모든 일거리를 놓고 달려나와서 세존을 맞이하였다.
백성들이 부처님을 뵙는데, 그 가운데 땅을 쓰는 이, 꽃을 뿌리는 이, 향을 피우는 이, 옷을 땅에 펴는 이, 머리를 풀어서 땅에 깔고 부처님으로 하여금 그 위를 밟고 지나가시게 하려는 이, 몸뚱이를 땅에 던져 사지를 펴서 부처님께서 그 위를 밟고 가시게 하려는 이, 깃발과 일산을 바쳐든 이, 기악을 울리는 이, 일심으로 합장한 채 청정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보는 이가 있어서 일체 중생들이 각각 갖가지로 세존을 공경하였다.
그때 한 바라문이 있었는데 몹시 가난해서 꽃도 향도 공양할 거리도 없어 부끄러웠으나 다른 도리가 없어서 오직 일심으로 뜻을 청정히 하여 부처님을 뵈리라 하고,
곧 공손하고 엄숙한 뜻과 기쁜 마음으로 합장한 채 여래를 보고 게송으로써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빛나신 자금색 얼굴
32상이 분명하신데,
일체 중생의 무리들이
뵙고서 기뻐하지 않음이 없네.
부처님만 뵈면 마음이 기뻐서
걱정과 근심이 모두 사라지네.
영원히 생사의 바다 건네 주시는
크게 편안하신 어른[大安]께 머리 숙여 절하나이다.
그때 세존께서 흔연히 웃으시니 5색의 광명이 입에서 나오는데 천백 가지의 신기함이 있었다.
낱낱 빛 머리에서 헤아릴 수 없는 밝음이 나왔고, 낱낱 빛 끝에는 일곱 가지 보배의 연꽃이 있었으며,
낱낱 꽃 위에는 모두 화신불[化佛]이 있어서 두루 시방을 비추었으니, 아래로는 모든 큰 지옥에 이르렀고 위로는 33천에 이르렀으며, 두루 5도(道)의 깊고 어두운 곳을 비추었으니, 온통 부처님의 경계가 크게 밝지 않음이 없었다.
삼천세계의 모든 하늘과 인민들이 부처님의 광명을 보고 기뻐 뛰지 않음이 없었으며, 각기 궁전을 떠나고 즐기던 바를 버리고 모두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서 경법(經法)을 설하시는 것을 들었다.
그 광명을 보고 득도하는 자, 혹 화신불이 설하는 바 경법을 듣고 득도하는 자, 혹 광명을 찾아와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서 득도하는 자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지옥에서 고문하여 다스리는 곳도 모두 휴식을 얻었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모두 천상에 태어날 수 있었다.
일체의 축생과 금수의 세계에는 선한 마음이 스스로 생겨서 자비로운 마음으로 서로 향하여 서로 상해하지 않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역시 천상에 태어날 수 있었다.
아귀들은 모두 저절로 여러 가지 맛난 음식을 얻어서 배고프고 목마른 생각이 없어져서 기뻐 뛰면서 다시 인색한 마음이 없었으며, 목숨을 마친 뒤에는 모두 천상에 태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한량없는 중생들이 장님은 보게 되었고, 귀먹은 자는 듣게 되었으며, 벙어리는 말을 하였고, 꼽추는 펴졌으며, 앉은뱅이는 걸었고, 파리하고 쇠잔한 모든 병이 다 나았으며, 감옥에 매여 갇혔던 자들이 다 풀려났다.
이때에 대천세계의 모든 하늘과 인민과 일체 대중들이 기뻐하지 않음이 없었고, 마음이 다 청정하여 다시 세 가지 번뇌[垢]가 없었으며, 그 중에는 혹 천상에 태어난 자가 있었고, 도적(道迹)을 얻은 자, 왕래(往來)를 얻은 자, 불환(不還)을 얻은 자, 아라한을 얻은 자, 벽지불의 도를 얻은 자,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일으킨 자, 혹은 퇴전하지 않는 경지에 굳게 머무른 자가 각각 이와 같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세존의 광명이 시방을 비춘 후 돌아와 몸을 세 바퀴 돌고 미간으로 들어갔다.
이에 아난이 다시 의복을 바로잡고 꿇어앉아서 합장한 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웃으신 데는 반드시 까닭이 있으실 것이오니 부디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바라문을 보았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예, 이미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바라문이 청정한 마음으로 한 구절의 게송으로써 부처님을 찬탄하였는데,
이 뒤로 13겁 동안 천상과 인간 가운데 봉하고 받음이 자연스러워서 항상 단정함을 얻고, 언변과 지혜가 뛰어나서 사람들에게 찬탄받을 것이며,
3도(塗)와 8난처(難處)에 떨어지지 않고, 그 뒤엔 모두 반드시 벽지불이 되어서 이름은 환열(歡悅)이라고 하리라.”
일체 회중(會衆)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듣고 모두 다 기뻐서 노래로 부처님의 덕을 찬탄하였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의 공덕은 불가사의합니다.
이 바라문이 한 구절의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여 얻은 바 공덕이 한량이 없어서 그 장함이 이와 같습니까?”
[가난한 바라문이 흰 코끼리을 찬찬한 공덕]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바라문이 비단 오늘만 나를 찬탄하여서 선한 이익을 얻은 것이 아니니라.
지난 세상에 바라나(波羅奈) 국왕의 이름이 파마달다(婆摩達多)였다.
사냥을 나갔는데, 상병(象兵)과 마병(馬兵)과 거병(車兵)이 앞뒤로 따르면서 인도하여 나갔다가 산에서 흰 코끼리 한 마리를 얻었는데, 몸이 희기가 눈빛과 같아서 그 빛나고 윤택함이 사랑스러웠고, 여섯 개의 어금니가 있었다.
왕이 이 코끼리를 얻고 대단히 기뻐하면서 곧 코끼리를 길들이는 사람에게 맡기어 길들이게 하였다.
이때 코끼리 조련사가 곧 굴레와 배띠와 밀치로 얽어매고 큰 몽둥이로 가두니, 그 코끼리가 눈물을 흘리며 슬피 울면서 먹지 않고 7일 동안을 지냈다.
코끼리 조련사가 겁을 내기를,
‘이것은 왕가의 코끼리인데 만약 먹지 않으면 오래지 않아서 곧 죽을 것 아닌가?’라고 여겼다.
즉시 왕에게 여쭈었다.
“그 흰 코끼리가 잘 먹지 않고 눈물을 흘리면서 슬피 웁니다.”
왕이 그 말을 듣고 곧 가서 보고 코끼리에게 물었다.
“왜 먹지 않느냐?”
코끼리가 문득 사람의 말로 왕에게 대답하였다.
“제 마음에 근심이 있으니 대왕께서 제 근심을 없애 주십시오.”
왕이 다시 물었다.
“무슨 근심이 있느냐?”
코끼리가 대답하였다.
“제게 부모가 있는데 늙어서 걸어다닐 수 없고 또 공양할 자가 없으므로 오직 제가 음식을 구하여 공양하였습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여기에 얽매여 있으면 공양할 자가 없어서 반드시 부모가 함께 죽을 것이므로 슬퍼하고 근심하는 것이니,
대왕께서 만약 큰 자비심으로 저를 놓아 주시어 가게 하신다면 부모를 공양하다가
부모가 목숨을 마치면 반드시 스스로 돌아와서 대왕님을 섬기겠으며, 이 맹세를 어기지 않겠습니다.”
왕이 그 말을 듣고는 슬프고 언짢아서 곧 찬탄하였다.
“너는 비록 축생이어도 사람의 행실을 닦는데, 나는 사람이 되어서도 축생의 짓을 하였구나.”
왕이 꿇어앉아서 코끼리를 풀어 주어서 가게 하였다.
그때 코끼리가 돌아가서 부모를 공양한 지 12년 만에 부모가 다 죽으니, 곧 돌아와서 왕궁으로 나아갔다.
왕은 코끼리가 돌아온 것을 보고 더욱 기뻐하면서 7보 장엄과 영락으로 그 몸을 꾸미었으며, 왕이 나아가고자 할 때면 코끼리가 앞에서 인도하니,
왕이 이 코끼리를 태자보다 더 사랑하였고, 뭇 코끼리 가운데 최고라 하여 이름을 상번(象幡)이라 하였다.
그때 가난한 바라문이 왕에게 나아가서 구걸할 생각으로 사람들에게 물었다.
“어떠한 방편을 지어야 재물을 얻을 수 있는가?”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왕에게는 흰 코끼리가 있는데 매우 좋아합니다.
그대가 만약 이 코끼리를 찬탄한다면 크게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바라문이 왕이 외출할 때를 틈타서 길가에 있다가 곧 흰 코끼리를 찬탄하는 게송을 설하였다.
네 몸이 심히 아름다워서
마치 천제(天帝)의 코끼리와 같구나.
뭇 코끼리 중에 형상을 구족하였고
복과 덕이 매우 높고 높구나.
둘도 없는 형체를 어디 견주랴.
마치 희기가 눈빛 같구나.
그 무엇도 미치기 어려운 신체
기특하기 이를 데 없구나.
그때 국왕이 흰 코끼리를 찬탄하는 것을 듣고 대단히 기뻐하면서 그 바라문에게 금전 5백을 주어 치부하게 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상번이었던 자는 나이고, 그때 바라문이었던 자는 지금 이 바라문이니라.
그 때도 나를 찬탄하고서 이익을 얻어 궁핍에서 구제되었던 것인데,
지금 내가 성불하였는데 또 나를 찬탄하였으니,
그 복의 과보를 얻음이 한량이 없어서 생사의 어려움에서 제도될 수 있었다.”
아난이 무릎을 꿇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네 글귀의 한 게송으로써 여래를 찬탄한다면 마땅히 얼마만한 공덕의 과보를 얻게 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바로 억백천 나술(那術)의 헤아릴 수 없는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사람의 몸을 얻게 해서 벽지불의 도를 성취할 수 있게 하는데,
가령 어떤 사람이 이 모든 벽지불에게 의복ㆍ음식ㆍ의약ㆍ침구 따위를 백 세 동안 공양하였다면 그 사람의 공덕은 정녕 많겠느냐?”
아난이 아뢰었다.
“매우 많고 많아서 가히 헤아릴 수 없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네 글귀의 한 게송만으로도 기쁜 마음으로 여래를 찬탄한다면
그 얻는 바 공덕은 저 모든 벽지불에게 공양하고서 얻은 복덕보다 백천만 갑절, 백억 무수 갑절이나 더하여서 비유도 할 수 없느니라.”
현자 아난과 모든 대중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다 크게 기뻐하면서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머리를 조아려서 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