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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개정행소집경 제10권
이때 장자가 다시 가타(伽陀:게송)로 부처님을 찬탄하고 나서 진실한 말로 큰 서원을 지었다.
“내가 닦은 선근의 공덕으로 미래 세상에 불도를 이루고 또한 세존과 같이 32상(相) 80종호(種好)를 빠짐없이 이루고,
걸림 없는 지혜와 위없는 법의 약으로 능히 중생의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병을 낫게 하며,
부모가 없는 이에게는 주재자[主宰]가 되어 주고,
어두운 이에게는 밝은 빛이 되어 주고,
조복하지 못한 자에게는 잘 조복하게 하여 주며,
믿거나 알지 못한 자에게는 믿음과 앎이 생기게 하며,
편안하지 못한 이에게는 편안을 얻게 하며,
열반을 얻지 못한 이에게는 열반을 얻게 하며,
마침내 생(生)ㆍ노(老)ㆍ병(病)ㆍ사(死)ㆍ우(憂)ㆍ비(悲)ㆍ고(苦)ㆍ뇌(惱)를 여의어 벗어나 모두 다 하늘에 태어나 미묘한 쾌락을 받게 하여주소서.
다시 능히 8성도(聖道)의 행을 닦도록 권하고,
4성제(聖諦)의 법을 열어 보여 펼쳐서 그들이 듣고 나서 마음으로 깨달아 알게 하며,
불ㆍ법ㆍ승의 모든 공덕을 찬탄하고 한량없는 지혜는 자성이 청정하고 광대한 위신(威神)은 능히 이길 자가 없으며,
능히 생사에 윤회하는 고뇌를 뽑아내고 방편으로 유도하여 해탈성(解脫城)에 들어가 점차로 모든 공덕의 법을 닦게 하고,
청정한 계를 지켜 보호하며,
사마타(奢摩他)와 비발사나(毘鉢舍那)를 닦고,
4무외(無畏)와 4신족통(神足通), 4정근(正勤) 등에서 모든 게으름을 다스리고,
4념처(念處)에서 밝게 기억하여 잊지 않고,
4무량심(無量心)을 평등하게 닦고 익히며,
5근(根)ㆍ5력(力)에 의하여 5취(趣)의 장애를 끊고,
5온(蘊)을 깨달아 자타가 동등하며,
6바라밀(波羅蜜)을 원만하게 이루어 모두 갖추고,
7성재(聖財)를 모든 중생에게 널리 베풀며 청정한 계행을 만족히 닦으며,
7각(覺)의 꽃을 밟고 일심으로 7방편관(方便觀)에 편안히 머물며,
8성도지(聖道支)를 분별하여 연설하며,
9차제정(次第定)을 잘 닦고 익히며,
10력(力)을 구족하여 명성이 시방에 들리며,
10자재(自在)를 얻어 나아가 성불에 이르게 하소서.”
그때 세존께서는 저 장자가 대중 가운데에서 서원을 일으키는 것을 본 뒤에 찬탄하며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그대는 진정 사람 가운데 큰 용이요, 사람 가운데 사자요 가장 으뜸이며 가장 훌륭하며, 사람 가운데 큰 선인이고, 모든 티끌에 물드는 것을 여의었으니 흰 연꽃 같도다.
능히 모든 중생을 실어 운반함을 감당할 것이요, 능히 위없는 보리(菩提)를 짊어지는 것을 감당할 것이다.”
이때 세존께서 연꽃이 피는 것처럼 금빛 손을 펴시니 손가락 사이의 그물막에는 그 무늬가 교묘하였으며, 아버지가 아들을 어루만지듯 장자의 정수리를 쓰다듬으며 범음성(梵音聲)으로 봄날의 우레 소리 같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오는 세상에 마땅히 부처가 될 것이니, 이름은 능만중생지원(能滿衆生志願) 여래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知)ㆍ명행족(明行足)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조어장부(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라고 할 것이다.
10력을 구족하여 모든 마의 무리를 깨뜨릴 것이요, 그 국토는 청정하여 광대하고 부유하고 즐거울 것이다.”
그러자 허공에서 모든 천자(天子)들이 향기로운 고운 꽃을 내려주며 공양하였고, 널리 부처님 세계의 모든 유정이 함께 신심을 일으켜서 즐거이 복된 수행을 닦았다.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너는 미래 세상에
훌륭한 공덕을 쌓고 모아서
생사의 바다 속에
빠져 있는 모든 이를 건져내리라.
무수한 겁을 지나
마땅히 불도 이루어
지혜의 눈이 청정해지고 티끌이 없어져
모든 법을 현증(現證)할 것이다.
상호를 갖추고 광명을 놓으니
세간의 밝은 태양 같아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3독(毒)의 어둠을 없애게 할 것이다.
하늘과 사람의 대중 가운데
가장 훌륭하니 그대보다 더 뛰어난 이는 없을 것이요
유정을 잘 조복하여
모두 다 청정행을 닦게 할 것이다.
으뜸가는 도사(導師)되어
일체지를 구족하고
최상의 보리를 얻을 것이니
연꽃이 물속에서 솟아난 것 같으리라.
그때 세존께서 대중 가운데서 저 장자에게 부처님의 수기를 주시니, 그 자리에 있던 빈바사라(頻婆娑羅)왕의 국내의 백성들이 모두 신심을 발하면서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찬탄하였다.
부처님 등에게 오로지 보시행을 닦음으로 말미암아 사람과 하늘 가운데서 항상 주재자[主宰]가 되어 큰 위신력을 갖게 되고,
항상 대비(大悲)로써 일체 중생을 이롭고 안락하게 하면 위없는 깨달음을 반드시 얻게 된다.
그런 까닭에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이 경전을 항상 받아 지니고 남을 위하여 널리 설하라”고 명하신 것이다.
보시의 행을 자세히 밝혔는데 번거로울까 염려되어 그만두고 지금부터 지계의 공덕을 나타내 보이겠다.
왜 보시를 말한 뒤에 곧 지계를 말하는가?
이것은 모든 경에서 의거하여 차례가 그와 같기 때문이다.
또 모든 중생이 게으르고 쾌락에 집착하는데,
이것은 대개 속마음[內心]에 스스로 삿된 생각을 지음으로 말미암아 수순(隨順)하여 짓는 것이고,
나아가 현재 행하여 흘러가서 몸과 말에 이르기까지 금계(禁戒)를 헐어 깨뜨리고 있다.
이런 중생들에게 이에 대치(對治)하는 것을 일으키도록 하려고 보시 후에 지계의 모양을 설하는 것이다.
만약 부처님의 제자와 모든 속인들이 저 금계를 굳게 지켜 범하는 일이 없다면 이것을 가리켜 지계가 청정하다고 한다.
만약 모든 중생이 삿된 생각을 일으켜서 몸과 말과 뜻의 업으로 수없이 많은 죄를 짓되,
중생을 살해하여 사람의 목숨을 끊고, 남의 소유물을 주지 않는데도 가져가며,
탐욕에 깊이 빠져서 물들어 마음에 조금도 버리지 않으며,
거짓말과 꾸밈말과 욕[惡口]과 이간질하는 말을 하고,
크게 삿된 견해를 일으켜서 인과(因果)가 없다고 주장하여,
아비를 죽이고 어미를 죽이고 아라한을 죽이며,
악독한 마음으로 부처님 몸에 피를 내고, 화합한 승단을 깨뜨리고 탑을 무너뜨리고 절을 헐며,
승가의 물건을 훔치고, 청정하게 수행하는 비구니를 더럽히며,
모든 선한 사람을 꾸짖고 욕설하는 것에서 기쁨을 일으키고, 항상 모으는 것을 즐기고, 옳지 않은 말을 하며,
법을 가볍게 여기고 가르침을 업신여기며,
세상일의 경영에 탐착하며, 삿되게 생명을 부지하기 위하여 모든 악업을 지으니,
회(膾)치는 우두머리ㆍ옥졸ㆍ도살업ㆍ물고기 잡는 일ㆍ좀도둑질ㆍ노략질과 나아가 가난한 사람의 소소한 재물에 이르기까지 강제로 빼앗는다.
남에게 독약을 주어 중생을 해치고,
코끼리ㆍ말ㆍ소 등을 거세하기 좋아하며,
마을을 파괴하고 숲을 베며,
어지러운 말을 하고, 어질고 선한 이를 헐뜯고, 거짓으로 위의를 나타내며,
그 마음이 사특하고 왜곡되어 착한 것을 착하지 않다고 말하고,
줄 것을 주지 않게 하여 온갖 죄를 짓고 난 뒤에는
목숨을 마칠 때가 되면 온갖 괴로운 모습들이 모조리 앞에 나타난다.
식(識)이 이미 없어진 뒤에도 악업은 끝내 뒤쫓아 가서 지옥 속에 떨어져 지극히 무거운 고통을 받는다.
지옥에는 네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불에 타는 지옥[煻煨],
둘째는 시체와 똥이 있는 지옥[屍糞],
셋째는 칼이 숲을 이룬 지옥[劍林],
넷째는 뜨거운 재가 강을 이룬 지옥[灰河]이다.
이 네 지옥을 근변(近邊)이라고 한다.
팔열근본지옥(八熱根本地獄)이 있으니,
첫째는 불에 타는 지옥[燒然],
둘째는 지극하게 태우는 지옥[極燒然],
셋째는 온갖 고통이 합하여 괴롭히는 지옥[衆合],
넷째는 괴로워 소리 지르는 지옥[號叫],
다섯째는 지독한 고통으로 통곡하여 부르짖는 지옥[大號叫],
여섯째는 뜨거운 불길에 타는 지옥[炎熱],
일곱째는 지독히 뜨거운 지옥[極炎熱],
여덟째는 쉴 새 없이 고통 받는 지옥[無間]이다.
그때 저 옥에는 여러 옥졸이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추악하여 매우 두려워할 만하다.
혹은 소의 머리나 나귀ㆍ코끼리 등의 머리를 하고 그 형상은 장대하고 살찌고 힘세며,
피부는 검고 거칠고 모발은 황적색이며, 눈썹을 찡그리고 성난 눈을 하고 있으며,
들창코에 입술은 두텁고 양 팔은 억센데 손에는 철봉을 들고 있으며,
혹은 날카로운 도끼를 들고 있거나 창ㆍ삼지창ㆍ쇠망치ㆍ정강이뼈를 자르는 톱ㆍ검륜(劍輪) 등과 같은 갖가지 고통을 주는 도구를 들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은 맹렬한 불꽃을 내뿜고 있다.
옥졸들은 흉악하고 위험하고 성급하여 저 죄인에게 조금도 자비를 베풀지 않아서 불에 태우거나 뜨거운 물에 삶고 혹은 베거나 톱으로 자른다. 이윽고 죄인의 목숨이 곧 끊어지지만 잠깐 사이에 다시 살아난다.
혹은 다시 당외(煻煨)지옥이나 시분(屍糞)지옥 속으로 몰고 들어가 뜨거운 곳에 발을 넣었다가 다시 들어내기를 반복한다.
멀리 나무숲을 보고 곧 그곳으로 도피해 가지만 도달해 보면 가지와 잎이 모두 칼날로 이루어져 있어 위에서 칼날이 떨어지니 그 몸이 찢어지고 잘린다.
그곳에 있던 모든 사나운 짐승인 범ㆍ들소ㆍ사자ㆍ마갈어(摩竭魚) 등이 입을 벌리고 불을 토해내며 악을 쓰는 유정들을 날카로운 이로 씹어서 삼킨다.
또한 큰 쇠 나무가 있는데 사납말려(娑拉末黎)라고 한다. 이 나무 위에는 백천 개의 날카로운 칼과 쇠로 만들어진 가시가 있는데, 하나하나의 쇠 가시는 그 길이가 16지이다.
그때 저 옥졸은 죄인을 몰아대는데, 그 가시가 위아래로 거꾸로 따라서 몸을 찌른다.
그러면 모든 악한 날짐승이 그 위로 다투어 모여들어서 날카로운 부리와 단단한 발톱으로 쪼거나 짓밟는다.
옥졸은 빗장으로 입을 강제로 벌려 엄청나게 뜨거운 철환(鐵丸)을 삼키게 하거나 구리 녹인 물을 입 속에 부어 넣으니 목구멍을 통해 아래로 내려가면 전체가 불에 데고 살이 문드러진다.
혹은 죄인의 혀에 쇠못을 박고 다시 쇠 쟁기를 걸어서 소가 갈게 하고 혹은 죄인을 쇠절구에 던져 넣은 뒤에 절굿공이로 빻고 부수거나 쇠 상자에 억지로 그 몸을 잡아 넣으니,
귀와 코와 입에서 모두 피가 흘러나오고 온 몸이 부서져 끝내 남는 것이 없게 된다.
또한 커다란 재 구덩이가 있는데 그것은 매우 깊고 불꽃이 이글거린다.
그런데 그 속으로 죄인을 던져 넣으니, 순식간에 불덩이로 변하고 만다.
그때 모든 옥졸이 꾸짖어 책망하기를,
“너는 옛날에 온갖 악을 많이 짓고 마음에 자비행이 없으며 금계를 깨뜨리고 범하였기에 이제 그 과보를 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알아야 하니 이곳에서의 지극한 고통은 감당하기 어렵고 참기 어려우나 긴 세월 동안 벌을 받아서 업이 다한 후에야 바야흐로 나갈 수 있느니라”라고 한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경계하시되,
“너희들 비구는 항상 이 경을 받아 지니며 읽고 외워서 남을 위하여 연설하여 보시와 지계를 닦게 하여 복개를 성취하도록 하라”고 하셨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계를 파괴한 자는 지혜로 말미암아 속마음이 생각에 얽매어 대치하지 못하고 열뇌(熱惱)에 시달려 온갖 죄를 지으니,
마치 마른나무 움집 속에 불꽃을 넣으면 반드시 타버리는 것과 같고,
망가진 씨앗은 좋은 밭에 심어도 끝끝내 그 싹을 틔우거나 자라지 못하는 것처럼,
저 파계하는 자가 부처님 법의 밭에 선의 싹을 키우지 못하는 것 또한 이와 같다.
또 숲은 그 뿌리를 다 베어버리면 줄기와 가지와 잎이 다시는 무성해지지 못하는 것처럼,
파계하는 사람이 그 선근을 자르고 공덕의 법을 무너뜨리는 것도 그와 같다.
마치 마른 우물에서는 목마른 자가 아무리 물을 구하여도 결코 물을 얻지 못하듯이
저 파계하는 자는 모든 선한 사람이 그에게서 법을 구하여도 결코 얻지 못한다.
전다라(旃茶羅)는 왕이 되지 못하며 모든 인민이 믿고 복종하지 않는 것처럼,
저 파계하는 자 또한 감히 설법하지 못하며 모든 중생은 그가 설하는 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비유하면 사람이 썩어 문드러진 사탕수수에서 그 맛을 찾고자 하나 결국은 얻지 못하듯이 금계를 무너뜨리고 범한 사람은 그 공덕을 구하여도 필경에는 구하지 못한다.
또 모든 세속인은 그런 사문을
‘홀로 외로이 얽매이지 않고 고요하고 안락하게 살고자 그 가정을 버리고 기꺼이 사문(沙門)이 되었지만,
저 자는 정인(正因)이 없어 마음이 확고하지 못하고 어리석고 암둔하며 사문이 된 뒤에 다시 세속의 사업을 경영하기를 좋아하고 욕심에 물들어 집착하기를 좋아하여 금계를 깨뜨려 무너뜨렸다’고 본다.”
그때 대중 가운데 늙고 덕 있는 이들이 있어 그런 자들을 꾸짖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너는 부처님 3의(衣)를 지니고
법 아닌 행을 즐겨 지으면서
저 청정한 대중을 욕되게 하니
전다라와 다름없도다.
내심으로 삿되게
5욕(欲)의 모든 경계를 생각하니
마치 저 송아지가
항상 수초(水草)를 생각하는 것과 같구나.
세속 일을 하기를 좋아하고
돈으로 모든 진기한 것을 바꾸면서
그 가치를 늘리고 줄이며
말에는 성실함이 없으니
그는 곧 새는 술잔과 같아서
그 마음이 항상 만족하지 못하며
적은 재물의 이익을 구하기 위해
헛되이 속이는 일을 경영하도다.
비유하면 벌이 꿀을 따기 위해서는
마땅히 연꽃 숲에 의지해야 하는데도
도리어 가시 숲에 들어가
갖가지 고통을 헛되이 받는 것처럼
우리 부처님의 법의 대해(大海)는
결코 그런 시체는 용납하지 않도다.
저 소금밭에서는
두 번 다시 씨앗이 자라지 않나니
마치 나병에 걸리면
고칠 방법이 없는 것과 같도다.
너는 자기가 지은 온갖 악업에 대해
어찌 두려워하지 않는가?
마치 물이 새는 배와 같으니
나와 남이 어떻게 건널 수 있으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파계하는 사람은 감당할 수 없으니 욕심이 많은 까닭에 마음으로 구하는 것이 많고,
남의 물건[他色]을 침범하여 항상 겁내고 두려운 마음을 품고 있으며,
명성을 잃고 선지식을 멀리하게 된다. 마땅히 알라.
이런 무리는 마치 저 인색한 자가 끝끝내 조그마한 보시의 공덕도 없는 것과 같아서
저 파계하는 사람은 손이 없는 가난한 사람이 비록 보배산에 이를지라도 얻을 수가 없는 것과 같다.
깨끗하지 못한 것을 담은 병이 가득 차서 더러운 것이 넘쳐흐르는 것과 같으며,
함정을 사람들이 보고 멀리 피하는 것과 같으며,
집 안에 뱀이 있어 사람이 항상 두려워하는 것과 같으며,
아름다운 동산에 맹호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과 같으며,
험준한 길을 사람이 지나가려 하지 않는 것과 같으며,
저 부수어진 수레가 싣고 운반하지 못하는 것과 같으며,
저 악인(惡人)은 사람들이 모두 배척하고 버리는 것과 같으며,
저 독사를 눈으로 보기조차 싫어하는 것과 같으며,
시다림(尸陀林)을 사람들이 몹시 싫어하는 것과 같으며,
저 미친 코끼리를 사람들이 길들이기 꺼려하는 것과 같으며,
도둑을 부자가 싫어하는 것과 같으며,
마치 그려진 점박가(占博迦) 꽃과 같아서
그에게서는 계향(戒香)이 풍기지 않는 것이 또한 다시 이와 같다.
전단향의 숲에 피마자 나무가 있으면 냄새가 서로 섞이므로 속히 베어버려야 하는 것과 같다.
설사 입 안에 혀가 백천 개 있어도 파계의 허물을 능히 다 말할 수 없으니, 그 수를 알고자 하나 끝이 없느니라.
파계로 말미암아 능히 모든 중생의 평등한 선법(善法)이 증장하지 않으니, 계경(契經)에서 설한 것과 같다.
어떤 사대부(士大夫)가 있었는데, 그가 어느 날 자기의 사위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수레를 끌고 숲으로 가서 땔감을 베어 오너라.’
그가 산에 가서 땔감을 베느라 정신이 팔려 그만 소를 잃어버렸다.
그래서 소를 찾으려고 어떤 사람에게 수레를 지키게 하였는데, 소를 찾기는커녕 수레마저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 사람이 당황하여 곳곳으로 찾아다니다가 한 연못에 이르러 새를 보고 곧 도끼를 멀리 던져 그 새를 맞추려 하였다.
그러나 새를 맞추지 못하고 도리어 도끼를 연못 속에 빠뜨리고 말았다.
그래서 옷을 언덕 위에 벗어두고 연못에 들어가 도끼를 찾았으나 결국 도끼를 찾지 못하였으며, 옷마저 남이 도둑질해 가버렸다.
그래서 벌거벗은 채 집에 돌아오니, 때는 이미 어두운 밤이었다.
문 앞에 이른 뒤에 숨을 죽인 채 문 밑을 엿보았는데 집안사람들이 도둑이 왔다고 소리치며 막대기로 때렸다.
그리하여 그는 한쪽 눈을 다쳐서 눈에서는 피가 쏟아졌고 급기야 기절하여 쓰러졌는데, 그때 해충이 있어서 위에서 떨어졌다.
벌레는 그 피비린내를 맡고 다시 한쪽 눈을 먹어버렸다.
새벽이 되어 장인이 방에서 나온 뒤에야 이 사람이 사위인 줄 알고 괴이하게 여겨 꾸짖어 물으니, 그가 앞서 있던 일을 자세하게 털어놓았다.
그러자 장인은 곧 그 사위를 위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옷 잃고 눈마저 상하니
사람 몸으로 무엇을 하리오.
더 이상 일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이 때문에 멀리 쫓아 버려야 하리라.
불제자 또한 이와 같아서
차라리 많이 듣기를 그만둘지언정
계는 마땅히 지켜야 하니
계를 깨는 것은 눈이 없는 것과 같다네.
이로써 알아라. 계를 허무는 자는
거짓으로 사문이라 하여도
마땅히 공양을 받아서는 안 되며
모든 선한 공덕을 잃게 될 것이라.
여기에 대해 다시 설명하겠다.
비유하면 마치 어떤 장자에게 아들이 많이 있었는데, 항상 가르쳐서 게으르지 않게 하여 곧 창고[庫藏]와 온갖 재물과 노비와 종을 모두 그에게 주었다. 이와 같이 하니 오랫동안 쾌락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 아들들 가운데 사치하고 여색에 즐겨 집착하는 자가 있었다.
장자가 이 사실을 알고 곧 친속을 모아 간곡하게 꾸짖은 뒤에 적은 재물을 그 집에 보내고 다시 경계하여 말하였다.
‘삼가고 방일하지 말라. 네가 재물을 흩어버리면 후에 가난의 고통을 받으며 다른 이의 버림을 받게 될 것이다.’
이 장자의 아들은 그 가르침을 따르지 않아 오래지 않아서 모두 탕진해버리고 형용은 초췌해지고 빌어먹고 살게 되었으므로 저 친족들이 천히 여기고 싫어하였다.
이때 아버지인 장자는 그런 아들을 보고 나서 근심하고 고뇌하며 마음으로 곧 버리고 대중들 앞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이 자는 내 아들이 아니다. 이 자는 내 아들이 아니다.’
그 아들이 이 소리를 듣고 나서 매우 부끄러운 마음을 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도 이와 같아서 만약 모든 제자가 금계를 헐고 깨뜨리며 스스로 부끄러워함도 없고 남에게도 부끄러워함이 없으면,
곧 불법 가운데서 쫓아버리고 또한 보리분법 등의 모든 공덕의 법과 온갖 성스러운 재물[聖財]을 주지 않을 것이며,
이에 사람과 하늘ㆍ사문ㆍ바라문 등의 대중 가운데에서 큰 소리로
‘이 파계자는 나의 제자가 아니다’라고 외쳐서
그가 이 말을 듣고는 자신의 허물을 부끄럽게 여기게 할 것이다.
또 모든 세속 사람으로서 출가하고 나면 마땅히 사문에 의지하여 청정하게 머물며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정진의 갑옷을 입고 많이 듣고 닦고 익혀야 하는데,
도리어 세속에 의지하여 삿된 방법으로 살아가며 코끼리나 말을 타거나 몰고 몸에는 갑옷과 투구를 쓰고 활을 가지고 화살을 등에 지고 군사의 진영에 들어간다면,
이와 같은 무리는 나의 법 가운데서 계율(戒律)을 헐어 무너뜨리게 되니 눈으로 보고자 하지 않는다.
비유하면 세간에서 등불과 횃불을 그리는 것과 같아서 설사 아무리 많이 그린다 하여도 어둠을 없앨 수 없듯이
저 어리석은 사람은 능히 무루(無漏)의 성지(聖智)를 발하여 세간의 빛이 되지 못하는 것도 이와 같다.
또 배우가 아름다운 의관을 입고 대중 앞에서 스스로를 왕이라고 일컬어도 실제로 그에게는 제일의 즐거움이 없듯이,
파계하는 사람도 비록 가사를 입고 사문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곧 청정한 출세간의 미묘한 즐거움이 없다.
또 가난한 사람이 거짓말을 하여 자신이 부유하고 존귀하다고 말하면서 대중 가운데에서 큰소리로 ‘나는 바로 장자이다’라고 스스로를 일컬어 외칠지라도 실제로는 뜻대로 자재한 것이 없는 것처럼,
저 파계하는 자도 사문이라고 거짓으로 이름하나 곧 해탈의 미묘한 과보는 얻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