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타경 제4권
[약상보살이라는 이름]
약상보살이 말하였다.
“세계는 매우 넓은데 중생의 이름자를 어찌 다 알겠는가?”
젊은이들이 말하였다.
“저희들은 그대의 이름자를 알고자 하오니, 매우 깊은 이름자를 저희를 위해 말씀해 주소서.”
약상이 대답하였다.
“나의 이름은 약상(藥上)이다. 중생의 병을 다스리는 약 가운데에 최상이라는 뜻이다.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법을 설하여 모든 병을 여의고 일체 세계의 병고를 없애 주겠다. 세간에는 탐내는 것이 큰 병이니, 그것을 제거해 줄 것이다.
성내는 것이 큰 병이니, 지혜 없는 중생이 지옥ㆍ축생ㆍ아귀에 유전한다.
어리석음이 큰 병이니, 중생이 받는 고통을 다 제거해 주겠다.”
젊은이들이 말하였다.
“이 묘한 법을 들으면 모든 고난을 여읩니다.
범부가 무지하여 모든 고뇌를 받을지라도 청정한 이 법을 들으면 모든 악업을 여의며,
모든 악업을 여의기 때문에 악도에 떨어질 두려움이 없습니다.
속히 여래를 뵙고 일체 병을 구제하면 의왕(醫王)께서는 약을 주어 뭇 고통을 치료하십니다.
그대여, 속히 가시어 여래께 예경하시고 저희들의 말을 세존께 전하소서.
세존께서는 저희들의 병을 제거하시고 번뇌의 불을 멸하실 것입니다.
저희들은 욕심의 불이 몸을 태우는데도 끄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극히 괴롭사오니 부처님께서는 부디 가엾게 여기소서.
몸은 무거운 짐이라 심히 공포스럽고 두려우며, 3독(毒)에 짓눌려도 어쩌지 못하며, 오고 가는 데 항상 짐이 되어도 멀리 여의지를 못합니다.
죽음이 오는지를 알지 못하므로 놀라거나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해탈의 도를 알지 못하며, 해탈을 보인 자도 알지 못합니다.
어리석은 마음으로 자기는 죽지 않는다 생각하며, 부모의 죽음을 보아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모든 업의 번뇌가 마음을 탁하게 어지럽혀 모든 고뇌를 받는데 어찌 먹겠습니까?
저희들은 무명이 마음을 덮어 이와 같은 괴로움을 받습니다.
큰 공포가 되는 무거운 짐은 상(想)과 행(行)과 수(受)입니다.
어리석음과 애욕 때문에 지혜가 없어 모든 유(有)의 세계에 유전하며, 세간에 헛되이 태어나면서 해탈을 알지 못합니다.
세상 사람은 어리석어 향기로운 목욕탕에 목욕하며, 최상의 의복을 입으며, 가장 맛있는 것을 먹습니다.
귀로는 음악소리를 들으며 갖가지로 자신을 즐기며, 갖가지 고운 여색을 즐겨 보고자 합니다.
두 몸이 화합하면 어리석은 마음에 즐겁다 생각하지만 이 몸은 완악하고 어리석은데 어느 곳에 즐거움이 있겠습니까?
좋은 신발을 신고 좋은 옷을 입고 맛난 음식을 먹어도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임종할 때가 되어 곤란함이 닥쳐 오면 구제할 수가 없습니다.
자기도 구제하지 못하는데 옷이나 도구 따위가 어찌 구제할 수 있겠습니까?
세간에서 사는 동안모든 코끼리와 말을 몰며 항상 악업을 짓고 해탈을 구하지 않았습니다.
자신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악업을 짓게 하면서 내세의 과보를 알지 못했습니다.
저희들은 전에는 죽어서 다시 태어났고, 지금은 태어나서 죽음과 근심과 고뇌가 있습니다.
저희들은 부모와 형제, 자매, 처자가 죽는 것을 다 보았으며, 슬픔과 근심과 걱정과 고뇌를 다 겪었습니다.
모든 작용[行]은 다 빈 것인데, 지혜로운 자가 어찌 그것을 즐겨 집착하겠습니까?
어찌 적멸법을 구하지 않고, 어찌 생사 여의는 법을 구하지 않겠습니까?
탐심이 마음을 덮었기 때문에 세상에 살아 있을 때는 보시를 행하지 않습니다.
모든 허물 중에서 탐심보다 더한 것은 없습니다. 세상 법에 집착하여 유위의 행은 많이 지으면서 선정과 해탈의 도를 닦아 익힐 줄 모르며, 큰 서원을 발하여 위없는 도를 성취할 줄 모릅니다.
부처님은 부모이며, 부처님은 해탈의 도를 보여 주시는 분이십니다.
중생에게 이익의 비를 내려 주시지만 어리석은 중생은 법을 보호할 줄 모릅니다.
발심하여 위없는 보리를 구하고자 하는 것을 법을 보호함[護法]이라 합니다.
일체 작용[行]은 빈 것이며, 재물도 빈 것입니다. 만일 내가 비었다는 것[我空]을 관찰한다면 다시는 태어남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그대여, 부디 불쌍히 여기사 저희들의 말을 부처님께 다 전해 주소서. 모든 보살을 위하기 때문에 모든 보살법은 나태하지 않고 부지런히 정진을 닦아 악을 버리고 착함을 행합니다.
그대여, 저희를 위해 부처님 처소에 가시거든 여래께 공경히 예를 올리고 이렇게 말해 주십시오.
‘세존이시여, 일체 법을 알고 다 의심이 없으십니다. 악마와 그의 권속도 부처님께서는 이미 다 조복하셨으며, 여래께서는 큰 법의 횃불을 밝히사 중생들이 안락을 얻게 하셨습니다.
이와 같은 법으로 부처를 이룬 자를 저희들은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그대여, 저희들을 위해 속히 부처님 처소에 가 주십시오. 저희들은 여래를 뵙지 못하였고 제도를 받지 못했습니다.
32상(相) 80종호(種好)의 몸을 본 후에야 제도를 받을 것입니다.”
[꽃 좌석]
그때 약상보살이 젊은이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위쪽에 어떤 모양이 있는 것을 보았느냐?”
모두가 듣고 나서 위쪽을 관찰해 보았더니 화신(化身) 부처님 5백 분이 보였으며, 또 7보로 장식된 큰 좌석 3천 개가 보였다. 그 위에도 7보로 덮여 있었고, 연꽃잎에서 갖가지 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
그때 모든 중생이 약상에게 물었다.
“이 모든 꽃 좌석은 어떤 모양입니까?”
약상이 대답하였다.
“이것은 너희들의 좌석이니 속히 부처님 처소에 가서 여래께 공경히 예를 올리거라.”
젊은이들이 말하였다.
“저희들은 가는 길을 알지 못하며, 여래를 보지 못했으며, 어느 방향으로 나가서 여래께 예경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약상이 말하였다.
“너는 다만 여래 세존께 예경하기만 하라. 허공에 티끌이 머무는 처소가 없듯이 여래도 그러하다.
여래가 안주하는 처소는 수미산과 같으며, 여래는 수미산과 평등하며, 큰 바닷물과 같다.
삼천세계의 티끌 수같이 많은 시방 보살이 부처님께서 머무시는 곳을 찾고자 하나 위치를 알지 못하고 다만 멀리서 예경할 뿐이다.”
모든 젊은이가 말하였다.
“부디 어짊과 자비와 은혜로 저의 소원을 채워 주소서.
저희들은 부처님을 뵙고 가까이하고 예경하고자 합니다.”
약상이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향기로운 꽃을 구하지 않으시나 중생을 위해 인연이 되어주시고 생사를 떠나게 하신다.
악마 권속과도 다투지 않고 부처님께 귀의한 자는 죽음의 문에 들어가지 않고 속히 다라니를 얻으며, 청정한 마음으로 원을 발하면 바로 부처님을 뵙게 된다.”
그때 세존께서 가릉빈가(迦陵頻伽)의 음성으로 밝게 미소를 지으시며 얼굴에서 8만 4천 줄기 광명을 놓으사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셨다.
아래로는 열여덟 지옥에 이르고 위로는 아가니타천[有頂天]에 이르렀는데, 그 빛은 청ㆍ황ㆍ적ㆍ백ㆍ파리색(頗梨色) 등 여러 색깔이 뒤섞여 있었다.
이런 빛들이 세존의 얼굴에서 나와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었는데, 이 빛을 만난 중생은 누구나 안락함을 얻었다.
그 빛은 세계를 비추고 나서는 다시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부처님을 일곱 바퀴 돌고 부처님 이마를 따라 들어갔다.
[여래의 미묘하고 깊은 법]
그때 약상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제가 질문을 좀 하고자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들어주신다면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세존께서 약상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의 질문을 따라서 여래가 분별하고 해설하여 너를 기쁘게 하리라.”
약상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이 3만억의 젊은이가 여래의 미묘하고 깊은 법을 듣고자 하나이다. 부디 그들을 위해 설하소서.”
부처님께서 약상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여래의 깊고 미묘한 법을 듣는 자는 모든 법을 깨닫고 일체 공덕을 구족하여 그 날로 10지(地)에 머물러 큰 법고를 치며, 큰 법의 깃대를 세울 것이다.
약상아, 너는 이렇게 큰 좌석을 보았느냐?”
약상이 말하였다.
“네, 세존이시여,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약상에게 말씀하셨다.
“이 모든 젊은이들이 오늘 당장 이 좌석에 앉게 되어 일체 법을 증득하고 선근이 되는 모든 법을 다 갖추어 오늘 큰 법고를 치게 될 것이다.
한량없는 천신과 인간이 법을 듣고 나서는 다 이익을 얻을 것이며, 한량없는 지옥 중생이 법을 듣고 나서는 악도를 등지게 될 것이다.”
이 말씀을 하실 때 대중 가운데 있던 9천억의 늙은 중생이 수다원과를 얻었다.
“약상아, 이 법을 듣는 자는 모든 고통을 여의고 모든 선법을 구족할 것이다.
약상아, 모두가 다 부처님 몸을 성취할 것이다.
약상아, 너는 사방의 보살을 보느냐?”
약상이 바로 사방을 관찰했다.
동쪽 세계를 보니 50억 항하의 모래알 같이 많은 보살이 이곳을 향해 오고 있었으며,
남쪽 세계를 보니 60억 항하의 모래알같이 많은 보살이 이곳을 향해 오고 있었다.
서쪽 세계를 보니 70억 항하의 모래알같이 많은 보살이 이곳을 향해 오고 있었으며,
북쪽 세계를 보니 80억 항하의 모래알같이 많은 보살이 이곳을 향해 오고 있었다.
아래쪽 세계를 보니 90억 항하의 모래알같이 많은 보살이 이곳을 향해 오고 있었으며,
위쪽 세계를 보니 백억 항하의 모래알같이 많은 보살이 이곳을 향해 오고 있었다.
그들은 도착하고 나서는 다 부처님 앞 한쪽에 자리하였다.
[악마가 오는 인연]
약상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허공 가운데 검은색과 노란색이 보이는데 이것은 어떤 모양입니까?”
부처님께서 약상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모르느냐?”
약상이 부처님께 고하셨다.
“오직 부처님 여래만이 일체를 아십니다.”
부처님께서 약상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은 악마와 그의 권속들이 여기에 오고자 하는 것이다.
약상아, 너는 보고자 하느냐?”
약상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보고자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약상에게 즉시 악마를 보게 하였더니, 약상이 보고 나서는 부처님께 고하였다.
“무슨 인연 때문에 악마가 여기에 옵니까?”
부처님께서 약상에게 말씀하셨다.
“악마가 이 법좌석을 어지럽히고자 하기 때문이다.”
약상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이 모든 보살들은 젊은이들이 지위를 받는 것을 보려고 온 것입니다.”
“약상아, 너는 이 모든 보살의 갖가지 형색과 갖가지 모양과 갖가지 힘을 보았느냐?”
약상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네, 그러하옵니다.
저는 백천억 항하의 모래알만큼 많은 보살이 자재한 신통력으로 여기에 이른 것을 보았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이 법을 설하시고 나자, 일체용보살ㆍ약상보살ㆍ늙고 젊은 모든 중생ㆍ일체 천신ㆍ인간ㆍ세간ㆍ아수라ㆍ건달바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모두들 매우 기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