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중허마하제경 제5권
[도리천이 태자의 출가를 권하다]
이와 같이 방어하고 보호하며 엿새의 밤낮까지 이르렀는데 때에
도리(灱利) 천주는 태자의 뜻을 자세히 살펴보며 도량(道場)에 나아가려 하므로 게송으로 말하였다.
거룩하십니다. 대장부이신
모니 석사자(牟尼釋師子)이시여,
반드시 왕궁의 전각을 버리고
산과 들의 처소를 구하여 나가리다.
6바라밀다를 원만히 하고
위없는 지혜를 성취하셔서
중생들을 뽑아서 건져 주시며
마지막엔 저 언덕에 이르시리.
그때 실달다 태자는 여러 궁빈과 함께 재미있게 즐기다가 문득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비록 야륜타라와 오폐가와 밀리아야인 이와 같은 부인과 6만의 채녀들이 있었다 하더라도 만약에 아들이거나 딸이 없이 곧 떠나가서 수행하면 뭇 사람들이 함께 말하기를
≺실달다 태자는 바로 대장부가 아니었으리라≻고 하리니,
나아가 이별한 뒤에 야륜타라의 몸에 임신을 하게 하리라’ 하고,
이로부터 태자는 여러 궁빈들을 위하여
≺인연으로 눈어리[幻]가 생기고 나고 죽는 윤회가 있으므로 만약 마음을 쉬지 아니하면 다하게 됨이 없다≻ 함을 말하였으며,
≺만약 여인들과 함께 그 평상자리를 같이 하게 되면, 마치 일어나서 불을 밟는 것과 같아서 속히 큰 고통을 얻게 되리라. 그러므로 나는 이제 싫증내며 여의리라.≻고 말하였다.
이 말을 할 때에 어느 한 기녀가 입에서 거품을 내뿜고 손발을 떨며 머리칼이 흐트러지면서 기절하며 땅에 거꾸러졌다.
이때에 여러 궁인들은 놀라고 두려워하며 이상히 여기었고,
태자는 보고 깊이 불쌍한 생각을 내며 한탄하였다.
“안타깝구나. 어찌하여 이런 죽은 형상에 상서롭지 못함이 있을까.”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잠깐 만에 변해지며 나쁜 형상 생기는데
손발이 벌벌 떨며 거품이 흐르는구나.
이런 무상함을 보니 몸이 괴롭도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 해탈을 구하리라.
그때에 태자는 이 게송을 말하여 마치고,
모든 중생들을 자세히 살펴보는 나[我]와 사람[人]과 중생(衆生)과 목숨[壽者]이라 함이 단단하고 진실된 상(相)이 없음이
마치 시타림(尸陀林)에 들어가면 사랑하고 즐길 바가 없음과 같고,
흙탕을 밝으면 나쁜 냄새만 더함과 같고,
독사를 기르면 마침내 이익된 바가 없음과 같고,
마치 번개와 같고 꿈과 같고 물거품과 같거늘
근본의 무명(無明)이 가려져서 깨치지 못하였다.
[정반왕의 꿈]
이렇게 자세히 살피기를 마치자,
정반왕은 스스로 그의 네 가지 꿈을 말하였는데,
첫째의 꿈은 만월에 월식이 있었으며,
둘째의 꿈은 해가 돋았다가 다시 동쪽으로 졌으며,
셋째의 꿈은 거룩한 이들이 와서 예배를 하였으며,
넷째의 꿈은 자신이 웃다가 다시 우는 것이었다.
[아쇼다라의 꿈]
야륜타라 역시 여덟 가지의 꿈을 꾸었는데,
첫째의 꿈은 으뜸가는 성바지가 이별하여 흩어졌으며,
둘째의 꿈은 길상(吉祥)의 자리가 파괴되었으며,
셋째의 꿈은 팔찌가 끊어져 떨어졌으며,
넷째의 꿈은 어금니가 빠졌으며,
다섯째의 꿈은 머리칼이 어지러이 풀어졌으며,
여섯째의 꿈은 상서로운 구름이 궁전에서 나갔으며,
일곱째의 꿈은 만월에 월식이 있었으며, 여덟째의 꿈은 해가 돋았다가 높이 오르지도 않고 다시 동쪽으로 진 것 등이었다.
[태자의 꿈]
즉시 태자는 또 생각하기를
‘일찍이 다섯 가지의 꿈을 꾸었는데,
첫째의 꿈은 평상자리가 묘고산(妙高山)과 같은데 앉고 눕기가 자재로웠으며,
둘째의 꿈은 두 손에 왼손으로는 동쪽 바다를 받쳤고 오른손으로는 서쪽 바다를 받쳤는데 다시 두 발은 남쪽 바다의 안에 드리웠으며,
셋째의 꿈은 꽃과 열매며 나무와 여러 약초들이 자라서 하늘의 세계까지 닿았으며,
넷째의 꿈은 큰 몸을 지닌 날짐승들이 그 종류가 매우 많아서 형상은 희며 머리는 검었고 그리고 여러 작은 새들의 갖가지의 얼굴 빛은 사방에서 와서는 모두 면전에 닿자마자 변하여 한가지 빛깔로 되면서 발에 예배하였으며,
다섯째의 꿈은 큰 돌로 된 산 위를 거닐고 다니면서 돌아보며 바라본 것이었다’고 하면서,
태자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의 꿈이 이와 같았으니, 반드시 세속을 버리고 큰 보리를 증득하게 되리라’고 하였다.
[태자가 아쇼다라의 꿈을 해석하다
그때 야륜타라는 이전에 꾼 여덟 가지의 꿈을 생각하면서 태자에게 그의 길흉을 점쳐 주기를 청하였으므로
태자는 말하였다.
“첫째의 꿈에 으뜸가는 성바지가 이별하며 흩어졌다 하였으나 종성의 겨레들은 화목하게 모여 있고 잠시도 나누어진 일이 아직 없으며,
둘째의 꿈에 길상의 자리가 파괴되었다 하였으나 자리는 이제 그대로이며,
셋째의 꿈에 팔찌가 끊어지며 떨어졌다 하였으나 현재 당신의 팔에 있으며,
넷째의 꿈에 어금니가 빠졌다 하였으나 빠진 것이 없으며,
다섯째의 꿈에 머리칼이 어지러이 풀어졌다 하였으나 누가 드리워진 머리칼을 보았습니까?
여섯째의 꿈에 상서로운 구름이 궁전에서 나갔다 하였으나 남편이 길상(吉祥)인데 나 또 궁중에 있으며,
일곱째의 꿈에 달에 월식이 있었다 하였으나 지금 천상에 있는데 어디가 가려져 있습니까?.
여덟째의 꿈에 해가 돋았다가 높이 오르지도 않고 다시 동쪽으로 졌다 하였으나 이 시간이 한밤중인데 해 또 아직 돋아나지 않았습니다.
꿈꾸었던 것에 나쁜 것이 없거늘 당신은 어째서 근심하고 의심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