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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태자서응본기경 하권
[다섯 시종]
부처님께서는 이미 범천의 생각을 인가하시고 생각하셨다.
‘누가 가장 먼저 제도 받을 수 있는 사람인가?
예전에 부왕(父王)께서 다섯 사람을 보내어 나를 모시게 했었는데 그들이 지금 이 산 속에 살고 있으니 가서 먼저 제도해야겠다.’
그리고는 즉시 나아가셨는데 그 다섯 사람이 부처님을 보고는 저희들끼리 서로 말하였다.
‘이 사람이 오더라도 삼가 일어나지 말자.’
이렇게 약속했는데 부처님께서 그곳에 이르시자 다섯 사람은 모두 일어나서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예를 올렸다.
그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마음을 가짐이 어찌 그리도 굳세고 단단하지 못한가? 일어나지 말자고 서로들 약속해 놓고 어째서 예를 올리는가?’
다섯 사람은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저희들이 제자가 되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즉시 손으로 그들의 머리를 어루만져 사문(沙門)이 되게 하시자 도수(道樹:菩提樹) 아래로 돌아와서 제각기 앉아 명상[思惟]에 들어갔다.
[가섭]
부처님께서는 다시 생각하셨다.
〈이 주변에 우위가섭(優爲迦葉:優樓頻那迦葉)이 있는데, 그는 크게 밝고 용맹스럽고 건장하며 좋은 명성[好名]이 있기 때문에 국왕과 관리 및 백성들이 다 함께 그를 섬기고 있다.
그가 5백 명의 제자와 함께 니련선(尼連禪) 강가에 있으니 먼저 교화하여 그로 하여금 깨달아 알게 해서 기뻐하면서 부처의 법을 믿고 좋아하게 하여 그의 제자들도 마땅히 그를 따라 배우도록 해야겠다.〉
그리고는 곧바로 가서 그곳에 이르셨다.
가섭이 부처님을 보고 얼른 일어나 맞이하며 찬탄하여 말하였다.
‘매우 다행스럽습니다. 큰 도인께서는 잘 오셨습니다.’
서로 만나보고 그간의 소식과 안부를 물었다.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병 없는 것이 제일가는 이익이며, 만족할 줄 아는 것이 제일가는 부자이며, 좋은 친구가 제일가는 두터움이고, 함이 없는 것[無爲]이 제일가는 편안함입니다.’
가섭이 말하였다.
‘칙명하여 시키실 어떤 일이 있으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한 가지 일을 부탁하려고 하는데 혹 성내지는 마십시오. 번거롭지만 화실(火室)을 하룻밤 동안만 빌려 주십시오.’
‘아껴서 그러는 게 아니라 그 안에는 독룡(毒龍)이 있어 해칠까 염려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고민하지 마십시오. 용은 나를 해치지 못할 것입니다.’
거듭하여 빌려 달라고 간청하기를 세 차례에 이르자
가섭이 말하였다.
‘그렇게 하십시오. 큰 도인께서는 덕이 높으시니 그 안에 거처하신다 해도 아주 잘 지낼 수 있으실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곧바로 깨끗이 씻으시고 화실에 들어가셔서 풀을 가져다가 땅에 깔고 자리에 앉아 시간이 조금 지나자, 독룡이 성을 내어 몸 속에서 연기를 뿜어내므로
부처님께서도 신통을 나타내어 몸에서 연기를 뿜어내시니, 용이 크게 분노하였다. 그러자 용의 몸 곳곳에서 불이 나왔다.
부처님께서도 다시 신통을 나타내어 몸에서 불빛을 뿜어내시니 용의 불과 부처님의 불이 그때 한꺼번에 성해져서 석실이 온통 타 버렸다. 그 불꽃과 연기가 나오는 것이 마치 실수하여 불을 낸 형상과 같았다.
가섭이 밤에 일어나서 성수(星宿)를 바라보다가 화실이 타는 것을 보고 탄식하여 말하였다.
‘쯧쯧, 안됐구나. 이 큰 사문이 단정하던데 애석한 일이로구나. 내 말을 따르지 않다가 마침내 독한 불에 화를 당했구나.’
부처님께서는 그 뜻을 아시고 그 화실 안에서 도의 신통력으로써 용의 성냄의 독을 소멸시켜 용을 항복 받아 용의 몸을 변신시켜 발우 속에 넣어 두었다.
가섭은 황급히 5백 제자들로 하여금 한 병씩의 물을 가져다가 불을 끄게 하였다. 그런데 한 병의 물을 부으면 다시 불 하나가 일어나곤 했다.
스승과 제자들은 더욱더 두려워서 다 함께 말하였다.
‘쯧쯧, 안됐구나. 이 큰 사문을 죽여 버렸구나.’
다음날 아침에 부처님께서 발우에 용을 담아 가지고 나오시자 가섭이 한편 놀라고 한편 기뻐하면서 물었다.
‘큰 도인께서 아직 살아 계셨습니까? 그릇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그렇습니다. 나는 이렇게 살아 있습니다. 이 발우 속에 있는 것은, 이른바 독룡인데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두려워하여 그 집에 감히 들어가지 못하게 했던 바로 그 용입니다. 이제 이 용을 항복 받아 이 계율까지 받게 하였습니다.’
가섭은 자신이 얻은 도를 가지고 부처님의 도는 참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면서 제자들을 돌아보며 말하였다.
‘이 큰 사문이 매우 신통하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아직 도에는 미치지 못했으니 내가 터득한 나한(羅漢)의 도만은 못할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가섭이 있는 곳 가까이에 옮겨가서 어떤 나무 밑에 앉아 계셨는데 밤에 첫 번째 사천왕이 함께 내려와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경(經)을 들었다.
그런데 사천왕의 빛과 그림자의 밝기가 마치 성대한 불과 같았으므로
가섭이 밤에 일어나 기후를 점쳐 보다가 부처님의 주변 사방에 불이 있는 것을 보았으므로
다음날 아침에 부처님께 가서 물었다.
‘큰 도인께서도 불을 섬기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불을 섬기지 않습니다.’
‘어제 밤에 이 주변에 사방에 불이 있었는데 그것은 무엇입니까?’
‘어제 밤에 사천왕이 내려와서 경문 설하는 것을 들었는데 그것은 그 빛이었습니다.’
가섭은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매우 신통하구나. 비록 그렇기는 하나 아직까지 도를 증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얻은 나한만은 못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나무 아래에 머물고 계셨는데 두 번째 천제석(天帝釋)이 밤에 다시 내려와서 부처님께서 설하시는 경을 들었다. 제석의 빛과 그림자는 더욱 크게 밝았다.
가섭이 밤에 일어나서 기후를 점쳐 보다가 부처님의 주변에 있는 큰 광명이 어제 밤 사방의 불빛보다 배나 더 밝은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계속해서 불을 섬기는구나.〉
다음날 아침에 다시 가서 물었다.
‘큰 도인께서는 불을 섬기는 것이 아닙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닙니다. 어제 저녁에 천제석이 내려와서 경전 설하는 것을 들었는데 그것은 그 광명이었습니다.’
가섭이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은 신비하고 거룩하구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 도에는 미치지 않았으니 내가 얻은 나한만은 못할 것이다.〉
뒷날 밤에 일곱 번째 하늘 범천(梵天)이 또 내려와서 경을 들었다. 범천의 빛과 그림자는 제석보다도 배나 더 밝았다.
가섭이 밤에 일어나서 기후를 점쳐 보다가 불빛을 보았는데 더욱더 밝고 성하였다.
다음날 물었다.
‘큰 도인께서도 불을 섬기십니까?’
대답하였다.
‘불을 섬기지 않습니다.’
‘어제 밤에 불빛이 더욱 밝고 컸는데 그것은 무엇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제 밤에는 범천이 내려와서 경을 들었는데 그것은 그 광명이었습니다.’
가섭은 다시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신비하기는 정말 신비하구나. 그렇지만 아직 도를 증득하지는 못했으니 내가 얻은 나한만은 못할 것이다.〉
가섭의 5백 제자들은 사람마다 세 가지 불을 섬겼으므로 모두 합하면 1천5백 가지의 불이 되었다.
다음날 아침에 불을 태워도 불이 마침내 타지 않았다.
괴이하게 여겨 스승에게 아뢰었더니, 스승이 말하였다.
‘이것은 아마도 큰 사문이 하는 짓일 것이다.’
그리고는 즉시 가서 부처님께 물었다.
‘저의 5백 제자가 대체로 1천5백 가지 불을 섬기고 있는데 오늘 아침에 아무리 불을 붙여도 불이 모두 타지 않으니, 이것이 큰 도인께서 하신 일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불이 타게 하려고 그러는 것입니까?’
이런 질문이 세 번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말하였다.
‘불이 타게 하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 보십시오. 불이 당연히 탈 것입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모두 불이 붙었다.
가섭이 다시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신통하기는 정말 신통하구나. 그러나 아직 도를 얻지 못하였으니 내가 이미 나한을 증득한 것만은 못할 것이다.〉
가섭은 몸소 세 가지 불을 섬겼는데 다음날 아침에 불을 붙이려고 하였으나 불이 타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또 이 큰 사문이 하는 짓이리라.〉
곧바로 가서 부처님께 물었다.
‘제가 몸소 세 가지 불을 섬기고 있는데 오늘 아침에 불을 붙이려고 하였으나 끝내 불이 타지 않았습니다. 계속해 이것은 큰 도인께서 하신 일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불이 타게 하려고 그러십니까?’
이렇게 질문하여 세 번째에 이르자 비로소 말하였다.
‘불을 붙이고 싶습니다.’
‘어서 가 보십시오. 불이 당연히 타고 있을 것입니다.’
말소리가 끝나자마자 모두 불이 탔다.
가섭이 다시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신통하기는 정말 신통하구나. 그러나 아직 도를 증득하지 못했으니 내가 이미 나한을 증득한 것만은 못할 것이다.〉
불이 붙은 뒤에 가섭이 불을 끄려고 하였으나 불이 꺼지지 않았다.
5백 제자와 불을 섬기는 모든 사람들이 다 함께 힘을 합쳐 끄려고 하였는데도 끝내 꺼지지 않자 모두들 말하였다.
‘큰 사문이 하는 짓일 것입니다.’
가섭이 가서 부처님께 물었다.
‘불이 이미 타기는 하였으나 이제는 끌 수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불을 끄려고 하십니까?’
‘끄려고 합니다.’
‘가 보십시오. 불은 마땅히 꺼졌을 것입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불이 꺼졌다.
가섭이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아무리 신통하다 해도 내가 도진(道眞)을 증득한 것만은 못할 것이다.〉
가섭이 부처님께 가서 말하였다.
‘바라건대 큰 도인께서는 여기에 머무십시오. 기어코 다시 먼 곳으로 가시지 마십시오. 제가 몸소 음식을 공급해 드리겠으며, 곧바로 집안에 명하여 내일 좋은 음식을 지어 올리겠습니다.’
음식상을 차리고 자리를 마련하고 나서 음식을 먹을 때에 몸소 가서 부처님을 청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서 가십시오. 금방 뒤따라가겠습니다.’
가섭이 떠나가자 부처님께서는 사람이 팔 한 번 구부렸다가 펴는 짧은 시간에 동쪽에 있는 불우체(弗于逮) 경계 위 수천억 리나 되는 먼 곳까지 가시어 염핍(閻逼)이라는 과실을 따서 발우에 가득 담아 가지고 돌아오셨는데도 가섭은 아직 이르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이미 그 자리 위에 앉아 계셨는데
가섭이 뒤에 이르러 물었다.
‘큰 도인께서는 어느 길로 오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가고 나서 나는 동쪽에 있는 불우체의 땅에 가서 염핍 과일을 따 가지고 왔는데, 이 과일이 향기롭고 맛이 있어 먹을 만하니 가져다가 먹어 보십시오.’
부처님께서는 식사를 마치시고 떠나가셨다.
가섭은 계속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비록 신통하기는 하지만 나 도진만은 못할 것이다.〉
다음날 식사 때에 가섭이 다시 부처님을 청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서 가십시오. 금방 뒤따라가겠습니다.’
가섭이 떠나가자 부처님께서 문득 남쪽에 있는 염부제 경계 수천만 리에까지 가셔서 가리륵(呵梨勒) 과일을 따서 발우에 가득 담아 가지고 돌아오셨는데 가섭은 그 때까지 오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이미 자리에 앉으시자
가섭이 이르러 부처님께 물었다.
‘어떤 연(緣)으로 먼저 오신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가고 나서 나는 곧바로 남쪽 끝에 있는 나라에 가서 가리륵 과일을 따 가지고 왔는데 그것 또한 향기롭고 맛이 좋으니 가져다가 들어 보십시오.’
부처님께서는 식사를 마치시고 떠나가셨다.
가섭은 계속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아무리 신통하다 하더라도 나 도진만은 못할 것이다.〉
다음날 가섭이 다시 가서 부처님을 청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서 가십시오. 금방 뒤따라가겠습니다.’
가섭이 떠나자가 부처님께서는 서쪽에 있는 구야니(拘耶尼) 경계 위 수천억 리나 떨어진 곳에 가셔서 아마륵(阿摩勒) 과일을 따서 발우에 가득 담아 돌아오셨는데도 가섭보다 먼저 오셨다.
그 자리에 앉으시자
가섭이 뒤에 이르러 물었다.
‘큰 도인께서는 어느 길로 오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떠나간 뒤에 나는 서쪽에 있는 구야니의 땅에 가서 아마륵 과일을 따 가지고 왔는데 향기롭고 맛이 좋아 먹을 만하니 가져다가 드셔 보십시오.’
부처님께서 식사를 마치시고 떠나가시자
가섭이 다시 생각했다.
〈이 큰 사문이 비록 신통하기는 하지만 나 도진만은 못할 것이다.〉
다음날 가섭이 다시 부처님을 청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서 가십시오. 금방 뒤따라가겠습니다.’
가섭이 뒤돌아보았으나 홀연히 부처님이 보이지 않았다.
부처님께서는 신족통(神足通)으로 북쪽에 있는 울단월(鬱單越) 경계 수천억 리나 되는 곳에 가시어 저절로 난 찹쌀[粳米]을 발우에 가득 담아 가지고 돌아오셨는데도 가섭보다 먼저 이르셨다.
그 자리에 앉으시자
가섭이 뒤에 이르러 물었다.
‘큰 도인께서는 어느 길로 오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북쪽에 있는 울단월이라는 땅에 가서 이렇게 잘 익은 찹쌀을 가지고 왔는데 맛있고 향기로우며 시원하니 그대는 가져다가 먹어 보시오.’
부처님께서 식사를 마치시고 나서 떠나가시자,
가섭이 다시 생각했다.
〈이 큰 사문이 비록 신통하기는 하지만 나 도진만은 못할 것이다.〉
다음날 식사할 때가 되어 부처님께서 발우를 가지고 몸소 가섭의 집에 이르러서 밥을 받아 가지고 돌아와 은밀한 곳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서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하려고 생각하시자,
천제(天帝)가 부처님의 뜻을 알고 곧바로 내려와서 손으로 땅을 가리키니 물이 솟아나 연못이 되어 부처님께서 사용하시도록 하였다.
가섭이 저녁 때에 이 마을 저 마을을 왔다갔다하다가 샘물이 있는 것을 보고 괴이하게 여겨 부처님께 여쭈었다.
‘무슨 인연으로 이것이 있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아침에 그대의 집에 가서 밥을 얻어 가지고 여기에 와서 식사를 마친 다음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하려고 생각하였더니,
천제석이 땅을 가리켜서 이 물이 나오게 하였습니다.
당신은 이 샘을 지지못[指地池]이라고 이름하십시오.’
가섭이 다시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비록 신통하긴 하지만 나 도진만은 못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나무 아래로 돌아가시다가 길에 버려진 해진 옷을 보고 주워다가 빨려고 하셨는데
천제가 부처님의 뜻을 알고 곧 알나산(頞那山) 꼭대기에 이르러서 정사각형으로 만들어진 좋은 돌을 가져다가 못가에 놓아두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것을 사용하여 옷을 빠십시오.’
부처님께서 옷을 말리려 하자,
천제석은 다시 육각형의 돌을 가지고 와서 옷을 말리도록 드렸다.
가섭이 못가에 두 개의 좋은 돌이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또 물었다.
‘무슨 인연으로 이런 것이 여기에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옷을 빨고 옷을 말리려 하자 천제석이 알나산 꼭대기에 가서 이 돌을 가지고 왔습니다.’
가섭이 다시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아무리 신통하다고 하지만 나 도진만은 못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훗날 지지못에 들어가 목욕을 마치시고 나오려고 하는데 휘어잡을 것이 없어 머뭇거리셨다.
그 못가에는 본래 가화(迦和)라는 나무가 있었는데 아주 키가 크고 좋았다. 그 나무가 저절로 가지를 굽혀 부처님 앞에 이르러 부처님께서 그 가지를 잡고 나오셨다.
가섭이 나뭇가지가 아래로 굽어져 그늘을 드리운 것을 보고 괴이하게 여겨 또 묻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못에 들어가서 목욕을 하고 나오려고 하는데 휘어잡을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나무 신이 나를 위하여 가지를 굽혀 주었습니다.’
가섭이 다시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아무리 신통하다고 하지만 나 도진만은 못할 것이다.〉
그때 마갈국(摩竭國)의 왕과 신하며 백성들이 명절마다 여는 연회에 예물을 가지고 가섭에게 나아가 7일 동안이나 서로 즐기며 놀았는데
가섭이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신통하고 거룩하며 밝은 지혜가 있으시므로 모든 사람들이 보기만 하면 틀림없이 다 나를 버리고 모두들 그를 섬기게 되리라.
마땅히 그로 하여금 7일 동안만 떠나 있게 하였으면 기분이 좋겠다.〉
부처님께서 그의 생각을 아시고 곧바로 숨어서 7일 동안 나타나지 않으셨다.
가섭이 훗날 또 생각하였다.
〈근간에 나에게 명절날 베풀었던 연회에서 남은 음식들이 매우 많다.
큰 사문을 오시게 하여 대접하면 좋겠구나.〉
부처님께서 멀리 계시면서 그 뜻을 아시고 즉시에 이르시자
가섭이 기뻐하며 말하였다.
‘큰 도인께서 오시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가서 공양을 올리려고 하였는데 어째서 7일 동안 나타나지 않으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요사이 왕과 신하와 백성들이 함께 모여 7일 동안 연회를 베풀 때에
그대가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말하기를,
〈이 큰 사문이 신통하고 거룩하며 밝은 지혜가 있으므로 뭇 사람들이 그를 보기만 하면 틀림없이 다 나를 버리고 함께 그를 섬길 것이다. 마땅히 그로 하여금 7일 동안만 떠나 있게 하였으면 좋겠다〉고 하기에
그 때문에 내가 떠나 있었는데, 그대가 지금은 나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왔습니다.’
가섭이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남의 마음을 알고 있구나. 비록 그렇다고 해도 나 도진만은 못할 것이다.〉
그때 가섭의 5백 제자들이 마침 함께 땔나무를 쪼개는데 각기 도끼를 한 번 들기만 하면 다시 내리칠 수가 없었으므로 부끄러워하면서 스승에게 아뢰자
스승이 말하였다.
‘이것은 큰 사문이 하는 짓일 것이다.’
곧바로 가서 부처님께 물었다.
‘나의 여러 제자들이 어제 함께 땔나무를 쪼개는데 도끼를 들어 올리기만 하면 다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서 가 보십시오. 도끼가 내려졌을 것입니다.’
도끼가 즉시 내려졌는데 내려진 뒤에 도끼가 땔나무에 붙어 버려서 아무리 들어 올리려고 해도 들리지 않았다.
다시 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도끼가 내려오기는 했는데 또 모두 들리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서 가 보시오. 지금 도끼가 들려졌을 것입니다.’
곧바로 도끼가 들려져서 사용할 수 있었다.
가섭이 다시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아무리 신통하다 해도 나 도진만은 못할 것이다.〉
그때 니련선(尼連禪)의 강물이 긴 데다 매우 빠르게 흘러갔는데 부처님께서는 자연 신통력으로써 물을 끊어 멈추게 하시고 물결이 높이 일어 사람들의 머리까지 솟아오르게 하시고는 밑바닥에서 먼지를 날리며 그 가운데로 지나가셨다.
가섭은 부처님께서 물에 떠내려 가실까 봐 두려워하며 즉시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부처님을 찾다가 물이 막히고 끊겨 있는 그 중앙에 먼지가 일어나고 부처님께서 그 사이로 지나가시는 것을 보자 부르면서 말하였다.
‘큰 도인이시여, 아직 살아 계시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습니다, 나는 살아 있습니다.’
또 물었다.
‘부처님이시여, 배에 올라오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매우 좋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생각하셨다.
〈이제 마땅히 신통을 나타내어 너희들의 마음을 항복시키리라.〉
곧 물 속에서부터 배 밑을 뚫고 들어갔으나 뚫린 자국이 없었다.
가섭이 다시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신기하기는 정말 신기하구나. 그러나 내가 이미 나한을 증득한 것만은 못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나한이 아니며, 또한 도진(道眞)도 알지 못합니다.
어째서 허망한 짓을 하면서도 스스로 귀한 사람이라고 말합니까?’
그때 가섭이 마음속으로 놀라 털이 곤두서고 스스로 도가 없음을 알고서는 곧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말하였다.
‘큰 도인이시여, 진실로 신통하고 거룩하시어 마침내 저의 뜻을 아시옵니다.
차라리 큰 도인을 따라 경전과 계율을 받고 사문(沙門)이 되게 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우선 돌아가서 너의 제자들에게 알리고 의논하는 것이 더욱 좋겠다.
그대는 큰 장자(長者)라서 나라 안에서 받들어 모시는 대상이니 이제 큰 도를 배우고 싶다 하여 혼자 스스로 알아 처리할 수 있겠는가?’
가섭이 가르침을 받고 돌아가서 여러 제자들에게 알렸다.
‘너희들은 알겠는가? 내 눈이 보는 바 뜻이 이제야 믿음이 가고 풀어졌다. 마땅히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의(法衣)를 입고 부처님의 계율을 받아 사문이 되어야겠다. 너희들은 어디로 가려고 하느냐?’
5백 제자들이 말하였다.
‘저희들이 알고 있는 것은 모두가 큰 스승의 은혜입니다. 스승께서 존경하고 믿는 것이라면 틀림없이 허망하지 않을 터이니, 바라건대 모두 따라서 사문이 될 수 있게 하여 주십시오.’
그러자 스승과 제자가 입던 갖옷과 모포 옷이며 물병ㆍ지팡이ㆍ가죽신을 벗어 버리고 불을 섬기던 모든 도구까지 다 물 속에 버렸다.
다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저와 5백 제자는 믿는 마음이 있사오니 바라건대 집을 떠나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부처님의 계율을 받게 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하라. 여러 사문들이여, 어서 오너라.’
가섭과 5백 제자는 수염과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지면서 모두 사문이 되었다.
우위가섭(優爲迦葉)에게는 두 아우가 있었는데, 둘째는 나제가섭(那提迦葉)이고, 가장 어린 동생은 갈이가섭(竭夷迦葉)이었다.
두 아우에게는 각기 250명의 제자들이 있었으며, 물가의 오두막집에 줄지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여러 범지(梵志)들이 입었던 의복이며 집물(什物)이며, 불을 섬기던 모든 도구들이 다 물을 따라 흘러 내려오는 것을 보고는 두 아우가 깜짝 놀랐다.
그들은 아마 형과 사도(師徒) 5백 사람이 나쁜 사람들에게 해를 입어 큰물에 떠내려 오는 것일 거라고 생각하여 곧 5백 제자들과 함께 물을 거슬러 올라왔는데, 형과 그의 제자들이 모두 사문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 괴상하게 여겨 큰 형에게 물었다.
‘큰 형은 나이가 120에 지혜가 높고 뛰어나며 국왕과 신하와 백성들이 함께 종주로 섬겼으며, 저의 생각에도 형님은 곧 나한이 되었으리라고 여겼는데, 이제 도리어 범지(梵志)의 도를 버리고 사문의 법을 배우십니까?
이는 작은 일이 아닙니다. 부처님인들 어찌 유독 크셔서 그 도가 그렇게 훌륭하겠습니까?’
가섭이 대답하였다.
‘부처님의 도야말로 가장 우세해서 그 법은 한량없단다. 나는 비록 세상의 학문을 하였으나 일찍이 얻은 도와 신비한 지혜는 부처님만 못하다.
그 경과 계율은 매우 깨끗하였으며, 나는 이제 인자한 마음으로 사람을 제도하고 세 가지 일로써 교화하는 것을 보았다.
그 첫째는 도와 선정과 신족(神足)과 변화가 저절로 그러하였으며,
둘째는 지혜로 남의 본 마음을 알았으며,
셋째는 정당한 도[經道]와 바른 행[正行]으로 병에 따라 약을 주었다.’
두 동생이 서로 돌아보며 모든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어디로 나아가려 하느냐?’
합하여 5백 사람이 다 함께 똑같은 소리로 말하였다.
‘바라건대 큰 스승과 함께하겠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모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사문이 되기를 구하는지라,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게 하라. 모든 사문들이여, 어서 오너라.’
두 동생과 5백 제자들도 모두 수염과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지고 곧 부처님의 뒤를 따라 다시 사문이 되었느니라.
부처님에겐 갑자기 천 명의 사문이 있게 되었는데 모두 바라내이(波羅奈夷) 고을에 이르러 우거진 나무 숲 아래 앉았느니라.
부처님의 모든 제자들은 다 옛날 범지(梵志)들이었으므로 부처님께서 제자로 삼으시고는 신통 변화를 나타내셨으니, 첫째 날아다니는 것이었고, 둘째 경전을 말씀하시는 것이었으며, 셋째 가르치고 경계하신 것이었다.
모든 제자들은 부처님의 위엄과 신통력을 보고는 기뻐하지 아니함이 없었고 예를 올리고 받들어 행하였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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