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편불보은경 제4권
6. 나쁜 벗의 품
[제바달다와 아사세왕]
다시 다음으로, 제바달다는 비록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였다 하나 질투하는 마음이 깊고 이끗을 엿보았으며, 또 6만의 코끼리가 실을 수 있는 경전을 많이 읽고 외웠었으나 아비지옥(阿鼻地獄)의 죄는 면할 수가 없었다.
이 사람은 아사세(阿闍世)왕과 같이 친하고 좋아하여 마음으로 서로가 사랑하고 생각하며 그의 말을 믿었는데, 때에 제바달다가 아사세왕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새 왕이 되시오. 나도 새 부처님이 되려고 합니다.”
아자세가 대답하였다.
“이 일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버지 왕이 계십니다.”
제바달다가 말하였다.
“당신이 제거해야 합니다.
나도 부처님을 없애려고 합니다.
그런 뒤에 새 왕과 새 부처님이 중생들을 교화한다면 또한 상쾌하지 않겠소.”
아사세는 곧 그의 말을 따라서 아버지 왕의 목숨을 끊어버리고 바라나국의 왕이 되었으니, 제바달다가 아사세왕에게 말하였다.
“나는 부처님을 해치려고 합니다.”
아자세가 말하였다.
“여래는 큰 신통력이 있어서 미리 사람들의 생각하는 바를 아시거늘, 당신이 이제 어떻게 해칠 수 있겠소. 여래는 겸하여 여러 큰 제자인 사리불과 대목건련과 흠바라(飮婆羅)와 아누루타[阿㝹樓駄]등이 있습니다.”
제바달다가 아사세에게 말하였다.
“왕은 이제 나를 도와주십시오.”
아자세가 말하였다.
“할 일이 무엇입니까?”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제한을 두셔야 하겠습니다. 여러 비구들에게 옷과 음식을 보시하는 것을 허락하지 마십시오.”
아사세왕이 널리 선언하였다.
“만약 비구들에게 옷과 음식을 베푸는 이가 있으면, 그의 손과 발을 끊겠노라.”
이 여러 큰 제자들과 일체 대중들은 부처님과 함께 기사굴산에 머무르면서 차례대로 걸식하였으나 하루에서 이레에 이르기까지 마침내 얻을 수가 없었으므로 사리불과 여러 큰 제자들이 모두 신통력으로 다른 지방으로 가서 옷과 밥을 구걸하였다.
제바달다가 아사세왕에게 아뢰었다.
“부처님의 큰 제자들이 지금 모두 없고 여래 한 몸뿐입니다. 왕은 서신을 보내서 여래를 청하십시오.
만약 궁성에 들어오면, 곧 5백의 크고 악한 검은 코끼리들에게 술을 먹여서 아주 취하여 달아나게 하다가, 부처님이 만약 청을 받아 성에 들어오면 크게 취한 코끼리들을 놓아서 밟아 죽여버립시다.”
아사세왕이 심부름을 보내어 여래를 청하니, 부처님은 5백의 아라한들과 함께 곧 왕의 청을 받고 왕사성으로 들어오셨는데, 그때에 아사세왕이 곧 5백의 취한 코끼리를 풀어놓았으므로 빠르게 내달리어 부딪치며 나무를 꺾고 담장과 벽을 무너뜨리고 으르렁거리며 크게 울면서 여래에게 향하였다.
5백의 아라한들이 모두가 크게 놀라서 공중으로 뛰어 올라 부처님 주위를 이리저리 돌았으며, 아난은 여래를 에워싸고 두려워하면서도 떠나갈 수가 없었는데, 그때에 여래께서는 자비의 힘으로 곧 오른손을 들어 다섯 손가락 끝에서 다섯 마리의 사자를 내시니, 입을 열어 으르렁거리자 5백의 취한 코끼리들은 무서워하며 땅에 쓰러졌다.
여래께서 대중들에게 둘러싸여 왕궁으로 들어가시니,
아사세왕이 곧 나와 받들어 마중하며 부처님을 청하여 앉게 하므로 부처님께서 앉으시자, 애걸하고 참회하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는 저의 허물이 아니옵고, 제바달다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나도 압니다.
제바달다는 언제나 헐뜯고 해치려 하였으니, 지금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지나간 세상에서도 늘 나를 헐뜯고 해치려 하였지마는, 나는 자비의 힘으로 구제하여 주었습니다.”
[제바달다의 전생]
그때 아사세왕이 합장하고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바달다가 지나간 세상에서 여래를 헐뜯고 해친 일이란 어떤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세히 들으시오, 내가 그대를 위하여 분별하여 해설하리다.
오랜 과거 헤아릴 수 없는 겁 전에, 큰 나라의 왕이 있었는데 기러기 고기를 먹기 좋아하여 한 사냥꾼에게 그물을 치고 기러기를 잡게 하였습니다.
때에 5백의 기러기 떼들이 북쪽으로부터 공중을 날아 남쪽으로 지나가다가 그 중의 기러기왕이 그물 사이로 떨어지니,
그때에 사냥꾼은 마음에 크게 기뻐하며 곧 풀이 우거진 곳에서 나와 잡아 죽이려 하였는데, 어느 한 마리 기러기가 슬피 울고 피를 토하고 맴돌며 떠나가지 아니하였습니다.
사냥꾼이 활을 당겨 쏘려고 하였으나 화살을 피하지 않고 잠시도 눈을 떼지 않으면서 곧 두 날개를 치며 기러기왕에게 몸을 던지니, 5백의 기러기 떼들도 허공을 맴돌며 역시 떠나가지 아니하였습니다.
사냥꾼은 이 한 마리의 기러기가 슬피 울며 피를 토하면서 이렇게 사모하는 것을 보고는 생각하기를,
‘날짐승으로 오히려 서로가 같이 사모하며 생명을 아끼지 않는 일이 이와 같은데, 내가 이제 어떤 마음으로 이 기러기왕을 죽이겠느냐? 하고,
즉시 그물을 열어서 떠나가게 하였더니, 한 마리 기러기는 지저거리며 기뻐하면서 날개를 치며 따랐고 5백 마리의 기러기 떼들도 앞뒤에서 에워싸며 공중을 날아 떠나갔습니다.
그때 사냥꾼이 곧 대왕에게 아뢰기를,
‘그물에 잡힌 한 마리의 큰 기러기를 왕의 부엌에 보내서 음식을 장만하려 하였으나 다른 한 마리의 기러기가 슬피 울며 피를 토하면서 화살도 피하지 않고 맴돌며 떠나가지 않는 것을 보고서 이 기러기를 생각하여 곧 큰 기러기를 놓아 주었더니 5백 마리가 따르면서 앞뒤에서 에워싸고 공중을 날아 떠나갔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대왕이 이 말을 듣고는 마음과 뜻이 처량해져서 곧 인자한 마음을 내되,
‘날짐승도 서로가 함께 사랑하고 생각하여 다른 목숨을 보호하고 아끼는 일이 이와 같구나.’ 하고,
곧 기러기 고기를 끊고 맹세코 다시는 잡지 않았습니다.
대왕은 아셔야만 하니,
그때의 왕이 바로 지금 대왕의 몸이요,
그때의 사냥꾼이 바로 지금의 제바달다요,
그때 슬피 울며 피를 토한 한 마리의 기러기가 바로 지금의 아난이요,
그때 5백의 기러기 떼가 바로 지금의 5백 아라한이며,
그때의 기러기왕이 바로 지금의 내 몸입니다.
이때에 아난이 마음으로 사모하는 것이 옛날과 다름이 없었고, 5백 아라한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것 또한 옛날과 다름이 없었으며, 제바달다가 늘 나를 헐뜯고 해치려 하지마는 나의 자비의 힘 때문에 곧 구제할 수 있었습니다.”
이 법을 말씀하실 때에, 한량없는 백천의 사람들이 혹은 첫 번째 과위와 내지 네 번째 과위를 얻기도 하였고, 혹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과 내지 성문이며 벽지불의 마음을 내었다.
“데바닷타는 악한 마음을 쉬지 않고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열 개의 손톱을 길러서 아주 길고 날카롭게 하여 손톱 밑에다 독약을 바르고 여래에게 가서 땅에 엎드려 발에 대고 예배할 적에, 내가 열 개의 손톱으로 발등 위를 긁는다면 독약이 몸에 들어가서 반드시 목숨을 잃으리라.’
이렇게 생각한 뒤에 생각했던 대로 여래에게 가서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손을 발에 대었는데, 그때에 독약이 변하여 단 이슬이 되니, 여래의 몸은 마침내 이상한 바가 없었습니다.
다시 또 데바닷타는 소원을 이루지 못한지라 다시 생각하기를,
‘여래가 지금 기사굴산 아래 앉아있으니, 나는 산꼭대기에 올라가 위에서 산 위의 돌을 밀어 그 목숨을 끊어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한 뒤에 산 위에서 돌을 밀어 부처님의 발가락을 상하게 하였으나, 나의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은 원수나 친한 이에게나 똑같았습니다.
다시 또 제바달다는 과거 오랜 헤아릴 수 없는 겁 전에도, 그때에 부처님이 계셔서 세상에 나오셨는데 명호는 응현(應現)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 세존이었소.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 상법(像法) 동안에 한 좌선(坐禪)하는 비구가 혼자 숲 속에 머물렀는데,
그때에 비구는 이[蟣虱]가 근심거리였으므로 곧 이와 약속하기를,
‘내가 만약 좌선하면, 너는 잠자코 몸을 숨겨서 조용히 머무르거라.’라고 하였으므로,
그 이는 법대로 하였습니다.
뒤에 어느 한 때에 한 마리의 흙 벼룩이 이 곁으로 와서 묻기를,
‘너는 어떻게 해서 몸에 살이 많이 쪘느냐?’라고 하자,
이가 말하기를,
‘내가 의지하고 있는 주인은 언제나 선정을 닦는데, 나에게 뜯어먹을 때를 가르쳐 주므로 내가 법대로 뜯어먹었더니, 그 때문에 몸이 산뜻하고 살이 쪘다.’라고 하니,
벼룩이 말하기를,
‘나도 그 법을 닦아 익히고 싶구나.’라고 하므로,
이가 말하기를,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뜻대로 하여라.’ 하였습니다.
그때 비구는 좌선을 하고 있었는데, 흙 벼룩이 피와 살 냄새를 맡고는 곧 뜯어 먹었다.
비구는 마음이 괴로워져서 곧 옷을 벗어 불에 태워버렸습니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그때 좌선하던 비구가 바로 지금의 가섭[迦葉]부처님이요,
그때의 흙 벼룩이 바로 지금의 제바달다며,
그때의 이가 바로 지금의 내 몸입니다.
제바달다는 이끗 때문에 나를 헐뜯고 해쳤는데, 오늘날 부처님이 되어서까지도 이끗을 위하여 부처님 몸에 피를 내었으므로 살아서 지옥에 들어간 것입니다.
제바달다는 언제나 악한 마음을 품고 여래를 헐뜯고 해쳤나니, 만약 그 일을 말한다면 겁이 다하도록 말하여도 다하지 못하겠지만,
여래는 언제나 자비의 힘으로 가엾이 여겼으며, 나도 제바달다를 만났기 때문에 빨리 부처를 이룰 수 있었으므로, 그 은혜를 생각하여 언제나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것입니다.”
그때 여래께서는 곧 아난을 지옥으로 보내시어 제바달다를 문안하여
‘고통을 참을 수 있느냐?’고 묻게 하셨다.
아난은 여래의 분부를 받고 지옥문 밖에 이르러 우두 아방에게 물었다.
“나를 위해 제바달다를 부르시오.”
우두 아방이 말하였다.
“당신은 어느 부처님의 제바달다를 묻는 것입니까? 지나간 세상의 모든 부처님에게도 모두 제바달다가 있습니다.”
아난이 말하였다.
“나는 석가모니부처님의 제바달다를 부르는 것이오.”
그때 우두 아방이 곧 제바달다에게
‘아난이 밖에서 만나려고 한다.’고 말하였다.
제바달다가 와서 말하였다.
“잘 왔도다. 아난이여, 여래께서는 아직도 나를 가엾이 생각하시던가?”
아난이 말하였다.
“여래께서 나를 보내 문안하게 하되,
‘고통을 견뎌낼 수 있느냐?’라고 하셨습니다.”
제바달다가 말하였다.
“내가 아비지옥에 있다고는 하나, 마치 비구가 삼선천(三禪天)의 즐거움에 든 것 같도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은 큰 방편을 닦아 중생들을 맞이하고 인도하면서 나고 죽는 한량없는 큰 고통을 받지만 근심거리로 여기지 않나니,
만약 어떠한 사람이 말하기를
‘데바닷타는 실로 나쁜 사람이라 아비지옥에 들어갔다.’라고 한다면,
이 말은 맞지 않느니라.”
여래께서 그때에 곧 대중들을 위하여 제바달다의 미밀(微密)하고 미묘한 행의 큰 방편을 나타내셨다.
때에 한량없는 백천의 보살들이 생멸 없는 법의 지혜[無生法忍]를 얻었고,
한량없는 백천의 사람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으며,
한량없는 백천의 사람들이 수다원의 과위와 내지 아라한의 도를 얻었으며,
허공의 귀신과 하늘들은 뭇 하늘 꽃들을 비처럼 내리어 대중들을 널리 덮었고,
하늘의 풍악을 잡히며 큰 광명을 내면서 찬탄하기를,
‘거룩하십니다. 여래께서 말씀하신 법은 지금까지 없었던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일체 대중들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법을 듣고, 땅에 엎드려 예를 올린 뒤 기뻐하며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