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집비유왕경 상권
[보배를 만드는 사람]
“사리불아, 비유를 들어 말하겠다.
많은 공능을 갖춘 마니 보배가 있는데, 마니 보배를 만드는 사람에게 이 마니 보배에 어떠한 공능이 있는지를 물으면 그가 아는 대로 대답해 준다.
그 가운데서 많이 아는 사람은 많은 것을 말하고, 아는 것이 적은 사람은 적게 이야기해 준다.
이와 같이 사리불아, 동일한 법계를 증득했으나 형편 따라 성문의 지혜를 내는 자가 있다.
저들이, 수승한 공덕을 따라서 알며, 수승한 공덕을 따라서 설하며, 질문에 따라서 이와 같이 대답하여 한계가 있는 지혜에 의지하는 것은 옛날에 한계가 있는 발원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래아라하샴먁삼불타에게는 한계가 없는 지혜가 있다. 그것은 옛날에 한계가 없는 발원을 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한계 없고 걸림 없는 지혜가 있으며, 한계가 없는 6바라밀과 훌륭하고 교묘한 방편으로 중생들을 성숙시킨다. 왜냐 하면 여래아라하샴먁삼불타께서는 옛날 보살도를 행할 때 끝없는 원을 모으셨으며, 이 가없는 공덕으로써 법을 장엄하여 모든 것을 다 아는 지혜를 증득하셨기 때문이다.
[나무의 처음 핀 작은 꽃의 향기]
사리불아, 비유하면 파리질다라구비타라(波利質多羅俱毘陀羅)나무의 처음 핀 작은 꽃에서 나는 향기와 같다.
저 염부주의 향기 나는 모든 꽃, 즉 소마나(穌摩那)ㆍ파리사(婆梨師)ㆍ점파가(占波迦) 나무와 그 밖의 모든 향기 나는 꽃들이 다 파리질다라구비타라나무에서 처음 핀 작은 꽃의 향기에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사리불아, 그 모든 성문ㆍ독각이 가진 명예와 소문ㆍ향기ㆍ위덕ㆍ 힘 등의 선근이 처음 보리심을 낸 저 보살마하살에 미치지 못한다.
어찌 하물며 행에 들어갈 수 있겠으며,
어찌 물러나지 않는 지위에 들어갈 수 있겠으며,
어찌 일생보처(一生補處)에 들어갈 수 있겠으며,
어찌 관정(灌頂)을 받는 지위에 들어갈 수 있겠으며,
어찌 보현보살의 행을 닦는 지위에 머물 수 있겠으며,
어찌 뛰어난 도량에 머물 수 있겠으며, 여래아라하삼먁삼불타가 가진 향기와 위덕과 힘에 들어갈 수 있겠느냐?
이 힘을 충분히 갖춘 자를 이른바 모든 부처님 세존이라 한다.
[샘ㆍ연못ㆍ강과 바다]
사리불아, 비유하면 이 염부주에는 흐르는 샘ㆍ목욕하는 연못ㆍ정박할 수 있는 강ㆍ작은 강ㆍ큰 강 등이 있어서 다 큰 바다에 들어가지만 그러나 큰 바다는 싫증을 내지 않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은 보시바라밀에 싫증을 내지 않고, 지계바라밀ㆍ인욕바라밀ㆍ정진바라밀ㆍ선정바라밀ㆍ반야바라밀ㆍ방편과 모든 것을 다 아는 지혜에서 나오는 선근에도 싫증을 내지 않는다.
사리불아, 이 염부주에 있는 흐르는 샘ㆍ목욕하는 연못ㆍ정박할 수 있는 강ㆍ작은 강ㆍ큰 강 등을 큰 바다에서 다 받아들여 머금을 수 있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사리불아, 모든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가류다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 사람인 듯 하면서 사람 아닌 것과 나아가 모든 중생계 등에 이르기까지 보살마하살이 다 받아들여 감로의 맛을 주어 저들을 기쁘게 한다.
[대나가나의 갑옷]
사리불아, 비유하면 대나가나(大那伽那:힘이 센 신)가 입는 갑옷은 염부주 사람 중에 아무도 입을 수 있는 자가 없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이 부처님 법 가운데서 입은 갑옷과 모든 중생을 위하여 입은 갑옷은 모든 성문ㆍ독각은 입지 못한다.
이와 같이 사리불아, 처음 마음을 내서부터 수승한 도량에 앉을 때까지 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은 갑옷을 버리지 않고 보살행을 실천한다.
사리불아, 처음 대승의 마음을 낸 선남자ㆍ선여인이 이와 같이 배우고, 상응하게 힘을 쓰며, 업을 부지런히 닦는다면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