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정생왕인연경 제6권
[정생왕이 죽음에 이르다]
그 왕이 잠깐 생각을 일으키는 순간에 신통과 위력이 곧바로 줄어들고 없어지니,
다시 섬부주의 본래 거(居)하던 궁실(宮室)로 떨어져 도로 병과 번뇌가 생겨 그 몸을 핍절(逼切)하였으며 또한 약해지고 괴로워지는 것이 더해져 죽음의 한계[邊際]에 가까워졌다.
이때 신하와 보필하는 이들 가운데서 나이가 많은 상수(上首)가 있었는데, 앞으로 왕의 처소로 나아가 왕께 말하였다.
‘천자시여, 훗날 혹 사람이 있어 와서 묻기를
〈정생 대왕이 세상을 하직하게 되었을 때 무슨 말을 했습니까?〉라고 하면,
어떻게 대답해야 마땅하겠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내가 세상을 하직한 뒤에 혹 사람이 있어 와서 이 물음을 내놓을 때,
그대는 이렇게 대답해야 마땅할 것이다.
정생 대왕은 위덕이 특히 높았으며 7보를 구족하고
[네 가지 종류의 신통력]
사람들 가운데서 홀로 네 가지 종류의 신통력을 갖추었다.
어떤 것들이 네 가지가 되는가?
정생 대왕은 수명이 길어서 세간에 오래 머물러 총 111의 4제석(帝釋)이 사멸(謝滅)하는 기간을 지나갔으니,
이것이 첫 번째의 수명 신통력이 된다.
또 정생왕은 얼굴이 가장 잘 났고 거동이 매우 묘하여 볼 만하였으며,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초월하여 하늘의 모양새[色相]를 갖추었으니
이것이 두 번째의 색상 신통력이 된다.
또 정생왕은 여러 가지 받아서 쓰는 것[受用]들을 모두 다 구족하여 병이 적고 고뇌가 적으며 색력(色力)이 편안하고 강하다. 마시고 먹는 것은 맛이 완전하고 음식이 소화되어 병이 없으며, 차지도 않고 덥지도 않아서 때에 맞고 도(度)에 합치되며, 다스리는 것에 따라 모두 안락함을 얻었으니,
이것이 세 번째의 무병 신통력이 된다.
또 정생왕은 일체 사람의 무리들이 그를 보는 이는 사랑하고 즐거워하며, 높이 쳐다보고 우러름에 싫어하는 것이 없으니 마치 아들이 아버지를 사모함과 같았다.
또 다시 왕이 인민을 다독거리고 기르는데 기쁘고 즐거운[喜樂] 한 마음을 내니 마치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함과 같았다.
어떤 때 왕이 나와서 동산에서 놀고 구경할 적에는 모시던 이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가마와 수레[駕車]를 천천히 나아가 그 거동을 늦게 하여 사람들이 구경하고 쳐다보게 하라〉고 하였다.
또 다시 여러 사람들이 왕을 모시던 이에게 말하기를
〈어진 분이시여, 가마와 수레의 행차를 천천히 나아가 우리들이 머뭇거리면서 왕의 상호(相好)를 볼 수 있게 해주시오〉라고 하였다.
이것이 네 번째의 애락 신통력이 된다.
또 정생왕은 4대주(大洲)를 거느리어 가장 뛰어난 군주가 되었으며, 뒤에 33천에 나아가니 제석이 자기 자리를 반으로 나누어 함께 앉게 하였으니, 이와 같은 일이 갖추어져 있었다.
또 5욕(欲)에는 싫어하거나 만족하게 여기는 마음을 내지 아니하였다.
장차 세상을 하직할 때 게송을 설하여 말하였다.
괴롭구나, 세간 탐욕의 경계여
금과 보배가 아무리 많아도 싫어하고 만족함이 없어서
이 가운데 즐거움은 적고 괴로움만 많으니
지혜 있는 이는 응당 깨달을 수 있으리.
나아가 하늘 가운데 묘한 욕락(欲樂)은
탐애하는 마음 때문에 해탈하지 못하니
어떤 사람이 사랑의 근원[愛源]을 다할 수 있으랴.
오직 부처님ㆍ여래의 성제자(聖弟子) 뿐.
가사 널리 순금[眞金]을 쌓아서
수미산과 분량이 똑같을지라도
만족한 마음을 낼 수 있는 이 없지만
지혜 있는 이는 여기에서 잘 깨닫는다네.
만약 욕심을 내는 것이 고통의 원인이 됨을 생각한다면
저 욕심의 경계[欲境]에서 무엇을 탐애하리?
탐하는 것 등은 세간의 근심거리가 되니
지혜 있는 이는 조복하여 잘 배워야 마땅하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저 정생왕은 이 인연으로 또 이 말을 하였다.
‘모든 세간 사람 중 적은 수만 그 5욕의 경계 가운데 깨달아 만족함을 알고 뒤에 목숨을 마침에 나아가지만,
세간 사람 중 많은 수는 5욕의 경계 가운데 깨닫지 못하고 싫어하고 만족하는 마음을 내지 못하고 뒤에 목숨을 마침에 나아간다.’
또 다시 정생왕은 후세 사람들을 널리 이익 되게 하기 위해서 다시 게송으로 설하였다.
몹시 악한 생사를 유전하는 가운데
수명도 따라서 감소(減少)됨을 깨달아 안다면
응당 빨리 모든 복의 문[福門]을 닦을 것이니
복의 행을 닦지 아니하면 이것이 괴로움이 된다네.
이런 까닭에, 법을 닦는 것은 수승한 욕심이 되나니
응함에 따라서 법의(法儀)와 같이 보시를 행하고,
이 세상과 다른 세상 가운데서
복을 닦는 까닭에 환희가 생겨난다네.
이때 나라 안의 일체 인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수십만[百千]의 무리가 왕이 병들어 누웠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와서 급히 나아가 우러러 바라보며 위문하였다.
그때에 정생왕은 모든 사람 무리들을 위하여 이와 같은 종류의 탐욕 등 인연으로 널리 대치(對治)를 설하여, 모든 사람 무리들로 하여금 집을 떠나 도를 배우게 하였다.
이때 곧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수십만[百千] 사람 무리들이 있었는데, 정생왕이 설하는 것을 듣고서 모두 집을 떠나 4범행(梵行)을 닦았다.
다시 많은 사람이 있었는데 욕심과 탐하는 마음을 끊어 없애고 범천(梵天) 세상에 태어났다.
이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저 정생왕은 처음 동자의 자리에 있을 적부터 시작해서 태자 자리 및 남쪽 섬부주ㆍ동쪽 승신주ㆍ서쪽 우화주ㆍ북쪽 구로주에 이르기까지 전륜성왕[輪王]의 지위를 누렸으며,
다시 7금산(金山)에 머물렀고 저 33천에까지 나아가서 모든 분위(分位)를 지냈는데
그 중간에 총 110의 4제석이 하직하여 멸하는 기간이 지나갔다.
대왕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제석의 수명이라는 것은, 인간의 백 년이 33천에서는 하루 밤낮이 되고 낮밤 30번이 한 달이 되며 또한 열 두 달이 한 해를 이루는데,
하늘의 천년이 저 이의 수명이니 저 이의 천년을 인간에 비교해 헤아린다면 곧 3구지 6백만 년이다.
또 다음으로 대왕이여, 그 정생왕이 옛적에 33천에서 욕심내는 생각을 일으켰고, 그 제석천의 군주가 자리를 반으로 나누어 주었는데, 이때 가섭(迦葉) 필추(苾蒭: 비구)가 바야흐로 제석이 되었다.
또 정생왕이 다시 이런 생각을 하자, 제석천의 군주가 이 자리에서 곧 하늘나라 인간에게
‘내가 왕이 되는데 어찌 기분이 좋지 아니하랴’ 하며
세상을 하직하고 가버렸다. 이때 가섭불이 제석천의 군주가 되었다.
그 정생왕은 크게 뛰어난 복을 갖추고 큰 명성이 있었지만 한 생각 가운데 마음으로 잘못을 일으키자 신통력이 줄어 없어지니, 오히려 다시 물러나 병과 고뇌가 얽힌 곳으로 떨어져 세상을 하직하고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