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익범천소문경 제3권
7. 담론품[2]
[보리심을 내는 것]
이때 등행보살이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이 모든 보살들이 보리심을 낸다면 어느 곳으로 나아갑니까?”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허공으로 나아갑니다.
왜냐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허공과 같기 때문입니다.”
등행이 말했다.
“무엇을 일러 보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다고 합니까?”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만약 보살이 일체의 발심(發心)이 발심이 아니며, 일체의 법이 법이 아니며, 일체의 중생이 중생이 아님을 안다면,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다고 합니다.”
[보살의 뜻]
이때 등행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말씀하신 보살에서 보살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만약 보살이 삿된 선정[邪定]에 들어간 중생에 대해 대비심(大悲心)을 일으킨다면, 바른 선정[正定]에 들어간 중생과 다르게 보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보살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보살은 바른 선정에 들어가는 중생을 위해서도 아니며 바르지 않은 선정에 드는 중생을 위해서도 아니기 때문에 발심하는 것이며, 단지 삿된 선정의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 대비(大悲)를 일으키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는 것이므로 보살이라고 한다.”
[‘爾時等行菩薩白佛言’ 아래에 거란본에는 「명자의품」 제13으로 되어 있다.]
이때 보리(菩提)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또한 보살이 된 까닭을 기꺼이 말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서 말해 보아라.”
보리보살이 말하였다.
“비유하자면 남자나 여인이 하루 동안 계를 받아서 무너뜨림이 없고 빠뜨림이 없는 것과 같으니,
만약 보살이 이와 같이 처음 발심하여 성불에 이르기까지 그 중간에 항상 깨끗한 행을 닦는다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견의(堅意)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보살이 깊고 굳은 자심(慈心)을 성취한다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도중생(度衆生)보살이 말하였다.
“비유하자면 다리나 배가 사람을 건네주되 게으름 피우지 않고 분별함이 없듯이,
만약 마음이 이러하다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단악도(斷惡道)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보살이 모든 부처님 나라에 발을 들여 놓는 곳마다 곧바로 일체의 악도(惡道)가 다 소멸한다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관세음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보살을 중생들이 본다면 곧바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또 그 이름을 부르는 자는 많은 괴로움에서 벗어난다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 합니다.”
득대세(得大勢)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보살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삼천대천세계와 마군의 궁전이 진동(震動)한다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 합니다.”
무피권(無疲倦)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항하사(恒河沙)와 같은 겁(劫)을 하루로 삼고, 이러한 30일을 한 달로 삼으며,
이러한 열두 달을 1년으로 삼되, 이 1년의 수가 백천만억 겁을 지나야 한 부처님을 만난다면,
이와 같이 하여 항하사의 부처님께서 계시는 곳에서 모든 범행(梵行)을 행하여 공덕을 닦아 쌓은 후에야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받아 마음에 휴식(休息)이 없고 피로하거나 권태로움이 없을 것이니,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도사(導師)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보살이 삿된 길에 떨어진 중생에게 대비심을 내어 그로 하여금 바른 길에 들어가게 하되 보은(報恩)을 바라지 않는다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수미산(須彌山)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보살이 일체의 법에 대해 분별하는 바가 없어서 마치 수미산처럼 모든 색(色)에 대해서도 한결같다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나라연(那羅延)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보살이 일체의 번뇌에 무너지지 않는다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심력(心力)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보살이 마음으로 일체의 법을 사유(思惟)하되 착각이나 오류가 없다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사자유보자재(師子遊步自在)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보살이 모든 논의[論] 가운데 공포도 없고 두려움도 없어서 깊은 법인(法忍)을 얻어 일체의 외도로 하여금 두렵게 한다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불가사의(不可思議)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보살이 마음의 상[心相]은 불가사의한 것임을 알아서 사유하고 분별함이 없다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선적천자(善寂天子)가 말하였다.
“만약 보살이 능히 일체의 천궁(天宮) 가운데 태어나서 물드는 바가 없고 또한 물듦이 없는 법도 얻지 않는다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실어(實語)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보살이 발언(發言)하는 것이 항상 진실하고 내지 꿈속에서도 망령된 말이 없다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희견(喜見)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보살이 일체의 색(色)을 모두 부처님의 색[佛色]으로 볼 수 있다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상참(常慘)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보살이 생사에 떨어진 중생을 보고서 그 마음이 세간의 모든 즐거움을 좋아하지 않으며, 스스로 자기 몸을 제도하고 또한 중생을 제도하고자 한다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심무애(心無礙)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보살이 일체의 번뇌와 뭇 마군에 대해 성냄이 없다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상희근(常喜根)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보살이 항상 이 선근(善根)으로써 스스로 그 원(願)을 만족시키고 또한 타인의 원을 만족시켜서 지을 바를 다 갖춘다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산의녀(散疑女)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보살이 일체의 법 가운데서 의심함과 후회함을 내지 않는다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사자동녀(師子童女)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보살이 남자의 법[男法]도 없고 여자의 법[女法]도 없어서 갖가지 색신(色身)을 나타낸다면, 중생을 성취시키기 때문에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보녀(寶女)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보살이 모든 보배 가운데서 애착과 즐거움을 내지 않고 단지 삼보를 즐거워한다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비사거달다(毘舍佉達多)우바이(優婆夷)가 말하였다.
“만약 보살이 얻은 바가 있다면, 보리는 없습니다.
만약 일체의 법도 얻지 않고, 일체의 법도 내지 않고, 일체의 법도 멸하지 않는다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발타바라(跋陀婆羅)거사가 말하였다.
“만약 보살을 중생들이 그 이름만 들어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보월동자(寶月童子)가 말하였다.
“보살은 항상 동자의 범행(梵行)을 닦고 내지 마음으로도 5욕(欲)을 생각하지 않는데, 하물며 몸으로 받아들이겠습니까?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도리천자(忉利天子)와 만다라화향(曼陀羅華香)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보살이 계(戒)를 지니고 마음에 잘 익혀서 항상 선법(善法)의 향기를 퍼트리고 나머지 다른 향기를 퍼트리지 않는다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작희(作喜)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보살이 세 가지 법을 기뻐하고 즐거워한다면, 즉 부처님께 공양하고 법을 연설하고 중생들을 교화한다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사익(思益)범천이 말하였다.
“만약 보살이 보는 바의 법이 모두 부처님 법이라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미륵(彌勒)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보살을 중생이 보고 곧 자심삼매(慈心三昧)를 얻는다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문수사리법왕자(文殊師利法王子)가 말하였다.
“만약 보살이 비록 모든 법을 설한다 해도 법의 모양[法相]을 일으키지 않고, 법이 아닌 모양[非法相]도 일으키지 않는다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망명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보살이 광명(光明)으로 일체 중생의 번뇌를 소멸시킬 수 있다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보화(普花)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보살이 모든 여래께서 시방세계에 가득함이 마치 숲과 꽃이 펼쳐져 있는 것처럼 본다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이 모든 보살들이 각각 즐거워하는 바에 따라서 말하였다.
이때 부처님께서 등행(等行)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보살이 일체 중생을 대신하여 모든 고뇌를 받을 수 있고, 또한 다시 일체의 복된 일을 베풀어서 모든 중생들에게 줄 수 있다면, 이를 이름하여 보살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