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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법장인연전 제5권
[마명(11조)]
부나사존자가 열반할 때에 다다라 법으로써 제자 마명에게 부촉하면서 그에게 말하였다.
“비유하자면 암실에서 크게 타는 밝은 횃불이 모든 사물을 다 비추듯이 법의 밝은 등불도 이와 같다. 세간에 유포시켜 어리석음의 어두움을 없애라. 이러한 까닭으로 여래께서 이 정법을 연설하셔서 널리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닦고 행하게 하셨다.
모든 현성인이 항상 수호함을 더하고 함께 서로 위촉하여 나에게까지 이르렀고 나는 뛰어난 눈으로써 유지하다가 베풀어 너에게 부촉하나니
너는 반드시 뒤에 지극한 마음으로 받아서 유지하여 미래의 중생으로 하여금 널리 이익을 얻게 하여라.”
마명이 공경히 승낙하고 말하였다.
“반드시 높은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이에 심오한 법장을 널리 반포하고 큰 법의 깃대를 세워 삿된 견해를 꺾어 없애며, 화씨성에 노닐면서 교화하였다.
그 성의 모든 중생을 제도하려고 묘한 음악을 지었는데 이름이 뇌타화라(賴吒啝羅)였다. 그 소리는 청아(淸雅)하고 슬프고 완곡하였으며 곡조가 부드럽고 맑았으며, 괴롭고[苦] 공하고[空] 아가 없는[無我] 법을 두루 말하였다.
유위(有爲)는 허깨비와 같고 유술[化] 같으며, 삼계는 감옥이요, 포승줄이니 하나도 즐거워할 것이 없다. 왕위는 높이 드러나고 세력이 자재하지만 무상함이 이미 이르면 누가 생존함을 얻을 것인가?
공중의 구름과 같아 눈 깜짝할 사이에 흩어지고 없어지니 이 몸은 허위여서 파초(芭蕉)와 같다. 원수요 도적이니 친근할 수 없는 것이다. 독사 상자와 같으니 누가 반드시 사랑하고 좋아할 것인가?
이러한 까닭으로 모든 부처님께서 항상 이 몸을 나무라셨다. 이와 같이 널리 공하고 아(我)가 없다는 뜻을 설하였다.
음악을 작곡한 사람으로 하여금 이 소리를 연주하게 하니, 그때 모든 연주자들이 내용을 잘 알지 못하여 곡조와 음절이 모두 어긋났다.
이렇게 되자 마명이 흰 옷을 입고 연주하는 사람들 가운데 들어가 스스로 종과 북을 쳐 거문고와 비파에 조화시키니 음절이 애절하며 청아하고 곡조가 이루어져 모든 법은 괴로움이고 공하고 아가 없음을 자세히 말하였다.
그때 이 성 안에 있던 오백 명의 왕자가 동시에 깨닫고는 오욕을 싫어하고 도를 위하여 출가하였다.
그때 화씨성의 왕[華氏王]은 백성들이 이 음악을 듣고는 가법(家法)을 버리면 국토가 텅 비어 왕업(王業)이 허물어질까 두려워 곧 그 국토의 백성들에게
‘지금부터 다시 이 음악을 연주하지 말라’고 널리 명령하였다.
그 화씨성에는 구억의 백성이 살았다.
월지국(月支國)의 임금은 위엄과 덕망이 불길같이 무성하였는데 이름은 전단계닐타(栴檀罽昵吒)였다.
지조와 기상이 웅장하고 용맹하며 건강하여 세상을 뛰어넘어 토벌하려고 한 것은 꺾어서 쓸어버리지 못한 것이 없었다. 곧 네 종류의 병사를 무장시켜 이 나라를 향하였다. 함께 서로 공격하여 싸운 뒤에 그 나라가 귀순하여 항복하자 곧 구억의 돈을 요구하였다.
그때 그 나라의 국왕은 그 나라에 있던 마명과 부처님의 발우와 한 마리의 자비심[慈心]을 지닌 닭이 각각 삼억에 해당하여 이것을 계닐타왕에게 주었다.
마명보살은 지혜가 특별히 뛰어나고, 부처님 발우의 공덕은 여래께서 가지시던 것이며, 닭은 자비심이 있어서 벌레가 있는 물을 먹지 않았다. 모두 일체 원한이 있는 적을 소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인연 때문에 구억의 돈에 해당하였다. 계닐타왕이 크게 기뻐하며 이것을 받고 곧 병사의 무리들을 되돌려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 계닐타왕은 큰 공덕이 있으니 큰 서원의 갑옷을 입었고 뜻과 서원이 견고하였다.
일찍이 진흙덩어리를 탑 위에 올려놓고 그리고 나서 서원을 세워 말하였다.
“만약 내가 내세에 천 불의 숫자 가운데 들어 정각을 증득하여 성취할 것이라면 지금 이 흙덩이가 변하여 불상(佛像)이 될 것이다.”
이러한 서원을 하자마자 걸맞게 곧 이루어졌는데 위의와 모습이 기이하고 특별한 것이 흡사 그림을 그린 것과 같았다. 마음이 크게 기뻐 날뜀이 끝이 없었다.
왕이 뒤에 어느 때 길을 가고 있다가 칠보로 장엄된 외도의 탑을 보고 곧 크게 기뻐하며, 여래의 탑인 줄로 알고 앞에 이르러 머리 숙여 절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공경하여 향을 피우고 꽃을 뿌리며 게송으로써 찬탄하였다.
일체의 지혜를 구족하시고
탐욕과 번뇌의 장애를 끊으셔서
뭇 신선 가운데 최고로 뛰어나고 높으신 분
그 이름 삼계에 두루하시네.
제유(諸有)를 해탈해 여의시고
군맹(群萌)의 유(類)를 불쌍히 여기시니
말씀하신 것은 진실한 진리
삿된 논리의 깃대 꺾어 버렸네.
이런 이유로 제가 지금
응공존(應供尊)께 정례합니다.
이 게송을 읊고 나자 그때 맞춰 보배 탑이 무너져 분산되어 버렸다. 왕이 보고 놀라며 두려워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복이 다하여 왕위를 잃으려 하는 것인가? 무슨 까닭으로 내가 이 보배탑에 나아가 절하자 문득 무너지는가?”
어떤 사람이 말했다.
“왕이 절한 탑은 외도의 탑입니다. 그 위엄과 덕이 낮고 천하며 적어서 임금님과 같은 복과 덕이 있는 사람의 예배를 받고 견디지 못하여 무너진 것뿐입니다.”
곧 부서진 탑 밑에 니건(尼乾)의 시체가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감탄하여 말했다.
“기이하다. 대왕의 복과 덕의 힘은 깊고 두터워 이 삿된 탑에 절하여 그것으로 하여금 무너지게 했으니 임금님의 공덕은 범천(梵天)에 비교 되겠다.”
또 계닐타왕은 일찍이 어느 때 이발사로 하여금 이발을 하게 했는데 그때 이발사가 임금님 앞에 서서 이러한 말을 했다.
“저의 자식 놈이 단정하고 지혜로움이 보기 드문 정도이니 대왕께서 불쌍히 여기시고 공주님으로써 아내로 삼게 하여 주시기를 원합니다.”
왕이 크게 성내며 그에게 말했다.
“너는 하천한 종성으로 비열하거늘 어떻게 나의 공주로써 네 아들의 아내를 삼겠다는 것이냐?”
곧 다른 곳으로 쫓아 버렸더니 그때부터 저절로 그러한 말이 없었고 감히 다시는 왕에게 말하지 못했다. 뒤에 다시 불러 이발을 시켰더니 그 자리에 서서 예전과 같은 말을 세 번이나 하였다.
그러자 왕은 생각해 보고 말했다.
“지금 이 땅 아래에는 반드시 보배가 깊이 감추어져 있다. 그러므로 이 사람으로 하여금 감히 이런 말을 하게 한다.”
곧 사람을 시켜 아래를 발굴하게 하여 곧 여러 종류의 보배를 찾아내었으니 임금의 지혜가 그 일과 같았다.
또 계닐타왕은 어느 때인가 여러 신하를 방문하여 말한 적이 있었다.
“온 국토 가운데 뛰어나게 지혜로운 사람이 있다면 자문하고 공경할 수 있지 않겠는가?”
[달마밀다 장로]
그때 한 비구가 있었는데 달마밀다(達摩蜜多)라 이름했으며 지혜가 매우 깊었고 공덕을 구족하여 삼매정상(三昧定相)을 아주 능숙하게 통달하였다.
남천축국에 두 비구가 있었는데 마음이 유화하고 깊이 선법을 좋아하였다. 본래부터 존자가 좌선이 제일이라는 소문을 듣고 곧 함께 그곳에 가려고 했다. 그가 머무는 곳에는 세 개의 굴이 있었다.
그때 두 사람이 아랫굴에 이르러 한 비구가 해진 옷을 입고 누추한 모습으로 부엌 앞에 단정히 앉아 스님들을 위하여 불을 때고 있는 것을 보고,
두 비구가 물었다.
“달마밀다장로는 어느 곳에 계십니까?”
“지금 제일 위의 굴에 계시니 그대들은 빨리 가서 그를 뵙는 것이 마땅할 것이오.”
그때 두 사람이 위의 굴에 이르니 조금 전의 비구가 이미 굴 안에 좌정하고 있는 것을 보고
한 비구가 그 도반(道伴)에게 말했다.
“이 늙은 비구는 어찌하여 조금 전에 본 이와 이렇게도 흡사한가?”
다른 비구는 슬기롭고 재치가 있어 깨달아 곧 도반에게 말하였다.
“지금 이 존자께서 능숙하시기가 이와 같으니 소문이 널리 퍼졌다. 그러니 어찌 이곳에 이르러 좌정하시지 않겠는가?”
곧 앞에 머리 숙여 절하고 말하였다.
“대덕의 위엄 있는 이름은 세간에 드무신데 무슨 까닭으로 스스로를 낮추어 스님들을 위하여 불을 때십니까?”
달마밀다가 비구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반드시 들어라. 내가 나고 죽음에서 괴로움을 받은 것은 오랜 긴 세월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머리와 손으로 하여금 불때는 일을 하게 할 수 있다면 나는 반드시 스님들을 위하여 불을 때는 일을 끝까지 하겠거늘 하물며 할 수 있는 몸으로 불을 때는데 어찌 어렵다고 하겠는가?
내가 옛날을 생각하면 오백 세상 가운데 항상 개의 몸을 받아 굶주리고 곤궁하여 고달프고 수척하였고, 오직 일찍이 두 번 배불렀다.
옛날 어느 때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술에 취하여 땅에 구토하였다. 나는 그때 그것을 먹고서 만족하였다.
또 한 번은 옛날에 일찍이 남편과 아내 두 사람이 그릇에 죽을 쑤어 놓고 외출을 했는데, 내가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그 집 안에 들어가 머리를 그릇 안에 넣고 죽을 먹고 배가 부른 뒤, 머리를 빼내려고 했으나 결국 머리를 빼지 못했다.
외출했던 남편과 아내가 돌아와 그 죽을 먹어 버린 나를 보고, 매우 심하게 성내더니 곧 날카로운 칼로써 내 머리를 잘랐다. 오백 세상 가운데 개의 몸을 받아 비록 두 번 배불렀지만 죽음을 당하였다.
이로써 생각하면 나고 죽음에서 길고 오랫동안 다섯 갈래[五道]를 헤매며 받은 고통이 헤아릴 수 없었다. 이러한 까닭에 지금 나는 부지런히 일하는 것을 꺼리지 않고 몸으로 뭇 스님들을 위하여 직접 불을 때는 것이다.”
그때 두 비구는 이 말씀을 듣고 나서 깊이 나고 죽는 동안 헤아릴 수 없는 잘못이 있었음을 관하더니 때맞게 수다원도를 증득함에 이르렀다.
이와 같이 달마밀다의 지견(知見)은 높고 멀리까지 이름이 퍼졌다.
왕과 모든 신하들은 본래부터 그 이름을 들었었다.
신하들이 함께 말했다.
“대왕이시여, 꼭 아십시오. 계빈산(罽賓山) 가운데 한 비구가 있는데 이름은 달마밀다라고 합니다. 재주와 지혜가 견줄 사람이 없고[超倫] 복과 덕이 깊고 두텁다 합니다.
임금님께서 거기에 가셔서 공양하고 문안드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때 계닐타왕은 곧 수레를 타고 앞뒤로 둘러싸여 오백여 리나 되는 계빈산을 향해 가면서 혼자 생각하였다.
‘만약 그 비구의 복과 덕이 깊고 넓다면 나의 공경과 예배를 받을 수 있을 것이고, 만일 박복한 사람이면 끝내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달마밀다는 그 성격이 꾸밈없이 소박한 것을 좋아하여 너덜너덜한 옷을 입고 얼굴은 초췌하였다.
존자의 제자들이 모두 말하였다.
“계닐타왕의 위엄과 명성은 대단합니다. 수레를 끌고 이곳에 와서 스님께 절하고 뵈려 하니 직접 치장을 하시고 새롭고 깨끗한 복장을 하셔서 그 왕으로 하여금 경솔하고 천박하게 여김이 없게 하십시오.”
달마밀다가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옛날에 만약 부호나 귀족을 만나거든 재빨리 몸을 단장하라고 가르치신 일이 없다.
또 출가한 사람은 천이 좋지 못하고 너덜너덜한 옷을 입는 것이 상례이거늘 이미 적당하게 되었는데 어찌 모습을 고치란 말이냐?”
그때 왕이 곧 앞으로 나아가 머리 숙여 절하고 공경히 ‘안녕하십니까?’라고 문안하였다.
달마밀다가 그의 마음을 알고 곧 가래를 돋워 왕으로 하여금 타기(唾器)를 받들게 하니
그때 닐타가 꿇어앉아 합장하고 가래를 받아 버리자, 물었다.
“내가 지금 대왕의 공양을 견딜 만합니까?”
왕이 곧 기가 꺾여 항복하고 공경하며 믿는 마음이 갑절이나 더하였다.
존자가 말하였다.
“대왕은 옛날부터 일찍이 뛰어난 갈래[勝道]에서 왔거늘 지금 본래의 길로 돌아가시오.”
이미 이 말을 듣고 가르침을 받아 귀국하였다.
그때 군신(群神)들이 모두
‘왜 대왕께서는 본래 뛰어난 사람을 방문하여 이미 만나고도 전혀 자문하지 않으셨는가?’ 하고
혐오하는 마음과 분한 마음을 내었다.
왕이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어찌 그대들이 이와 같은 일들을 알 수 있겠느냐?
내가 옛날 복된 행위를 쌓고 닦아서 지금 임금이 되어 재주와 지혜가 세상을 뛰어넘었다.
존자께서 나로 하여금 ‘돌아가 본래의 업을 닦아라’고 이미 가르침을 주셨거니 다시 무엇을 묻겠는가?”
[왕의 보시]
왕이 뒷날 닐타탑에 이르러 앞길에 있던 겉인 오백 사람을 보니, 같은 소리로 통사정하며 구걸하기를 ‘나에게 보시하소서’라고 하였다.
왕이 이 말을 듣고 나서 크게 걸인들에게 금ㆍ은ㆍ유리ㆍ코끼리ㆍ말ㆍ전답ㆍ집 등을 보시하고 돌아와 여러 가지 보시하는 모임을 만들어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을 구휼하고 고아나 노인을 찾아 안부를 묻고 위로하며 정법으로써 세상을 다스리고 어질게 온 세상을 편안히 살게 하였다.
그때 천법(天法)이라는 신하는 문득
‘어찌하여 대왕께서 이 걸인들을 보시고 이와 같은 공덕과 뛰어난 업적을 일으켰을까?’라고 생각하면서
곧 왕에게 물었다.
“지금 임금님께서는 어떤 인연으로 이 걸인들을 보시고 널리 이 복을 지으십니까?”
그때 대왕이 천법에게 말했다.
“걸인들은 나에게 큰 이익을 주었다. 그들은 몸과 말로써 깨달음을 보여 주려고 한 것이다.
나는 옛날에 왕 노릇 하면서도 복의 인연을 닦지 못하여 그 까닭으로 지금 백성이 주리고 춥고 곤궁하고 몸이 여위는 모든 고통을 받는 것이다.
왕이 만약 구걸하고 궁핍함을 구제하지 못하면 미래의 세상에서도 반드시 당연히 지금 나의 백성과 같이 주리고 춥고 여윌 것이다.
그 걸인들의 일이 이와 같아서 내가 이 일을 깨닫고 복된 일을 하는 것이다.”
천법이 임금에게 말하였다.
“임금님은 지위만 천하에서 제일 뛰어나신 것이 아니라 지혜도 만국(萬國)을 제어하십니다.”
[왕의 죄업]
그때 이웃 나라 안식국의 왕[安息王]은 성품이 매우 완고하고 포악하여 장차 네 종류의 병사를 거느리고 계닐타를 정벌하려고 하였다.
계닐타왕도 엄중히 경계하다가 두 진영이 맞닥뜨려 교전을 하였는데 칼날이 계속 번뜩이더니 계닐타왕이 승리하였는데, 안식국 사람이 구억이나 전사하였다.
여러 신하들에게 계닐타왕이 물었다.
“지금 나의 이 죄업이 소멸될 수 있을까?”
모든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살육 당한 이들이 무려 구억 명입니다. 죄업이 이미 매우 중대하고 심각한데 어떻게 없앨 수 있겠습니까?”
그때 계닐타왕이 문득 큰 가마솥을 걸게 하고 이레 동안 물을 끓이니, 끓는 물이 용솟음치고 파도까지 일어나 치열한 열기가 불꽃을 이루었다.
거기에 한 개의 금반지를 던져 놓고 여러 신하들을 죽 훑어보고 말했다.
“누구든 교묘한 방편으로써 이 반지를 건져내어 보아라.”
그때 어떤 한 신하가 왕의 명령에 따라 문득 냉수를 가마솥에 붓고서 반지를 찾아내니 손이나 팔에 아무 상처도 없었다.
왕이 신하들에게 말했다.
“내가 지은 죄는 저 끓는 물과 같다. 참회하면 반드시 없앨 수 있으니 냉수로써 처리함과 같다. 죽은 사람이 비록 구억이라고 하지만 죽여서 무거운 죄를 받을 만한 사람은 두 사람 반뿐이었다.
내가 죽일 때에 두 명의 훌륭한 신자가 있었는데 ‘나무불(南無佛)’ 하면서 죽었다. 내가 이들을 죽였으니 이 죄는 매우 중대하고 심각하다.
다른 한 사람은 입으로 ‘나무’라는 말만 하고 아직은 ‘불’이라는 말을 알지 못했으니 부란나(富蘭那)였는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이 사람을 죽였으니 이런 까닭으로 반 사람이라고 한다.
그때 어떤 아라한 비구가 계닐타왕이 이러한 악업을 지은 것을 보고 그 왕으로 하여금 두려워하여 허물을 참회하도록 하려고 곧 신통의 힘으로 그에게 지옥을 보여 주었다. 곧 도끼로 찍어 쪼개고 검륜(劍輪)으로 몸뚱이를 분해하니 슬퍼 울부짖고 고통을 참기 어려웠다.
왕이 이것을 보고 나서 두려움을 더할 수 없어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나는 매우 어리석어 이 죄업을 지었다. 미래에 반드시 이와 같은 고통을 받을 것이다.
만약 내가 이와 같은 나쁜 과보를 먼저 알았던들 이 몸으로 하여금 사지의 마디마디를 분해하는 한이 있어도 끝내 원수와 적에게 가해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게 하였을 것이거늘, 하물며 착한 사람에게 한 생각이라도 악함을 내었겠는가?’
[마명보살이 왕에게 설법하다]
그때 불안에 떨고 있는 왕에게 마명보살이 말했다.
“임금님, 지극한 마음으로 나의 설법을 들으소서. 나의 가르침을 따르고 받들어서 수지하면 임금님으로 하여금 이 죄업으로 지옥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계닐타왕이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차륵 의원의 예]
이에 마명보살이 그 임금을 위하여 널리 청정한 법을 말하여 그 무거운 죄업으로 하여금 점점 엷어지게 하였다.
또한 한 명의 의원이 있었는데 이름이 차륵(遮勒)이었다. 약방문을 잘 알며, 총명하고 민첩하며 많이 듣고 예리한 지혜에 변재까지 뛰어났고, 자비롭고 화목하여 어진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였다.
계닐타왕이 본래 그 이름을 듣고 언제나 만나고 싶어 하였는데 그가 스스로 왕궁으로 찾아와 그를 만나게 되었다.
왕은 의원이 도착했다는 기별을 듣고 곧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몸이 잘 조절되어 오른쪽으로 눕고 음식을 절제함이 이와 같은데 의원이 어디에 소용 있을까?”
차륵이 말했다.
“임금님께서 이와 같이 능숙하다면 출가하심이 마땅합니다. 대개 왕이 된 이는 감정을 따라 탐욕이 끝없으며, 몸과 입을 조심하지 않습니다.
지금 임금님께서는 오히려 거두어 잡도록 하시고 막고 보호하시는데 왜 이 왕위를 탐하여 오랫동안 세상에 사십니까?”
왕이 이 말을 들으니 자기의 이론이 굴복당한 것을 알고 곧 불러서 들어오게 하여 서로 위문하였다.
의원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만약 저의 가르침을 믿고 받아서 따르시고 거역하지 않으신다면 반드시 왕의 몸이 색력(色力)이 충족하게 되고 음식이 잘 소화되며 끝내 병환이 없을 것입니다.”
왕이 말했다.
“좋습니다. 공경히 받들겠으니 와서 가르쳐 주시오.”
그 뒤 오래지 않아서 사랑하는 부인이 임신한 것을 알았다. 열 달이 되자 사내 아이 하나를 낳게 되었는데 이미 목숨이 끊어져 태에서 거꾸로 나왔다. 그 어머니도 고통으로 생명이 위독하였다. 그 뒤부터 계속해서 태어남이 번번이 이와 같았다.
그때 차륵이 손을 태 안에 넣어 그 아이의 얽힘[衣]을 푼 뒤에야 태어났다. 이에 산모는 안온하고 안전하게 되었다.
의원이 말했다.
“대왕이시여, 지금부터 다시는 이 부인에게는 은총을 내리지 마십시오. 만약 이 부인을 가까이하면 반드시 지금과 같아질 것입니다.”
계닐타왕은 음욕이 불길 같아서 자제하지 못하고 다시 이 부인을 총애하였다. 뒤에 계속 아이를 낳다가 괴로움과 참혹함이 앞과 같았다.
그때 의원 차륵은 비로소 오욕이 근심의 근본임을 깨닫고 생각하였다.
‘계닐타왕을 내가 몸소 가르쳤지만 나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더니 이러한 괴로움에 이르렀도다. 반드시 알아야겠다.
애욕은 매우 좋아할 것이 아니구나.
덕을 깨뜨려 몸을 상하게 함은 이것을 말미암지 아니함이 없고 좋은 이름을 깨뜨리고 범행을 더럽히고 욕되게 하는구나.
범부는 미혹하여 버리지 못하고 지혜로운 이는 이것을 알고 원수와 도적과 같은 것임을 관찰하는구나.
나는 지금부터 반드시 나쁜 법을 버리고 숲 속에 은거하여 조용히 앉아서 생각하고 정에 들리라.’
이에 왕에게 하직 인사를 하고 출가하여 도를 배웠다.
높은 재주로 세상을 멀리하고 지극히 밝게 널리 통달하여 기론(記論)을 자세히 말하고 세간에 다니며 교화하였다.
[물고기가 된 왕]
또한 마탁라(摩啅羅)라는 한 신하가 있었는데 지혜가 무리 중에 제일이고 재주와 기예가 세상에 드물었다.
계닐타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만약 신의 가르침을 따를 수 있다면 반드시 대왕으로 하여금 위엄으로 사해(四海)를 항복 받으시고 일체가 높이 우러러보고 팔표(八表:八方)가 위덕에 귀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반드시 신의 말을 살피셔서 드러나지 않도록 하십시오.”
왕이 말했다.
“매우 훌륭하구나. 반드시 그대의 말과 같이 하겠다.”
그때 대신이 널리 용맹한 장수를 모아 네 종류 병사를 훈련시켜 가는 곳마다 모두 항복시키니 마치 우박이 풀을 꺾어 버리는 것과 같았다. 세 방면[三海]의 백성들이 다 와서 신민으로 예속하였다.
계닐타왕이 탔던 말이 길을 가다가 다리가 부러지자
왕이 말했다.
“나는 세 방면을 정벌하여 모두 이미 귀화(歸化)시켰는데 북쪽 방면[北海]만은 아직 와서 항복하지 않았다.
만약 그것을 얻는다면 다시는 말을 타지 않겠다. 나의 일은 아직 성취되지 않았으니 어떻게 하여 이러한가?”
그때 군신들이 왕의 이러한 말을 듣고 함께 의논하였다.
“계닐타왕은 욕심이 많고 포악하고 도리를 지키는 경우가 없다. 다른 나라를 정벌하기 위하여 자주 출정하고 백성들을 부리되 만족할 줄 모르며 온 천하[四海]에 임금이 되려고 변방 먼 곳을 지키게 하여 친척과 떨어지게 했으니 이와 같은 괴로움이 어느 때에야 그칠 것인가.
한마음으로 함께 그를 제거하는 것이 좋겠다. 그러한 뒤에라야 우리는 반드시 편안해질 것이다.”
왕이 학질을 앓는 틈을 타서 이불로 덮고는 사람들이 그의 위에 앉으니 잠깐 사이에 기운이 끊어졌다.
마명보살이 설법하는 것을 들은 인연으로 말미암아 큰 바다 가운데 머리가 천개 달린 고기로 태어났다.
칼이 빙빙 돌며 그 머리를 베었는데 베고 나면 바로 머리가 생겨 차례대로 다시 베어 이와 같이 하기를 끝없이 하니 잠깐 사이에 벤 머리가 바다에 가득하였다.
그때 어떤 아라한이 스님들의 유나(維那)가 되어 있었고,
고기가 된 왕이 아라한에게 말하였다.
“지금 이 칼이 돌아가다가 건추(揵椎)의 소리가 들리면 문득 정지합니다. 그 중간에 고통이 조금 그치니 오직 대덕께서는 불쌍히 여기시고 건추 울림을 늘려 오래도록 해주시기를 원합니다.”
아라한이 불쌍히 생각하고 이것을 계속 치니 이레 만에 받던 고통이 문득 끝났다.
이 절 위에는 그 왕을 인연한 까닭으로 차례대로 서로 전하여 계속 건추를 쳤는데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본래와 같이 하였다.
이와 같이 마명보살은 큰 행원으로써 감로의 맛을 연출하여 계닐타왕을 위해 큰 이익을 일으켰으며, 그가 제도하여 해탈시킨 것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이었다.
의례히 해야 할 것을 하고 곧 목숨을 버리니 그 사리를 모아 탑을 세우고 공양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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