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쟁에 관한 책을 여러 권을 읽으며 역사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순교자>는 한국 전쟁 중 남한 연합군의 평양 점령 후부터 북한군이 다시 평양을 수복하기 전까지인 2~3개월의 짧은 기간 중에 기독교, 특히 개신교를 중심으로 한 고통과 진리에 대한 고뇌를 그린 책이다. 연합군의 평양 점령 직전 북한의 공산주의자들은 개신교를 배척하며 그들의 종교 의식을 금지하고 지도자(목사)를 납치하여 자신들의 체제에 합류하는 것을 강요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납치된 14명의 목사 중 12명이 죽고 두 명이 살아남는다. 남한 정부는 북한의 만행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죽은 목사 12명을 순교자로 칭한 후 이들의 명예로운 죽음을 증언해 줄 살아남은 두 목사-신 목사와 한 목사-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 배교를 하여 살아남았을 것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진실은 참혹했다.
육본 정보국 평양 파견대장 장대령이 좇는 진실은 공산당국에 끌려간 열 네 명의 목사들 가운데 어쩨서 두 사람(신목사, 한목사)은 총살을 면하고 살아남았는가라는 문제이다. 그가 이 문제를 캐고 드는 이유는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실을 감추기 위해서이다. 그의 동기는 진실 발견에 있지 않고 국가 이익의 보호와 선전 목적을 위해서 거룩한 기독교 ‘순교자’들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장대령의 부하인 정보장교 이대위는 신 목사에게서 처형 현장의 진실을 알아내고자 하지만, 그 진실이 장대령의 이해관계와는 맞이 않는 난처한 진실[죽은 목사들 모두 거룩한 순교자는 아니라는]임을 알게 되고 이 고약한 진실을 덮으려 드는 장 대령과 충돌한다.
이 대위의 친구이고 죽은 박목사의 아들인 해병 대위 박인도는 그의 광신적인 아버지 박목사가 마지막 순간까지 흔들림 없는 기독교도로 죽어갔는지 어떤지의 여부를 알고 싶어한다. 아버지와의 애증이 얼마나 깊었는가를 볼 수 있다.
이 쫓고 쫓기는 진실 게임의 한복판에 놓인 신목사는 수수께끼 같은 처신과 행동으로 장 대령을 곤궁에 몰아넣고 이 대위를 당황하게 한다. 처음 그는 죽은 목사들의 처형 현장에 자기는 없었노라 말했다가 나중 번복한다. 그는 장대령과는 다른 이유에서 처형 현장의 진실을 감추고자 한다. 그러나 죽은 목사들이 모두 거룩한 순교자는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자신의 모고함이 밝혀졌을 대에도 신 목사는 그가 처형 현장에서 다른 목사들을 ‘배반’했노라 거짓 증언함으로써 장재령의 이해계산법을 초월해버린다. 신목사의 인품의 깊은 신뢰를 가진 이대위로서는 그의 거짓말이 애해되지 않는다.
다음은 이대위와 신목사의 고뇌에 찬 대화?[p255-]
“난 평생 신을 찾아 헤매었소.”
“그러나 내가 찾아 낸 것은 고통받는 인간.....무정한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뿐이었소.”
"그리고 죽음의 다음은?" "아무것도 없소! 아무것도!"
그의 파리한 얼굴에는 엄청난 고뇌가 일고 있었다.
“날 좀 도와주시오, 불쌍한 내 교인들. 전쟁과 굶주림과 추위와 질병, 그리고 삶의 피곤에 시달리는 이들을 내가 사랑할 수 있게 도와주시오. 고난이 그들의 희망과 믿음을 움켜쥐고 그들을 절망의 바다로 떠내려 보내고 있소. 우린 그들에게 빛을 보여주어야 해요. 영광과 환영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고 하나님의 영원한 왕국에서 마침내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확신을 주어야 합니다."
“희망이라는 환상을 준단 말입니까? 무덤 이후의, 죽음 이후에 대한 환상을 주란 말입니까?“
“그렇소 그들은 인간이기 때문이오. 절망은 이 피곤한 생의 질병이오, 무의미한 고난으로 가득찬 이 삶의 질병입니다. 우린 절망과 싸우지 않으면 안 왜요. 우린 그 절망을 때려 부수어 그것이 인간의 삶을 타락시키고 인간을 단순한 겁쟁이로 쪼그라뜨리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목사님은요? 당신의 절망은 어떡하고 말입니까?”
“그건 나 자신의 십자가요. 그 십자가는 나 혼자서 짊어져야 하오.”
“나는 그의 떨리는 두 손을 잡았다. ”용서하십시오. 목사님, 제가 목사님을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빠른 사건의 전개로 독자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그 비밀을 캐기 위한 인물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들이 긴박하게 전개되어 간다.
-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고뇌를 깊이 다룬 귀한 작품으로 본다.
- 특히 우리 목회자에게 순교의 의미를 깊이 묵상하게 하는 좋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