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천순대, 산수갑산, 아바이순대, 왕순대, 무봉리순대, 백암순대, 순대1번지...
서울에서 내노라하는 순대집들입니다. 저는 무봉리순대는 가보지 않았지만 웬만한 순대집들은 다 들러봤습니다. 솔직히 순대를 좋아한다기보다는 순대집에 가면 거기서 먹을 수 있는 안주를 더 좋아합니다.
집집마다 다 다르지만 내장 종류를 즐겨 먹습니다. 순대국을 시켜도 순대는 빼고 달라고 얘기하는 편이라 제가 자주 다니는 집은 알아서 순대를 넣지 않고 줍니다. 그렇다고 순대집에 자주 가는 편은 아닙니다.
어제 대전에 갔다가 가장동에 있는 옥천순대에 갔습니다.
아주 예전에 제가 대전에 갔을 때 25년 전통이라고 했었는데 지금은 아마 50년은 되었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 갔던 집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데 지금은 아마 세 번째로 옮긴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먹어서 맛이 달라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여기서도 모듬 술안주를 시켰는데 순대는 몇 개 없었습니다. 옥천순대의 순대는 막창순대입니다. 막창순대라고 이름을 붙인 곳이 많지만 제가 다녀 본 중에서는 단연 옥천순대가 최고라는 생각입니다.
순대를 먹으러 대전까지 간 것은 아니고, 그 순대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시는 당숙모님께서 편찮으셔서 병문안을 갔다가 걸어서 그 집을 찾아갔고 미리 연락한 친구와 둘이 만나서 순대 두 접시를 먹었습니다.
한 접시 15000원인데 상당히 푸짐합니다. 서울 같으면 그보다 1만원은 더 받아야할 것 같았습니다. 처음 한 접시를 시켜서 먹었고 뒤에는 조금 덜해서 1만원어치를 시켜서 먹었습니다.
내장이 다 두툼하고 큼직해서 씹는 맛이 서울과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여기에 가면 ‘음집’이라고 하는 새끼보를 꼭 시켜서 먹었는데 어제는 둘이라서 그런 얘기를 하지 않고 그냥 보통으로 먹었습니다. 소주 네 병과 동동주 반 주전자를 마셨는데 안주로는 딱 맞았습니다.
지금 사장님의 윗대부터 옥천순대집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제가 어제 농담으로 서울로 이사를 오면 한 주에 세 번은 다닐 거라고 얘기했습니다. 영등포에서 무궁화열차를 타고 서대전역까지 두 시간 걸립니다. 차비는 10500원이니 아주 저렴한데 두 시간을 갔다가 두 시간 먹고 두 시간 다시 오는 것이 조금 부담입니다.
그리고 서울에 와서는 다시 집에 가는 시간이 또 걸려서 일부러 술 마시러 가기는 좀 먼 편입니다. 그래서 자주 갈 수는 없는 곳이지만 순대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두 번은 충분히 가볼만한 곳이라는 생각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