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문화 원고 220801
여수고인돌
최이해
“여수에 고인돌이 있다고요?” 정작 여수를 잘 안다는 사람인데도 이렇게 되묻습니다.
“예, 그것도 아주 많이 있어요.”
“얼마나요? 한 백 기 정도나 되나요?”
“아뇨, 어떤 사람은 5백 기라 하고, 어떤 사람은 1천 기가 넘을 거라네요.”
이러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놀라서 이것저것 묻고 답하고 대화가 제법 진지해집니다.
여수 고인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접근하면서 드는 의문은 ‘왜 세계유산에 등재되지 않았을까?’입니다. 강화, 고창, 화순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고인돌 벨트가 왜 순천과 여수로 이어지지 않았을까요.
마침 국립광주박물관에서 남도문화 특별전시 일곱 번째로 ‘여수 – 그 시절의 바다’가 열리고 있어 찾아갔습니다. 여수반도의 상고사를 알려주는 유물들이 일목요연 정리되어 있어 유익했습니다.
고인돌은 청동기시대, 지금으로부터 7천 년 전에 해당하는 유적입니다. 그보다 앞선 신석기시대 유적도 있더군요. 참 오래 전부터 여수반도는 우리 조상님들의 생활 터전이었던 것입니다.
여수 관내 섬들인 경도, 송도, 안도에 조개무치가 발견되었는데, 전남 15곳 중 세 곳이나 있습니다. 그 안에서 나온 조개와 뼈 등으로 당시 조상들의 생활 양태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여수반도를 공중에서 보면 나비 모양입니다. 그래서 나비반도라고 부르는데요, 이 나비 안에 고인돌 유적은 무려 269곳이나 됩니다. 아직 정확히 몇 기인지는 담당 공무원도 모르는 형편입니다. 일단 발굴을 해봐야 그 지역에 정확히 몇 기의 고인돌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단독 1기부터 집단 30기까지 다양한 분포입니다. 그런데 문화재 우선순위에 밀려 연간 발굴 진척도가 미미하고, 공장부지 확장 등의 사유로 기업이 나서서 발굴을 하는 경우에는 이전 복원 설치를 염두에 두기 때문에 일장일단, 즉 나쁜 점도 많다는 것입니다.
광주박물관 전시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청동기시대 고인돌 유적은 전체 분포도를 보여주고, 그 중에 오림동 암각화 고인돌에 집중해서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고인돌 유적을 발굴하면서 발견된 간돌검, 비파형 동검, 옥(玉)장신구 등의 부장품들도 중요한 유물입니다. 그 중에 비파형 동검은 국내 발굴 유물의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오림동 고인돌 무리 중 하나에서 암각화를 발견한 것입니다. 간돌검이 큼직하게 아래를 향해 가운데에 있고, 둘러서 사람들이 기도를 하듯 새겨져 있으며, 주변에도 다른 문양의 그림이 새겨진 고인돌이라니요, 이건 세계적으로 희귀한 유물입니다. 그런데 이 유적은 다른 오림동 고인돌 무리와 함께 옮겨져 여수 선사유적공원에 재배치되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어쩌면 이런 연유들, 보전보다는 개발이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들에 의해 세계유산 등재를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은 아닐는지.
전시물 설명판에는 약 1,700기의 고인돌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고인돌 숫자의 절반 이상인 것입니다, 지도 위에 나비반도 상 위치를 표시하면서 그 중에 위치를 옮긴 고인돌에는 색깔을 달리 해서 표기했는데, 여수산업단지 구역과 신시가지 도심지는 거의 옮겨져 있습니다. 문화재위원회 매장문화분과 제5차 회의(2010. 5. 28) 결정 하나로 전국 도처의 유물 유적이 이설 복원으로 가닥을 잡고 있으니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형편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안 되는 경우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나비반도 고인돌 유적 중에 접근이 아주 쉬운 곳 네 군데를 다녀보았습니다. 여천산단의 부지 확장과 시가지 개발로 옮겨진 선사유적공원, 만흥동으로 넘어가는 도로 개설로 옮겨진 고인돌공원, 화양고 앞 화동 고인돌군, 대산리 왕바위재 고인돌군. 옮겨진 것들은 할 수 없다고 치더라도 관리를 서둘러야 한다는 촉박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화동의 경우 고인돌 유적지 안에 돌 벤치를 놓아 사람들이 쉼터로 쓰고 있었는데, 그 중에 두 개 덮개돌에는 조선시대 지방관의 치적을 적어 영세불망비를 음각해 놓아서 서글픈 웃음을 짓게 하였습니다. 왕바위재 또한 주민들에게는 문화유적 고인돌이기에 앞서 고개 이름을 특징짓는 큰 바윗돌 정도로 너무 친숙하게 여기는 모양새였습니다.
여수 고인돌, 지금부터라도 원형 보전과 원위치 유지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