갬성 제주 12
강정항
강정 江汀
참 예쁜 지명입니다
제주도 서귀포항에서 서쪽으로 법환동 다음이 강정동입니다
강정천이 흘러들고
겉으로는 아니 보여도 바다 바닥에는 서귀포에서 송악산에 이르도록 연산호가 퍼져 있는 아름다운 지점입니다
이곳에 해군기지가 들어섰습니다
2004년에 시작하여 2017년에 완공되었고
항구에는 전함이며 잠수함이 들고나고
마을에는 군속들을 위한 아파트며 부대시설이 들어서서
전래의 마을 풍경과 해변 풍광은 전혀 달라진 모습입니다
마을은 두 갈래로 갈라졌습니다
해군기지 반대쪽은 아직도 부대 출입로를 막고 농성중이며 붉은 글씨 플래카드가 바람에 부나낍니다
보상을 받고 이주해간 사람이 많고
남은 사람들은 어찌됐든 지자체가 마련한 생활여건 개선책에 기대를 걸고 어디 일자리 하나 없는가 두리번거리고 있습니다
M신부가 농성장에 상주하고 있다고 하는데
부두에서 만난 주민은 싸잡아서 운동꿘 운동꾼 이라 부르면서
민군합동항으로 변한 현재
항구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마스크줄 하나씩 내밀며 부두끝에 다녀오면 커피값을 깎아준다고 선전합니다
컨테이너 네개가 부두에 늘어서 있고 커피와 음료 또는 관광상품을 파는데
이미 소문이 났는지 찾는 이들이 별로 없습니다
당연히 수입도 없겠죠
해돋이와 해넘이를 모두 즐길 수 있다
선전문구입니다
콘크리트 제방을 바다 가운데로 늘여 지었으니 끄트머리 전망대는 일출일몰 다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벽화를 정성들여 군데군데 장식을 해놓았다해도 발바닥이 콘크리트 감각인데 원래 올래길 자글자글 자연느낌만 하겠나요
강정항 소속 어촌계 해녀들이 물질하는 모습을 한참 보다가
군항쪽으로 시선을 보낼 수 없게 천막으로 가림막을 친 긴 길을 끝까지 다녀오기엔 답답할 듯하여 왔던 길을 되짚었습니다
민군합동항이라는 표기에서 앞세운 민항은 사실 군항을 은폐하기 위한 미봉책입니다
대형 크루즈 선박 두 대의 접안시설이 너무 길디른 느낌에
코로나로 개점휴업 상태인지라 더욱 눈가리고 아웅 헛웃음이 나옵니다
차라리 내놓고
국력 신장에 걸맞는 새 군항이 필요하다
독도에서 이어도를 잇는 해상국경의 중심점 제주가 그중에서 강정동이 제일 맞춤하다
그런 다음에 지역 주민 소개와 대책 마련으로 일을 처리했다면 준공이 지난 지금까지 분열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라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달 5월에 완공한다는 주민 편의시설에 공판장이며 해녀 휴게실이 들어 있다고 보도자료를 뿌린들 너무 늦었지 않나 생각이 들뿐입니다
강정 어항에 남은 주민들 배가 몇척 되지 않거니와
민군합동항 크루즈 승객 대합실 앞에는 바닷속을 즐기는 스쿠버다이버 지원시설이 일찌감치 들어선 것에 비하면 더욱 늦은 셈이지요
이제는 대안을 내놓아야합니다
잃어버린 바닷속 연산호 군락지
돌이킬 수 없는 올레길 연결
가령 끊어진 구간을 건네주는 배편 운항이라든지
군항을 매개로한 체험공간 제공이라든지
강정항을 바라보는 여행자의 마음은 착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