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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이 K팝, K드라마에 이어 한류의 새 주역으로 도약하고 있다. 이른바 한류 3.0이다.
삼지애니메이션은 지난해 프랑스 미디어 기업 메소드 애니메이션·자그툰의 제안으로 이번 달부터 1000만달러(약 108억원)
규모의 TV용 애니메이션 '레이디 버그' 공동 제작에 돌입했다.
이미 인도네시아에 판권이 선판매됐고, 디즈니코리아와도 방송 계약을 마쳤다.
일본 유명 완구 회사 반다이까지 캐릭터 상품 제작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 윤상철 부사장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제작 능력은 이미 세계적으로 검증이 끝난 상황"이라며
"'메이드 인 코리아'의 브랜드 파워가 더 세졌다"고 말했다.
CJ E&M은 지난 22일 애니메이션사업부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올해 150억원, 매년 100억원을 투자해 콘텐츠 투자 및 기획·제작·배급·캐릭터 상품 등 전방위적 사업을 추진한다.
한지수 본부장은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이 열리고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올해를 애니메이션 사업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5년 콘텐츠산업 전망'에서 매출 5000억원,
수출은 지난해보다 7% 증가한 1300억원(1억2000만달러)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로봇이 대세… 완구로 수익 극대화
'변신 자동차 또봇' '로보카 폴리' '바이클론즈' '헬로 카봇' '터닝메카드'…. 지금 한국 애니메이션의 대세는 로봇이다.
CJ E&M의 첫 작품 역시 '로봇 트레인 RT'. 장난감 회사 유진로봇, 지나월드가 참여해 다음 달 방영과 동시에 완구를
출시할 예정이다. 아예 기획 단계부터 파생 상품을 통한 수익을 노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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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실업·로이비주얼 제공
국내에서 16개 시리즈를 방영하며 영·유아의 우상으로 자리 잡은 '또봇'은 유아 완구 판매 순위에서
1위(지난달 첫째 주·닐슨코리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전략은 해외에서도 유효하다.
영실업은 지난 8월 대만을 시작으로 필리핀과 싱가포르에서 '또봇' 완구 판매를 시작했다.
영실업 한찬희 대표는 "로봇은 4~6세 남자 아이들의 영원한 로망"이라며 "애니메이션을 통해 먼저 시장을 다진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로보카 폴리' 역시 프랑스를 비롯, 83개국에 TV 방영됐고 캐릭터 상품도 함께 수출되고 있다.
◇중국 시장이 열린다
지난해 11월 체결된 한·중 FTA는 새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양국의 공동 제작이 용이해지고, 공동 제작된 작품은 중국 현지 제작물과 동일하게 취급돼 쿼터제 등의 까다로운 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한창완 교수는 "기술 유출 등의 부작용이 염려되긴 하지만
중국의 막대한 자금력·인력을 이용해 경쟁력 높은 작품을 생산할 가능성은 확실히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자녀 정책' 완화도 호재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단독 두 자녀(單獨二胎) 정책'에 대한 기대감 때문.
현재 애니메이션 주수요층인 어린이(14세 이하) 인구는 2억명 정도로 추산된다.
대우증권 이대우 연구원은 "중국은 세계 3위의 장난감 소비국이며 부모들이 2세 양육에 쏟는 정성을 고려하면
더욱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제작사 4600여개, 업계 종사자 22만명을 보유한 전 세계 3위 규모의 '애니메이션 대국'이지만
제작 기술이나 인재 양성 시스템은 미흡해 해외에 내세울 만한 대표적 캐릭터가 부족한 상황.
이 틈을 비집고 '로보카 폴리'는 이미 중국 내 백화점, 쇼핑몰 등 200여곳에 상품 매장을 열었고,
지난해 '로보카 폴리'의 교통안전 캠페인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CCTV14에 내보내 인지도를 쌓았다.
'뽀로로'의 아이코닉스는 지난해 5월과 10월 베이징·충칭에 '뽀로로 테마파크'를 설립했고,
올해 상하이·광저우 등 10곳의 테마파크를 추가 건립할 계획이다.
로이비주얼 김선구 이사는 "공익 캠페인이나 완구·테마파크를 통해 중국의 규제를 피해가는 우회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억지 문화 전파는 毒… TV 쏠림도 문제
한류 애니메이션이 '한국 홍보'가 돼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0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제작을 지원한 애니메이션 '김치워리어'는 김치로 세상을 구원한다는
유치한 스토리 탓에 네티즌들의 혹평을 받았다.
지난해 미국에서 개봉한 국산 애니 '넛잡'도 지난달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14년 최악의 영화' 8위에 랭크됐다.
특히 엔딩 크레디트에 등장하는 가수 싸이와 노래 '강남스타일' 삽입이 작품을 망쳤다는 평가다.
캐릭터 상품 판매를 위해 TV용 로봇 애니메이션에만 집중하는 것도 문제.
2013년엔 TV 애니메이션이 61편 신규 편성됐지만, 극장에 걸린 장편 애니는 3편에 불과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연구팀 성숙희 차장은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유아용 완구 시장의 부가 수익에 집중하다
보니 장르적 편중이 계속되고 있다"며 "올해 정부에서도 20억원을 투자해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작품 제작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