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잠(2)
잘수록 는다는 말 갈수록 달고 맛나
새벽에 깜깜하니 하릴없이 양을 세네
하나 둘 서른 채 못 돼 저문 강을 건너네
잠(2)*
잘수록 는다는 말 갈수록 달고 맛나
새벽에 깜깜하니 하릴없이 羊을 세네
하나 둘 서른 채 못 돼 저문 江을 건너네
* ‘잠(1)’은 <천지굴렁> 148쪽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젖
바다 속 모자 유영 당당한 고래 가족
귓볼 물려 아이 재운 혼부모 아빠 얘기
포유류 수유본능이 몽글몽글 돋네요
젖
바다 속 母子 遊泳 堂堂한 고래 家族
귓볼 물려 아이 재운 혼父母* 아빠 얘기
哺乳類 授乳本能이 몽글몽글 돋네요
* 모자(녀)가족, 부자(녀)가족.
좆
사내는 모름지기 끄트머리 조심해야
입에다 발을 더해 삼끝이라 말들 하지
벽에도 눈 달렸다니 어디 한번 까불래
좆*
사내는 모름지기 끄트머리 操心해야
입에다 발을 더해 三끝이라 말들 하지
壁에도 눈 달렸다니 어디 한번 까불래
* 욕(辱)의 뜻이 배제된 새 단어 ‘잦’을 쓸까 어쩔까 하다가 아직은 아닌 듯해서 그냥 씁니다.
줄
자새로 풀다 감다 손맛이 팽팽하다
인생은 연 날리기 창공은 그대의 것
정신도 연줄 같으니 한번 놓아 끝이니
줄
자새로 풀다 감다 손맛이 팽팽하다
人生은 鳶 날리기 蒼空은 그대의 것
精神도 鳶줄 같으니 한번 놓아 끝이니
줄(2)
잡으면 놓지 말고 아니면 잘 고르고
너와 나 가로 세로 학지혈 교직이라
호랑이 삭은 동아줄 쌤통이라 웃지만
줄(2)
잡으면 놓지 말고 아니면 잘 고르고
너와 나 가로 세로 學地血* 交織이라
호랑이 삭은 동아줄 쌤통이라 웃지만
* 學緣, 地緣, 血緣.
중
할애비 대처승직 삼촌에 대를 물려
끼끗한 학승 선사 은연중 외면했네
시속을 돌앉지않음 스님 아닌 중이라
중[僧]*
할애비 帶妻僧職 三寸**에 代를 물려
끼끗한 學僧 禪師 隱然中 外面했네
時俗을 돌앉지않음*** 스님 아닌 중이라
* 가족사, 할아버지 인담(仁潭) 최병량(崔炳亮)은 일본 와세다(早稻田) 대학교에서 종교학을 전공하고, 전북 군산시 월명공원 한복판에 용화사(龍華寺)를 운영한, 당시(當時)로서는 신식(新式) 중이었다.
** 최명우(崔明宇).
*** 돌아앉지 않는다면.
짐
물조차 이고 지던 옛말 된 남부여대
과로사 택배기사 안됐다 잠깐 위로
화면에 사진만 보고 찍고 찍고 또 찍고
짐
물조차 이고 지던 옛말 된 男負女戴
過勞死 宅配技士 안됐다 잠깐 慰勞
畫面에 寫眞만 보고 찍고 찍고 또 찍고
※ 요즘은 무거운 건 무조건 배달시킵니다.
집(2)
다져진 앞마당에 볕 꺾여 마루 들게
정재 곁 새암물이 사철을 한결같고 곳간 나락 섬은 마르듯 가을 잇고 뒤란 장독대는 달빛에 익어가게
외양간 돼지막 닭장 칙간 좌우 나란히
집(2)
다져진 앞마당에 볕 꺾여 마루 들게
淨齋* 곁 새암물이 四철을 한결같고 庫間 나락 섬은 마르듯 가을 잇고 뒤란 장독대는 달빛에 익어가게
외양간 돼지막 닭장 칙간** 左右 나란히
* 부엌.
** 측간(廁間), 변소(便所), 화장실(化粧室).
※ 어릴 적 방학 때마다 찾았던 외가의 구조는 지금도 훤하게 그림을 그린다.
짝
혼자가 아니라서 조금은 덜 외롭지요
싸우고 돌아서고 거푸 거듭 그러다가
앞세운 한 쪽 그리워 따라 따라 갑니다
짝[配]
혼자가 아니라서 조금은 덜 외롭지요
싸우고 돌아서고 거푸 거듭 그러다가
앞세운 한 쪽 그리워 따라 따라 갑니다
짬
하던 일 쉬는 사이 어찌 저찌 시간의 틈
바라는 너도 좋고 즐기는 나도 좋고
젊어서 일에 치여서 낼 줄 몰라 하였네
짬
하던 일 쉬는 사이 어찌 저찌 시간의 틈
바라는 너도 좋고 즐기는 나도 좋고
젊어서 일에 치여서 낼 줄 몰라 하였네
쪽
초록이 품은 파랑 갈볕에 드러난다
한여름 뙤약볕에 숨어든 창천이다
세 번 물 공들여 말려 청출어람 곱구나
쪽[藍]
草綠이 품은 파랑 갈볕에 드러난다
한여름 뙤약볕에 숨어든 蒼天이다
세 번 물 功들여 말려 靑出於藍 곱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