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 있다. ‘막창’이 그랬고 ‘납작만두’가 그랬다. 대구에 살던 사람은 평화시장 똥집 정도는 맛을 보고 살기에 대구의 또 하나 전통음식인 ‘콩국’은 안다고 생각했다. 막상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 콩국을 처음 먹어본다는 말에 아연실색하게 된다. 너무 기가 막히면 말도 안 나온다고 했던가. 어떻게 콩국을 모를 수가 있을까. 대구역 앞에 그 많던 포장마차 콩국 집을 한번도 가보지 않았단 말인가. 칠성시장에 가면 콩국 구루마(표준말 리어커: 이것도 못 알아 듣는 사람 있을까 싶어 덧붙임)가 즐비했던 광경은 아직 내 눈에 선하다. 3년 전까지 대구역 앞에 밤마다 콩국 팔던 아줌마도 이제 기력에 부쳤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기 뭐꼬?”
“콩국이란 거다. 맛있다 묵어봐라.”
서른이 넘은 딸들도 콩국을 모른다. 내가 여기를 한 번도 데리고 오지 않았나 보다. 내가 애들을 잘못 키웠다. 콩국 맛을 보더니 마치 물 묻은 개가 대가리 털 듯 마구잡이 흔든다.
남문시장 입구에 다리를 저는 아저씨와 아줌마가 하는 남문 콩국과 명덕로타리 근처 프린스호텔 앞엘 가면 30여년도 넘은 콩국집 몇 개가 아직 영업하고 있다. ‘전통콩국’ ‘옛날콩국’ ‘제일콩국’ ‘세연전통콩국’ 이젠 자리도 옮겨 제법 위생적으로나 시설 면에서 깨끗하게 운영되고 있다. 맛은 다 막상막하다. 땅콩을 많이 넣느냐에 따라 다르고 찹쌀인지 밀가리인지에서 조금 다를 뿐이다. 우린 이것을 ‘아부래기’라 불렀다.
납작만두나 막창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는 음식인데 이상하게 콩국은 사라져 가는 음식이 되고 만다. 정말 아쉽다. 겨울에 콩국 한 그릇 안 먹고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제일콩국 이상태 사장님은 콩국에 아주 정성을 드린다. 아직 콩국물을 빼는 사람은 한사람이 한다. 그만큼 국물 빼는 것이 쉽지 않다. 일일이 삼베로 다 짜내야 한다. 그래야 맑은 콩국물이 나오는 것이다.
“아지매, 계란은?”
“이 아저씨 콩국 묵을 줄 아네.”
대구 콩국은 맑은 콩국물에 소금과 약간의 설탕으로 간을 하고 계란 노른자를 휘젖어 아부래기와 함께 먹는 전통 음식이다.
남문 콩국
세연콩국
제일콩국
경주콩국
대구콩국을 먹다가 경주콩국을 먹으니 약간 콩비린네가 나는 듯하고 적응이 어렵다. 비지를 걸러내지 않아 뻑뻑하기도 하지만 역시 입맛에 적응된 것은 고향 맛뿐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 같다. 대구 콩국은 대구 화교들이 먹던 음식을 가져왔지만 경주원조콩국의 시작은 두부공장에서 시작됐다. 1956년 시장통에서 두부공장을 하던 이문용 씨가 두부를 만들 때 콩 삶은 물을 굶주린 이웃들에게 나눠주면서 콩국집으로 전환하게 된다. 지금은 2대 배정국, 이순목 부부와 딸 은숙 씨가 함께 하고 있다. 지역이 경주 황남동이라 줄을 선다.
첫댓글
콩국 한 번도 안 먹어본 1인,
여기에도 있음.
그건 언제,
누가 주로 먹는 건가요?
그래도 그 맛을 못잊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고 주말엔 외지인들이 70%라고 사장님이 말해주네요.
외지인들이 대구 콩국을 어떻게 먹느냐 싶어 유심히 본다면서 남기는 사람이 아직 30~40%정도라고
합니다. 난 없어서 못 먹는데....바닥을 핥는데.....
사무국장님은
침이 나도록 맛깔스럽게
글을 잘 쓰십니다. ㅎㅎㅎ
대구에 명물이라시는 막창, 똥집, 콩국은 먹어보지도 못하고 그다지 내키지 않습니다.
닭튀김이면 모를까.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