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식사는 어제 사온 부드러운 식빵에 쨈을 발랐습니다. 호텔식 아침식사는 건너 뜁니다. 어제 보지 못한 제네바 시내로 가려고 합니다. 아침에 불만이 터져나옵니다. 아내는 오스트리아에 못가 본 것에, 아들은 뮌헨 자동차 박물관을 가지 못한 것에 분통을 터뜨립니다. 이럴 때는 조용히 침묵하는 게 상책입니다. 분위기가 잦아들 때 즈음, 바로 출발합니다. 오전 10:30분에 호텔 체크아웃을 합니다. 어제 내부를 보지 못한 성삐에르교회를 다시 찾아갔습니다.
어제 옆에 작은 부속건물에서 연습하던 안면 있던 분들이 이곳에서 열심히 리허설 중입니다. 오늘 밤에 합창단 발표회가 열리는 모양입니다. 구성원들이 미국사람들과 스위스, 영국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근처에 있는 종교개혁박물관을 찾았습니다. 볼거리가 작은공간인데도 입장료가 너무비쌉니다. 게다가 아이들도 모두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합니다. 이미 책으로 다 본 내용들인데, 비싼 비용을 물지 말자는 의논 끝에 주변만 둘러보고 나오기로 합니다. 칼뱅의 무덤이 있는 곳을 찾아가보기로 합니다. 이곳도 어제 밤에 찾다가 어두워질 듯 하여 포기한 곳입니다. 호텔에서 자세히 검색했지만 왠만해선 네비로도 찾을 수 없는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오늘도 도전해 보기로 합니다.
장 칼뱅(1509년누와용에서 출생하여 1564년 제네바에서 사망)
어제에 이어 다시 찾아온 그곳에서 우리를 맞이한 것은 거대한 무덤들과 묘비와 흉상들이었습니다. 칼뱅은 자신의 무덤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이름도 알려지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는 유언 할 때에 묘비명도 쓰지 말라고 부탁했습니다. 무명의 묘비였던 곳에 후 일에 J. C.라는 표기를 했습니다. J. C.라는 묘비명은 얼마전 까지 유지되어왔습니다. 믿고 섬기는 하나님 대신 자신이 영웅시 되는 것을 두려워했고, 염려했던 까닭입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 제네바시에서는 찾아오는 사람들이 도무지 칼뱅의 무덤을 찾기조차 힘들자 묘비명을 위의 사진처럼 새롭게 단장시켰습니다. 아이들에게 칼뱅의 무덤을 찾으면 2유로를 주겠다고 게임을 했습니다. 넓고 큰 묘지에 화려한 무덤들이 많지만 칼뱅의 무덤이 이리도 소박하게 있을 줄은 몰랐을 겁니다. 게임의 승자는 아빠!! 뒤에서 궁시렁거립니다. 아빠가 찾는 것은 반칙이라고... 아이고.. 아침부터 뒤통수가 간지럽습니다.
정오가 다 되어 도착한 레만호수의 제트분수. 주차할 곳이 주변에 마땅치 않아서 영국공원 근처 지하에 주차를 했습니다. 호수변을 거니멸서 비 그친 제네바의 향취를 들이켜 봅니다. 호수의 잔잔함이 평화로운 마음을 선물해 줍니다. 학습과 볼거리도 중요하지만 쉬어가는 넉넉함을 빼버리면 여행하는 즐거움이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호수에서 헤엄치는 백조들을 근처에서 자세히 잘펴습니다. 멀리서는 참 아름다워 보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그냥 큰 거위같습니다. 갑자기 백조가 똥을 쌉니다. 적어도 반경 1M가 똥물로 순식간에 오염됩니다. 에잇ㅡ 백조에 대한 낭만적 인상을 배렸습니다. ㅋㅋㅋ
제네바에서 조금 아래로내려가면 휴양도시 아네시(Annecy)가 있습니다. 프랑스로 접어드니 스위스와 딴판의 날씹니다. 스위스국경을 통과해서 프랑스로 접어듭니다. 스위스는 이제 다음을 기약해야 합니다. 아네시는 휴양도시 답게, 화창한 날에 파란 하늘 뜨거운 햇살이 가득합니다. 호수변에 사람들이 거의 벗고다닙니다.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호수변에 좌악ㅡ 늘어섰는데, 눈돌아가기 쉬운 곳입니다. 아이들 때문에 신속하게 이동합니다. 2시가 넘어 맥도날드를 찾아 점심을 매웁니다. 운전석 앞 공간은 맑은 날 햇살에 빨래말리기에 아주 훌륭한 공간입니다. 내일은 주일이라 마트가 쉬는 날이기에 장을 이틀치를 미리 봐두어야 합니다. 아네시에 있는 엄청난 대형 까르푸에 들어갑니다. 프랑스에 오면 데팔물건들 저렴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까르푸에서 맛난 먹거리를 오랫동안 쇼핑하고, 커피도 마시고 여유를 부리다보니, 시간이 오후 4시가 넘어버렸습니다. 캠핑장 체크인을 늦지않게 해야해서 서둘러 리용으로 출발합니다.
리용으로 가는 고속도로, 아네시에서 리용까지 14.2유로가 나왔습니다. 독일에서 리용 캠핑장에 도착합니다. 4성급 캠핑장입니다. 프랑스 유명도시에 체인으로 존재하는 모양입니다. 나중에 파리에서도 인디고 캠핑장을 이용했습니다. 텐트를 치는데, 건너편에 있는 나이드신 아저씨가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원터치로 이너텐트가 자동으로 펴지는 것을 신기하게 보는 듯 싶었습니다. 아들과 함께 후다닥, 설치를 끝내자.. 놀라운 표정으로 일어서더니.. 엄지를 치켜들고 소리를 건넵니다. "와우...슈퍼ㅡ스피드ㅡ!!" ㅋㅋㅋㅋ 푸짐한 저녁요리는 8시 30이 되어서야 만들어졌습니다. 프랑스 남부 지역이어서인지, 밤과 새벽에도 추위를 모르겠습니다. 독일, 스위스와 다른 점은 새벽내내 밖이 사람들의 소리로 소란스럽습니다. 한국과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호텔보다 확실히 텐트가 편안합니다. 꽉 막힌 공간보다 확 트인 자연속이 훨씬 좋습니다. 캠핑장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소리를 들으며 아내와 속닥하니 커피와 담소로 여독을 풀어내는 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