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격문
박미림
개미가 돌계단에서 금을 긋고 있다
세상의 이치는 변하지 않는다
획의 곡선을 통과하기 전에 독작(獨酌)하였을, 그대
낮은 호롱불 마주하고
음각 양각 문양(文樣) 달빛 창백한 밤에
낙관을 찍는, 그날 밤
몸살 오른 여린 꽃망울들
개화를 늦추며 혁명을 기다리고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래도 피어야 한다
울새 한 마리
아침저녁으로 비문에 앉았다가 용마루를 향해 푸드덕, 이내
땅 밟는 소리
길마다 좌표를 만든 흔적 어디서나 꽃잎
붉은 깃발이다
나부끼는
의병의 피다
오늘은 그분들의 숭고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게워내듯 들춰야 하는 역사
승전고 울리며 돌아오는 헤진 갑옷
두두두
지축을 두들기는 말발굽
살아있음이다, 그대들 뜨거운 피의 혈채를 받아야 한다
마땅히
늙은 소나무 짐짓
반역(反逆)의 후손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두 눈 퍼렇게
- 제11회 중봉문학상 우수상 (2017)
첫댓글
선생님~ 다녀가주셨네요^^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문협 행사 때나 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리움이 더 해집니다.
시제 [오월의 격문], 저에게는 최고의 문장으로 다가옵니다.
"몸살 오른 여린 꽃망울들/ 개화를 늦추며 혁명을 기다리고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래도 피어야 한다"
(중략)
"나부끼는/ 의병의 피다"
낯선듯 눈에 익숙한 문장들... 그러나 강한 의지가 번뜩이는 메시지가 너무 숭고합니다.
아름다운 시향에 젖어갑니다.
목적시가 아무래도 일반적인 문장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저 역시도 다른 분들 작품이나 제 작품에서 낯선 듯 눈에 익숙한 문장들 많이 접합니다 ㅎ~ 글이 어디 가겠습니다? 한글 단어 잘 꿰맞춰 나열한 것이 다 거기서 거기겠지요. 잘 쓰면 얼마나 잘 쓰고 못쓰면 얼마나 못쓰겠는지요? 그간도 편하게 글 썼지만 요즘은 더 편하게 써보려 노력중입니다. 독자들이 알아 먹지 못한 글 쓰는 그들만의 리그에 저도 낑기고 싶었는데 돌아보니 다 부질없더라구요 ㅎ~ 목사님도 그러하시지요?
@박미림* 그럼요
“쉽게”라는 혹은 “쉽다”는 표현이 맞는지는 몰라도
누구나 이해되고 누가 봐도 “그래” 라고 인정데는…
하기사 그게 저의 역량이고 실력이니까요 ㅎ
고맙습니다
중봉문학상을 받으셨군요.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ㅎㅎ
3번 응모해서 3번째 된 것입니다 ㅎ~ 저보다 도리어 이하준 전 문화원장님이 더 기뻐해주셨던 기억이 새롭네요^^
~ 개미가 금을 긋고 세상의 이치는 변하지 않는다~ 늙은 소나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후손을 내려다본다~ 첫연 마지막 연 참 좋습니다 휴일 오전에 모처럼 좋은 시 읽고 갑니다^^**^^
요즘 게으름이 극에 달해서 개미가 금을 긋는 세상 구경을 못하고 있습니다. 엉덩이 무게를 줄여야 겠습니다 ㅎ~
종종 카페에서 안부 나누니 좋으네요^^
좋네요. 반역의 후손 굵직한 울림이 담겨있네요. 잘 감상했습니다
카페 곳곳에 좋은 말씀으로 흔적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편안한 주말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