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지구상에 알려진 음악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감명을 주는 음악을 몇 개 골라 보라고 하면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 어느 경우에나 빠지지 않고 선택 되어지리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듣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귀중한 감명을 주는 곡입니다 오래 전에 작곡과에 입학하여 공부하던 중에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스코어를 보고 너무 많이 놀랐습니다 놀랐다기보다는 실망을 했습니다 그 위대한 곡의 악보를 보기 전에는 그 악보가 대단히 복잡할 줄 알았는데 그 스코어를 처음 보는 순간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너무 단순해서 이 악보가 그 음악인가 하고 의문을 오랜동안 가졌었습니다
운명 교향곡 1악장 처음 부분
위의 악보에서 보는 것처럼 처음 부분은 현악기 파트의 총주와 함께 같은 선율을 유니슨으로 연주하는 클라리넷이 전부입니다 거창할 것 같았던 악기 편성이 현악기에 틀라리넷 한 악기라니 너무나 내게는 충격을 넘어 허탈함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다시 그 악보를 훑어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베토벤의 작곡 기술에 너무 놀랐습니다 전에는 잘 몰랐지만 이 악보를 보고 베토벤이 교향곡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1 악장(소나타 형식)에 불과 세 종류의 음표만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고는 허탈한 웃음까지 나왔습니다 세 종류의 음표는 다름 아닌 2분음표, 4분 음표 그리고 8분음표입니다 1악장 전체 어느 곳을 들여다 보아도 이 세 종류의 음표만이 등장합니다
물론 재현부에서 아래 악보와 같이 오보에의 짧은 ad lib. 부분에 잠간 16분 음표 네 개가 수식적으로 등장합니다 그 외에는 모두 앞에서 말한 세 개의 음표만이 등장합니다
물론 베토벤은 세 개의 음표만으로 인한 단순함을 극복하기 위해서 Tie, Fermata, Staccato 그리고 쉼표 등을 적재적소에 사용합니다 한마디로 이러한 그의 작법은 그의 고지식하고 완벽하며 집요한 성격을 보여 준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그것과 더불어 그가 이 곡을 통해서 음악을 전개시키는 방법에서 작곡 기법 보다는 음악 속에서 느껴지는 영감의 전개에 얼마나 몰두 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만약에 베토벤이 다양한 음표를 통해 이 곡을 만들어 갔다면 이 곡에서 느낄 수 있는 장엄하고 숭고한 음악의 세계는 탄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작곡을 하는 사람은 대개 곡을 화려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여러가지 다양한 기술을 사용합니다 특히 현대 음악의 악보를 보면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합니다
아래 악보는 이탈리아의 현대 작곡가인 Claudio Ambrosini의 1984년 작품 APOCRIFO라는 피아노 곡의 한 부분인데요 어느 연주자도 쉽게 이 곡을 연주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현대의 곡들은 영감은 사라지고 연주 기술이나 작곡 기술에 많이 치중해 있는 느낌이 듭니다
베토벤이 세 종류의 음표만으로 곡을 쓰기 위해서는 단순함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는데 그는 이 모험적인 시도를 하기 위해서 틀림 없이 많은 생각과 계획을 사전에 준비 했으리라 봅니다 물론 다른 곡에서도 그는 항상 많은 준비를 하고 쓰지만 이 곡에서는 특히 곡을 쓰기 전에 이미 거의 곡 전체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이 머리 속에 확정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세 종류의 음표만으로 곡을 쓰기 위해서 세 종류의 음표로 만들 수 있는 조성 음악 내에서의 모든 음악적인 조합의 가능성을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동기를 발전시키는 방법, 프레이즈를 구성하는 방법, 제 1 주제와 제 2 주제를 각기 관련지어 구성하는 방법, 연결구와 종결구등을 구성하는 방법 등 모든 것을 곡을 쓰기 전에 이미 머리 속에 갖고 있었을 것입니다 정말로 세 종류의 음표만으로 교향곡의 첫 악장을 쓰기 위해서는 모든 음악의 흐름을 사전에 철저히 계획하는 준비가 없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의 운명 교향곡 1악장은 작곡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작곡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될 수 있는대로 악보를 복잡하게 하여 기교로써 자신의 음악을 보여 줄려고 하는데 베토벤은 그의 운명 교향곡 1악장을 통해서 작곡가들이 어떻게 곡을 써야 하는가를 보여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