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리~상원골~상원사~남대봉/지맥분기점~시명봉~가리파재
도상거리 46.9km의 백운지맥은 영월지맥 상의 남대봉에서 분기가 된다.그러므로 백운지맥
의 첫 발을 떼려면 남대봉으로의 접근이 선결과제인데,그곳으로의 접근은 치악산국립공원의
금대탐방지원센타가 있는 영원사의 영원골과 성남탐방지원센타가 있는 상원사의 상원골 쪽
이다.둘 다 2시간은 족히 땀을 쏟아야 목적지인 남대봉에 닿을 수 있는 산길이다.오늘부터
다섯 번으로 나누어 종주하게 되는 첫 번째 구간의 들머리로 낙점이 된 곳은 성남리의 상원골
이다.
우리들을 안내하는 버스의 덩치는 비교적 작아 성남리를 다 거치고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되는
상원골 코앞까지는 다가갈 줄 알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성남리 계곡 주변의 식당촌 어름에서
산객들을 쏟아낸다(8시45분).더 이상 진입은 어렵다는 주변 식당 주인의 말만 그대로 믿은
거였다.
상원골
그러나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버스를 내린 지점에서 2km쯤을 더 접근을 하면 막바지 도로
에 이르고 널찍한 주차장이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러한 사실을 간과한 거였다.곧바로
본격적인 산행은 그곳으로부터 발행이 된다.이제부터는 상원골이다.뜨거운 햇살을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2km가량 도로를 따르다가 녹음이 우거져 있는 숲 그늘로 불쑥 접어드니 일단은
시원하다.상원동천 계곡을 내닫는 계류는 물소리마저 요란스럽다.그동안 변변치 못한 수량
이었을 텐데,며칠 동안의 강수량이 이렇게 계류를 넉넉하고 흔전하게 바꾸어 놓은 것이다.
청량감은 가득하고 서늘함까지 묻어 있는 계류는 움푹한 소(沼)에서 한바탕 뒤채며 허연
포말을 잔뜩 뿜어내더니 협곡을 뒤흔들려는 듯이 거쿨진 포효를 맘껏 토해낸다.양회임도를
거치면 치악산국립공원 안내도가 담겨 있는 암갈색의 입간판이 세워져 있고,'상원사 탐방로'
라고 써 있는 작으마한 입간판을 문패처럼 걸고 있는 아치형의 갈색문을 들어서면 산길은
크고 작은 돌과 바위들의 돌니와 돌부리의 울퉁불퉁한 산길이다.오르막 산길은 서늘함과
청량감의 흔전한 계류와 결을 같이하며 꼬리를 잇기도 하고 상원교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철다리 대여섯 개를 통하여 계류를 넘나들며 고도를 꾸준히 높여 나간다.
상원사
대여섯 개의 상원교 철다리를 다 거치고 나면 오르막은 사뭇 가풀막진 행색으로 탈바꿈이
된다.침목계단과 통나무를 이용한 난간이 안내하는 오르막은 머지않아 샘터로 산객을 안내
한다.약수터는 오르막 좌측 20여 미터쯤에 있는 샘터인데,샘물은 입이 시리도록 차다.목을
흥건하게 적시고 가풀막진 오르막을 짓쳐 올려치면 가파른 산비탈에 산새들의 둥지처럼
터전을 삼은 하늘 아래 첫 도량인 상원사가 한눈에 들어온다.백운지맥의 분기점이기도 한
해발1181m의 남대봉 바로 밑의 해발1084m 지점의 가파른 기슭에 터전을 삼은 상원사는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하였고, 경순왕 시절 치악산 전설의 주인공 무착대사에
의해 중창되었으며 현재는 월정사의 말사다.
상원사 경내는 그동안 공사를 벌였는지 여느 경내의 고요한 색깔과는 거리가 있고 공사는
아직 마무리가 덜 되었는지 분위기는 다소 어수선하다. 본존불상을 모시고 있는,문화재자료
제18호로 지정이 되어 있는 대웅전 앞으로는 통일신라 때 도선국사가 조성했다는 3층석탑이
있고, 그 앞 바위 절벽 끄트머리에는 전설의 종각이 배치돼 있다.그리고 대웅전 좌측 뒤편
에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석조불상이 새롭게 모셔져 있다.그러나저러나 상원사에는 그보다
꿩의 보은에 대한 전설이 더 유명하다.오랜 전 영월지맥 산행기 때 적바림을 한 번 하긴
했는데, 이참에 한 번 더 기억을 더듬어 본다.
경남의 한 나그네가 과거 길에 치악산 기슭을 지나던 중 커다란 구렁이가 잡아먹으려는
꿩을 구해준 다음 외딴 농가에서 하룻밤을 지내다가 몸이 답답해 눈을 떠보니 민가의 여주인
이 암쿠렁이로 변해 나그네의 몸을 칭칭 감고 왜 자기 남편을 죽였느냐고 다그치자 나그네는
어찌 살생 장면을 두 눈으로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고 반문하자,암구렁이는 날이 밝기 전
절 뒤 종루의 종을 세 번 치면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한다.삶을 포기하고 있던 나그네는 그때
희미하게 종소리가 세 번 울리는 소리를 들었고,암구렁이는 슬며시 사라진다.날이 어슴푸레
밝아와 종루에 다가가보니 꿩 세 마리가 피투성이가 된 채 죽어 있는 게 아닌가. 꿩이 은혜를
갚고 죽어 간 거였다.이러한 내용이 꿩의 보은에 얽힌 전설이다.
꿩의 전설이 담겨 있는 종루와 도선국사의 3층석탑, 그리고 대웅전과 석조좌불 등을 대충
둘러보고 샘터에서 약수 한 바가지까지 들이킨 뒤 남대봉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산길은
상원사 화장실 곁을 지나서 우측의 오르막으로 꼬리를 잇는다.어귀에 검은색 산행안내
이정표가 안내를 하고 있다.오르막은 머지않아 백운지맥의 주능선 삼거리에 이르는 데,
우측의 산길이 백운지맥의 산길이자 남대봉으로의 산길이고,좌측은 백운지맥의 이어지는
산길이다.우측의 완만한 산길을 300미터쯤 발걸음을 하면 널찍한 헬기장이고 '남대봉안전
센타'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암갈색의 초소가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다.그 옆을 지나면
넙데데한 봉우리가 해발1181m의 남대봉 정상이다.
원주시가지와 아들바위
해발1181m의 정수리 한복판에는 1989년에 재설된 삼각점(안흥27)이 번듯하다.이곳에서
발걸음을 되돌려 발걸음을 옮긴다.지금부터는 온전한 백운지맥으로의 첫 걸음이 되는 셈
이다.남대봉의 빗돌이 한켠에 세워져 있기도 한 널찍한 헬기장을 다시 가로지르고 조금 전
상원사 갈림길이 있는 삼거리에서 곧장 맞은 쪽으로 꼬리를 잇는 지맥의 산길로 접어든다.
밋밋하게 이어지는 산길을 2,3백 미터쯤 발걸음을 하면 산길 우측으로 너럭바위 전망대가
기다린다.
저멀리 원주시가지가 아스라하고 너럭바위 바로 저만치 앞으로는 마치 사람의 프로필 같은
기암이 눈길을 끈다.'아들바위'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기암이다.완만한 내리받잇길은 곧바로
사거리 갈림길로 이어진다.우측은 금대리 영원사 방면의 등하행 산길이고 좌측은 상원사
쪽이며 지맥의 산길은 맞은 쪽인데 이곳에서부터의 지맥의 산길은 치악산국립공원에서
비지정탐방구간으로 정해놓은 구역이다.그러나 맞은 편으로 꼬리를 잇는 지맥의 산길도
뚜렷하고 해반주그레하다.
숲은 신갈나무를 비롯한 활엽수목들이 울창하고 산길은 허벅지 높이의 조릿대가 무성하다.
그러한 행색의 산길은 머지않아 엄장한 바위봉 앞으로 산객을 이끌어 나간다.바위절벽 같은
바위봉을 우회하며 지맥은 꼬리를 잇는데, 곧장 넘어설 수 없는 바위봉은 그 뒤로도 두어 번
더 똑같은 상황을 연출하며 꼬리를 잇는다.조릿대 숲길도 여전하고 울창한 그늘의 활엽수
들의 숲도 변함이 없다.서너 차례 바위봉을 우회한 뒤,가파른 절벽 같은 바위비탈을 조심
스레 올려치면 봉긋한 봉우리가 기다린다.이 멧부리가 해발1196m의 시명봉 정상이다.
해발1196m의 시명봉 정상에서의 조망도 조금 전 너럭바위 전망봉에서의 조망과 다름없이
시원스럽다.원주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치악산 주변의 출렁거리는 흑록의 산줄기들이
한폭의 그림 같다. 시명봉을 뒤로하고 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이 엄부렁한 둥긋한
멧부리를 지나고 그와 행색이 어금지금한 멧부리를 한 차례 더 넘어선다. 엄장한 덩치의
바위 두엇을 우회하고 나면 다시 신갈나무 등이 엄부렁한 둥긋한 멧부리가 기다린다.산길의
난이도는 비교적 평이한데, 기온과 습도가 높으니 팥죽땀은 연신 옷을 적시고 있다.어느
틈에 온몸은 땀으로 젖어들어 불편한 감촉만 거듭된다.
잣나무숲
기름한 너럭바위 행색의 바윗길을 거치고 나면 꺽다리 잣나무 숲이고,잣나무 숲을 지나면
행색이 어상반한 낙엽송 숲이 뒤를 잇는다.다갈색의 솔가리가 마춤맞은 산길은 붕긋한
해발1101.3m봉에서 좌측의 9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꼬리를 잇는다.산길은 밋밋하게
이어지고, 한 차례 더 바위봉을 우회하기도 한다.1101.3m봉을 뒤로하고 1km쯤 그러한 행색
의 산길을 잇고 나면 붕긋한 해발1061.4m봉이다.활엽수목들이 엄부렁하고 다소 기름한
행색의 1061.4m봉을 지나면 산길은 우측 3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꼬리를 잇는다.
자칫 한눈을 팔다가는 맞은 쪽 산길로 그냥 발걸음을 하여 알바의 구렁에 빠질 수도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내리받잇길은 가파르게 꼬리를 잇는다.축축한 산길은 미끄럽기까지 하다.가파른 내리받잇
길을 구르듯이 벗어나면 산길은 확실한 내리받이 추세로 꼬리를 잇는다.멀리서 차량들의
숨가뿐 엔진소리가 귓전을 두드리기 시작한다.오늘의 날머리가 얼마 남아있지 않다는 신호
가 아닌가.완만한 내리받잇길은 머지않아 지맥을 가로지르는 양회임도로 슬그머니 꼬리를
드리운다.우측은 명경사와 금대리의 큰다리실 부락 쪽이고, 좌측은 금창리 가리파 부락
방면이다.양회임도를 따라 좌측으로 이동을 하더라도 오늘의 날머리인 가리파재에 닿을
수는 있다.외려 고생과 시간은 더 절감이 되는 길이다.
명경사/큰다리실 입구의 장승
콘크리트를 이용한 것인지 대리석으로 빚은 것인지는 가늠할 수가 없는 장승 한 쌍이 길섶에
우뚝 서 있다.큰다리실의 수문장인 모양이다.사찰인 명경사에서 부러 세워놓았을리는 없지
않은가.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의 장승 앞을 지나서 양회임도를 곧장 가로질러 숲으로
기어 오른다.밋밋한 산길은 TV안테나가 세워져 있는 베개처럼 기름한 멧부리를 지나면
넉넉한 안부가 기다리고, 푼푼한 안부를 뒤로하면 붕긋한 해발550.8m봉이다.이 멧부리에서
지맥의 산길은 좌측 10시 방향으로 꼬리를 잇는다.
차량들의 바람가르는 숨가뿐 엔진소리가 더욱 볼륨이 높아졌다.오늘의 날머리가 이젠 발치
까지 다가왔음이다.철구조물 뼈대만 간신히 남아있는 산불초소를 지나고 나면 낙엽송 숲
이고,그 숲을 막 벗어나면 지맥을 가로지르는 5번 국도가 연락부절하는 고개, 오늘의 날머리
가리파재다(13시).
가리파재 빗돌
중앙고속국도가 생겨나기 이전에는 들고나는 차량들로 비교적 북적이던 휴게소 였는데,
그것이 생겨난 뒤로는 대형마트가 뒷골목의 구멍가게로 전락한 느낌의 치악재 휴게소다.
널찍한 휴게소 앞 주차장은 뜨거운 햇살을 받아 불판이나 다를 게 없는 데,분위기는 썰렁
한 벌판 같고, 예전의 휴게소 건물에는 매점과 기사식당이 그대로 명색은 간신히 유지
하고 있으나 병 든 환자의 허약한 안색이다.그러한 행색의 휴게소 앞 텅 빈 주차장에서
도시락을 해결하려니 멋적은 거였다.
휴게소 주변 숲 그늘의 한갓진 곳으로 자리를 옮겨 허기와 갈증을 해결한다.그늘이라고
시원할 것도 없다.바람조차 없는 그늘도 후텁지근한 열기만 뭉그적거린다.오늘 산행은
여느 때에 비하면 짧은 편인데, 팥죽땀은 긴 거리의 산행 못지않게 많이 흘린 하루였지
싶다.그런 탓에 물을 너무 마셔 입 안이 깔깔하다.이러한 경우에는 음식이고 술이고
죄다 귀찮은 법이다. (산행거리;12km. 소요시간;5시간) (20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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