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1일 12:10분 TBC 라디오 "한밤의데이트"(FM99.3) 윤병대의 "세계의 중심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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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의 여행기행문 작성
나만의 소중했던 여행을 답사기로 남겨 여행을 되돌아 보고, 이 여행을 통해 앞으로의 인생을 재설계하는 기회로 삼아 보세요.
게다가 여행사의 여행후기 게시판에 글 올려서 운 좋게 수상작으로 선정된다면
또 다른 배낭여행 프로그램을 무료로 체험하는 그런 행운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그래서 나의 여행 중 필란드"산타의 마을"로 떠난 여행기를 한 번 적어 보겠습니다
2002년 7월 6일 북유럽을 훑어 보려고 폴란드 북부 항구도시 "그단스크"에 밤 11시가 넘어 도착하였다.
한밤중에 낮선 나라 그것도 초행길인 기차 역에 도착하니 여행으로 잔뼈가 굵은 나도 사실 살짝 겁이 난다.
얼른 호스텔을 찾아가 하룻밤 숙박하려고 짐을 끌고 역을 나서는데 왠 축구 유니폼 같은걸 입은 청년들이
역 안에서 술병을 들고 고래고래 응원가를 부르며 지나간다.문득 생각나는 것이 오늘이 폴란드 VS 한국 월드컵 축구경기가 있는 날......!!
폴란드가 축구하면 그렇게 열광적이라 사람들이 흥분해서 새벽까지 술 먹고 돌아다니며 시비 붙는다고 했는데....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 앉으며 무섭다. 등뒤로 식은땀이 주르륵 흐른다.
그 청년들을 피해 역 밖으로 달리다 시피해서 뛰어 나왔다.
그 늦은 밤 역에는 사람도 별로 없고 더욱이 나 같은 동양인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정말 소름 끼치도록 긴장된 가운데 청년들이 노래를 부르며 또 다시 다가온다.
보아하니 계속 역 안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듯 보인다. 시비 걸 상대를 찾고 있는 걸까....?
노래소리가 점점 커질수록 머리카락이 바짝바짝 선다. 정말 등골이 오싹하다.
빨리 아무 택시라도 타고 싶은데 무슨 역이 택시도 없어!!!!
사람도 별로 없고 비는 내리고 뒤에는 덩치 커다란 청년들이 노래를 부르며 다가오고.....진짜 별별 생각을 다 난다.
혹시 어디서 왔냐 고 물으면 뭐라고 할까....? 한국이 이겼으면 어쩌지?
중국에서 왔다고 할까? 아냐 우리랑 더 상관없는 곳 그래 베트남에서 왔다고 하자.
동양인은 저들 눈에 다 비슷하다니까 나는 베트남 말 하나도 할 줄 모르는데...!
에이 우리말로 아무렇게나 지껄이면 되겠지...정말 별별 생각을 다 했다.
그리고 때마침 들어오는 택시를 빛의 속도로 뛰쳐나가 잡아타고 호텔의 주소를 보여 주며 다짜고짜 빨리 가자고 하니까 인상 좋은 기사 아저씨.
웃으시며 내 마음은 아랑곳 없이 너무나 차분히 느릿~느릿~ 안전운전 하신다.
그래도 덕분에 아무 일 없이 무사히 호텔에 도착했으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아침을 챙겨 먹고 북유럽으로 떠나는 배를 알아보러
항구 찾아 삼만리가 시작 되었다.
아니 여기는 무슨 항구도시라면서 항구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물어 물어 간신히 항구로 가서 페리 타는 곳을 찾아갔는데 스웨덴 가는 배는 있는데 핀란드 가는 배는 없으시단다.
저렇게 커다랗게 간판을 만들어 놓고 핀란드 헬싱키 가는 배가 없다니요?
다시 물으니 헬싱키 가는 배는 12년 전에 끊겼단다.
아니 12년전 끊긴 배의 간판이 왜 아직도 붙어 있는 거야
아침부터 또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여행이란 원래 계획대로 잘 되지 않는다 너무 계획대로 잘 되면 오히려 재미가 없다.
그렇다면 다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대합실 바닥에 자리잡고 앉아 짐을 풀고 지도를 꺼내 펼쳤다.
스웨덴에서는 어디로 필란드 로바니에미 까지 가지?
스톡홀롬에서 기차를 타고 가야하나?
아니면 스톡홀롬에서 다시 헬싱키까지 배타고 가서 로바니에미까지 기차로 이동...?
이래저래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이동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어차피 지금 목표는 산타마을 로바니에미 였기도 하지만 길 위에 바다 위에 뿌리는 시간이 너무 어마어마해서 그렇다면 스톡홀롬이나 헬싱키 구경은 그냥 패스해야 한다.
마음의 결정이 지어지고 스웨덴 가는 배에 승선하니 오후 6시가 되니까 출발한다.
침대 칸 예약도 안했는데 다행히 크고 넓은 의자 한구석의 좋은 자리를 잡게 되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거리며 밤 10시쯤 되니까 어두워지기 시작해 자정쯤 되니까 완전히 해가 지더니 새벽 1시쯤 되니까 다시 해가 뜨는 거다!
그리고 1시 반쯤 되니까 완전히 날이 밝았다! 덕분에 같이 굴러 댕기면서 노숙하던 사람들 대부분이 거의 잠을 못 잤다. 밝으니까 안자는 사람들 투성이다.
이래서 불면증 이라는 것이 생기는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름 잘 자고 잘 쉬고 그렇게 무려 18시간만에 스톡홀롬에 도착했다.
8일 오후 2시 스웨덴 스톡홀롬 아래의 무슨 "니나노" 하여튼 이름도 이상한 항구에 도착하였는데 또 입국심사는 웨 이렇게 까다로워...?
여권을 이리보고 저리보고 이것저것 마구마구 물어 보고 한참을 그러다가 간신히 도장 찍어 줘서 통과는 했는데 도대체 길을 찾지 못해 갈피가 못 잡겠다.
완전 어리버리 하다가 인상 좋아 보이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이길래 다짜고짜 어디가시냐? 고 물었더니 스톡홀롬 가신단다.....빙고..!!
괜찮으시면 따라가도 될까요...? 했더니 흔쾌히 허락하셔서 할머니 할아버지랑 같이 기차 타고 스톡홀롬까지 갔다.
어찌나 친절하고 좋은 분들이시던지 같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두 분이 먼저 가야 한다고
기차에서 내리시며 여기서 7정거장 있다가 내려라~ 역 이름은 뭐다~ 상세히 알려 주시고 모습이 안 보일때 까지 손 흔들어 주시고..
아~ 정말 마음이 따뜻해진다....여행은 바로 이 맛에 하는 거다.
그렇게 도착한 스톡홀롬을 이대로 이렇게 지나쳐 버리기엔 정말 아쉬울 정도로
카리스마 넘치는 곳이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제대로 만나자 스톡홀롬은 그렇게 입맛만 다시며
로바니에미 가는 제일 빠른 길을 알아보니 기차 국제선은 벌써 마감됐고 저녁 8시쯤 핀란드 가는 배는 있다 해서 유레일 패스를 보여 주니 그냥 표를 준다.
왠지 공짜로 타는 듯한 이 기분!!
바이킹 라인 배에 승선해서 위치 좋은 창가에 자리를 잡고 바다도 보다가 내부 까페에서 빵이랑 차도 먹고 마시다가 바닥에 침낭 깔고 잠깐 잠도 자다가 너무 훤해서 사람들도 안자고 나도 못자겠어 뒤척이다
9일 아침 7시 30분 핀란드 토루크 항에 도착하였다.
항구에서 나와 역으로 가 기차를 타고 헬싱키에 도착하니 아침 11시.
로바니에미 가는 열차를 알아보니 저녁 7시 반에 있단다.
예약을 하고 헬싱키 역 라커에 짐을 넣어 놓고 역 근처 동네를 슬슬 돌아다녔다.
계속되는 장시간 이동에 전날 밤에 잠도 제대로 못자 만사가 졸립고 귀찮고 피곤하다.
그리고 크라쿠프 떠나 오고는 제대로 씻지를 못해서 아주 꼬질 꼬질 더러워 죽겠다.
모자로 감추고 있지만 기름때 좔좔 흐르는 머리통이 가려워 미치겠다.
기분에 기름기가 얼굴을 타고 턱밑까지 내려와 뚝뚝 떨어지는 것 같다.
그 때 전광석화처럼 나의 뇌리를 스치는 핀란드는 사우나가 유명하다.
그런데 막상 찾으려니 사우나가 없다. 그래서 사우나가 어디있냐...?고 물었더니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필란드는 가정과 공공 건물 그리고 호숫가의 통나무집에 설치되어 있다.
그들은 가정에 귀한 손님들을 초대하면 그들의 사우나를 손님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그들이 손님들에게 베푸는 최대의 예의로 생각한다.
나는 그 곳에서 만난 친구들을 따라 핀란드의 가정을 가끔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때 그들은 나에게 사우나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그들이 어떤 사람을 초대하고 싶으면 사우나하러 가지 않겠느냐고 제의해 올 정도로
사우나는 그들의 생활과 분리할 수 없는 종교 이상의 것이라고 할 만하다.
10일 아침 8시 그렇게 꼬질 꼬질한 모습으로 드디어 로바니에미 역에 도착하여
과연 어떤 모습일까...?
두근두근하며 내렸는데 하얀 눈이 쌓여있기는 고사하고 세찬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아니 눈의 여왕이 사는 곳에 왠 비? 산타클로스가 사는 곳에 왠 비?
게다가 호텔이라고는 하나 있는 것이 싱글 룸이 무려 39유로가 최저가라고 하는 가격대에 체크인 시간은 오후 2시라니 그냥 털썩 쓰러졌다.
그래도 그렇게 고생하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싶어서 처음 예정대로 3일을 예약하고.
체크인 시간까지 로비에 앉아 기다리다 체크인 하자마자 냅다 방으로 들어가서 따뜻한 물로 깨끗하게 씻고
폴란드에서 사 온 라면도 하나 끓여 먹고 침대에 몸을 눕히니 그제서야 살 것 같다.
혼자 여행하는 맛이 제대로 난다 간만에 한 적 하니 정말 좋다.
어쨋거나 그렇게나 갈망하던 "로바니에미"에 나는 도착 한 것이다.
크라쿠프에서 그단스크까지 기차 7시간, 그단스크에서 스웨덴까지 배 18시간,
스웨덴에서 핀란드까지 배 11시간 반, 헬싱키에서 로바니에미까지 기차 12시간 반,
중간중간 기차 타고 2~3시간씩 이동한 것을 빼고도 이만큼이다.
6일날 출발해서 무려 4박 5일만에 10일날 도착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비행기를 탓 다면 후회가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언제 이런 여행을 해 보겠는가.
몰랐으니 고생도 하는 것이라고 위안을 삼는다.
너무 길고도 먼 길을 돌아 왔는데 창 밖에 비는 주룩주룩 내리지 어디 나가 보자니 발 시렵지....아직 모르겠다.
이제 한숨 푹 자고 일어나서 내일은 산타클로스 마을 가야지~
그런데 이것이 "백야"라는 건가....!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지금은 밤 11시란 말이다!
밤 11시가 넘은 이 시각 지금 창 밖은 대낮처럼 훤하다. 신기해 죽겠다 정말 신기해 죽겠다.
그냥 허허허허...웃음 밖에 안 나온다. 솔직히 정말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어쨋거나 여기는 자일리톨 껌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핀란드다 그냥 휘바 휘바~ 라고 소리치고 싶은 노키아 핸드폰으로 유명한 나라다.
그 북쪽의 라플란드 로바니에미 눈의 여왕이 사는 곳이자 산타클로스의 고향이다.
지도를 펼쳐 보면 핀란드 저~ 북쪽에서 Rovaniemi 라는 이름을 볼 수 있다.
1년 내 내 크리스마스라는 "산타 빌리지" 구경도 하고, 순록농장에서 루돌프 친구들도 만나 보고,
또 북극해에 발도 담궈 보고 싶고, 눈처럼 하얀 밤도 실제로 보고 싶고, 산타클로스를 꼭 만나보고 싶어서,
특히 산타 우체국에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엽서를 보내고 싶어서, 세계 유일의 산타도장이 찍힌 엽서를 받으면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싶어서,
그 모든 것이 왠지 그냥 생각만 해도 로맨틱해서, 왠지 꿈과 낭만이 철철 넘쳐서 ,
한여름에 보내는 크리스마스 카드란 얼마나 낭만적일까 싶어서, 아니 그냥 꼭 와 보고 싶어서..........
그리고. 드디어 도착했다. 그런데 정말 오래 걸렸고 그리고 정말 힘들었다.
새벽 1시 창 밖은 여전히 하얗다 아주 훤~하다.
그런데 아~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도 흐르는 걸까.....!
정말 어이가 없다. 이해가 안 된다.
24시간 변함없이 환한 창 밖에 낮이고 밤이고 조용한 도심.
때론 비가 내리다가 때론 해가 비추다가 모든 것이 느릿느릿하고 나도 같이 느릿느릿해진다.
그래서 시간이 멈춰 버린 것 같았는데 벌써 떠나야 한다니...?
내가 날짜 계산을 잘못한 걸까? 계속 밖이 환하니까 헷갈려 죽겠다!!
시계를 보지 않으면 절대 시간을 가늠할 수가 없다!!
벌써 마지막 날이라니...벌써 마지막 날이라니...!!!
여행 오기 전부터 꿈 꿔 왔던 라플란드 로바니에미.
산타 마을도 두번이나 다녀왔고 산타 할아버지랑 악수도 했다.
사람들한테 엽서도 모두 썼고 내가 여기서 하고자 계획 했던 건 모두 다~ 했다.하지만 왠지 너무 아쉽다 벌써 떠나야 한다니....!
시간을 모르고 살아서 더 그런가 보다.
이 하얀 밤을 보는게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에 너무나 아쉽다..
나는 분명 아직 로바니에미를 충분히 다 느끼지 못했다. 뭔가 부족하다.
이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를 이대로 끝내 버린다는 건 너무나 아쉬워
하루만 더... 딱 하루만 더....
유레일 타임테이블을 꺼내 들고 이리 짜고 저리 짜고 시간을 짜 맞춰 보니 독일 뒤셀도르프로 16일 오전에는 들어갈 수 있을꺼 같다.
버스 시간 기차 시간 연결하고 맞춰 보느라 머리 터지는 줄 알았다.
중간에 하나라도 기차가 연착되거나 놓쳐 버리면 다 무너지는 도미노 같은 연결이지만
나는 뭐 잘 되겠지 생각하고 그래서 여기서 하루 더 있기로 결정지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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