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7:16-26, 아간의 발각, 21.12.22, 박홍섭 목사
아이성 전투의 어이없는 패배로 백성들의 마음이 물처럼 녹아 있을 때 하나님은 그 전투의 패배 원인이 되었던 아간의 죄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책임을 묻습니다. 21절에 보면 아간의 죄가 나옵니다. 하나님께서 가나안의 첫 성인 여리고는 하나님께 바쳐진 것이니 성 중의 물건에 손대지 말라고 하셨지만 아간은 그 말씀을 어기고 시날 산의 아름다운 외투 한 벌과 은 이백 세겔과 그 무게가 오십 세겔 되는 금덩이 하나가 탐이 나서 가졌습니다.
아간의 이 죄는 단순한 도둑질이 아닙니다. 지금 가나안 정복 전쟁의 중요한 시기에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무슨 대단한 성과나 업적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하나님의 말씀을 존중하는 믿음을 요구하셨을 뿐입니다. 그 말씀에 이스라엘과 하나님의 관계가 언약으로 담겨 있으므로 말씀을 존중하고 귀하게 여겨 믿음으로 나아가면 하나님께서 그들과 함께하시면서 모든 전쟁에서 승리하게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을 존중하고 경외한다면 그리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간은 여리고 성의 물건은 나에게 바쳐진 물건이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가볍게 여기고 무시하여 외투 한 벌과 은과 금을 훔쳐 하나님을 모독하고 경멸하는 망령된 행동을 했습니다. 그의 이런 행동은 모르고 지은 죄나 연약해서 어쩔 수 없이 넘어진 죄가 아닙니다.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하나님이 이스라엘과 함께할 수 없도록 만든 무서운 반역의 죄입니다.
이에 하나님은 여호수아에게 숨어 있는 죄를 찾아내어 심판하라고 하십니다. 하나님이 아간의 죄를 바로 드러내어 심판하지 않고 여호수아에게 이런 명령을 내리는 이유는 몰라서가 아니라 회개할 기회를 주시기 위해서입니다. 만일 이때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하나님 앞에 나와 울면서 내가 하나님 앞에 망령된 죄를 지었다고 자백하면 너그럽게 용서해주십니다. 마치 죄를 짓지 않은 사람처럼 불쌍히 여기면서 허물과 죄를 사하여 주시고 위로하시며 오히려 복과 은혜를 주십니다. 그런데 아간은 그렇게 하지 않고 하나님과 사람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끝까지 버티면서 간 큰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어떻게 하십니까? 모든 이스라엘 지파를 모으고 제비를 뽑으라고 하십니다. 14-15절이죠. “아침에 너희는 너희 지파대로 가까이 나아오라. 여호와께 뽑히는 지파는 그 족속대로 가까이 나아올 것이요 여호와께 뽑히는 족속은 그 가족대로 가까이 나아올 것이요 여호와께 뽑히는 가족은 각 남자대로 가까이 나아올 것이며 온전히 바친 물건을 가진 자로 뽑힌 자를 불사르되 그와 그의 모든 소유를 그리하라. 이는 여호와의 언약을 어기고 이스라엘 가운데에서 망령된 일을 행하였음이라 하셨다 하라” 하나님은 이런 방식으로 아간에게 회개의 기회를 주시면서 다시 압박하셨습니다. 만약 이때라도 여호수아를 찾아가서 내가 죽을 죄인이라고 자백했다면 용서받을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아간은 그 많은 사람 중에 설마 자신이 뽑히겠냐고 하면서 끝까지 버팁니다.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 누구입니까? 하나님 앞에 망령된 죄를 짓고서도 끝까지 하나님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버티는 사람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모든 일에 때가 있듯이 회개도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기회를 놓치면 다시 회개의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기회를 주실 때, 마음속에 죄가 떠오를 때 자백하고 회개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아간은 제비뽑기를 통한 하나님의 추적이 자신에게 좁혀지고 있는 데도 걸릴 때까지 침묵하고 버티면서 하나님을 시험했습니다. 얼마나 버틸 수 있겠습니까? 마침내 하나님의 손이 제비뽑기를 통해 유다의 지파 세라의 증손 삽디의 손자 갈미의 아들 아간에게 임하고 여호수아는 아간을 심문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19절이죠. “그러므로 여호수아가 아간에게 이르되 내 아들아 청하노니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 영광을 돌려 그 앞에 자복하고 네가 행한 일을 내게 알게 하라. 그 일을 내게 숨기지 말라 하니”
여호수아는 아간에게 자백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고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방식이 두 가지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처음부터 하나님의 말씀에 믿음으로 순종하여 돌리는 영광입니다. 사람이 하나님께 돌릴 수 있는 영광 중에 가장 귀한 영광이죠. 성경은 이런 사람들을 귀한 그릇이라고 합니다(롬 9:21). 그러나 어떤 사람은 하나님을 무시하면서 끝까지 자기 욕심으로 살다가 마지막 심판대 앞에서 만천하에 자신이 지은 죄를 모두 자기 입으로 다 자백하고 심판받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이렇게 멸망 당함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사람을 성경은 진노의 그릇이라고 합니다(롬 9:22). 여러분은 어떤 그릇 되시렵니까? 진노의 그릇이 아니라 귀한 그릇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제비가 뽑히자 아간은 여호수아 앞에 시날 산의 외투 한 벌과 은 이백 세겔 한 덩어리와 금 오십 세겔 한 덩어리를 훔쳤다고 자백합니다. 칼빈은 아간의 자백을 진정성 있는 회개가 아니라 제비에 뽑힌 놀라움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행위와 죄를 시인한 자백이라고 주석합니다. 아간은 자기 장막 안 땅속 깊숙이 묻어두면 아무도 모르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다 알고 계시는 하나님은 그의 망령된 죄를 드러내고 발각되게 하십니다. 이를 보면 범죄자의 멸망은 하나님의 긍휼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강퍅함 때문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아간의 숨은 죄를 발각되게 하고 그를 심판하십니다. 24-26절이죠.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모든 사람으로 더불어 세라의 아들 아간을 잡고 그 은과 외투와 금덩이와 그의 아들들과 그의 딸들과 그의 소들과 그의 나귀들과 그의 양들과 그의 장막과 무릇 그에게 속한 모든 것을 이끌고 아골 골짜기로 가서 여호수아가 이르되 네가 어찌하여 우리를 괴롭게 하였느냐. 여호와께서 오늘날 너를 괴롭게 하시리라 하니 온 이스라엘이 그를 돌로 치고 물건들도 돌로 치고 불사르고 그 위에 돌무더기를 크게 쌓았더니 오늘까지 있더라. 여호와께서 그의 맹렬한 진노를 그치시니 그러므로 그곳 이름을 오늘까지 아골 골짜기라 부르더라”
하나님의 말씀을 업신여기고 무시한 아간 한 사람의 망령된 죄가 이스라엘 전체를 괴롭게 하고 멸망의 위기로 몰고 갔습니다. 그러므로 그의 죄는 단순한 도덕적 일탈이 아니라 하나님이 이스라엘과 함께하시지 못하게 만든 엄중한 영적 신앙적 죄였습니다. 하나님은 아간을 돌로 쳐서 죽이고 버리는 무서운 처단을 하시고 그곳을 돌무더기로 쌓아 고통의 골짜기를 만들어 아골 골짜기로 부르게 하심으로 오고 오는 세대에 기념을 삼아 교훈하십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모든 좋은 것을 가져도 하나님이 버리시면 그 사람의 인생은 아골 골짜기가 됩니다. 아골 골짜기는 소망이 없는 곳입니다. 오직 하나님의 심판과 저주와 버리심과 진노만 있을 뿐입니다. 사실 우리가 그런 존재이지요. 우리가 하나님을 무시하고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자기 욕심대로 살아온 적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러면서도 회개하지 않고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우리 아닙니까? 법대로 하면 우리는 모두 아골 골짜기로 끌려가서 돌을 쳐 죽임을 당하고 불태워져야 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런 아골 골짜기 같은 우리의 삶에 소망의 문이 생기게 하셨습니다. 호 2:14-15을 보실까요. “그러므로 보라 내가 그를 타일러 거친 들로 데리고 가서 말로 위로하고 거기서 비로소 그의 포도원을 그에게 주고 아골 골짜기로 소망의 문을 삼아주리니 저가 거기서 응대하기를 어렸을 때와 애굽 땅에서 올라오던 날과 같이하리라” 음란한 고멜 같은 우리, 도무지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는 버려진 절망의 골짜기, 아골 골짜기 같은 삶을 사는 우리에게 소망의 문을 주시기 위해 하나님은 거친 들로 우리를 데리고 가십니다. 거친 들은 아무것도 없는 광야와 같은 고난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회개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는 우리를 거친 들로 데리고 가서 말로 타이르십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복음입니다. “내가 너를 위해 나의 아들을 아골 골짜기인 갈보리의 십자가에 내어주었다. 나의 아들이 네가 버림받아야 할 심판의 골짜기, 절망의 골짜기, 고통의 골짜기, 아골 골짜기인 갈보리로 갔다. 그리고 거기에서 너를 대신해서 나에게 버림을 받고 심판을 받고 죽임을 당하였다.” 너를 위해 죽임당한 나의 아들을 믿고 회개하면 아골 골짜기 같은 너의 삶에 나의 진노가 그치고 소망의 문이 생기며 허물의 사함을 얻고 죄의 용서를 받을 수 있다고 위로하십니다.
주 안에서 사랑하는 여러분, 예수 그리스도가 아골 골짜기에 생긴 소망의 문입니다.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문이며 길이요 진리요 생명입니다. 그 문에서 하나님은 우리를 불쌍히 보시고 은혜를 베푸십니다. 누구든지 그 문으로 들어가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생명을 주시고 진리로 먹이십니다. 오늘 저녁에 그 문으로 회개하며 아버지께 믿음으로 나아가지 않겠습니까? 예수의 이름으로 은혜의 보좌 앞에 나아가 때를 따라 돕는 은총을 받으시고 넘치는 소망으로 돌아가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