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일 오후 경북인터넷고등학교 도서관에서 이무영 교사(가운데)와 학생들이‘맨투맨 가족 맺기’관련 사진첩을 함께 보고 있다. /오현석 기자 socia@chosun.com
이 학교에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은 2005년부터다. 이 학교 교사들은 자신감이 떨어진 학생, 마음이 닫힌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맨투맨 가족 맺기'라는 프로그램을 생각해냈다. 가정에서 사랑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을 교직원들이 가족같이 돌보고 감싸주자는 취지였다.
그해 교직원 15명이 1학년 학생 3~4명과 함께 '가족'을 꾸렸다. '해바라기 가족' '얼짱 패밀리' '펭귄 가족' '영동선 가족'…. 15개의 '가족'이 생겨났다. 학생들은 '자녀'가 됐고 학교 이사장부터 교사, 행정실 직원, 기숙사 사감, 영양사까지 교직원 전원이 '가장'이 됐다. 가정이 생겼으니 가훈(家訓)도 만들었다. '사랑하며 살자' '청출어람' '가자' '사랑 만들기'….
신입생들이 들어오고 동참하지 않던 교사들도 함께 하면서 가족은 더 크고 많아졌다. 현재는 교직원 19명이 각각 학생 8~9명과 함께 가족을 꾸린 상태다.
'가족 만들기'는 생각처럼 쉽진 않았다. "우리 부모님이 멀쩡히 살아 계신데 왜 선생님을 '아빠'라고 불러야 하느냐"며 반항하는 학생도 있었다. 일부 교사들도 "일만 두 배로 늘었다"며 맨투맨 가족 맺기 프로그램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서서히 학생들이 마음을 열었다. 학생 절반이 기초생활수급자 및 영세농가 자녀인 이 학교 학생들은 새로 얻은 '엄마, 아빠'에게 말 못할 비밀을 털어놓았다.
교사들은 '가족' 중 한 명이 생일이면 읍내의 닭갈비집이나 삽겹살집에서 생일파티를 열어줬다. 친구 사이보다 더 친해진 '가족'들은 종종 함께 인근 영주시로 가서 영화를 보기도 했다.
3학년 김선룡(19)군은 "중학교 때 내 얘기는 듣지도 않고 무시하던 선생님이 너무 싫어서 툭하면 학교를 나가지 않았다"며 "고등학교에 오고 나서는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시는 '아부지'(선생님) 덕분에 학교 오는 게 즐거웠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 문제아였던 김군은 이 학교에서 학생회장이 됐고 올 입시에서 수도권의 한 2년제 대학에 합격한 상태다.
영주에서 중학교를 다니면서 왕따를 당해 어머니와 함께 등·하교를 했던 2학년 권성훈(18)군도 '맨투맨 가족 맺기'로 학교에 정을 붙였다. 입학 후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권군은 '아빠'인 최영두 선생님과 기숙사 사감 손현근 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학교생활에 적응했다. 지금 권군의 성적은 반에서 1~2등 수준. 지금까지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5개나 취득했다.
학생들의 변화에 자신감을 얻은 학교는 밤 9시까지 야간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이 학교 학생 157명이 취득한 자격증만 300개가 넘는다.
학생들이 바뀌면서 학교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 소문을 듣고 구미시나 대구, 심지어 경기도에서 지원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역 주민들의 장학금 출연도 늘어났다. 읍내에서 휴대전화를 파는 상인, 유치원 원장 선생님, 이 학교 운동장을 쓰는 조기축구회, 계모임 등 다양한 사람들이 "좋은 시도인 만큼 잘됐으면 좋겠다"며 돈을 보내왔다. 작년에 들어온 장학금만 1500만원이나 됐다.
'가장'인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이름으로 개인통장을 하나씩 만들어줬다. '자녀' 학생들이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성적이 향상될 때마다 2만~10만원의 장학금을 통장에 넣었다. 이렇게 돈이 쌓인 통장을 학생들은 졸업식 때 받는다. 올 2월 졸업식에서 100만원이 넘는 통장을 받게 된 학생들도 6명이다.
맨투맨 가족 맺기 프로그램의 실무를 맡고 있는 이무영 교무부장은 "처음 이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만 해도 교사와 학생 모두 패배의식에 젖어 있었다"며 "이제는 신뢰를 바탕으로 배우고 가르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성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첫댓글 아주 희망찬 글을 대해 마음이 따뜻 해 집니다^^*어디서나 사랑안 에서는 행복이 영글어 지니...올 한해도 .많은 이들과 부딪기며.사랑하며 지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