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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4장(하나님의 창조) 1항, 24.8.11, 박홍섭 목사
신앙고백서 제4장은 하나님의 창조를 1항과 2항의 내용으로 정리하여 고백합니다. 1항은 창조의 정의와 목적, 시점과 기간과 대상과 결과를 다루고 2항은 인간 창조에 대한 설명입니다. 성경이 말씀하는 하나님의 창조에 대해서 이견과 이설이 난무한 요즘, 신앙고백서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하나님의 창조에 대한 우리의 믿음과 고백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신앙의 선배들이 고백하고 전수해왔던 공교회의 창조 교리를 잘 배우고 전수하는 은혜가 있기를 바라며 오늘은 1항만 공부하겠습니다.
1항.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께서는(히 1:2, 요 1:2-3, 창 1:2, 욥 26:13, 33:4) 그의 영원한 능력과 지혜와 선하심의 영광을 나타내기 위하여(롬 1:20, 렘 10:12, 시 104:24, 33:5-6) 태초에 세상과 세상에 있는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모든 만물을 6일 동안 창조, 즉 무에서 만드시기를 기뻐하셨다. 그 결과 모든 것이 심히 좋았다(창 1:1-31, 히 11:3, 골 1:16, 행 17:24).
해설
1.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만사 만물과 인간에 대한 모든 것을 작정하신 하나님은 당신의 작정을 창조와 섭리로 시행하십니다. 창조가 단회적 행위라면 섭리는 지금도 계속되는 지속적인 행위로 이 둘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하나님의 사역입니다(이성호, 비록에서 아멘까지, p.119). 창조 교리를 말할 때마다 꼭 따라오는 진화론은 하나님의 창조를 거부하고 하나님의 작정을 허물며 하나님의 섭리도 무용화시키는 악한 이론입니다. 과학과 철학은 존재의 기원에 대해 궁극적인 답을 줄 수 없으므로 유물론이나 범신론, 진화론이라는 가설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의 주장을 따르면 창조주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그런 점에서 요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유신 진화론은 경계해야 할 위험한 가설입니다. 유신 진화론은 창조 자체를 부정하는 다윈의 진화론과는 다르지만, 하나님께서 진화를 방법으로 창조했다는 점에서 성경의 창조론과 많이 다른 주장입니다. 특히 아담을 첫 인간으로 보지 않고 유인원과 인간 사이의 덜 진화되고 덜 완성된 인간으로 보기에 기독교 신학의 근간이 되는 인간론, 기독론, 구원론, 종말론 등에서 큰 문제를 야기합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아담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은 인류의 대표이자 언약의 대표가 아니라 유인원과 인간의 중간적인 존재라면 인간의 원죄와 타락, 그로 인한 그리스도의 구원은 어떻게 됩니까? 아담이 진화의 과정 중에 있는 존재였다면 어느 단계부터 인간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까? 인간의 정의는 단순히 신체적인 조건을 충족시킨다고 인정되지 않습니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이 많이 있지만, 가장 큰 차이는 하나님과 교통하며 하나님을 예배하는 영적 능력이 있어야 인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신 진화론에 의하면 창세기 1-3장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상징이나 문학적 표현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창조론과 진화론을 적당하게 섞고 과학과 신학을 왔다 갔다 하는 이 가설을 따르는 자들이 교회 안에 많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또한, 마치 창조론의 다른 표현인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지적 설계론도 조심해야 합니다(알 수 없는 어떤 지적인 존재가 우주와 모든 생명체를 설계했다고 할 때 여기 지적 존재가 하나님이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우리는 신학이 과학에 입증받는 것이 아니라 과학이 성경에 의해 입증받도록 하는 개혁신학적인 태도를 지켜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학을 과학으로 증명하려고 하는 창조과학회의 무리한 주장들도 분별해야 합니다.
2. 온 세상의 창조주가 누구입니까?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나님이십니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실 때 성자는 성부와 말씀으로 함께 하셨으며(요 1:1), 성령도 수면 위를 운행하면서 성부와 성자의 창조 사역에 임재하고 있었습니다(창 1:2). 그러므로 성부 하나님이 창조의 주도자이고 성자와 성령 하나님은 단지 돕는 분에 불과하거나, 혹은 그보다 열등한 대리자나 도구로 사용되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로버트 쇼,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해설, p.123). 창조 이전에 홀로 선재하셨던 삼위 하나님은 당신의 경륜과 뜻에 따라 온 세상을 창조하셨습니다.
3. 하나님께서 온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신 목적이 무엇입니까? 하나님의 영원하신 능력과 지혜와 선하심의 영광을 나타내기 위해서입니다. 성도는 비록 인간의 죄와 타락으로 인하여 썩어짐의 종노릇 하면서 탄식하며 신음하는 피조 세상 속에서도 이 모든 것을 만드신 하나님의 능력과 지혜와 영광을 보면서 찬송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영광과 우리의 복락을 위해 이 세상과 우리를 창조하셨습니다. 그것이 창조의 목적입니다.
4. 창조의 시기는 언제입니까?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느니라”라는 창세기 1장 1절의 선언처럼 하나님의 창조는 태초에 이루어졌습니다. 태초 이전에는 삼위 하나님 외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세상과 시간의 시작은 하나님의 창조입니다. 그럼 창조 이전에 삼위 하나님은 무엇을 하고 계셨습니까? 요 17:24의 “아버지여 내게 주신 자도 나 있는 곳에 나와 함께 있어 아버지께서 창세 전부터 나를 사랑하시므로 내게 주신 나의 영광을 그들로 보게 하시기를 원하옵나이다”라는 말씀처럼 삼위 하나님은 창조 이전에 서로 사랑 가운데서 완벽한 기쁨으로 교제하고 계셨습니다. 창조의 시기가 태초라면 창조의 대상은 세상과 세상에 있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모든 만물입니다. “만물이 그에게서 창조되되 하늘과 땅에서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과 혹은 왕권들이나 주권들이나 통치자들이나 권세들이나 만물이 다 그로 말미암고 그를 위하여 창조되었고 또한 그가 만물보다 먼저 계시고 만물이 그 안에 함께 섰느니라” (골 1:16-17)
5. 그럼 창조의 기간은 얼마입니까? 신앙고백서는 하나님께서 6일 동안 모든 것을 창조하시되 무에서 만드시기를 기뻐하셨다고 6일 창조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6일 창조는 계몽주의 이후 현대 과학자들에 의해 가장 많이 공격받는 교리입니다. 진화론을 믿는 많은 과학자들이 수십억 년 전에 어떤 미지의 이유로 응축된 단일점이 폭발하여 전체 우주가 형성되었고 그렇게 탄생한 우주가 무한히 팽창하면서 셀 수 없는 별들을 스스로 만들어내었으며 그런 엄청난 우연을 반복하며 지구가 무기물에서 유기물로 변화했다는 빅뱅 이론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우연과 우연의 무수한 반복으로 우주의 탄생과 지구의 형성과 그 안에 생명체의 존재를 설명하므로 무한한 상상력에 근거한 가설이지 확실한 실험과 경험을 가지고 형성된 이론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이론을 가히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이들의 믿음이 성경적 창조론을 믿는 신자들의 믿음을 압도하고 있는 현실을 보고 있습니다. 성경은 세상이 빅뱅이라는 우연한 폭발에 의하여 형성되지 않고 하나님께서 6일 동안 유에서 모든 것을 창조하셨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6. 창세기 1장은 6일 창조를 말씀하면서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라는 말을 반복합니다. 둘째 날에도 셋째 날에도 넷째와 다섯째와 여섯째 날에도 똑같이 반복하여 너무나도 분명하게 하루라는 기간을 밝히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아침과 저녁으로 구분되는 하루가 태양이 창조되어야 가능하다고 6일 창조를 반대하지만, 첫째 날에 창조된 빛이 태양의 위치에 존재했다면 그 빛이 태양의 역할을 해서 첫째 날부터 저녁과 아침이 지금의 24시간으로 구성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유한한 지성과 경험으로 무한한 창조주 하나님의 지혜를 재단해서 성경이 가르치고 있는 6일 창조를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7. 17세기 영국 성공회 어셔 주교가 창세기 5장과 11장에 기록되어 있는 족보와 구약 성경의 다른 연대기 정보를 문자적으로만 계산하여 창조부터 그리스도의 탄생까지 지구의 나이가 4004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구의 나이가 약 6천 년이라는 젊은 지구론이 그렇게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도 아담의 족보와 다른 연대기에도 생략과 공백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문제가 많은 주장입니다. 그럼, 하나님의 6일 창조를 믿으면 과학이 주장하는 몇십억 년의 지구 나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뜻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얼마든지 현대과학이 말하는 몇십억 년의 나이를 가진 성숙한 지구를 6일 동안 창조하실 수 있음을 믿습니다.
8.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하나님의 6일 창조를 무에서 만드신 창조라고 선언합니다. 만물을 무로부터(ex nihiio) 창조하셨다는 말은 하나님께서 선재하는 어떤 물질과 재료를 가지고 세상을 창조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오직 전능하신 하나님만이 말씀의 능력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실 수 있습니다. 사실, 무로부터의 창조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외경인 마카비후서 7:28에 나옵니다(바빙크 개혁교의학, 2권 34장 p.522). “얘야 내 부탁을 들어다오. 하늘과 땅을 바라보아라.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살펴라. 하나님께서 무엇인가를 가지고 이 모든 것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인류가 생겨난 것도 마찬가지이다” (마카베오 하 7:28, 공동번역, 헤르만 바빙크, 기독교 신앙안내서, 다함, p.186). 그러나 성경 전체가 하나님의 창조가 무로부터의 창조임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말씀으로 무에서 모든 것을 만드셨습니다.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습니다”(창 1:3) 하나님은 당신의 말씀만으로 무엇이든지 존재하게 하셨고(시 33:9), 없는 것을 있게 하셨으며(롬 4:17), 하늘과 땅과 그 가운데 있는 모든 것을 만드셨습니다(출 20:11, 느 9:6). 만물은 하나님에게서 나오며, 하나님으로 말미암고, 하나님께로 돌아갑니다(롬 11:36). 우리는 무에서 모든 것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능력을 믿습니다. “믿음으로 모든 세계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지어진 줄을 우리가 아나니 보이는 것은 나타난 것으로 말미암아 된 것이 아니니라”(히 11:3)
9. 성경에서 창조를 가리켜 사용된 명사인 히브리어「바라」(א)와 헬라어「크티제인」(κτίξειν)은 오직 하나님의 창조 사역에만 쓰이는 단어입니다. 그러나 무로부터의 창조가 이차적 의미의 창조를 포함한다는 것도 기억해야 합니다. 창조한다는 말과 동의어로 사용된 ‘만들다’라는 뜻의 창 1:7의 “하나님이 궁창을 만드시고”에서 아사(ה)와 마 19:4에서 “사람을 지으신 이가 본래 저의를 남자와 여자로 만드시고”할 때 포이에인(ποιειν), 사 64:8의 ‘짓는다’라는 뜻의 야차르(ר)와 롬 9:20의 플낫소(πλάσσω)도 주로 이의적 창조의, 섭리적 공작의 의미를 지닙니다. 그러므로 창조는 하나님이 세계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무에서 유로 창조하신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만드신 그것을 사용해서 또 다른 것을 만드는 것도 포함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10. 6일 창조를 부정하는 이론 중에는 대표적으로 갭 이론(간격이론), 날-시대 이론, 하부 구조 가설이 있습니다. 갭 이론은 세대주의의 주장으로 창세기 1장 1절의 창조와 3절의 창조 사이에 긴 간격이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이는 2절의 혼돈하고 공허한 땅의 상태를 타락한 천사로 인한 심판의 결과로 보고 3절에서 6일 동안 재창조했다는 견해로 성경의 지지를 받지 못합니다. ‘혼돈’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단어는 ‘토후’(תֹהוּ, tohu)이며, ‘공허’는 ‘보후’(בֹּהוּ, bohu)입니다. ‘토후’는 틀과 형태가 없다는 뜻이고 ‘보후’는 식물과 동물로 채워지기 이전의 비어있는 미 주거 상태를 의미합니다. 혼돈과 공허는 아직 형태가 갖추어지지 않고 생명체가 채워지지 않았다는 뜻이지 심판의 결과로 황폐화 되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하나님은 그렇게 형태가 없는 곳에 틀과 형태를 만드셨고 그 안에 생명체를 채우셨습니다. 날-시대 이론은 하나님에게 하루가 천년과 같으며 천년이 하루와 같다는 벧후 3:8의 말씀을 근거로 창세기에서 날을 의미하는 히브리어 ‘욤’이 24시간의 하루가 아니라 장기간의 긴 시간을 의미한다는 주장입니다. 유신 진화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 이론을 지지합니다. 그러나 다시 말씀드리지만 성경은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라고 여섯 번이나 6일의 시간을 반복적으로 진술함으로 저녁과 아침을 긴 시대로 규정하는 것을 근원적으로 차단합니다. 하부 구조 가설은 니콜라스 리델보스라는 학자가 제시한 이론으로 창세기의 처음 몇장이 역사적 이야기와 시의 혼합물이며 이는 창조가 언제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관한 역사적인 기록이 아니라 7막으로 구성된 하나의 드라마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그는 창세기의 처음 기록들이 아주 긴 진화기간을 위한 하부 구조를 만드는 예술적이고 문학적인 장치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리델보스의 하부 구조 가설을 널리 퍼트린 사람이 오랫동안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구약을 가르친 메러디스 클라인입니다. 클라인 때문에 많은 개혁주의 그룹 안에서 하부 구조 가설을 수용하여 심각한 문제가 야기되었습니다(R.C. 스프로올,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해설, p.179-181).
11. 하나님의 6일 창조에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은 인간 창조를 향하여 모든 것이 준비된다는 중요한 신학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은 세상의 모든 것을 창조하신 뒤 마지막에 당신의 형상으로 인간을 창조하셔서 그 모든 피조 세계를 다스리게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성경이 말씀하는 하나님의 6일 창조는 단순한 문학적 수사나 상징이 아니라 이런 하나님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단번에 모든 것을 만드실 수 있는 하나님께서 6일 동안 세상을 창조하셨다는 사실에서 하나님의 창조가 얼마나 질서 정연한 창조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런 의도로 지으신 모든 것들을 보시고 “심히 좋았더라”고 하셨습니다. 단지 심미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지음을 받은 모든 것들이 하나님의 의도대로 질서있게 존재하며 그 모든 존재의 목적과 의미를 잘 드러내고 있음을 보시고 흡족하셨다는 뜻입니다. 인간의 죄와 타락은 하나님이 보시기에 심히 좋았던 세상을 파괴시킨 무서운 반역입니다. 타락 이전의 이런 상태를 알 때 죄와 타락의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고, 우리의 구원이 얼마나 큰 은혜이며 감사의 이유인지도 깨달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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