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님 드라이기
이영희
비 온 다음 날 아침이
최고로 바쁠걸.
바람이 잠자고 있으면,
더 바쁠 테고.
머리 작은
낮은 산,
금세 뽀송뽀송
머리 큰
높은 산은 아직.
하얀 구름 띠 둘렀지만
해님 드라이기 온도 ‘강’으로 올리면
금세 찰랑찰랑
온 산 인물이 훤해질걸.
그림자
오빠는 자꾸 내가 틀렸단다!
태양고도가 어쩌고 저쩌고
나를 가르친다.
그게 아니고
내 얘기 한번 들어 봐!
아무한테도, 단 한 번도, 말 한 적 없던
키! 다! 리! 가 되고 싶은 내 소원!
근데 오늘 아침, 나는 키다리가 되었다고!
해님에게는,
뭐~든지 크게 볼 수 있는
아~주 커다란 돋보기가 있어!
꽁꽁! 깊숙이 숨겼던 내 소원, 관찰하자마자
바로! 키다리로 만들어 준 거라고!
어때?
내 말이 맞지?
음…….
오늘 하루, 네 그림자, 잘 관찰해 봐!
소백산 아이들
몇 번이고 들었다 놨다.
이 책이 좋을까? 고개를 갸웃갸웃!
소백산은, 날마다 즐거운 고민을 합니다.
‘철쭉 이야기’ 그림책을 펼쳐 놓으면,
-아빠와 같이 연화봉에서 철쭉꽃밭을 본 적이 있어.
-내가 좋아하는 연분홍색 치마를 쫙 펼쳐 놓은 것 같아!
아이들은 재잘재잘 이야기꾼이 됩니다. 철쭉꽃처럼 환해집니다.
‘깃대종에 대하여’ 과학책을 꺼내놓으면,
-멸종위기 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한 거래.
-소백산 깃대종은 모데미풀과 여우야. 철쭉제 포스터에서 본 적이 있어.
아이들은 눈을 반짝입니다. 배움의 기쁨을 알아갑니다.
가장 아끼는 책은 위인전, ‘산’이 주인공입니다.
-산을 오르다 힘들 때는 한 걸음만, 한 걸음만 더 나아가자!
-산은, 함부로 아무에게나 정상을 보여주지 않는다!
아이들은 오래도록 고개를 끄덕입니다. 마음이 자라납니다.
소백산은, 오늘도 즐거운 고민을 합니다!
*깃대종: 특정 지역의 상징적인 야생 동식물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종
엄마의 놀이
승리자, 패배자가 없으니
웃음소리가 샘솟습니다.
진달래도 같이 호호호호!
놀이의 필수 조건,
알맞은 장소 찾기입니다.
기본자세는 쪼그려 앉기, 허리 굽히기!
매의 눈으로 관찰!
똑똑 꺾는 손맛!
한 주먹 그득, 앞치마가 불룩!
물론 후유증도 있어요.
아이고! 다리야, 허리야!
놀이를 멈추게 하지는 못하지만요.
봄,
4월,
엄마의 놀이는,
고사리 꺾기!
우리 집 상추
요런 기특한 생각하지 않을까?
나, 다이어트 당하는 거 좋아!
뼈대만 남겨도 괜찮아!
요요현상은 빨리 올수록 좋아!
요즘은,
이슬만 먹어도 살쪄!
곧,
고모들이 또 놀러 오겠지?
이젠 진짜 농부 같은 아빠의 정성으로
오며 가며 인사하는 이웃 할머니 눈길로
선배 농부 아주머니의 가르침 덕에
우리 집 상추
잘도 자란다!
기특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