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이 좋은 세상을 만든다
박두진 시인은 우리 문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시인이다. 조지훈, 박목월과 함께 청록파 3인 중 1인으로 유명할 뿐 아니라 특히 그는 자연과 교감하며 시원적 생명력을 노래한 시로 우리의 현대 서정시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의 문학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혜산 박두진 전국백일장’이 올해로 24회를 맞고 있다.
제24회 백일장에는 예년보다 300여 명이 더 많이 응모하여 총 830여 편이 접수되었다. 많은 작품이 응모되어서인지 작품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 <우정>, <나무>라는 소재가 제시되었는데,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연, 친구나 가족 등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았다. 일반부 응모작들은 전체적으로 주제의식이 뚜렷하고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았다. 특히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볼 수 있어 우리 문학의 앞날이 고무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고등부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시적 성취의 수준이 상당하였다. 오랜 습작 시간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 많아 심사에 애를 먹었다. 초, 중등부에는 순수하고 서정적 감성이 풍부한 작품이 많이 보여 우리 문학의 미래가 밝게 느껴졌다.
심사위원들은 초등부(저학년/고학년),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일반부로 구분하여 응모된 작품들을 심사한 결과 이금희(경기 창조고등학교 2)의 <초록빛 수리공>을 전체 대상으로 결정했다.
이금희의 시는 시의 주제의식도 깊고 시적 표현 방식도 세련되었다. 아버지와 나무를 연결하여 가장으로서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푸른 잎을 피우려는 나무의 생명력과 연결하는 시인의 상상력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깜빡이는 조명을 고칠 때마다 잊어버리던 세월이 있었다”는 구절은 아버지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민이 배인 빛나는 구절이다. 애잔하면서 따뜻한 작품이다. 앞으로의 큰 시인으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대학, 일반부 최우수상으로는 박은숙의 <초록의 점화>를 선정했다. 성냥개비에서 나무를 연상하고 다시 햇빛과 지구를 연결하는 시인의 상상력이 놀랍다. 또한 그런 상상력을 통해 만들어 낸 비유가 자연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하는 주제의식을 잘 표현하고 있다. 우수상으로는 최병석의 <나무들의 옷장>을 뽑았다. 나무들의 모습을 옷장으로 비유한 그의 시의 상상력이 특별하다. 특히 나무의 모습을 옷으로 비유해 표현한 묘사가 생생해서 시적 효과를 크게 발휘하고 있다. 장려상은 서영진의 <나무 도시락>이다. 일상의 삶에서 느낀 생각을 감동적으로 잘 그려냈다.
고등부 최우수상에는 최예성(안양예고 2)의 <벚나무>를 뽑았다. 가족의 일상의 모습을 재미있고 실감나게 잘 표현했다. 가족애와 희망이 잘 표현된 건강한 감성의 작품이다. 고등부 우수상은 이수형(서울 대진고등학교 2)의 <염원>이다. 염주를 깎으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삶에 대한 경건한 태도를 배우는 시인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우수상은 임서윤(부산 동여자고등학교 3)의 <나무의 안부>가 차지했다. 나무를 통해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따뜻한 작품이다. 다만 세월을 나이테로 아버지의 나이 들어가시는 모습을 등이 굽은 고목으로 표현하는 것은 조금 상투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중등부 최우수상으로 정예지(삼평중학교 2)의 <사과나무>를 선정했다. 생태계의 위기로 과일을 맺지 못하는 사과나무를 통해 환경파괴를 염려하는 자연 친화 정신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현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잘 표현하고 실감과 진정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중등부 우수상은 이율희 (대원국제중학교 2)의 <섬>이 뽑혔다. 성적을 위해 각자 섬처럼 고립되어 가는 교실 풍경을 표현하여 우리의 교육의 문제를 재미있게 보여준 작품이다. 중등부 장려상은 황호진(서울 상명중학교 1)의 <나무 이야기>이다. 나무가 책이 되어 자신의 존재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는 상상력이 순수하면서도 반짝인다.
초등부는 고학년의 경우는 우리 말 표현을, 저학년의 경우에는 동심의 상상력에 주안을 두고 심사했다. 고학년 최우수상으로는 최은우(부산 하남초 5)의 <나무>가 선정되었다. 동요적인 상상력과 우리말의 운율을 잘 살려 쓴 좋은 작품이다. 특히 나무를 바라보면서 용기와 행복과 사랑을 생각해 내는 어린이의 마음이 아름답다. 고학년 우수상 작품은 장하윤(서울 신월초 5)의 <오래된 나무>이다. 나무를 보고 애국심을 떠올리는 어른스러운 작품이다. 서울 남산에 심어진 나무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그려낸 좋은 작품이다. 장려상으로는 김 윤(인천 신천초 5)의 <우정>을 뽑았다. 친구와 놀 때의 모습과 그때의 기쁨을 순수한 마음으로 잘 표현했다.
초등부 저학년 최우수상으로 선정된 최서윤(덕계초 1)의 <소나무>는 소나무를 의인화하여 자연을 사랑하는 순진무구한 마음을 잘 표현했다. 우수상을 받은 남윤기(동량초등학교 1)의 <사과나무>는 나무를 사랑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자연과 가족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순수한 어린이의 목소리로 잘 표현했다. 장려상에 선정된 강이안(금기초 3)의 <주인공>은 드라마 속에 빠져든 자신의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하여 솔직한 동심의 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24회 박두진 백일장에 당선한 모든 분에게 축하를 드린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돌아보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돌아본다는 뜻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좋은 글을 쓰는 훌륭한 사람이 되어 우리 사회를 좀 더 밝고 따뜻하게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더욱 정진하여 많은 발전 이루기를 바란다.
- 심사위원장: 이영춘 시인
심사위원: 황정산 시인, 공광규 시인, 이서빈 시인, 박용진 평론가, 김이삭 시인
첫댓글 좋은 글을 봅아 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께 거듭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