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문 골프 클럽/Jung Mun Beach Golf Club
신혼 여행지와도 비슷한 경우인지는 모르겠지만,
21세기 들어, 우리나라 골퍼들의 동계훈련지로 동남아가
각광받기 이전,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들에겐
제주도가 유일한 골프 피한지(避寒地)였다.
보통, 1-2월, 겨울에 한 두번씩은 2박3일 일정으로 제주도로 내려가서,
3라운드 정도를 하는데, 제주에서 가장 오래 되었다는 제주CC와
오라CC, 그리고 중문 관광단지에 있는 중문CC는 거의 일정에서
빠지지 않았던 곳이었다.
특히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폭설이 와서 북 제주군의 골프장들이
지금 휴장이 되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을 때도,
남쪽에 있는 이 중문 골프클럽만큼은 별로 휴장을 한 기억이 없다.
[맑은 날, 한라코스에선 백록담이 저 멀리 보인다]
고향이 제주도인 친구가 함덕에 살았었고,
또 그 부인이 제주 도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바람에,
골프 월례회 팀이나 로타리클럽의 총무를 할 때,
2박3일 원정 첫날은 항상 제주 시에서 저녁 식사 후에 술을
매개체로 한 화합의 시간을 그곳에서 가졌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제주도에도 신설 골프장이 늘어나면서,
핀크스, 나인 브릿지같은 명문 고급골프장들도 탄생하였지만,
그래도 그 친구 부부와의 라운딩은 주로 오라CC, 중문CC에서
많이 하였고, 또 단체가 아닌 개인적으로 내려갔을 때도,
이 중문CC가 숙소인 하이어트 호텔과 아주 가까워서 편리하였으며,
또 투썸 플레이가 가능하여 부부만의 라운딩도 자주 하였다.
(아래 부부사진은 1992년, 해안코스, 14번 홀에서)
1996년 2월, 변호사 친구와 3명이서 제주도를 갔다가,
이 중문CC에서 라운딩을 하였는데, 캐디 옆에서 어느 사진사가
큰 비디오카메라를 어깨에 매고, 촬영을 권유하는 바람에,
전반, 한라코스 9홀에 10만원(당시의 그린피보다 훨씬 더 비쌌다)을
지불하고, 아래의 동영상을 얻게 되었다.
물론 1990년부터 캠코더 촬영에 관심이 아주 많던 필자를 제외하곤
나머지 일행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그러나 또 사람인지라,
카메라에 자신들이 찍히긴 원하였었다. (아래 동영상은 편집 축소 본)
당시엔 정부의 산하기관이 운영을 하였기에, 퍼블릭 골프장으로
등록이 되었지만, 해안 코스 14-15번(파5)같은 경치가 기가 막힌 홀을
포함하여, 전체 코스가 결코 어느 명문에 뒤처지지 않고, 또 난이도도
상당해서 스코어가 평균 5타 오버는 보통이었다.
물론 강풍이 부는 날은 더 심했었지만......
지리적인 특성 때문에 앞으로도 이 골프 클럽은 가꾸기에 따라서
얼마던지 세계적인 골프장으로 발전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